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뉴욕, 아프리카, 대만을 거쳐 서울로 돌아온 것이 2017년 2월 6일이었다. 그리고 3월부터 새로운 직장에서 일을 했고 이제 1년을 채워간다. 십년 만에 4대보험을 제공하는 직장을 갖게 되었고, XX교수라는 비정규직 타이틀도 얻었다. 그리고 무엇을 했나?
설 연휴를 보내며 지난 한 해를 회고해보니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박사학위 논문을 증보한 <사상의 분단>이라는 책의 중문판과 국문판 초고를 마무리했고, 그 가운데 일부를 영어 논문으로 내고, 또 일부는 이런 저런 자리에서 발표를 했으며, 그 연장선에서 제출한 정세비평이었던 <신식민/분단 체제와 민주수업의 불가능성>이라는 글이 중문/국문으로 저널에 게재되기도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한 걸음도 더 나가지 못했다. 아프리카를 경유한 대륙간 상호참조의 문제의식은 1년전 상태 그대로이고, 박현채 연구 또한 전혀 심화되지 못했다. 인터-아시아의 공백으로서 설정했던 북한에 대해서는 전혀 다가가지 못했다. 오히려 동력을 잃었다는 측면에서 보면 퇴보다. 실천적 지식생산의 의지는 꺽였고, 삶은 역동성을 잃었으며, 인적관계는 위축되었다. 그래서 고민을 담은 단상 조차 쓰여진 바가 거의 없다.
이 상태를 유지해야 할 어떤 이유도 찾지 못하고 있다. 유일한 이유라 하면 아마도 돈일텐데, 지금 한번 꺽이면 앞으로 끝 없는 추락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는 강한 위기감이 든다. 결단의 순간이 왔고, 이제 그 결단을 한다. 스스로 삶을 먼저 바꾸어야 한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