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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유리는 '反'의 정치를 넘어설까?
오랜만에 <전리군과의 대화>에 수록된 내 글을 다시 뒤적이면서 문득 생각이 명료해졌다. 성찰에 근거한 '사상'적 작업이 갖는 중요성은 '반'에 근거와 기초 그리고 구체성을 부여해주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어 번역본 마지막에 이렇게 적었다.
"전리군은 20세기 중국에서 역사적으로 두 번의 민간사상촌락이 존재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바로 5.4 시기와 문혁 후기이다. 이 두 시기는 어떻게 연속되고 어떻게 단절되었는가? 5.4운동은 이후 중국에서 1949년 혁명이라는 상승기로 이어졌지만, 1957년을 전환점으로 역전되었다. 1968년 제한적인 혁명성이 분출되었지만, 1957년 체제 또는 17년 체제의 복수 끝에 결국 하강기로 접어들었다. 그런 후에 다시 찾아온 것이 문혁 후기의 '민간사상촌락'이다. 이로부터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의 상승기가 다시 도래한다. 물론 이 상승기는 1949년 혁명에 비하면 매우 왜소해진 것이다. 결국 그 상승기는 다시 1989년 6.4를 계기로 봉쇄되어 역전되고, 6.4체제를 형성한다. 그러면 6.4 이후의 역사에서 1957년의 역전 이후 찾아왔던 문혁처럼 또 다른 문혁의 '조반'이 출현할 것인가? 우리는 역사의 반복을 마주하면서 역사로부터 지혜를 구하지 않을 수 없다. '문혁'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중요해지는 것은 이러한 역사적 반복을 일정하게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역사는 단순하게 반복되지 않는다. 비관적으로 보면, 이 반복에는 추세가 보이는데, 바로 사상의 소실, 윤리의 붕괴, 극단적 폭력이라는 순환고리의 공고화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역사적 평가는 성찰에 근거한 사상적 작업이 되어야 하고, 그러할 때 또다른 형식과 내용을 갖고 출현할 '조반'은 단순한 '반反'의 (탈)정치에 머무르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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