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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과 객장

아 시간 잘 간다. 금요일 새벽에 부산에 도착했는데 벌써 오늘이 화요일이다. 그간 뭐 했더라?

금요일에는 파산지원연대(여기 참 재밌다. 기사로 곧 자세히 소개하겠음.)에서 하는 파산자 학교 취재 갔더랬다. 핵심적인 것만 말하자면 '배드뱅크, 한마음 금융, 신용회복위원회 이런데 가지 마라 그냥 파산해라.'

 

파산자 학교 마치고 공동대표2인, 집행위원장, 집행위원 2인(많은 조직들이 그렇지만 여기도 전 조직원의 간부화다^^) 들이랑 밥먹으면서 이야기 하는데 그래도 내가 서울에서 내려왔답시고 이러저러한(사회적 교섭안, 대대회 관련) 이야기들을 조금 하게 됐다. 다들 갑갑해 하더라. 그나마 부산본부에서는 사회적 교섭안 이야기 못 꺼내는 분위기란 소리를 듣고 다행이다 싶더라.(근데 찬성 표 찍을 사람은 많단다--;;)

 

그 날, 깡패 변호사 박훈(아는 사람은 다 알테지만 이 양반은 인천 대우차 정리해고 싸움때 그 변호사다. 지금은 금속 법률원 창원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다. 여전히 욕 잘하더만 ㅋㅋ) 한테 끌려서 창원까지 가서 한 잔 하게 됐다. 술 한 잔 하고 '요새는 웃통 벗을 일 없냐' 고 물어봤더니 '춥고 배도 나와서'라 답하더라. '봄 되기 전에 몸만들기 잘 하시라'는 덕담을 남겼다.

 

참세상과 요즘 현안들에 대한 두서 없는 이야기들을 나눴다. 참 좋더라~ 일전에 전주에서 올라온 한 활동가와 그리 오래는 아니지만 얼마간 이야기 나눌때도 그렇고..'가끔 나도 지역에서 살고 싶다'란 생각이 든다. 물론 나 같이 갑갑증이 심한 사람은 내려가면 금방 못견뎌 하겠지만..

 

토요일 오전에 파산자 연대 사무실에 나갔다가 고모들이랑 밖에서 식사하고 그 이후엔 거의 집  주위에서 지낸대.  며칠 사이에 벌써 1.5킬로 정도 살이 쪄버린 것 외엔 참 편하다. 게다가 내가 밥 안해도 내 입에 밥이 들어가니 너무 좋다^^ 상차리고 치우기 정도 돕는 편인데 그래도 어색하다. 이것보다 더 게을러 지면 당연하게 해주는 밥, 차려주는 밥 먹는게 익숙하게 되겠지? 깨달음이 별거던가? 게으름에, 남의 노동에 익숙해지면 안 되겠다는 깨달음 하나!

 

 

어제 엄마 따라 객장에 나갔더랬다. 엄마 아버지도 주식 얼마간 핸들링 하기는 하지만 그리 많지도 않고 거의 집 컴으로 하는데 하여튼 얼마 안 남은 통장 정리할 일이 있어서 객장 나가야 된다던 엄마가 같이 가자 시더라. 아휴 객장에 갔는데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깜짝 놀랐다. 전광판에서는 5년래 종합주가지수 최고 경신이라고 번쩍거리고..(950정도 였지 싶은데) 근데 더 놀라운 것은 그 객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사람들이 전부다 할아버지, 할머니, 준고령 아줌마 아저씨들이라는 사실. (수수료 차이가 얼만데...젊은 사람들이 객장에서 거래하겠나? 전부 온라인 거래 하겠지..)

 

돈 냄새 나는 사람들고 거의 없고, 80 정도로 된 할아버지가 창구 직원한테 뭐라 뭐라 하던데 난 하나도 못알아듣겠던데 그 직원은 잘만 알아듣더라. 창구 직원의 대답으로 미루워 본 즉슨 할아버지 질문은 "오늘 외국인들이 얼마나 매수했나?"--;;

 

그리고 뭉태기 돈 들고 와서 계좌 개설하는 아줌마도 눈에 띄더라. 예전 증권가 속설에 (각종 사회적 차별이 내포된 말인데) "소판 돈 들고 오는 아저씨, 곗돈 찾아 오는 아줌마들로 객장이 붐비기 시작하면 손 털고 나가야 된다, 파장이다" 이런 말이 있었단다.

 

예전처럼 돈냄새 나는 중년들도 아니고, 기름기도 별로 없는 팍팍한 노년층들이 객장을 메우고 "외국인 매수가 어떠니"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어쩌니" "펀드가 들어와서 어쩌고" 하며 왁자지껄하게 이야기 나누는 모습들을 보고 참 기분이 묘하더라.

 

'이거 해봤자 누구누구 좋은 일 시키는거에요'라고 고함은 못치더라도 '이런 저런 소문에 고생하시지 말고 그냥 우량주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 가입하세요'하고 이야기 하고 싶더라.

 

사실 일흔 넘은 우리 외할아버지도 거의 매일 출퇴근 하신단다--;; 아마 거기 가면 같이 노무현 욕한 친구들도 있으실 테고^^ 또 증권사의 뺀질 뺀질한 남녀직원들도 속마음이야 어떨런지 모르겠지만 친절하게 모실테다. 외할아버지가 얼마나 돈을 움직이는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크게 망할 것 없는 이상 조금 잃을 정도면 그것도 참 소일 거리다 싶기도 하다. 아니 화투만 쳐도 치매 예방 된다는데, 맨날 숫자 보고 상종가, 종목 번호 이런거 보는건 정말 큰 도움이지 싶다.

 

우리 외할아버지야 그렇게 큰 돈도 없을테고(설마 모르는 사이에 큰손이 되셨다면^^ 덕 좀 봐야지 ㅋㅋ) 무슨 집을 팔아서 박아 넣을 깜냥도 안되는 분이시라 다행이지만 80노인 입에서도 '반도체 장비 업체 전망이 어쩌고..'하는 소리가 나오게 전 국민을 경제박사로 만드는 이 현실이란 참.

 

경기가 좋아진다, 주가지수가 최고점 뚫었다. 다들 노래를 부르니 외려 더 불안하다. 쌈짓돈 모아, 용돈 모아 몇천원 짜리 주식 열주 사고 팔고 하시는 분들이야 다행이지만 노후 자금, 퇴직연금 이런거 몰빵하시는 분들 계실까봐..

 

'행사장' 이라는 곳이 있다. 가끔 티비 시사 프로에 잘 나오는데 노인들(주로 할머니들) 불러다 놓고 노래도 부르고 재밌게 놀고 하이타이나 휴지, 식용유 등속 부피 크고 값싼 물건 선물로 안기면서 결정적으로 무슨무슨 옥 목걸이니, 신비의 전자요 등 검증 안 된 물건을 고가에 떠안기는 곳. 거기 나가는 할머니들은 행사장 사람들 욕하지 마라신다. 놀러 갈 때도 없고, 거기 가면 아들보다 더 잘해주고 대접해주는데 미안해서 그 물건 사주는 거라신다.

 

증권사 객장 가느니, 행사장 가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 물론 큰 돈만 안 잃는 다는  보장 있다면 증권사 가는 것도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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