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선교제국주의에서 벗어나자/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열린세상] 선교제국주의에서 벗어나자/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서울신문 2004-08-07 13:09]

 

이라크 파병이나 김선일씨의 죽음을 둘러싼 논의는 은연중에 ‘전쟁과 평화 중에서 택일하는 양심’의 축을 따라 이루어지는 듯하다. 개인과 집단의 신념에 따라 그런 선택을 하는 일이 점점 중요한 문제로 대두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쟁과 평화 문제는 다만 그 둘 중에서 하나만을 배타적으로 선택하는 양심의 일만은 아닌 듯하다. 물론 김선일씨의 죽음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우리는 국가가 막지 못했던 그의 죽음을 애도해야 했다. 더 나아가,자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할 뿐 아니라 타국민의 평화까지 해치는 우리 국가의 무력함을 한탄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 냉정하게 그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무엇인지 더 살펴야 할 때다.

오해를 무릅쓰고 이런 주장을 하는 중요한 이유는,무엇보다도 선교 제국주의에 주의를 기울이기 위해서다. 중국이나 동남아의 탈북자 지원에도 일부 교회의 선교활동이 강하게 개입되어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아랍 지역에 진출한 한국 개신교의 과도한 기독교 선교활동은 특히 우려를 낳을 만한 상황이다. 김선일씨는 한 교회가 주관하는 선교사업의 일환으로 이라크에 가려고 하던 중 기독교계 미군납 업체에 고용되었다고 한다. 이 교회는 특히 적극적인 해외 선교에 관한 한,개신교 교파 중에서 으뜸이라고 한다. 이 시점에서 자문해보자.이슬람주의가 매우 강할 뿐 아니라,더욱이 미국이 지원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민족 사이의 갈등으로 가뜩이나 기독교에 예민한 아랍 지역에 한국 개신교가 그렇게 공격적으로 선교를 추진할 필요가 있을까.그런 선교는 가뜩이나 기독교 중심의 미국문화에 반감을 가진 아랍인들에게 문화 제국주의의 일종으로 보일 것이다.

더구나 선교사업이 당사자들에게 매우 위험한 일일 뿐 아니라,국가 이미지와 국가 품격,그리고 다른 재외국민의 안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김선일씨 피살 이전에도 벌써 드러났었다.

그 이전에도 선교활동의 목적으로 이라크로 간 목사 일행 몇 명이 무장세력에게 억류된 적이 있었다. 다행히 마사지 시술을 시범보이는 등 둘러댐으로써 위기를 모면하기는 하였다지만,자칫하면 당사자들뿐 아니라 다른 재외 국민,그리고 국가의 국제적 신뢰도에도 크게 해가 될 뻔했었다. 억류에서 풀려난 그들이 웃는 모습을 보았을 때,과도한 선교행위가 초래할 위험에 불안했던 사람은 필자 혼자만은 아니었을 터이다.

전쟁과 평화 중에서 선택하는 일이 중요한 양심의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양심의 문제는 아니다.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양심의 문제는,그렇지 않아도 기독교문화의 공세와 서구적 현대화의 압도에 시달리는 이슬람지역에서 지나칠 정도로 선교활동을 하는 일과 직결된다. 공격적 선교는 개인의 신념에 관한 기본권을 해칠 뿐 아니라,집단 사이의 문화갈등과 충돌이라는 위기를 조장한다. 아랍지역은 현재 세계화과정 바깥에 존재하는 대표적인 지역이자 문화가 아닌가.

미국의 신제국주의가 다른 국가들에 위험이라면,개신교의 공격적 선교 활동도 제국주의적 혹은 식민주의적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선교활동 중 발생한 개인의 죽음은 안타깝다. 그러나 침략전쟁을 비판하는 사람들이,그 죽음을 순교로 미화하거나 오로지 국가의 잘못 때문에 발생한 억울한 죽음으로 치부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 또 그의 죽음을 침략전쟁에 대한 저항적 상징으로 몰고 가는 데에도 큰 문제가 있다.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판한다면서,미국의 패권주의와 뗄 수 없는 선교활동을 미화하는 꼴이 아닌가.

선교제국주의는 공격적 국가주의와 공격적 선교의 복합체다. 침략전쟁을 비판하는 사람은 그것도 비판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은 채 이루어지는 평화운동은 관념이나 독단이 될 위험이 있다.

평화운동은 과도한 국가주의에 근거한 전쟁을 비판해야 하지만 동시에,도처에서 내전과 전쟁을 유발하는 큰 원인인 공격적 선교도 비판해야 한다.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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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정권은 세상 곳곳에

<초점> 벼랑에 몰린 `不倒翁' 아라파트

[연합뉴스 2004-07-20 07:45]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데 능한 지도자다. 35년간 팔레스타인 독립투쟁을 지 도해오면서 수없이 많은 위기를 넘겼다. 그를 중동 정치판의 `부도옹(不倒翁)'이라 고 부르는 이유다.

미국과 이스라엘로부터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고 라말라의 자치정부 청사(무카타) 에 30개월째 갇혀 지내면서도 그는 여전히 팔레스타인의 최고 지도자다.

그러나 아라파트는 지금 자치정부 출범 10년만에 최악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 다.

가자지구 관공서가 무장세력들에 점거되고 길거리에는 부패인사 척결과 개혁을 외치는 구호가 진동한다. 백주에 경찰 총수가 납치되고 외국인도 안전하지 못하다. 아흐마드 쿠라이 총리까지 반기를 들고 나서 개혁 일정을 제시하지 않으면 그를 떠 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의 정치적 기반인 파타운동 내부에서 내홍(內訌)의 조짐도 나오고 있다. 납치 사건과 개혁 요구 시위도 파타운동 산하 무장단체인 알-아크사 순교자여단이 주도했 다는 게 정설이다.

많은 분석가들은 권력투쟁이 점화됐다고 진단하고 있고, 일각에선 내전(內戰)의 불길한 전조라며 우려하고 있다.

아라파트는 과거에 이보다 더 심각한 위기도 헤쳐나왔다. 그는 정치적 위기 때 마다 팔레스타인 대의명분과 독립국가 창설이라는 염원을 제시하며 지지를 재결집했 다. 한차례 위기를 겪고나면 그의 위상이 더욱 확고해지는 신화가 반복적으로 연출 됐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와 상황이 크게 다르다고 분석가들은 지적한다.

아라파트는 지난 며칠새 굴욕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경찰총수와 외국인을 납치 한 무장단체원들의 요구에 굴복해 치안기구를 개편하고 책임자를 문책했다. 문책 인 사가 오히려 역효과를 내서 정부의 권위에 도전하는 유혈충돌까지 벌어지자 인사조 치를 번복했다. 아라파트가 대표적 부패인물로 지탄받아온 자신의 사촌을 가자지구 보안기구 총책으로 임명한 게 유혈충돌의 도화선이었다. 그는 재빨리 인사조치를 철 회했지만 더 큰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먼저 젊은 개혁세대와 아라파트의 혁명 동지세대간 세대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젊은 세대는 아라파트의 혁명세대를 척결해야 할 부패한 수구세력으로 간주하고 있 다. 60,70대 원로 정치인들이나 각료, 보안기구 총수들을 지겹도록 보아온 그들은 개혁적 사고를 가진 유능한 인사들에게 기회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의 가자지구 철수계획이 실행된뒤 가자 지구에서 벌어질 악몽 시나리오의 서막에 불과하다.

가자지구에는 양대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 외에도 수십여개의 무장단 체들이 난립하고 있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마지막 병력을 철수할때까 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철수 후 벌어질 가자지구 주도권 싸움 의 주역들이다.

아라파트는 후계구도를 좀처럼 가시화하지 않고 있다. 대중의 지지를 받은 2인 자감이 몇몇 거론되지만 아라파트의 권력 독점욕은 수그러들줄 모른다. 그는 팔레스 타인 독립국 초대 대통령을 꿈꾸는 지도자다. 독립 달성 이전에 그가 스스로 물러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스라엘은 최근 비밀 보고서에서 아라파트 사후(死後) 자치지역에 극심한 혼란 이 우려된다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라파트가 자연사하든 실권하든 그의 권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스라엘 대외정보기구인 모사드의 총책을 맡았던 에프라힘 할레비도 아라파트 의 정치적 입치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자지구에서 지난 며칠간 벌어 진 무정부적 상황은 아라파트의 나약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라말라 무카타에 오랫동 안 갇혀 대중과 유리돼온 게 그의 정치적 쇠락을 앞당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라파트는 지금 또한번의 생존게임을 벌이고 있다. 관측통들은 목숨이 9개 있 다는 고양이 보다 아라파트의 목숨이 더 길다고 말한다. 그러나 적어도 그의 정치적 수명은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게 지배적 견해다.

baraka@yna.co.kr

 

 

[리포트]

밤하늘을 꿰뚫는 총소리와 함께 시위대가 황급히 물러섭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알아크사 순교여단 전사들이 보안군 건물을 향해 먼저 발포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습니다.

가자지구 서쪽의 라파 마을에서 벌어진 이 총격전으로 약 20명이 부상했습니다.

알아크사 순교여단은 아라파트 수반의 정파인 파타운동 계열로 알려져 있지만 아라파트 정권이 부패했다면서 격렬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아라파트는 이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대표적 부패인사로 지목돼온 경찰총수를 해임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부패혐의로 받고 있는 자신의 사촌 무사 아라파트를 보안군 사령관에 임명해 비난을 자초했습니다.

[인터뷰:무사 아라파트]

"나는 아라파트 수반이 임명했고 그만이 나를 해임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정파들이 내분에 휩싸이자 예상했다는 듯한 반응입니다.

[인터뷰: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

"평화협상을 하고 싶지만 할 수 있는 대상이 없습니다."

최근 이스라엘의 잇단 지도자 암살과 각 정파들의 대립으로 팔레스타인 사태는 더욱 꼬여가고 있습니다.

YTN 송태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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