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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운동은 과연 가능할까?

운동의 시작

보통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들을 보면 불의를 참지 못해 운동을 시작했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동지들을 만날때마다 거의 돌아오는 대답이 이것이니 보통 그럴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내가 잘 살고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다. 지금도 솔직히 마찬가지다. 나에게 이타심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희생정신? 나에게 있어 희생정신이란 내가 갖고 있는 먹을 것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지 않고 먹기도 싫은 음식 쪼가리를 내주는 것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는 개념이였다.

기본적으로 회의적인 나는 내가 구조적인 모순에 의해 절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그래서 운동을 해야 하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전까지는 내가 얼굴도 못생기고 몸매도 영 꽝이지만, 그래도 공부 열심히 해서 독하다는 이야기 들어가며 좋은 대학 들어가서 성공해야지라고 마음먹었다면, 좋은 대학도 못들어가서 독하지도 못하고 얼굴도 못생기고 몸매도 영 꽝이여서 좌절하고 있던 마당에 그게 내 잘못이 아니였다라고 하니까 귀가 솔깃해 듣다보니 난 앞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아주 소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이기적인 운동

그래서 내 운동은 함께 하는 사람을 생각하기보다는 적과 아를 구분하는 운동이였다. 운동에 있어 적은 너무나 많았다. NL도 적이고, 자본도 적이고, 반권도 적이고 구호는 뭐든지 반대고.. 투쟁안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조직화해야 하고.. 조직화의 가능성도 안보이는 사람들은 당연히 적이고... 그렇게 투쟁하다 내가 지치면 그 투쟁도 어차피 접을 수밖에 없었다. 운동의 주체는 나 혼자였으니까.. 실제로 운동권은 학내에서 이렇다 할만한 활동을 하지 않았고, 그나마 하는 인간들은 나, 그리고 NL이였으니까...

그래서 대상화하고 쪼아대고 공격하고... 달달 볶고.. 그러면서 내 자신도 달달 볶고...

전혀 즐겁지 않았다. 한해한해가 힘겨웠다. 운동을 하는 나는 주변에 사람도 없고, 외롭기만 한 그리고 매우 나약하면서 독기만 서려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다.

 

전혀 즐겁지가 않아...

그래도 즐겁게 하고 싶었다.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어라고 나 자신을 다독이다가 또는 힘들다고 말하고 싶은데도 말 했는데도 나도 힘들어 그러니까 너도 참아내라는 대답을 들어왔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참아내야만 했다. 지금도 참아내는 중이다. 동지의 배신에 치를 떨면서도.. 거리에서 보면 마주보며 인사한다. 후배한테 나는 무서운 사람이 되고 말았고... 연인과는 상처가 덧나서 더이상 약도 못바르는 그런 관계가 되었고... 열사의 죽음에 무덤덤하게 그를 바라 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이제는 민주노총을 욕할 힘도.. 그 누구에게 뭐라 할 힘도 없다. 그냥 머리가 아파온다. 못하겠다고 대체 왜들 이러냐고 소리지르고 싶다. 무엇을 위해 당신들은 사람을 배신하고 상처주고 동지를 먼길로 떠나보내면서도 가만히 앉아 있는거냐고.. 무엇이 그리 대단해서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 볼 수 있고, 열사의 영정을 내걸 수 있는거냐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또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어놨으면서 한치의 양심도 없는거냐고...  왜 상처를 받는 건 항상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관계를 걱정하는 사람쪽이여야만하고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내는 건 당신들과 같이 이기적이고 종파적인 인간들이여야 하는거냐고..

 

한번이라도 미안하다고 눈물흘리며 죄송하다고... 그렇게 대중 앞에서 선언했다면 이렇게까지 싫지는 않을 것 같다. 그 많은 비겁합과 배신의 행동들 뒤에 왜그리 많은 설명과 변명들이 난무하는지..

그러고도 어떻게 잠이 오는지...

 

이런 사람들과 어떻게 즐거운 운동을 할 수 있을까? 참으라고 하는 사람들, 변명하는 사람들, 배신하는 사람들... 정말 짜증이 난다. 즐겁지 않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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