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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 그 다음은 정조?

박정희의 휘호인 광화문 현판을 정조의 어필 가운데 집자해서 바꾸겠다는 입장을 문화재관리청에서 내놓았다고 한다.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때는 '그런가? 그러라지 뭐."하는 입장이었지만 어찌보면 아무것도 아니고 어찌보면 서울의 랜드마크 교체 작업 중의 하나인 이 문제를 둘러싸고 파문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먼저 한글학회 외솔회등 한글 관련 단체에서는 주요 문화재 가운데 몇 안되는(아니 따져보니 광화문 말고 어디 있냐 싶네) 한글현판을 한자로 바꾼다는데 분개하고 있다.

 

나 또한 랜드마크 중에 유일한 한글현판이라는 점에서 볼때 이들의 입장에 기울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의 입장에 일면 동의하는 것으로 넘어가려고 하는 찰라, 사건은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문화재관리청장인 유홍준이 노무현과 세시간 동안 독대한 자리에서 "대통령님은 정조를 닮으셨습니다"라며 심하게 빨았단다. 유홍준은 노무현이 정조와 닮은 이유로 개혁, 수도이전 추진, 학계의견 중시 등을 들었단다. 허허.

 

뭐 입만 열면 개혁 개혁 하고, 수도 이전으로 쇼부 쳤고, 김대환 '노동'부 장관, 이기준 '교육'부총리 중용을 보면 비슷한가?

 

여튼 한 때, 특히 이라크 파병 처음 할때 친노사이트를 중심으로 노무현=광해군 등식이 유행했더랬다. 머 명청 교체기의 줄다리기 외교가 어쩌고 저쩌고, 기득권 세력에게 핍박 받고 어쩌고 이런 식으로 말이지. 물론 명청교체기에 줄다리기 외교했던 광해군과 달리 노무현은 부시냐 반부시냐 하는 결정의 순간에서 부시 올인을 했으니 외려 선조나 인조랑 비슷하지만 말야...

 

근데 요샌 다시 정조가 유행인갑다. 사실 정조는 이인화의 소설 '영원한 제국'으로 뜨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조 재해석은 '훌륭한 독재자' '계몽전제군주' 랑 맞닿아 있다. 경북, 남인의 전통을 잇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는 이인화가 영원한 제국에 이어 박정희 전기 소설집을 쓴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재밌는 것은 이명박의 야심작 청계천 복원 사업가운데 청계천 벽에 세계 최장의 벽화가 들어서는데 그것이 바로 정조대왕 능행도(화성에 있는 아버지 사도세자 능에 행차하는 그림) 라는 사실.

 

친노세력이 자신들의 왕(노무현)을 광해군에 투사하다가 다시 정조에 투사한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만만찮다. 정조는 절대왕권을 주창한 사람이고, 한국사회에서 정조는 실패한 계몽전제군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친노가 자신들의 임금을 정조에 투사한다는 것은 일반민주주의 측면에서도 후퇴할 가능성이 너무너무 높다는 것이다.

 

또한, 그 일반민주주의의 후퇴가 이른바 수구꼴통을 향해서가 아니라 노동민중 진영을 향해서일 가능성이 다분하고...

 

첨언: "대통령님은 정조 대왕이세요"하며 심하게 빨았다는 유홍준. 참 짠하다. '사회평론 길'을 통해 답사일번지로 강진을 소개할 때만 해도 그의 글은 얼마나 글맛이 났던가? 그러나 미술잡지 기자 생활 할 때 인맥 따라 다시 삼성가, 중앙일보로 복귀하고(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북한편이 어느 출판사에서 나왔는지 다시 확인하시라) 그가 그렇게 자랑스러워 하던 영남대를 떠나 명지대를 통해 서울로 올라오고..노정권 들어선 후 국립중앙박물관장 지원했다가 물먹고..그 이후 행보를 보면 참...

 

김대환 처럼 어떤 정치적 뭐, 권력 이런걸로 곡학아세 하는 자들은 그렇다 쳐도, 이렇게 정말 오리지널로 곡학아세 하는 사람들을 보면 할 말이 없다. 쩝.

 

 


 

좌:현재 박정희 현판  우:정조 집자 경우 현판 상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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