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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진과 박현채...

<진영진작품집>(15권)이 인간출판사에서 1988년 4월과 5월에 출간된 바 있는데, 이미 절판이어서 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가까스로 방도가 생겨 곧 수집될 예정이다. 당장 읽지는 못하겠지만, 큰 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지난 밤에 박현채 전집을 다시 읽느라 잠을 못이루었는데, 그 안에서도 적지 않은 긴장과 모순, 공백 등이 보이기 시작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일정기간 연구 대상이 되었던 그들에게는 면목 없지만, 모종의 조급함과 현실적 타협으로 리영희와 전리군이 다소간 비약적으로 내 연구 안으로 들어온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전리군 연구가 외부와 관련된 비약이었다면, 리영희 연구는 내부와 관련된 비약이었다. 꿰맞추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지만, 내 눈 앞에 그 비약이 점점 크게 보이기 시작한 이상, 에둘러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지난 6월 연구소의 진도 발표회에서 일정한 방법론적 성찰과 심화의 방향을 제시했는데("후식민/후냉전 지식상황 성찰: '대만'을 방법으로"), 그때까지도 나는 나의 방법적 성찰과 괴리되어 '비약'적 상황에 놓인 연구주제의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 비약은 연구의 설계나 구도의 측면에서 나의 방법론적 성찰에 부합하는 것이긴 하지만, 그것이 과연 '지금' '나'에 의해 가능한지의 문제는 나의 '실존'적 측면과 결합되어 판단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나중에 의식하게 되었다.

 

냉전의 적극적 두 축으로서 "중국"과 "남한"의 좌우익에게 존재하는 현대적/국가주의적 무의식과 과도한 정치성의 문제를 역사적으로 제기하기 위한 연구의 실마리로써 전리군과 리영희는 모두 일정한 적합성을 갖는다. 이는 냉전의 소극적 한 축으로서의 '대만'을 방법으로 하여 진행될 수 있는 연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6년 나의 사유에서 진행된 '남한'의 상대화와 '대만'의 내재화의 각도에서 볼 때, 이와 같은 큰 그림을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계적 연구 과제를 설정하면서 그 내포를 심화해 가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생각에 미치자, 흥미로운 구상이 다시 떠올랐다. 이는 "2종의 비대칭"과 "3종의 비판성"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인데, 역사적 비판성과 현실적(당대적) 비판성, 그리고 이 양자의 변증법적 결합의 가능성의 조건을 밝히는 메타적 비판성을 지식, 주체, 실천의 범주를 중심으로 묶을 수 있다는 구상이고, 다시 이는 식민-냉전적 비대칭과, 후식민-후냉전적 비대칭을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것, 즉 동아시아에서 식민-냉전 하의 역사적 사회주의와 자유주의의 분리가 낳은 비대칭과 냉전과 후냉전의 과정에서 새롭게 출현한 지식의 비대칭(정상국가와 비정상국가의 규정성의 차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를 다루기 위한 입구가 바로 진영진과 박현채 같은 사상가들일 것이다. 그리고 간단치 않지만, 어느덧 조건을 형성하여 내가 할 수 있게 된 연구이기도 하다. 이러한 방법론적 성찰과 역사화된 내용을 바탕으로 일정한 '내재화'의 과정을 거쳐 '중국', 나아가 '북조선'에까지 나아갈 수 있을 것이고, 그 안에서 적절한 발언의 위치를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도 타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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