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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7/10
    지.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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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

 

지. :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 1 지. :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 2
지. :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 1
우오토
문학동네, 2022
지. :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 2
우오토
문학동네, 2022

올해 8권으로 완결난 일본 만화. <히스토리에>의 이와아키 히토시가 극찬했대서 궁금했다.

만화의 배경은 15세기 전기, P왕국이다. 현세=지구는 천하고 추한 공간이고, 천국=하늘은 완벽하며 인간이 헤아릴 수 없는 아름다운 곳이라 규정한 C교가 지구가 움직인다는 이론을 이단으로 규정하고 탄압하는 시대다. 이런 배경 속에 만화는 강렬한 고문 장면으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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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이 박력 있어서 이 만화는 재밌을 거란 감이 왔다. '이 세상의 전부를 알고 싶'다는 화자는, 2권까지 읽고보니 지금 고문당하는 중인 ㅠㅠ 이 사람(2권의 주요인물)이라기보다 진리 추구를 이어가는 모든 등장인물, 아니면 마지막에 등장할, 모두의 소망이 응집된 미지의 인물(코페르니쿠스?)일 것 같다.

우리에게 지동설을 주장한 최초의 인물로 알려진 코페르니쿠스는 15세기 후반기에 폴란드에서 태어났다. 만화에서 P왕국은 폴란드고, C교는 기독교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등장인물들 이름도 폴란드 식인 걸 보면 코페르니쿠스에 앞서 지구의 움직임을 연구하거나 천동설 세계관에 의문을 느낀 사람들의 의지를 이어 코페르니쿠스나 갈릴레이 같은 유명인들이 이론을 집대성한 거겠거니 상상하게 된다. 원래 어느날 한 명의 천재가 단절적으로 전에 없던 뭔가를 발명하는 게 아니니까.

의지를 이어가며 지동설을 주장하는 등장인물들은 계속 죽는데, 때문에 이야기를 끌어가는 중심 축은 보통의 픽션처럼 한 개인이 아니다. 예를 들어 이미 독자/시청자가 감정이입하고 있는 등장인물을 죽여서 충격을 주기로 유명한 <간츠>나 <왕좌의 게임>에서도 진주인공들은 안 죽는다. 물론 죽었다 깨거나 여러 장치가 있지만. 근데 이 만화에선 진주인공이 있다면 그건 인간의 '지성', 혹은 진리를 추구하는 의지다. 그래서 각 등장인물이 죽는다는 건 충격 반전 요소도 아니고 네타도 아님.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굴하지 않는 앎에의 의지라는 것이 옮겨가고 이어진다. 그렇다고 각 개인이 스토리 진전을 위한 도구로 쓰고 버려지는(죽여지는) 건 아니다. 거대한 c교가 주입하는 비과학적 맹신에 맞서기 위해선 세대를 이어가는 싸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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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에서 진짜 옛날에 재밌게 봤던 영화 <다크 엔젤>이 떠올랐다. 이 통속적인 영화에서 주인공인 경찰 덴젤 워싱턴이 맞서는 범죄인은 일개 개인이 아니라 ​악마다. 악마는 인간의 육체를 갈아타며 쓰임이 다한 몸을 버리고 새로운 몸에서 새롭게 악행을 이어간다. 다크 엔젤이 구린 건 선악 구도가 너무 뚜렷하다는 점인데, 그거 말고는 좋았다. 악이 일정 반경 이내의 사람의 몸을 갈아타며 의지를 이어간다는 점이 인간의 지성에 대한 비유처럼 느껴졌다. 애초 인간이 뱀의 꾐에 넘어가 타락했다는 기독교 신화가 지성에 대한 은유이듯이 악이 뜻하는 게 지성이라는 거임. 왤케 설명 못해;; 그리고 영화에서 결국 지성이 지지도 않는다. 엄청 옛날에 봤는데도 끝까지 기억할 정도. 그리고 이게 범죄자의 정체가 악마라는 게 드러나는 장면(타임 이즈 온 마이 사이드 노래)도 훌륭했다

암튼< 이 영화처럼 진리에 닿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것. 그걸 상징하는 밤하늘을 바라보는 인간의 눈이, 원래의 단순한 그림체와 달리 극단적 클로즈업을 통해 매우 아름답게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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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에는 죽지 않고 계속 나올 것 같은 인물이 한 명 있다. 바로 금기를 넘어 진리에 다가가려는 이들을 고문하는 이단 심문관 '노바크'다. 용병 출신 노바크는 성정이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당대의 통념에 따라(C교의 교리에 세뇌된 채로) 직업인으로서 성실하게 그리고 잔인하게 사람들의 혐의점을 발견하고 고문해 자백을 받아낸다. 혹시 예수 믿는 자들을 박해하다 기독교 전도사가 된 사도 바울처럼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괜한 기대를 가지고 있는 인물인데.. 어떻게 될 지 궁금함

다 좋은데 작화가 아쉽다.

​​<히스토리에> 작가 이와아키 히토시 추천작이고, 지동설을 주장하는 등장인물들이 계속 죽는다ㅜ 외엔 작품에 대한 정보 없이 봤다. 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던 탓에 작화가 실망스러웠다. 작화가 좋았으면 더 재밌을 것 같다. 출판사 이벤트로 받은 거라 리뷰를 써야 해서 한 번 더 읽었더니 이미 그림에 대해 알고 봐선지ㅎ 내용에 빠져서 넘 재밌었다. 만약에 이 만화를 더욱 더 완성도가 떨어지는 콘티 형식으로 우연히 인터넷에서 봤다면 어땠을까? 너무 재밌어서 다음편!! 외치면서 기다렸을 것 같다. 어떻게 접하게 돼서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임하는 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서.. 첨 보는 분들은 감안하고 보면 더 재밌을 것 같음

책이 가볍고 디자인이 예쁘다. 종이질도 엄청 좋아서 맨날 비 올 때도 종이가 물결치지 않음! 각권 160페이지 미만. 제목은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를 오마쥬한 것 같다. 결국 우리가 아는대로 지구가 움직인다는 과학적 사실이 승리하게 될 테지만, 거기까지 어떤 다양한 여정이 남아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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