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성과 공간

'자기만의 방'은 상징적 의미를 넘어 물질적 구조로 보장되어야 한다. 여성은 가부장적 폭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한다.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에서 만들어지는 빈곤의 문제로만 설명할 수 없는 지점이 있다. 여성으로서, 혹은 '어떤' 젠더나 섹슈얼리티를 띤 주체로서 자신의 삶을 실현하고 힘을 기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독립/자립'의 문제와 닿아있다.



가장 기본적인 공간은 주거-잘 수 있는 곳-다. ('집' 이외의 공간까지 포괄적으로 다루지 말고 주거에 초점을 맞출 것. 다만, '집'을 넘어서는 주거/공간에 대한 언급은 필요) 이는 모든 사람에게 마찬가지. 주거권은 필수적인 권리.

그러나 여성이 주거를 점유하기 더욱 어려운 구조. 돈과 가족. 즉, 주거를 점유하기 위해 필요한 재화를 취득하기 더욱 어려우며 가족중심적 접근은 여성에게 필요한 주거와 관련된 문제의식을 묻어버린다. 빈곤의 여성화를 고려하지 않고 가족개념에 기반한 주택정책은 여성에게 더욱 불리하다.

 

#3. 여성의 주거상황 스펙트럼

'만족스러운 주거'가 한쪽 끝에 놓고 맞은편 끝은 노상생활이라고 보면 그 사이에 적절하나 만족스럽지 못한 주거, 부적절한 주거, 쉼터 등의 준주거를 둘 수 있다. 만족스러운 주거는 말 그대로 여성에게 만족스러운 주거로, <점유의 안정성/주거생활에 필요한 시설의 확보/적당한 가격/거주가 가능한 수준/사회적인 차별의 극복/주거하기에 적당한 위치/문화적 특성의 보호>가 여성주의적 관점에서도 충분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 주거.

부적절한 주거는 쪽방, 고시원, 식당, 성매매 집결지 등 위의 요소들이 갖추어지지 못한 주거. 이 영역은 쉼터나 노상생활과 달리, '오히려' 파악되지 않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 실제로 노상생활을 하는 여성은 남성에 비해 훨씬 적지만 그것이 주거에 있어서 여성의 상황이 양호하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또한 여성가구주 가구가 남성가구주 가구에 비해 더욱 빈곤한데도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에서는 남성가구주 가구가 더욱 열악한 것으로 나타나는 것 역시 은폐되는 영역을 의심해야(하는 것 아닐까?).

 

#4. 여성에게 허락되는 공간

여성이 '여성다운 노동'을 수행할 때만 여성에게는 공간이 허락된다. 즉, 젠더차별과 섹슈얼리티의 억압에 기반한 방식으로만 공간을 허락. 적절한 주거를 확보하지 못하는 여성들이 가는 공간은 원조교제, 티켓다방, 성매매집결지 등 섹슈얼리티를 매개로 한 폭력이 자행되는 공간이거나 식당보조, 가사도우미 등 가사노동과 유사한 노동을 수행하는 공간밖에 없다. 그외의 공간은 '굳이' 여성에게 열려있지 않다.

주택설계의 측면에서 보면, 여성의 가사노동이 효율적일 수 있는 동선의 배치를 주요한 기준으로 여긴다는 점에서 여성에게 주거가 지니는 의미를 가사노동에 한정시킴(하지만 동선의 배치 자체를 젠더와 연관시켜 비판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좀더 고민해볼 것). 반면, 주택의 외부에 '여성적 공간-뭐 일단 여성의,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공간 정도라고 치면'은 극히 드물다.

 

#5. 여성의 주거와 관련된 문제를 어떻게 제기할 것인가

분명한 것은, 현재 '여성의 주거'가 1)정책대상으로 인지되지 못하고 있으며 2)가정폭력 피해자, 가출청소녀, 성매매여성이 된 후에야 사회적으로 호명된다. 하지만 여성의 필요/욕망에 예민한 정책이 요구된다는 것을 넘어서 어떤 접근이 가능할 지는 막연함. 계속 고민할 것.

 

#6. 여성의 주거권과 주거공공성

주거권의 실현은, 물리적 실체를 요구한다. 따라서 주택의 확보에 대한 입장을 마련해야 하는데, 현재처럼 집을 재산수단으로 여기고 시장질서에 내맡긴 채 시야에 드러나는 무주거자에 대한 수습책 수준의 정책으로는 주거권이 실현될 수 없고 공공적 접근이 요청된다는 주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주거공공성이 여성주의적인 주거권 실현을 담보할 수 있는지까지는 분명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공공성에서 공동체의 합의과정과 주체의 적극적인 참여구조를 중요하게 보면, 여성에게 열린 정책의 가능성을 통해 주택과 공간에 대한 여성주의적 개입(공간의 생태학적 재편과 비슷한 맥락에서)을 확장할 수는 있을 듯.

 

- 성매매여성에게 주거란, 레즈비언에게 주거란 어떤 의미를 지닐지는 사람들을 만나본 후에 다시 고민할 것. 무리하게 섹슈얼리티와 주거를 끼워맞추지 말 것. 성매매로의 유입에 있어서의 주거, 성매매 종사자에게의 주거, 탈성매매를 고려할 때의 주거 각각을 무리하게 연결시키지 말되 가능한 한 맥락을 찾아낼 것. 성소수자/동성애자의 주거라는 관점과 레즈비언의 주거라는 관점이 어떤 지점에서 만나거나 흩어지는지를 살필 것. 레즈비언의 주거에서 가족이 그 자체로 적대적인 환경일 수 있다는 점과 레즈비언의 동거가 제도적 '가족'에서 배제됨으로 인한 주택정책에서의 배제를 일관된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는지 고민할 것.

 

- 주거권의 여성주의적 재구성이라는 시도가, 주거권을 말할 때 여성도 고려/배려하자 혹은 우선순위를 두자는 말로 끝나는 건 부족한 듯한데... 말은 꺼내놓았는데 깜이 따라오지를 않는다. 말을 바꿔야 하는 문제인지.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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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9 00:28 2005/05/19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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