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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을 둘러싼 최근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 <의견서 4>

 

민주노총 대대 이후


박 준 형 | 회원 (공공연맹)


민주노총 대대가 있던 2월1일 바로 전 주말에는 비정규운동 대토론회가 진행되었습니다. 98년 금융위기와 구조조정 이후 비정규직 운동이라는 것이 모습을 드러내고 5년여가 흘렀습니다. 98년 노사정위를 통해 정리해고/파견법이 법제화된 후 7년만에 새로운 노사정위는 비정규악법을 유사한 방식으로 민주노총과 합의처리할 것이라는 점에서 시기적으로 보아도 의미심장한 일입니다.

마침 비정규운동 대토론회가 있던 전날인 28일에는 지역의 공공부문 비정규,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조직인 광주전남공공서비스노조가 출범했습니다. 출범까지 오는 지난한 과정에서 주체들이 기울인 노력과 투쟁, 이 조직의 의미를 생각해볼 때 지켜보는 저로서도 무척 가슴 뿌듯하고 감격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출범과정에서 조직 구획 등 문제로 작은 논란이 있었는데, 지자체 비정규직 중 상대적으로 조건이 좋은 '상용직' 중 도청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이미 존재하는 '상용직'노조가 아니라 공공서비스노조에 가입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이 분들이 공공서비스노조에 가입한 이유는 (1) 자신들보다 숫자가 더 많은 민간위탁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조직에서 싸우지 않으면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없으며 (2) 상위비정규직인 '상용직'만을 배타적 조직대상으로 하는 '상용직'노조는 운동적 대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도청 비정규직 주체 중 한분은 전노협 시절 광노협에서 활동하셨던 분이었습니다.)

비정규직이 '정상적' 고용형태가 된 현실에서, 이제는 오히려 정규직이 비정규직의 연대를 요청해야할 시기일 것이라는 점, 전노협과 함께 노동조합운동에서 밀려났던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조합으로 다시 노동운동에 진입한다는 점 등에서 상징적인 일이죠.

29~30일 비정규직운동대토론회에서도 여러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시대에 새로운 노동자대중이 진출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빈곤과 불안정화에 내몰리는 이들은 확실히 90년대를 거치면서 제도화된 노동조합에 속한 조합원들과는 다른 종류의 운동을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민주노총과 같이 (전투적) 경제주의에 빠지거나 제도화전략의 미망에 빠질지,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말입니다.


2월1일의 대의원 대회에서 일어난 일들은, 이러한 조건에서 이해되어야할 것같습니다.

민주노총 집행부가 사회적 합의 안건을 계속 상정하고 강행하려는 이유는 총파업을 해봐야 법안처리를 막을 수 없으며, 그나마 사회적 합의기구에 들어가는 것이 (누구의?)'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 강력하게 항의한 주체들은 (비록 정파적인 입장이 반영되었다고 하더라도) 비정규직 운동 주체들이었는데, 이들은 민주노총의 이러한 행태에서 투쟁을 회피하고 비정규직을 배신한 정규직노조의 한계를 그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충돌에서 전선은 비록 그 외양으로는 국민파:현장파(좌파)의 구도일지라도(중앙파는 시종 애매한 입장과 자세를 보였습니다), 그 안쪽에는 신자유주의 하 노동자운동의 단절선을 따라 형성된 전선이 착종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정권의 입장에서는 노동정치 체제의 재편의 마지막 단계를 추진하는데 있어 민주노총 집행부와 협력할 수 있는 조건입니다.(민주노총의 2월 중 대대 강행, 이해찬의 법안 처리 연기 가능성 시사 등 모든 정황은 구체적으로 민주노총 집행부와 정권 차원의 교감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98년 노사정위 합의는 교원/공무원노조 합법화 등 집단적 노사관계의 유연화/제도화와 하나의 패키지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개별적 노사관계, 노동시장에 있어 유연화를 추진하고 노동운동을 제도화시켜 파트너로 만드는 일련의 신자유주의적 노동개혁의 연장선입니다.(이는 이미 95년 이후 김영상 정권 때부터 매시기 마다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2005년 노사정위도 마찬가지로 노사관계 로드맵이라는 집단적 노사관계의 유연화와 제도화, 비정규악법이라는 개별적 노사관계, 노동시장에서 유연화를 동시에 추진하기 위한 기획입니다. 이 두가지의 연관과 결합 때문에 노동자운동 안에서 쟁점은 이번 비정규악법저지투쟁-사회적합의 두 안건의 대대 동시 상정과 논란처럼 다소 관계없어 보이는 것들이 함께 제기되도록 만듭니다.(민주노총의 두 안건은 계급투쟁의 당사자로서 개입하는 국가가 드러나는 두 장면인 셈입니다.)

문제는 민주노총이 대대에서 안건을 공식적으로 통과시키고 노사정위에 들어가는 요식행위를 하지 않았다 뿐이지 이미 대세는 결정났다는 것입니다. 남한의 노조운동은 95년 민주노총의 출범과 함께 지속적으로 제도화 전략을 취해왔습니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공식 협상파트너가 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왔고 이번 대대에 올라온 사회적 합의 안건은 그 귀결일 뿐입니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노사정위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노사정대표자회의 등 각급 채널을 통해 정부와 이런저런 협의를 진행해왔습니다. 또 민주노총의 각급 조직들은 이미 각종 위원회 참가, 정부지원 등을 통해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일 뿐 아니라 국가장치 그 자체와도 몸을 섞어 왔습니다. 지금 상태에서 사회적 합의기구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 되어있습니다. 80년대말, 90년대 초를 거치면서 90년대 중반 제도화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하는 주류의 노동자운동, 대공장 정규직노동자를 중심으로 하는 이 운동이 '제도화'의 마침표를 찍고 있을 뿐입니다. 민주노총의 비극이라면, 자신은 충분히 제도화되더라도 이미 노동자대중의 소수로 전락한 정규직 노조의 협소한 기반으로는 국가와 이렇다할 제대로된 타협도 만들어낼 수 없다는 점, 이에 따라 조직적 불안정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있을 것입니다.

민주노총 대대에서 벌어진 현장파, 좌파,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항의는 이미 그 결과가 예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저항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비극적인 시도일 것입니다. 또 그런 점에서 비록 민주노총 집행부의 '될 때까지 한다'는 입장 속에서, 거수기 대의원들로 이루어진 민주노총 대대의 구조 속에서 결국 이길 수는 없겠지만 정당한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노총이 취해온 노선의 최종적 귀결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역사적 평가를 남겨야하기 때문입니다. 또 격렬한 충돌을 통해서 노동자운동의 균열이 가시화되어 있다는 점을 확연하게 드러내주었고 그 의미를 활동가와 대중 모두에게 사고할 수 있도록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폭력적인 방법'이 옳냐 그르냐 하는 것은 전혀 쟁점일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번 대대에서 드러난 그 '균열'의 의미를 올바르게 사고하고 평가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번 대대는 단지 국민파의 타락한 시도인 것은 아닙니다. 이미 민주노총 조직의 수년간 운영의 필연적 귀결이었다는 점에서 중앙파, 현장파.좌파를 포함한 기존의 민주노총 정파들 모두에게 자기반성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또 그런 점에서 이 균열의 선이 기존의 정파들의 균열선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로질러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합니다.

노동의 불안정화가 전면화되는 과정에서, 정권이 그것을 법적으로 제도화하고 전면화하려는 시점에서,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운동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다른 것도 아니고 '사회적 교섭' 안건을 두고 이러한 균열이 폭발했는지를 생각해보아야 것입니다. '새로운 계급주체의 형성'이라는 과제가 더욱 실천적으로 전면화되어야할 시점인 것같습니다.


- "..따라서 노동자 조직들 (특히 계급정당)은 결코 노동자 운동의 총체성을 '대표'했던 것이 아니며 노동자 운동과 주기적으로 모순에 처해야만 했는데, 그 이유는 노동자 조직의 대표성이 산업혁명의 특정단계에서 중심적인 지위를 차지한 '집합 노동자'의 특정분파를 이상화하는 것에 토대를 두었기 때문이며, 동시에 그 대표성이 국가와 정치적 타협의 특정한 형태에 조응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기존 노동자 조직의 실천적 형태들에 반대하여 노동자 운동이 재구성되어야하는 순간이 항상 도래했다." [발리바르/계급투쟁에서 계급없는 투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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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을 둘러싼 최근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 <의견서 3>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 관한 단상


임 필 수 | 정책국장


이번 대의원대회에 대해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는데 반해 이 문제에 관해 공개적인 입장 표명이 즉각적으로 그리고 활발하게 벌어지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이번 사건이 매우 엄중한 문제라는 것을 방증한다고 생각한다.

한편 나 역시도 사태의 전 과정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참세상뉴스나 몇몇 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해본 정도다) 그 후과가 어떻게 드러날지 헤아리기 쉽지 않으므로 당장 뚜렷한 의견을 제시하긴 어렵다. 다만 한가지 의문을 표하고자 한다.


누가 '민주주의의 파괴자'가 되었는가?

언론은 이번 사태를 두고 '강경파 세력의 맹목적인 폭력행동'으로 규정지으려하는 듯하다. 이런 언론의 시각을 우리가 수용할 필요는 전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여파가 언론의 선정 보도로 끝나지 않을 듯하다. 항상 '희생양'을 필요로 하는 노무현의 정치행태로 볼 때, 앞으로의 국면에서는 노조가 그 목표가 될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 얼마 전 노정권은 재벌의 과거 분식회계는 털어 주겠다고 밝혔다. 재벌에게 손끝도 대지 않겠다는 뜻일 터인데, 그렇다면 누가 유력한 대상이 될 것인가?)

한편, 충분한 공론화와 합의 과정 없이 공약사항이라는 점만을 내세워 이를 대의원대회에서 관철시키려고 했던 현 지도부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져버린 일차적인 책임이 있으며, 동시에 반대세력도 결과적으로 동일한 오류를 범한 것이라는 양비론이 제기될 여지도 충분하다 (민주노총의 극단적 분열을 대중들에게 드러냄으로써 대중들의 사기저하를 초래했고, 보수세력에게 악선전의 빌미를 주었다는 점도 추가될 수 있다). 이는 직접적인 행위자들 모두가 민주주의가 작동 불가능한 방식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일 것이다. 그러나 왜 이런 사태가 계속 반복되고 있는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더 큰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할 듯하다.

대의원대회의 진행 경과를 보면 대의원/참관인의 대립구도로 갈등이 진행된 듯하다 (참세상 뉴스에 따르면 시작 시점에서 대의원 450여명, 참관인 400여명 정도였다고 한다). 이것이 어떤 현실을 반영하는가? 내가 생각하기에 이는 현재 민주노총의 조직구성이나 의사집행결정 구조가 광범위한 노동자대중의 현존 -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존 - 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가 생각한다 (예컨대 이수봉 대변인은 이번 사건을 '단체, 학생, (해고자, 비정규직, 미조직 등) 비조합 소행'으로 규정했는데, 이러한 발언이 오히려 진실을 드러낸 것이리라.)

이를 단적으로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기존노조의 과잉 대표성', 또는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것에 반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대중/운동)의 과소 대표성'이라고도 칭할 수 있을 듯하다 ('현재 민주노총 조합원의 절대다수는 사회적 교섭을 원하고 있다'는 현 지도부 측의 말은 완전히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비정규직 운동이 성장하면서 자기조직화가 (여러 난관 속에서도) 일부 진척되고 있는데, 이것이 현재 민주노총의 의사결정 과정에는 반영될 여지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사실. (또한 노동단체활동가는 왜 노동자운동의 동등한 구성원이 될 수 없는가도 짚어보아야 할 문제리라.)


노동자운동의 역사를 보더라도, 생산방식의 전환 과정에서 주변화되거나 새롭게 형성되는 노동자대중 및 운동의 형성은 기존의 운동/조직과 갈등적인 과정을 겪었고, 이것이 운동의 이념․조직의 재편이나 주류적인 경향의 교체, 아니면 공도동망으로 드러났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현재 민주노총은 과도기적인 모순적 상황에 놓여있고, 이것이 대의원대회를 통해 폭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 문제가 전진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현재와 같은 대립구도가 앞으로 반복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지 않겠는가 여겨진다. 그렇다면 현재의 민주노총의 조직구성이나 의사집행결정 구조가 '민주주의가 작동 가능한 방식'으로 근본적으로 개조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구체적인 실행방침, 즉 대의원구조의 개방을 포함하여 (아니면 다른 무엇이라도) 노동자운동의 대표성을 다시 획득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들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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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을 둘러싼 최근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 <의견서 2>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사태 평가의 쟁점


이 상 훈 | 조직교육국장


1. 대대사태 평가의 세 가지 흐름

- 대대사태 평가는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진행 중이다.

1> 이번 사태를 노동운동순치의 계기로 보는 정권과 언론의 평가(사회적 대화를 통한 투쟁과 교섭의 병행,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 정립의 계기로 보는 민주노총 우파의 입장은 이에 종속되어있다.)

2> 사회적 합의주의 반대의 입장은 옳았지만, 대응전술의 과도함이 있었다는 입장(사회적 합의주의 분쇄를 위한 불가피한 사태였다는 전노투 일부의 입장 포함)

3> 이번사태를 지체된 민주노총 혁신의 필연적 귀결로 보고, 대안적 노동자운동 창출에 매진해야한다는 입장


- 정권과 언론은 이번사태를 의외로 ‘노동운동 죽이기’로 몰고 가기보다는 ‘노동운동순치’의 계기로 삼고 있다.

: 순치의 기본방향은 1> 민주노총내의 강경파 분리매도와 정규직대공장 노조의 기득권 제한, 2> 노동운동에 잔존하고 있는 잠제적인 반체제적인 지향의 최종적인 제거, 3> 대형노조에 대한 외부회계감사와 같은 통제감시장치 도입, 4> 노동운동의제를 기존의 ‘일자리 지키기’에서 ‘일자리 창출’로 유도, 5> 고용신축화와 일상적 구조조정 지속의 파괴적 효과와 점증하는 사회 갈등적 요소들의 관리를 위한 안정적인 협력 파트너쉽 형성


- 민주노총 우파는 자신들이 이미 제출한 노동운동혁신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대응

: 우파의 혁신방안은 1> 투쟁일변도의 노동운동을 교섭과 투쟁을 병행하는 타협적 노동운동으로 2> 전투적 조합주의의 기반이 되어온 대공장 기업별 노조를 중앙집권적인 산별로, 3> 이미 상당부분 사라진 노조의 사회 변혁적 운동의제와 문화를 개별적이고, 정책대안적인 사회개혁의제로 바꿔내는 것이다.


- 전노투의 일부 강경세력은 이번 사태를 사회적합의주의 분쇄를 위해 벌어진 안타깝지만 불가피한 사태로 인식한다. 이들은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는 투쟁으로 돌파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혹은 위기 부인) 그러나 구체적인 투쟁계획과 전망의 부재는 이들의 주장을 다분히 의지주의적인 입장수준에 머물게 하고 있다.

- 전노투, 노힘, 중앙파 일부를 포함한 민주노총의 다수 현장 활동가그룹의 기본 태도는 사회적 합의주의 반대의 입장은 옳았지만, 대응전술의 과도함이 있었다는 것이다.


- 이번사태를 민주노총 우파와 정권의 사회통합이데올로기에 대한 좌익적 비판의 부재로 인해 발생된 것으로 보고, 대안적인 노동자운동 창출에 매진해야한다는 입장. 그러나 사회진보연대를 포함한 이러한 입장들은 아직 현실적인 입장과 세력으로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2. 대대사태 평가의 쟁점 1

: 사태의 본질 - 사회적 교섭안 저지, 혹은 민주노총의 개량화 저지는 물리적 충돌을 감내할 수 있는 핵심쟁점이었는가?

- 이번 사태의 본질을 단순히 우파지도부에 대한 좌파의 문제제기 과정에서 빚어진 전술적 착오로만 볼 수는 없다. 즉 사회적교섭안 반대 입장은 옳았으나, 전술적 대응이 과도했다는 식의 평가는 문제의 핵심을 비껴간 사후적인 평론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사회적 교섭안 철회안」은 한창 벌어지고 있는 대중의 투쟁을 억누르려는 지도부를 무력화하여 투쟁을 지속하자는 형식도 아니었고, 별도의 투쟁 안을 거부하는 지도부를 타격하는 형식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사태는 당면한 <비정규직 개악안 저지 2월 파업>에 대한 찬반이 아니라 <사회적 교섭>안의 찬반에 머물렀을까?”, “왜 <사회적 합의안 철회안>은 변혁적 노동자운동의 구심이 되지 못하는 것일까?” 에 답해야 할 것이다.


- <사회적 교섭안>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이것이 노동자계급의 새로운 단결을 형성하기 보다는 노동자계급의 일부를 수혜적 참여 층으로 하는 ‘위로부터의 개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회적 교섭안>은 어떠한 개혁에도 반대하는 보수파와 근본적 변화를 추구하는 좌파 모두의 공격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사회적 교섭>에 대한 반대는 반<사회적 교섭>파를 결집하는 방식으로는 좌익적인 신자유주의 비판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즉 <사회적 교섭>에 대한 반대는 ‘위로부터의 정책개혁’과는 종별적인 노동자계급 주체 형성을 통한 ‘아래로부터의 대안형성’의 틀이어야 한다.


사태의 본질 : <민주노총의 대표성과 리더쉽 위기>

- 이번사태를 불러일으킨 민주노총의 근본적인 한계와 과제는 정권과 자본, 노동자운동의 각 정파 모두가 확인하고 있는 바대로, 비정규, 중소영세 미조직 불안정 노동자들의 문제를 민주노총이 대표하고 있지 못한 현실에 있다.

- 그러나 민주노총이 직면한 대표성(정당성)과 리더쉽의 위기는 민주노총의 투쟁 강경파를 배제한 순치로 풀릴 문제도 아니며, 그 역의 지도세력교체로 극복될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민주노총이라는 조직의 재건이 아니라 민주노총으로 표상되어온 사회변혁적인 노동자운동의 대표성과 리더쉽을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의 쟁점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러므로 민주노총의 위기는 민주노총에 대당하는 제3노총이나, 민주노총의 체계를 유지한 가운데 미조직노동자들의 점진적 조직화를 통해 해결될 문제도 아닌 것이다.


- 민주노총우파지도부와 전노투 등의 반대파는 민주노총이라는 노조조직 차원의 이익을 방어하고자하는 <구조조정 저지투쟁>의 관점을 공유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경제위기국면에서 미시적 경제정책조정의 성격을 가지는 구조조정을 막아내기 위한 방어적 활동이 어떤 유의미한 성과를 내올 것이란 확신은 누구에게도 없다.

우파지도부의 <사회적 교섭안>은 이같은 현실을 고스란이 받아들이는 대안으로, 노동자계급의 분할과 위계화를 동반하는 「위로부터의 정책개혁」 과정에 이들 불안정노동자들의 주체화가 아닌 민주노총이 「일자리 창출 파트너쉽 형성」(고용 유연화, 효율성임금체계, 일상적 구조조정)에 참여하자는 안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들은 투쟁과 교섭의 병행으로 표현된 허구적인 사회적 교섭과 정치적 경제주의 혹은 우파적으로 재해석된 사회적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전노투 등이 대표하고 있는 <사회적 합의주의 반대-실질적 총파업안>은 구조조정 저지투쟁의 형식으로는 극복되기 어려운 의지주의적인 대안이다. 원칙적인 반신자유주의 입장을 가지면서도, 정규직 비정규직 단결이라는 매우 불분명한 입장 하에서 기존 노동자운동의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 계획을 가지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는 우파에 대한 소수 반대파로서만 존립하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즉 <사회적 교섭안>에 대한 찬반은 민주노총이 직면한 대표성(정당성)과 리더쉽 위기라는 근본적인 문제와 깊이 관련되어 있고 또 그로인해 찬반논란이 증폭되었지만, 부재한 대안형성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대안부재의 책임소재와 상호반정립의 근거 이상의 역할을 하기 어려운 쟁점인 것이다.


3. 대대사태 평가의 쟁점 2

: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토론은 왜 불가능했는가?, 자기파괴적인 정파갈등의 원인은 무엇인가?

- 이번 사태는 사회적교섭 찬반논쟁의 격화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된 충돌도 아니며, 사회적교섭 반대입장의 전술적 착오도 아니다. 우리는 먼저 이수호 집행부의 사회적교섭안 강행처리 방침과 전노투의 사회적교섭안 철회방침의 충돌이 왜 물리적 충돌로 치달았는지를 발본적으로 숙고해야 한다.


- <사회적 교섭안>이라는 구체적인 안에 대한 찬반 입장은 뚜렷했지만, 당면현안인 <비정규직 개악안저지 2월 파업>에 대한 입장이 별다르지 않았던 상황에서 물리적 충돌의 파괴적인 후과를 정당화시켜줄 만큼의 실질적인 쟁점은 매우 불분명하였다. 민주노총지도부가 반대파에 비해 2월 파업 실행의 의지가 떨어진다는 사실은 2월파업의 상과 계획에 대한 분명한 논점에 기반하여 대중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

즉 양측의 대립이 물리적 충돌로 치달은 본질적인 이유는 당면한 <비정규개악안 저지 2월파업>으로 표현되는 구조조정저지투쟁의 불확실한 전망으로 뚜렷한 대안이 상호부재한 가운데, 양측의 대립이 대안부재의 책임전가 양상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집행부가 투표강행과정에서 보여준 비민주성과 전노투의 물리적 대응방식의 한계는 오히려 부차적인 원인이다.

양측의 물리적 충돌이 벌이지고 있던 현장에 걸려있던 <2월 총파업, 비정규개악법안저지> 플랭카드가 위기에 빠진 민주노총의 조직적 이념적 구조를 공유하는 강온파가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내세우는 대안부재책임의 알리바이였다는 사실이야말로 근본적인 현 사태 평가의 출발점이다.

그런 가운데 대의원대회 석상의 좌우대립은 일부 핵심 활동가들 간의 불분명한 심정상의 <사회적 교섭>을 옵션으로 하는 2월 투쟁안과 그렇지 않은 2월 투쟁안 간의 대립으로 나타났다. 즉 <사회적 교섭안>찬반 입장은 상호부재한 대중적 정당성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확보하고자하는 책임 떠넘기기의 양상을 띠었고, 이러한 대립은 필연적으로 대안 없는 물리적 충돌에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더욱이 경제공황시기에 기존의 고용-임금 및 노조조직을 방어하기 위한 투쟁은 지배체제와 지배계급의 위기 진행과정에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종종 대중의 일차적인 저항은 지배계급내 개혁분파의 정치적 동원에 종속된다. 집단적인 형태의 저항행동 마저 지배계급이 단결한 결과이지 피지배계급이 단결한 결과가 아니며, 이 과정에서 (기존 체계에 머물러있는) 조직대중의 자기방어행동은 점차로 내외부적으로 의심되고 공격받는 자기한계의 정당성여부에 골몰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때 대안체계적인 관점과 이에 부합하는 운동이 등장하기 이전에 객관적으로 주어진 운동의 방어적 한계를 받아들일 것이냐 거부할 것이냐의 형태의 쟁점은 기본적으로 자기파괴적인 성격을 가진다.

(망하는 회사에서 회사-현장을 벗어나는 계획 없는 구조조정반대는 노조사수VS구조조정수용으로, 국민경제적인 민족(국가)적 대안을 벗어나지 못하는 반세계화 대안은 산업별 이해에 종속된 국제경쟁력-수출경쟁력 확보로 귀결되어 산업별 이해관계와 위계화에 기반하여 분열된 노동자들 간의 대리전이 된다.)


그렇다면 지배계급의 정치적 동원을 벗어나기 위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혹은 그 해결책을 찾아가기 위한 우리의 원칙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지배계급의 대응에 의해 출현하게 되는 새로운 계급투쟁의 조건을 객관적인 기반으로 하는 대안체계적인 운동 형성의 성패에 달려 있을 것이다. 또한 대중의 자기방어행동은 정치적으로 한계적이지만, 그 자체로 정당하며, 대안체계적인 행동은 자기방어행동의 외곽이 아니라 그 내부로부터 형성된다는 점이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우리가 가장먼저 확인해야할 기본원칙이 아닐까한다.


4. 대대사태 해결방향

: 2/22 대의원대회의 평온한 개최와 폭력사태 주동자 징계는 사태의 형식적인 봉합에 불과하다.

- 민주노총집행부의 사태 해결방향은 기본적으로 비조합 단체, 비대의원 현장조합원의 대대 참가제한과 대회장내 질서규율 확보일 가능성이 높다. 2/1 사태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되었던 것도 참관인석의 연호(대회장 참가)에 대한 물리적 제지였다.

그러나 민주노총 조직의 폐쇄성이 강화되는 방향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민주노총은 그 설립과정에서 비노조 노동자운동단체 배제, 지역운동으로부터의 노동자운동 철수를 감행함으로써 탈사회운동적인 방향을 지향했다. 오늘의 사태가 이러한 반사회운동적 지향이 빚은 근본적 혁신 지체의 결과라고 본다면, 비노조 운동단체, 해고자, 미조직-비정규직 비조합원, 비대의원 평조합원의 대의원대회 논의참여-참관을 제한하고, 토론질서규율을 강화하는 등의 대응방향은 이러한 민주노총의 운동사적 역행에 입각한 반동적인 대응인 것이다.

민주노총의 대표성 위기는 오히려 조직구조를 더 열린 구조로 혁신하는 방향을 통해서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또한 민주노총 지도력/조직력의 위기의 원인은 민주노총집행부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현장(동력)과 무책임한 전투성도 아니며, 우파 지도부의 타협과 변절도 아니다. 자본주의 구조적위기와 이에 동반하는 민족국가-정치의 위기, 말하자면 집단적해결방식의 포기와 대안부재가 그 원인이다. 때문에 그 대안 역시, 전투성의 완화, 강경지도부구축이 아니라 민주노조운동의 보다 확장된 연대와 민주적 관계의 재정립 과정을 통해 새롭게 형성되어야하는 과제인 것이다.


5. 우리의 입장과 과제

: 불개입인가, 대안적 비판의 형성과 새로운 대중운동적 실험의 착수인가?

- 현실적합성과 지도력을 잃은 사상이념이 새로운 대중적 기반의 창출과 사상이념의 자기 혁신 없이 자기세력의 기득권을 중심에 놓고 움직이는 경우, 기존의 조직과 사상체계는 종파주의적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 없는 묵시록적인 개탄은 또 다른 책임전가일 뿐이며, 침묵과 방조에 다름 아니다. 전노투 등의 대응이 우파지도부에 대한 책임전가를 통한 반정립인 것처럼 전노투 등에 대한 책임전가를 통한 ‘반정립의 반정립’ 이상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하에서 ‘우파의 타협과 변절’이 노동자운동 위기진행의 구조적인 조건인 것처럼 ‘좌파의 무능’ 또한 비난과 책임전가로는 풀릴 수 없는 구조적 조건이다.


: 운동의 재개와 금융-군사세계화 비판에 적합한 운동 좌파의 형성, 노동조합의 사회운동적 개조

-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당형태의 위기’라는 개념을 이용하여 분석해왔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정파성의 지양과 ‘운동의 재개’를 통한 ‘운동좌파의 형성’, ‘노동조합의 사회운동적 개조’라는 대안방향을 논의해왔다. 노동자운동의 근본적 혁신에 대한 이러한 pssp의 기본방향은 분명하다. 그러나 입장의 추상성과 조직적 근거의 부재 속에서, 현실적으로 양측의 대립이 2/1사태와 같은 방식으로 격화되는 과정에서 pssp와 같은 입장은 자기입지를 확인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적인 노동운동 혁신군 형성의 과제는 양적인 문제가 아니라 보다 발본적인 입장/계획의 형성, 제3의 대안을 실현하는 모범(소규모일지라도)의 현실적 실험의 지속이라는 측면으로 접근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그간 우리가 줄곧 주창해온 노조조직의 사회운동적 개조, 사회적 연대 실현의 문제의식에 입각해볼 때, 노동자운동의 새로운 대안적 방향을 추상적인 차원에서나마 정리해보자면, 그것은 1> 인간학적(성적 지적) 차이속의 평등과 국제주의에 적합한 새로운 노동자운동의 사상이념 혁신과, 2> 현장주의와 정파성의 동시극복을 통한 대안적인 노동자 운동형태(ex)노동자 지역사회운동)의 창출일 것이다.


이를 통해 pssp는 현재 존재하는 민주노총내의 좌우대립을 지양하고자하는 기본 방향 하에서, 기존현장좌파에 대한 ‘비판적 지지’라기 보다는 ‘지지적 비판’의 태도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노동자운동의 우경화와 코포라티즘화에 대한 보다 발본적인 대안적 비판의 지속적인 탐구와 쟁점 형성의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며, 동시에 우파의 변절과 좌파의 무능을 객관적 조건으로 하는(양비론이라기보다는 자기파괴적 대립을 상대화시켜내는 방식의) 다양한 현실 대중운동적인 실험을 지속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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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을 둘러싼 최근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 <의견서 1>

 

최근 민주노총을 둘러싼 사태에 부쳐


정 영 섭 | 노동차장


1. 사태의 역사적 성격

기아차노조 광주지부의 채용비리 사건과 뒤이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사태는 2002년 발전파업에 대한 연대파업 철회사태보다 훨씬 더 큰 파장으로 노동운동을 뒤흔들고 있다. 후자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사유화 저지투쟁 과정에서 이에 대한 연대파업 추진이 철회되어 노동운동 내적으로 연대성과 지도력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다면(공동의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을 유실시킨 문제), 전자는 사회적 교섭이라는 대립적인 사안을 놓고 발생한 물리적 충돌이 기층 조합원과 일반 대중에게 일파만파로 뻗쳐 대사회적으로 민주노총의 조직적 정당성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민주노조운동의 정당성 자체를 뒤흔든 문제). 따라서 노동운동사적으로 볼 때 이번 사태는 97년 이후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와 노동의 불안정화에 대응하는 대안적인 노동자운동의 전략 정립이 지체되고 방어적인 투쟁만이 반복되면서,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노동자운동의 모순이 부정적으로 폭발한 것이다.

“혼란과 분열만이 남았다... 현직 노동조합 간부로서 이 상황에 대한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는 어느 활동가의 고백은 비단 한사람만의 고민이 아닐 것이다. 노동자운동에 직간접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모든 활동가들이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향후 운동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사태 발생 전이나 좋았던 과거의 상태를 만들자는 것 혹은 봉합하는 것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현 상황을 노동자운동의 미래에 대해 근본적으로 토론하는 계기로 삼아서 역사적인 전환점 또는 새로운 운동의 출발점으로 만들어갈 순 없을까?



2. 다양한 해법, 근본적 한계

지난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이후 사태에 대한 해법은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우선 민주노총 지도부를 위시한 소위 국민파의 대응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조직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폭력성은 뿌리뽑아야 한다는 입장을 제출하고 있다. 민주노총에서는 2월 3일 기자회견을 통해 기아자동차 간부 비리사건과 대의원대회 폭력사태에 관한 대국민 사과, 조직내 민주주의를 거부하고 폭력을 행사한 반조직 행위에 대한 조사와 엄중한 처리, 조직의 총체적 위기상황에 대한 무한책임감에서 임시대의원대회 개최전까지 위원장 스스로 근신하며, 선출기관인 대의원대회에서 위원장 재신임 여부 최종결정, 조합원과 간부들의 단결과 혁신으로 민주노총 위기 극복 호소 등을 밝혔다. 그리고 8인으로 구성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그에 따른 후속조치를 취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논란이 된 사회적 교섭을 추진하는 당사자들이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 노무현정권이 비정규 노동법개악안을 통과시키면 사회적 교섭은 폐기하고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만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격렬한 반대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인 표결만 강행하여 민주성을 스스로 훼손했음에도 도리어 폭력을 빌미로 민주주의 운운하는 것은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외면하는 자기정당화일 뿐이다.

경제위기하에서 신자유주의 정권이 요구하는 것이 위기관리와 이에 대한 책임분담으로서 노동자운동 상층의 포섭과 전투적 부위의 배제인데 그 허구적인 사회적 합의주의에 적극적으로 조응하면서 세상을 바꾸는 총파업을 말하는 것은 심각한 자기모순이거나 망상이다. 더 나아가 이를 사회연대적 노동운동으로 포장하는 것은 위기와 이행 문제에 대한 사고없이 이를 사회적 타협으로 대체하려는 우익적 전망이다.


한편 대의원대회 사태를 주도했던 진영은 물리력행사는 정당했고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개진하면서 비정규 노동법개악에 맞서는 총파업만이 살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위기는 언제나 투쟁으로 돌파해왔다는 주장이 곁들여진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 역시 경제위기와 대중의 우경화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 없이 방어적인 전투성과 지도부 비판으로만 경도되고 있다. 허구적인 사회적 합의주의와 전투적 실리주의를 넘어 노동자운동의 근본적인 혁신과 대안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고, 그 결과 이번 사태에 대한 성찰 없이 반대세력 비판에 기반한 자기정당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극한의 생존적 위기를 겪으며 수동화된 대중은 날로 우경화되는 노동조합의 알리바이가 되었다. 그리고 점차 자신의 능력 및 구체적인 활동성과에 기초하지 못한채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이러한 탈운동적인 연쇄가 대중적인 불신의 대상이 됨으로써 대중, 운동, 정파 사이의 분열과 괴리는 더욱 깊고 복잡한 악순환에 빠지게 되었다.


보다 고민을 집중해야 하는 것은 민주노총, 노동자운동이 갈 데까지 갔고 희망이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을 해체해야 한다는 수구보수언론의 입장은 차치하더라도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일반 대중의 즉자적 반응이 그러하다는 것이다. 이는 민주노총으로 대표되어온 노동자운동을 바라보는 시각을 반영하고 있을 터인데, 대기업 정규직 남성노동자의 이해를 중심으로 한 노동자운동에 대한 불신과 원망에 기인한다고 보여진다. 즉 평균적인 노동자들의 이해와는 동떨어져서 일부 집단만의 이해를 대변하는 운동과 그 내부의 사태에 대한 강한 회의감이다. 정권과 언론의 여론호도가 작용했다 하더라도 이것이 대중이데올로기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민주노총 지도부가 고개숙여 사과하고 내부 자정을 하겠다고 해도, 총파업을 하자고 호소해도 쉽사리 바꿀 수 없다. 역사적으로 쌓여온 문제가 폭발하여 민주노총과 노동자운동의 표상이 그렇게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노동자운동의 표상을 중단기적으로 새롭게 구축하는 수밖에 없다. 그것은 노동자운동의 사상과 이념, 조직형태, 주체형성, 대중운동, 이데올로기 등 총체적인 면에서 노동자운동을 보편적 해방운동으로 새로이 만드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3. 무엇을 할 것인가?


1) 차기 대의원대회에서 어느 일방이 의도한 형식적인 결과(표결에 의한 사회적 교섭안 통과 혹은 또 한번의 결렬)가 나타나더라도 그것은 이번 사태를 노동자운동의 전환점으로 만드는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 서로에게 상처만 남길 것이다. 오히려 위기를 철저하게 인식하는 것이 고민과 토론의 분위기를 만드는 시작이다. 따라서 활동가들은 금번 사태에 관해 광범위하고 개방적인 토론을 다양한 수위에서 의식적으로 조직해야 한다.


2) 보편적 해방운동을 지향하는 노동자운동의 지향을 수립해야 한다. 그것은 경제위기와 세계화, 전쟁이라는 조건을 아래로부터 바꿔낼 수 있는 사회운동적 지향이다. 예컨대 무상의료 무상교육은 그러한 조건에서 가능하지 않다. 현재의 체제를 장기적인 이행의 과정으로 간주하고 그에 맞는 운동을 창출해야 한다. 사회화와 노동에서 밝힌 바, 대안세계화운동에 적합한 노동자운동, 여성운동과 함께가는 노동자운동 등이다.


3)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노동자운동의 표상을 바꿔내야 한다. 그것은 노동자운동이 어렵고 힘없는 노동자들을 중심에 놓고 운동한다는 표상을 획득하는 문제이다. 흔히 비정규직, 중소영세, 여성, 이주노동자들로 드러나는 이들의 문제는 기존 노동자운동에게는 도전이자 부담이다. 그러나 연대성의 확장과 계급형성을 위해서도 이는 핵심적인 과제이다.


4) 따라서 비정규, 중소영세,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주체화가 무엇보다 관건이다. 노조운동을 포함하여 노동자운동은 이 방향에 적합하게 스스로의 운동방식과 구조를 바꿀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최저임금 현실화문제, 근로기준법준수 문제 등을 전면에 놓고 노조 바깥의 노동자들의 불만을 조직해내야 한다.


5) 이는 기존의 노조 조직체계를 넘어서는 문제일 수 있다. 또한 경제위기 하에서 일정수준 이하의 기업들에서 노조설립이 폐업이나 자본도피로 이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노동조합이 아닌 지역에 기반한 노동자운동체가 필요하게 된다.


6) 노동자운동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의 민주성 역시 쟁점이다. 현재 민주노총 의결구조 내에는 비정규직 등이 적절한 대표성을 행사하지 못하는 과도기적인 상황이다. 총연맹의 구조 뿐 아니라 각급 연맹과 지역본부 등도 비슷하리라 보여진다. 노조내부에서 대표되지 못한 부위와 노조로 포괄되지 못한 노동자 역시 노동자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 형성과 구조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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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텐베르크의 유물 '저작권법'

김정우/네트워커 편집장 :: patcha@patcha.jinbo.net

 

  문화관광부 정동채 장관을 비롯해서, 문화관광위원회 국회의원 전원이 저작권법 위반 행위를 인터넷상에서 버젓이 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전국민에게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빗발치고 있는 네티즌들의 분노성 글들이 이해가 갈만도 하다. 실제 입법을 책임지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저작권법에 대한 의식정도가 초등학생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창피할 따름이다. "초중고교 과정에서 저작권에 대한 교육과정을 삽입하겠다"는 정동채 장관의 말, 도대체 자신이 무슨 말을 한 것인지, 제대로 내용파악이나 했는지 정말로 궁금하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 국회의원들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단순히 법을 어겼다는 것 때문이 아니다. 변화하는 디지털 사회에 대한 네티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넷심에 대한 무관심죄, 상식에 맞지 않는 저작권법으로 모든 네티즌을 범죄자로 몰아 붙인 위협방조죄,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법이 도대체 무슨 법인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직무유기죄 등이다. 정동채 장관 및 문광위 의원들은 이제라도 국민 앞에 정중히 사과하고 인터넷 문화에 맞게 저작권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공유의 공간"이라고 설명한 이글루스 블로그 운영자의 말에 동감한다. 인터넷은 복제와 전송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런 인터넷에 복제와 전송에 대한 독점배타적인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 저작권법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이번 국회의원들의 어처구니없는 저작권법 위반사태는 얼마든지 속출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에서 비영리적이거나, 사적인 이용을 허락해야 한다는 네티즌들의 요구는 오히려 정당하다.

 

  차라리 네티즌 스스로가 저작권에 대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자. 네티즌들이 언제나 불법복제를 일삼는 범법자는 아니다. 공짜족이 판치는 인터넷이 아니다. 진정한 자유를 추구하면서도 자기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네티즌들이 훨씬 더 많다. 또한 새로운 문화에 발빠르게 조응하고, 'FreeBGM.net'rhk '정보공유라이선스' 같은 새로운 대안을 먼저 제시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네티즌들이 만들어 가는 인터넷 시대의 저작권 문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작권법이 디지털 환경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선의의 이용일지라도 인터넷에서 모든 국민들의 정보이용행위는 언제나 예비범죄자라는 오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미디어 학자 니콜라스 네그로폰테(Nicholas Negroponte)의 저작권법에 대한 신랄한 비판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저작권법은 완전히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 그것은 구텐베르크의 유물이다. 저작권법은 반동적인 태도이기 때문에 고치기보다는 완전히 폐기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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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에 대한 야만적인 탄압을 중단하라

2005.02.14
사회진보연대

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에 대한 야만적인 탄압을 중단하라

1. 지난 13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동조합 위원장 안기호 동지가 자본과 검·경에 의해 납치·체포되었다. 현대자동차 사측 관리자와 경비대 100여명이 안기호위원장을 납치한 후 대기하고 있던 경찰에 넘겨버린 것이다. 납치 및 체포과정에서 안기호위원장은 집단 구타를 당했으며 이를 숨기기 위해 경찰은 한시간여 동안 면회도 허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본과 검찰, 경찰이 벌인 이 합동작전을 보며 우리는 치떨리는 분노를 참을 수 없다.

2. 울산공장 101개, 전주공장 12개, 아산공장 15개, 총 128개 업체 1만여명 불법파견 판정!
27명 노조 간부에 대한 징계 및 해고! 100명에 달하는 5공장 파업노동자 전원해고! 노조간부 출입통제!
118명 형사 고소고발! 노조 부위원장·사무국장 구속! 백주대낮에 안기호 위원장 납치연행!
가족과 친지들에게까지 경고장 발송 및 전화연락을 통해 협박! 농성장에 대한 단전단수조치!
집회시위금지가처분! 퇴거단행 및 출입금지가처분! 수억 원대의 손해배상소송!
한시하청 파리목숨 불법대체인력 투입! 원하청 관리자들을 동원한 폭압적 현장통제!
최남선 동지를 분신자결로 몰아간 집회장에 쏟아지는 엄청난 경비대들의 폭력만행!

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에서 밝힌 이 같은 탄압을 보며 우리는 망연자실해질 수밖에 없다. 도대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는 것이,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스런'주장이기에 이토록 벼랑끝으로 내모는 것인가! 불법파견을 정규직화하라는, 법을 지키라는 주장이 그렇게도 발칙한 것인가? 불법파견을 정규직화하라는 정당할 수밖에 없는 요구를 무시하는 현대자동차 자본의 모습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동자의 고혈을 빠는 신자유주의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준다.

3.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 인사에서 '사회통합'을 아주 강하게 주장했다. 동시에 노동의 유연화, 즉 비정규직의 일반화를 말하며 노동법 개악안을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현자 비정규노조에 대한 탄압은 계속 이어졌다. 정규직이 비정규직화되어야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된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노동법 개악을 밀어붙이는 노무현 정권에게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사회통합, 사회적 합의를 외치며 노동자를 두들겨 패는 정권과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다.

4. 노무현 정권 집권 3년차, 정권은 이미 자신이 원한 바를 절반이상 달성했다. 신자유주의를 기반으로 불안정노동의 일반화를 위한 그들의 쉼없는 공격은 지금도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단호하고 간명한 투쟁의 양식은 오직 단결이다. 신자유주의가 그어놓은 분할선을 과감히 뛰어넘어, 인간의 권리,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단결해야 할 때다. 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의 투쟁에 힘차게 연대하며 다가올 2월 노동법 개악에 맞서 단결의 기치로 새로운 투쟁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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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2/1 임시대의원대회 사태, 어떻게 볼것인가

작성자 : 이상훈 사회진보연대 조직교육국장


<현 사태에 대한 게시판 토론을 위해 개인적인 단상들을 급하게 두서없이 썼습니다. 고려하여 여러분의 토론에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1/ 향후 사태 진행방향에 대하여


- 신문방송언론에서는 이번 사태를 민주노총 강경파의 폭력난동으로 규정하면서, 노사정 대화시도 좌절을 중점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민주노총의 내부분열과 폭력사태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민주노총 강경파 분리 매도에 중심이 실린 것이다.


- 이수호 집행부는 이번사태를 민주노총 대의원이 아닌 일부단체, 학생, 비조합원(해고자, 비정규직, 미조직사업장)이 일으킨 폭력사태로 규정하고, 이들 비대의원, 비조합원들의 참여와 이들과 함께 움직인 대의원 조합원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


- 사태를 주도한 전노투, 비정규직 연대회의, 노힘(이후 전노투 등으로 지칭) 등은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사회적 교섭안 철회에(두 번의 대대 유예로 결과) 실패한가운데 우파와 여론의 역공에 노출되어있는 처지인 것은 분명하다.


- 이번주 중 중앙위원회와 2월말 임시대의원대회 개최. 사회적교섭 안건은 재상정될 듯 하다.


- 이수호 집행부는 2/1 사태 책임추궁과 함께 여론의 추이에 따라 위원장집행부 사퇴-재신임안으로 자기세력 결집과 공세적인 국면전환을 노리는 대응방안을 구사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


- 임시국회에서 비정규 개악안이 통과될 경우와 유예될 경우가 있을 것이다.

국가보안법 처리 등을 둘러싼 한나라-열린 우리당의 대치가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는 경우 비정규개악안은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유예될 가능성이 높다. 열린우리당으로서는 민주노총 강경파의 분리타격을 통한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복귀를 작은 않은 플러스요인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단순히 사회적교섭안 철회를 방침으로 한 전노투 측의 물리적 동원이 1/16대대와 2/1대대 수준으로 조직되고 실행되기는 만만치 않다. (2/1 대대에서 시도된 안 철회/투표저지 방침만으로는) 중앙파와 비전노투세력의 적극적인 참여가 쉽게 보장되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 집행부 재신임안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교섭안 철회를 집행부 탄핵 수준으로 높이지 않는 한 수세적 위치에 몰린 전노투 측의 국면전환은 어렵다. 그러나 집행부 탄핵은 실질적인 성과가 보장되는 2월파업(당면 비정규개악안저지)계획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채택되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2/ 쟁점 추출



1/ ꡒ사회적 교섭철회 입장은 옳았으나, 문제제기 방식에 과도함이 있었다ꡓ는 식의 양비론은 현상황의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같은 양비론은 (분리될 수 없는) 입장과 문제제기방식에 대한 평가를 관념적으로 분리함으로써 벌어진 폭력사태에 맞서기 보다는 그것을 (관념적인 분리평가방식을 통해 지체된 노동자운동 혁신의 필연적인 귀결이라기보다는) 사후적인 평가의 형태로 회피 가능한 무언가로 부당하게 위치 짓기 때문이다. 평가의 핵심은 양측의 입장대립이 물리적 충돌방식으로 변질된 원인에 대한 사고이다.

그렇지 않다면, 전노투 등의 대응이 우파지도부에 대한 책임전가를 통한 반정립인 것처럼 전노투 등에 대한 책임전가를 통한 ꡐ반정립의 반정립ꡑ 이상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하에서 ꡐ우파의 타협과 변절ꡑ이 운동위기진행의 구조적인 조건인 것처럼 ꡐ좌파의 무능ꡑ 또한 비난과 책임전가로는 풀릴 수 없는 구조적 조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먼저 이수호 집행부의 사회적교섭안 강행처리 방침과 전노투의 사회적교섭안 철회방침의 충돌이 왜 물리적 충돌로 치달았는지를 발본적으로 숙고해야 한다. 양측의 대립이 물리적 충돌로 치달은 본질적인 이유는 당면한 ‘비정규개악안 저지 2월파업’과 구조조정저지투쟁의 불확실한 전망에 대한 뚜렷한 대안이 상호부재한 가운데, 양측의 대립이 대안부재의 책임전가 양상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이수호집행부가 투표강행과정에서 보여준 비민주성과 전노투의 물리적 대응방식의 한계는 오히려 부차적인 원인이다.

양측의 물리적 충돌이 벌이지고 있던 현장에 걸려있던 ?2월 총파업, 비정규개악법안저지 플랭카드가 위기에 빠진 민주노총의 조직적 이념적 구조를 공유하는 강온파가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내세우는 대안부재책임의 알리바이였다는 사실이야말로 현 사태 근본적 평가의 출발점이다.



2/ 이수호집행부와 전노투등의 반대파는 ‘2월파업-비정규개악안저지’를 공히 민주노총이라는 노조조직 차원의 이익을 방어하는 ‘구조조정 저지’투쟁의 관점에서 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경제위기국면에서 미시적 경제정책조정의 성격을 가지는 구조조정을 막아내기 위한 방어적 활동이 어떤 유의미한 성과를 내올 것이란 확신은 누구에게도 없다.

이수호집행부의 ‘사회적 교섭안’이 이같은 현실을 고스란이 받아들이는 대안이라면(투쟁과 교섭의 병행으로 표현된 허구적인 사회적 교섭과 정치적 경제주의 혹은 우파적으로 재해석된 사회적 연대), 전노투의 ‘사회적 합의주의 반대-실질적 총파업안’은 구조조정 저지투쟁의 형식으로는 극복되기 어려운 의지주의적인 대안이다.

경제공황시기에 기존의 고용-임금 및 노조조직을 방어하기 위한 투쟁은 지배체제와 지배계급의 위기 진행과정에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종종 대중의 일차적인 저항은 지배계급내 개혁분파의 정치적 동원에 종속된다. 집단적인 형태의 저항행동 마저 지배계급이 단결한 결과이지 피지배계급이 단결한 결과가 아니며, 이 과정에서 (기존 체계에 머물러있는) 조직대중의 자기방어행동은 점차로 내외부적으로 의심되고 공격받는 자기한계의 정당성여부에 골몰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때 대안체계적인 관점과 이에 부합하는 운동이 등장하기 이전에 객관적으로 주어진 운동의 방어적 한계를 받아들일 것이냐 거부할 것이냐의 형태의 쟁점은 기본적으로 자기파괴적인 성격을 가진다.

(망하는 회사에서 회사-현장을 벗어나는 계획 없는 구조조정반대는 노조사수VS구조조정수용으로, 국민경제적인 민족(국가)적 대안을 벗어나지 못하는 반세계화 대안은 산업별 이해에 종속된 국제경쟁력-수출경쟁력 확보로 귀결되어 산업별 이해관계와 위계화에 기반하여 분열된 노동자들 간의 대리전이 된다.)


그렇다면 지배계급의 정치적 동원을 벗어나기 위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혹은 그 해결책을 찾아가기 위한 우리의 원칙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지배계급의 대응에 의해 출현하게 되는 새로운 계급투쟁의 조건을 객관적인 기반으로 하는 대안체계적인 운동 형성의 성패에 달려 있을 것이다. 또한 대중의 자기방어행동은 정치적으로 한계적이지만, 그 자체로 정당하며, 대안체계적인 행동은 자기방어행동의 외곽이 아니라 그 내부로부터 형성된다는 점이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우리가 가장먼저 확인해야할 기본원칙이 아닐까한다.



3/ 이수호집행부의 사태책임 추궁 방향은 기본적으로 비조합 단체, 비대의원 현장조합원의 대대 참가제한과 대회장내 질서규율 확보일 가능성이 높다. 2/1 사태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되었던 것도 참관인석의 연호(대회장 참가)에 대한 물리적 제지였다.


그러나 민주노총 조직의 폐쇄성이 강화되는 방향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민주노총은 그 설립과정에서 비노조노동자운동단체 배제, 지역운동으로부터의 노동자운동 철수를 감행함으로써 탈사회운동적인 방향을 지향했다. 오늘의 사태가 이러한 반사회운동적 지향이 빚은 근본적 혁신 지체의 결과라고 본다면, 비노조 운동단체, 해고자, 미조직-비정규직 비조합원, 비대의원 평조합원의 대의원대회 논의참여-참관을 제한하고, 토론질서규율을 강화하는 등의 대응방향은 이러한 민주노총의 운동사적 역행에 입각한 반동적인 대응인 것이다.


민주노총의 대표성 위기는 오히려 조직구조를 더 열린 구조로 혁신하는 방향을 통해서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또한 민주노총 지도력/조직력의 위기의 원인은 이수호집행부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현장(동력)과 무책임한 전투성도 아니며, 우파 지도부의 타협과 변절도 아니다. 자본주의 구조적위기와 이에 동반하는 민족국가-정치의 위기, 말하자면 집단적해결방식의 포기와 대안부재가 그 원인이다. 때문에 그 대안 역시, 전투성의 완화, 강경지도부구축이 아니라 민주노조운동의 보다 확장된 연대와 민주적 관계의 재정립 과정을 통해 새롭게 형성되어야하는 과제인 것이다.


4/ 그간 우리가 줄곧 주창해온 노조조직의 사회운동적 개조, 사회적 연대 실현의 문제의식에 입각해볼 때, 노동자운동의 새로운 대안적 방향을 추상적인 차원에서나마 정리해보자면, 그것은 첫째, 현장주의와 정파성의 동시극복을 통한 노동자 사회운동의 실현, 2> 인간학적(성적 지적) 차이속의 평등과 국제주의에 적합한 새로운 노동자운동 형태 창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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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사태에 관한 짧은 메모

작성일: 2005년 2월 2일

작성자: 임필수 사회진보연대 정책국장


- 사태의 전 과정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하므로 당장 심층적인 분석을 어려울 듯하다. 다만 몇가지 의문만을 언급하고자 한다.


1. 누가 ‘민주주의의 파괴자’가 되었는가?


- 언론은 이번 사태를 두고 ‘강경파 세력의 맹목적인 폭력행동’으로 규정지으려하는 듯하다. 또는 충분한 공론화와 합의 과정 없이 공약사항이라는 점만을 내세워 이를 대의원대회에서 관철시키려고 했던 현 지도부나 이를 완력을 동원해 막으려고 했던 반대세력 모두가 큰 잘못을 범한 것이라는 양비론이 제기될 여지도 충분하다 (민주노총의 분열과 무능력을 대중들에게 드러냄으로써 대중들의 사기저하를 초래했고, 보수세력에게 악선전의 빌미를 주었다는 점). 그러나 왜 이런 사태가 계속 반복되고 있는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할 듯하다. 


- 대의원대회의 진행 경과를 보면 대의원/참관인의 대립구도로 갈등이 진행된 듯하다 (참세상 뉴스에 따르면 시작 시점에서 대의원 450여명, 참관인 400여명 정도였다고 한다). 이것이 어떤 현실을 반영하는가? 현재 민주노총의 조직구성이나 의사집행결정 구조가 광범위한 노동자대중의 현존 -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존 - 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가? (또한 이수봉 대변인은 ‘단체, 학생의 소행’으로 규정했는데, 단체활동가는 왜 민주노총의 동등한 구성원이 될 수 없는가?)

- 이를 단적으로 말하자면, ‘거대노조의 과잉 대표성’이라고도 칭할 수 있을 듯하다 (‘민주노총 조합원의 절대다수는 사회적 교섭을 원하고 있다’는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닐 것이다). 비정규직 운동이 성장하면서 자기조직화가 (여러 난관 속에서도) 일부 진척되고 있는데, 이것이 현재 민주노총의 의사결정 과정에는 반영될 여지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사실. 이 문제가 전진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현재와 같은 대립구도가 앞으로 반복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지 않겠는가 여겨진다.

- 그렇다면 현재의 민주노총의 조직구성이나 의사집행결정 구조가 ‘민주주의가 작동가능한 방식’이 아니라는 점을 문제제기해야 하지 않나?



2. ‘사회적 교섭구조 반대’와 ‘신자유주의 반대’


- ‘사회적 교섭’은 곧 ‘신자유주의의 파트너’를 의미하는가? 이 문제를 제대로 논파하지 못한다면 만에 하나 민주노총의 조직구성, 의사결정구조가 당장에 크게 바뀐다고 해도, 사태는 유사하게 반복될 여지가 크다.

- 또는 ‘사회적 교섭 반대’가 적극적인 의미에서 그 자체로 ‘대안’아 아니라는 점을 스스로 인식하는 게 관건이 될 것이다. 단적인 예를 들어 ‘비정규직 보호입법’과 같은 것을 추구한다면 ‘사회적 교섭구조에 대한 참여냐 투쟁을 통한 쟁취냐’라는 식의 대립구도는 쉽게 발 밑이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방식이 아니라면,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에 관한 공세적 투쟁계획이 제출되어야 할 것이다. 또는 신자유주의의 원리를 파괴하는 사회, 경제적 변혁의 전략을 구성해내어야 할 것이다.)

- 이 문제에 관해서는 사회진보연대의 활동이나 ‘전노투’의 활동을 스스로 반성적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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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대대 사태에 관한 의견서

작성자 : 이규철 사회진보연대 노동차장


1. 어제의 대의원 대회에 대하여

-논쟁이 사라진 노동운동. 숫자의 힘으로 무조건 밀어붙이려는 국민파와 이에 똑같이 숫자로 저항하며 대의원대회를 유회시켜버린 좌파. 논쟁은 사라졌으며 그 누구도 승리하지 못한 싸움. 모두가 패배했음. 향후 민주노총의 미래는 어디로 갈 것인가?

-민주노총 임시 대대는 지난 정기대대의 연장선이며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음

-지난 정기 대대 후 사회적 교섭 및 정부지원금 문제에 대해 어떠한 쟁점도 노동운동내에서 토론되지 않음

-결국 임시 대대는 토론과 논쟁이 아닌 힘대 힘으로 붙어버린 결과가 되어버렸음

-단지 토론이 죽어서가 문제다라는 식의 발언으로는 불충분. 현재 민주노조운동이 토론이 가능한 구조인지에 대한 고찰 필요. 혹은 토론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합리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지 고찰해볼 필요도 있음

-운동이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2. 향후 2월 투쟁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2월 총파업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민주노총 내 어떤 조합원도 민주노총 지도부가 총파업을 힘있게 진행하리라 믿지 않을 것

-지도부가 또다시 임시대대 개최를 시도할 경우 노동법 개악저지 투쟁은 물건너간 것이나 다름없음

-1월부터 시작했어도 시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인데 2월이 된 지금까지 지도부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

-민주노총 지도부가 대의원대회 유회 상황을 무시하고 단독으로 노동법 개악과 관련 정부 및 사용자측과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음

-이렇게 될 경우 일종의 담합을 통해 노동법 개악문제를 다음 국회로 연기하고 민주노총 지도부는 사회적 교섭의 명분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 존재

-그러나 이는 노무현 정권이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사회적 합의를 실제로 사활적으로 생각할 경우에 가능한 상황

-그것이 아니라면 사실 노무현정권으로서는 얻을게 없음. 결과적으로 민주노총 지도부는 총파업의 성사 유무에 자신의 명운을 걸기보다는 노무현 정권의 선택에 모든 것을 올인할 가능성이 상당함

-이 상황에서 비정규노조, 전노투 등의 좌파세력들이 총파업을 매개로 국면을 전환하기에는 역량이 매우 부족

-총파업을 통한 힘의 대결이 아닌 대중적 반대여론 조성은 가능한가?


3. 민주집중제의 문제

-대의원대회는 민주집중제의 전형. 민주집중제의 민주성을 보증해주는 것은 아래로부터의 논쟁형성 및 상층까지 조합원의 의지가 전달되는 것. 즉 아래로부터의 논쟁이 사라졌을 때 대의원대회의 민주성은 사라짐. 논쟁의 형성은 계급주체 형성과정의 필수요소. 대중이 자신의 목소리로 노동계급의 현실에 대해 발언할 수 있을 때 계급주체로 전화할 수 있음. 그러나 현재 민주노총 내에서 그런 논쟁이 형성되고 있는가? 이는 좌파역시 마찬가지라 할 수 있음. 단 한번의 논쟁도 거부한 채 회의를 유보시켜버린 것은 대중이 가지고 있는 형식적 민주주의에 대한 이데올로기에 의해 강하게 거부감을 유발할 것임. 한편 좌파의 판단에는 대의원대회에서 아무리 설득해봐야 대의원들의 뜻을 바꿀 수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전제. 이는 논쟁이 사라진 한국 노동운동의 현실을 반성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 좌파가 혁신을 논하고자 한다면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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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적과 담판을 짓고있는 것인가 - 제33차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참관기

이주환 (『노동사회』 편집차장)
물론 '우리' 내부에서도 대립과 갈등은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 자체로는 나쁜 것이 아니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이렇게 하나마나한 소리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은 이유는, 다른 것은 다 떠나서 '사회적 교섭(안) 승인 건' 논의를 앞두고 이어진 휴회, 유회 소동을 지켜보며 느꼈던 복잡한 기분 때문이다.


2005년 1월21일 속리산 유스호스텔 새벽 5시40분. 복도에서 웅성거림과 담배연기가 잦아들고, 2층에 마련된 기자실로 이수호 위원장을 비롯하여 밤샘 대의원회의를 끝낸 민주노총 임원들이 들어섰다. '사회적 교섭(안) 승인'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었던 이날 대회는 서른 세 차례에 이르는 역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중에서도 언론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은 자리였다. 방송카메라 여러 대가 단상으로 시선을 쏘아댔고, 20여명 기자들은 노트북 자판을 쉴새 없이 두들기며 따닥거렸다. 기자들 앞에 가로로 늘어선 민주노총 지도부는 창립이래 늘 그랬던 것처럼 당당한 모습이었지만, 조금은 피곤해 보이기도 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날 기자회견은 사회적 교섭방침이 어떤 식으로 통과되던 간에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에 따라, 비정규·양극화 문제나 무상의료 무상교육과 관련하여 사회적 교섭 또는 노·정 교섭을 공세적으로 제안하는 자리여야 했다. 그리고 2월 임시국회에서 비정규 개악안이 강행 처리될 시 강력한 총파업에 돌입할 것을 경고하는 자리여야 했다. 그러나, 아니 당연하게도, 사회적 교섭방침 논의라는 본경기는 시작도 못하고 끝난 상황에서 다른 자극적인 '사냥거리'를 찾던 기자들의 후각은, 대의원대회에서 가감없이 드러난 내부의 갈등과 훼손된 지도력으로 파고들었다.
"정족수 미달의 의미는 무엇인가?", "사회적 교섭을 반대하는 대의원들이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준비한 것 같다. 앞으로 대책은?", "일부 대의원들이 조직적으로 참여 안 한 것을 민주적 절차로 보느냐?" 등등. 열세시간이 넘는 대회 결과를 국민들에게 보고하기 위해 자리에 선 민주노조운동의 대표들은 2월 총력투쟁 계획, 무상의료 무상교육으로 집중된 사회적 요구,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한 50억원 투쟁기금 모금, 노동자 내부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임단협 전략, 2006년 세상을 바꾸는 큰 투쟁 등에 대한 공세적 선언이 아니라(사실, 했더라도 거의 무시당했겠지만), 노동자 민주주의의 '진실성'에 대한 보수언론의 의혹어린 질문에 해명해야 했다.

뜨겁지만 싱거웠던 33차 대의원대회
민주노총 대의원이라면 이번 대회가 과열양상을 보이리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충분한 논의를 위해 한차례 결정이 유보되어 이번에 다뤄지기로 한 사회적 교섭방침의 무게도 그렇거니와, 작년 말 비정규직 관련 민주노총 총파업에 대한 평가와 올해 2월 투쟁 방침 등을 둘러싼 '입장 차이'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게다가 1월14일 중앙위원회에서 안건상정이 부결되기는 했지만, 지난 해 노동운동의 원칙과 현실에 관련해 고민을 던져준, 보건의료노조 서울대병원지부의 조건부 탈퇴선언에 대한 징계처리 문제와 공공연맹을 탈퇴한 KT노조 중심으로 설립된 IT연맹의 민주노총 가입 승인 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도 쉽게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제33차 대의원대회 상정 안건 및 의사진행 경과

 

- 개회 선언: 총 대의원 785명(의사정족수 393명) 중 538명 참석.(오후 4시30분)

- 안건상정 위한 긴급발의(대의원 30명 이상 서명으로 발의 가능, 재적 인원 과반수 이상 찬성일 때 안건으로 상정됨)

  1) 보건의료노조 서울대병원지부 지부장 징계 철회 및 지부 운영 규정 승인 권고 안: 494명 중 223명 찬성, 안건 상정 안됨.

  2) 제9차 중집회의의 IT연맹 가맹 승인 취소 건: 493명 중 221명 찬성, 안건 상정 안됨.(저녁 6시30분)

- 저녁식사(대략 저녁 8시까지)

- <제1호 의안> 2004년 사업보고·평가 및 결산 승인 건

  1) 정원영 대의원(금속노조 부위원장) 발의, 2004년 사업평가 별도안: 467명 중 129명 찬성, 부결.

  2) 전해투 교부금 지급 관련 논쟁 및 조준성 대의원(발전노조 해고자) 관련 안건 발의 후 철회.

  3) 2004년 사업보고·평가 및 결산 승인 건 표결: 436명 중 327명 찬성, 통과.(저녁 11시10분)   

- <제2호 의안> 2005년 사업계획 및 예산 승인 건

  1) 서동식 대의원(현대자동차노조 조직강화팀장) 발의, 사업계획 중 비정규 조직화 50억 기금 모금 삭제 수정안: 425명 중 172명 찬성, 부결.

  2) 2대 특별사업비 예산으로 책정된 1억5천만원 중에서 1억원을 지역본부 교부금에 사용토록 하는 안: 통과

  3) 2005년 사업계획 및 예산 승인 건 통과: 산별교섭과 관련하여 사용자단체 구성 법적 강제, 유급 노조교육 법제화 추진 등의 내용이 추가 됨.(새벽 2시 조금 전)   

- <제3호 의안> 2월 총력투쟁 계획(안) 승인 건

  1) 이수정 대의원(학습지노조 소속) 발의, 비정규법안 상정과 상관없이 비정규연대회의와 함께 하는 '2월 말 하루 총파업' 수정 안: 399명 중 77명 찬성, 부결.

  2) 이상욱 대의원(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 발언, '투본대표자들 자기 자리를 걸고 파업사수의지 밝혀라.'

  3) 2월 총력투쟁 계획(안) 승인 건 통과: '총력 투쟁'에서 '총파업 투쟁', '정치권 내부의 친노동 진영을 광범위하게 조직하여'에서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등 문구수정 요구를 반영하여 표결 없이 원안 통과.(새벽 3시30분)    

- 정회(새벽 4시), 속개(새벽 5시): 중집회의 후, 의장이 일단 휴회한 후 1월28일 제4호 안건 이하 논의하자고 제안.

  1) 최용우 대의원(금속노조 충남지부장) 정족수 확인 제안.

  2) 이상욱 대의원(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 1월28일 대회 속개 반대(현대자동차노조 대의원대회와 일정 겹침을 이유로) 및 정족수 확인 재차 제안.

- 정족수 확인: 380명(의사정족수는 393명), 유회 선언(새벽 5시23분), 제4·5·6호 의안 자동폐기  

- <제4호 의안> 사회적 교섭(안) 승인 건    

- <제5호 의안> 고용보험과 국가예산 확보 및 남북교류기금 사용 승인 건

- <제6호 의안> 기타 안건




결국 이러한 분위기는 이번 대의원대회 안건 논의와 진행과정에 구체적으로 반영되었고, 예상대로 속리산 유스호스텔 대의원대회장은 뜨거웠다. 그런데 내가 그 속에서 느낀 '뜨거움'은 아무래도 우리 노동조합운동의 성장을 위해 다양하고 첨예한 쟁점을 논의하는 주체들의 '진지함'이 발하는 온도를 넘어서는 것 같다. 사실, 그 뜨거움은 단결의 화학작용에서 발생하는 에너지가 아니라 화해할 수 없는 것들의 부딪힘이 만들어내는 마찰열에, 피곤을 몰아내는 겨울 아랫목의 포근함이 아니라 한여름 뙤약볕의 날카로움에 가까웠다.
물론 '우리' 내부에서도 대립과 갈등은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 자체로는 나쁜 것이 아니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이렇게 하나마나한 소리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은 이유는, 다른 것은 다 떠나서 '사회적 교섭(안) 승인 건' 논의를 앞두고 이어진 휴회, 유회 소동을 지켜보며 느꼈던 복잡한 기분 때문이다. 보다 솔직하게, 전략적으로 대의원대회를 유회시키는 선택을 노동조합 민주주의의 영역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한 참담한 혼란스러움 때문이다.

전략적 유회 선택은 '민주적'인가
'조직적 유회 전략'은 실제 있었는가? 애석하게도, 내가 본 바로는 그렇다. 물론 개회 선언 자리에는 있었는데 마지막 정족수 확인 때 자리를 비운 158명 대다수가 전략적 선택을 했다고 보는 것은 비약이다. 그러나 최소한 제3호 안건을 결의하는 과정에는 자리에 있었지만 정회 후 마지막 정족수 확인에서 자리를 비운 19명 중 어느 정도는 사회적 교섭방침 안건을 폐기시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을 했다고 보는 게 옳은 것 같다. 새벽 4시 정회와 5시 속개 사이, 각 연맹별로 중집회의 결과(일단 휴회를 하고 일주일 뒤인 1월28일 사회적 교섭방침 등 나머지 안건을 가지고 대회를 속개하자는 것)를 논의하는 자리가 있었다.
어느 연맹이 논의하는 것을 참관했던 나는 일부 대의원들이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이들에게 유회 선택을 간접적으로 '선동'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들은 다른 대의원들에게 회의가 속개되었을 때 대의원수(새벽 3시15분 당시 399명)가 의사정족수(393명)보다 적을 경우 휴회가 아니라 유회가 선언될 수밖에 없음을, 그리고 유회는 곧 사회적 교섭을 비롯한 남은 안건의 폐기를 의미함을 큰 목소리로 명확하게 주지시켰다. 단지 7명 이상만 빠지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 소수가 논의의 연장과 안건의 폐기라는 중요한 사항을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실제 대회가 속개되고 나서 정족수를 확인했을 때, 대의원석에서 벗어나 참관인들 틈에 멀뚱멀뚱 껴있거나 복도에서 서성대는 대의원들 중에서 그 연맹 소속 사람들 몇몇이 눈에 띄었다. 물론 '선동가'들은 끝까지 의석을 지켰다.
형식적 민주주의를 근거로 할 때 대의원대회 불참이나 중도이탈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는 것 같다(물론, 특별한 사유 없이 술 먹으러, 졸려서 등등의 이유로 사라진 대의원들은 도덕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대의원들이 조합원들에게 위임받는 것은 대의원대회 참가 그 자체가 아니라 안건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입장의 결정이고, 대의원대회에 대한 의식적인 거부는 어쩌면 이러한 책임의 연장선에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선동가'들이 했던 것처럼, 규약의 맹점을 이용하여 대중적으로 추대된 지도부의 권위를 직접적으로 공격하고, 공조직의 논의와 소통을 적극적으로 막는 행위까지 허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논쟁은 상대방의 파괴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동이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허용이 된다면, 산별교섭 반대에 확고한 신념과 원칙을 가진 사용자가 법을 악용하여 교섭을 해태하는 것도 '민주적'인 것으로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는 단지 생각이 다른 '동반자'들에 대한 반대입장을 표출하는 것을 넘어서, 갈등을 굳히고 공조직의 집행기반을 장기적으로 붕괴시키는 해악적인 결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반민주주의 불감증'을 넘어서기 위하여
사회적 교섭을 반대하는 입장이든 찬성하는 입장이든 그 근거로서 노동운동의 '위기'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번 대의원대회 경험을 정리하며, 위기는 사회적 교섭방침이 있고 없음보다는 그 논쟁을 주도하는 일부 선동가들이 갖고 있는 '동지를 향한 적대의식'에 근거를 두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한 동지를 향한 적대의식이 '반민주주의 불감증'을 키우고, 공조직의 집행력을 붕괴시키는 반조직적 행위에 과감해지도록 만드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동지를 향한 적대의식의 뿌리는 대개의 경우 경험에 대한 합리적이고 균형 있는 판단보다는 내부의 권력의지에 잇닿아 있지는 않을까?
최근 민주노총 서울본부 활동가의 자살, 기아자동차 노조 광주지부에서 불거진 입사비리,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분신 등 노조활동가들의 마음을 괴롭히는 일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모쪼록 2월1일 예정된 대의원대회는 치열한 논의를 거쳐 조금은 부족하지만 대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합의를 만들어내고, 2월 투쟁을 힘차게 열어갈 수 있도록 지친 활동가들이 다시 한번 서로를 추스르고 노동운동 단결의 의지를 다지는 자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출처: 노동사회 2005년 2월호, 통권 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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