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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다는 거..

11월에 나는 결혼을 한다.

많은 사람이 공통적으로 나의 결혼에 대해 반응하는 것 중 하나가 '니가?'라며 놀라는 것이다.

비혼주의자라고 해야하나... 암튼 난 그랬다. 지금도 난 여전히 결혼이라는 제도에 태도를 바꾸고 있지는 않다. 다만.. 사람을 만나고 맞춰간다는 건 그런건가보다 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지금 행복하다는 거다. 그 사람을 만나고 항상 우리의 관계는 불안했고, 그 속에서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왔지만, 결혼을 결정하고 난 지금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행복할 수도 있구나라는 걸 알았다. 내가 늘 보고싶어 하는 사람이 웃으며 내 옆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 건지를 요즘에서야 느낀다. 그렇다고 내가 결혼예찬론자인건 아니다. 다만, 내 상황에서 나는 내가 최대한으로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선택할 수밖에 없던 결혼이라는 것을 그간 내 운동의 후퇴고, 어쩌면 남들에게 이야기하기에도 부끄러운 선택이라 여겨왔다.

그런데, 어느날 내 옆에서 웃으며 날 바라보던 그 사람 얼굴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여성주의 운동에 있어 정해진 길이란 게 있을까...

 

그리고 어떤 여성활동가가 내게 말했다.

결혼을 왜 이리 무겁게 생각해? 싫어지면 이혼하면 되지. 뭐가 문제야?

적어도 둘의 관계에선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가족들과의 관계의 문제에 있어 나는 또하나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한다. 그것은 내가 결혼을 반대했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기 때문에... 그런데 어쩌겠는나 싶다. 그 사람 얼굴 매일 보고 싶으면 결혼밖에 방법이 없는데...

한번 부딪혀보는 수밖에 없다. 정해진 길이란 없는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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