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여성들

용감한 여성들, 늑대를 타고 달리는 (삼인)

성매매로부터의 탈주, 그리고 전업 (막달레나의 집)

읽다. 모두 막달레나의 집에서 나온 책이다. 막달레나의 집, 정확히는 그곳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들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성매매 여성들 안에도 다양한 차이가 있고 성매매가 그 여성들에게 하나의 과정이라는 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차이에 주목함으로써 어떻게 성매매를 과정으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단서를 발견할 수도 있다.

그동안 성매매 여성들에 대해 사회적으로 발언하기 위해 성매매여성들의 피해와 열악한 현실을 폭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러한 담론은 성매매여성들을 피해자화하여 각각의 여성들이 놓여있는 현실과 고민들을 오히려 묻어버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성매매여성에 대해 발언하는 사람들, 단체들 역시 성매매를 어떻게든 없애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성매매여성들의 일상을 애써 보지 않으려 했다는 점도 지적한다.

현장의 성매매여성들을 만나면서 엮은 책과 전직, 현직여성들의 설문을 비교한 보고서 모두 진정성을 의심하기 힘들다. 당사자의 목소리를 전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있는 저술들이다.

 

성매매가 여성들에게 전략일 수 있다. 자신의 삶을 기획하고 모색하는 과정에서 '어렵지 않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그것을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여성들에게 더욱 풍부한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즉 전략을 고민하게 되는 시점에서 혹은 유입 시점에서 성매매 이외의 전략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보장되는지에 대해 강조하지 않는 점은 이 책들의 유의미함에도 불구하고 큰 한계인 것처럼 보인다.

 

선생님들과 이야기하면서 느낀 것이기도 하지만 성매매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자는 겸손함과 성매매를 그냥 인정하자는 자포자기의 논리는 뚜렷한 경계가 없어보인다. 치과 진료를 하면서도 이 여성이 얼마나 탈성매매할 의지가 있는지를 따져보던 자신을 반성하는 중년의 선생님 앞에서 숙연해지기도 했지만 우리의 지원이 그녀들의 탈성매매를 전제로 하지는 않더라도 그녀들의 탈성매매를 목표로 해야 하는 것만은 분명하지 않을까.

이야기를 듣는 동안 문득 빈곤에 대한 사회적 반응이 떠올랐다. 빈곤한 사람들에 대해 이러저러한 지원을 하고 빈곤의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기는 하지만 빈곤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생각을 모두 하는 것은 아니다. 빈곤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고 그저 도울 수 있는 만큼 돕는 것을 끝으로 생각하는...

성매매를 합법화하자는 고민이나 성노동자라는 개념 역시 당사자와 함께 가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당사자와 함께 가는 길 역시 명쾌하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

* 현직 성매매여성들이 질병이 있다고 판단했을 때 병원을 이용하는 비율은 80% 가까이 된다. 그러나 전직 성매매여성들의 성매매산업 종사 당시 경험을 묻는 질문에서는 50% 이하로 나타났다.

* 성매매여성에 대한 강제검진을 '개나리회'가 있던 용산 지역의 여성들은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한 적극적인 전략으로 채택한 반면, 다른 지역의 여성들은 대부분 반대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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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03 15:13 2005/03/0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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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성매매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자는 겸손함과 성매매를 그냥 인정하자는 자포자기의 논리는 뚜렷한 경계가 없어 보인다.' 미류님의 말씀이신데, 성매매 문제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문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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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뎡야 2005/03/04 19:53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저는 이제 모르겠어요,랄까요-_- 저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의 빈곤의 끝에서 성매매를 한다거나 그렇게까지 극단적이지 않더라도 솔직히 말하면 가난한 상황에서 할 수 없이 하는 여성들만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반드시 선택의 여지가 좁아서만이 아니고, 스스로의 선택으로 성노동자가 된 많은 사람을 간과하고 있던 저로서는... 갈수록 모르겠어요

  2. 미류 2005/03/05 11:31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언제라고, 알 수 있을 꺼라는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현실을 재해석하기 이전에 현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중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