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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날

 

금요일 밤에 연우 알림장을 보고서 진짜 웃겨서 나중에 아이 재울때도 계속 웃음이 나와서 혼났다.

 

연우가 어린이집 간지 만 4주째. 

그동안 입에 올린 다른 아이 이름은 함태성 하고 미희라는 아이다.

그 중에서 함태성이란 이름은 누구랑 놀았니  물으면 늘 '태성이' 그러고

어떨때는 '함태성이는 지금 뭐할까?' 찾기도 해서 궁금해졌다.

그래서 목요일날 적응이 순조롭게 되가고 있어서 감사하다고 쓰고

함태성이란 아이랑 친하냐고, 혹시 씩씩한 아이냐고 물어보았다.

연우가 활발한 아이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고.

 

그런데... 선생님이 써주신 내용은

 

" 태성이는 태혁이랑 쌍둥이 형제랍니다.

소그룹 시간에 연우는 태성이랑 나란히 앉아서 두녀석이 가깝게 지냅니다.

자유놀이시간엔 태혁이랑 놀아도 태성이라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푸하하하

웃음 나온다.

 

제목의 평온한 날은 토요일을 가리키는 거다.

물론 일요일도 평온했지만 순한 녹차를 마시고나서 입안에 개운한 감칠맛이 도는것 같은

느낌의 날이었다.

특별한 일은 없었는데.

아침밥을 먹노라니 아파트 전체 방송으로

덕동초등학교에서 비전2동 체육대회가 있으니 많은 참석 바란다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얼마전에 보온도시락을 사서 이번주말에 도시락싸서 소풍간다는 아이디어에

연우가 폭 빠져있었기에 거길 가보기로 했다.

집에서 유모차 슬슬 끌고  평소에 가지 않던 주택가를 통과해서 갔는데

언덕배기가 나오고 과수원이 있었다.  과수원 옆에 등성이부분엔 온갖 밭 작물을

키우는 땅이 다닥 다닥 있었고. (여러집에서 각자 재배하는듯.) 덕동산이란 곳이

그리까지 내려온 모양이다. (산이라지만 작은 언덕 높이. 평택엔 산이 없다.)

집에서 불과 500미터나 왔나? 길이 좁고 아파트랑 집들이 삐뚤 삐뚤 늘어서 있어서

우리집 위쪽으로 이런 길이 있는줄 전혀 몰랐다.

 

체육대회는 토요일이라 관련 공무원과 나이드신 분들, 그리고 아이 엄마들뿐이었다.

그럼 그렇지, 갔더니 여기 선거구 국회위원이 발언중이고 연달아 모모모 위원, 장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두팀으로 갈라 행복팀과 사랑팀. (그니까 일관성이 있었다, 이런식으로, 모든 점에서.)

도시락으로 부족한 양은 거기서 차린 음식 가져다가 배불리 먹고

난 남녀 2인 1조로  공굴리기 대회에 나가서 행주도 하나 얻었다.

옆에 남자랑 호흡이 전혀 맞지 않아 우리때문에 팀이 진거나 다름없다.

뒤에 같은 팀 아줌마들이 '앞에서 못해서 졌어' 그런 얘기 다 들렸다.

같이 달린 남자는 처음부터 나한테 캔커피를 내밀다가  뒤에 아줌마들한테

'그거 주머니에 넣고 못 달려, 이따가 줘~' 야단맞더니  경기 끝나고 글쎄,

자기가 캔을 뜯어서 한입 마시고는 나한테 내밀었다.

어이, 어이, 어쩌라구!  웬 친밀감 표시? 

1초간 망설이다가 나도 입 안대고 목에 털어 넣고 다시 건네줬다. 느끼...

연우는 오래된 초등학교 놀이기구에 꽂혀서 쉬지 않고 돌아다니다가

정글짐 2층에서 떨어졌다. 그래도 나중에 다시 기어 올라가더군.

2시반쯤 아이가 졸리운 눈치라 싣고 집에 왔더니 잠이 들었다.

 

그리고 오후에는 뭐했지? 연우깨서 ZL이랑 한살림 갔다가

나 계산할거 있다고 둘이서 시청앞에 나가서 좀 놀다 들어왔지.

내일 진경이가 온다고 (결국 못 왔다) 산 물품들을 미리 개봉해서

저녁때 먹고는 근처 공설 운동장 트랙에 나갔다.

8시쯤에 도착했는데 엄.뿔을 보느라 아직 안 나왔는지  사람이 별로 없었지.

연우는 역시나 털푸덕 앉아서 흙장난을 하고 나하고  ZL은 번갈아 트랙을

한바퀴씩 걸었다. 나중엔 연우도 뛰었는데 '나 금방 올께, 엄마는 여기 있어!'

하면서 따라오질 못하게 해서 난감했다. 

걸으면서 계산 헷갈리는거 생각해보려고 했는데

역시 계속 헷갈려서 나중엔 졸음이 오려고 해서 그만 뒀다.

한바퀴 돌고 연우랑  ZL  있는데 와서, 둘이 깡총거리는 모습이 저 앞에 보이는데

'정말 평화롭구나.' 이런 느낌이 스며들었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지만 노력하면 한방울은

나올것 같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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