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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채는 박헌영을 어떻게 보았는가. 박현채 전집 1권에는 맨 앞에 미완으로 남은 육필 회고록이 실렸고, 그에 이어서 박헌영에 대한 박현채의 소개가 수록되어 있다. 마지막 단락이 매우 의미심장하다.
박헌영의 재건파노선의 정통성을 인정하는 쪽에서는 그가 나름대로의 악조건 속에서도 끝까지 굴하지 않고 투쟁했다고 평가한다. 해방 후 비록 실패로 끝나기는 했지만 실패의 책임이 박헌영 개인에게 주어지기보다는 그것은 외세의 압도적 규정력에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미인식에서 보이는 초기의 타협적 태도는 근본적 오류이기 보다는 전술적 실수에 불과한 것이며, 후기의 빨치산투쟁은 극좌모험주의가 아닌 정당방위였다고 평가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박헌영의 노선에 비판적인 입장에서는 일제시대 이래 박헌영그룹은 공산주의운동에서 일개파벌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파벌투쟁으로 점철된 국내 공산주의운동의 종파성을 극복하지 못한 채 해방을 맞이한 박헌영그룹은 이를 청산하지 못하였으며, 자파 중심적이고 비민주적 조직을 건설했다는 것이다. 또한 노선상에서도 전략적 오류가 드러나는데, 초기의 우경기회주의에서 후기의 좌경모험주의로 급전하면서 평형성을 잃고 비일관성을 표출하였으며, 결국 조직을 적에게 노출당하여 단계적으로 투항할 수 밖에 없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그는 법정에서 역사적으로 자기과오를 시인함으로써 역사적인 비판투쟁을 받아들였으며 볼셰비키적 태도를 견지했다고 평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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