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유머

만날 때마다 '생활 속의 유머'를 얘기해보라는 친구가 있었다. 살면서 겪는 소소한 일들 중에 재미난 일들, 즐거운 일들을 얘기해보라는 거다. 나는 그때마다 말문이 막혔다. 어떻게 된 일인지, 내 머리 속에는 재미난 일들이 남아있지 않을까, 아니 내 생활에는 재미난 일이 없는 게 아닐까, 아, 역시 나는 재미없는 사람이야, 유머와는 거리가 멀어, 엉엉. 이게 친구의 질문을 받을 때마다 속으로 생각한 레퍼토리다.

엊그제 문득, 그 친구 생각이 나면서, 나는 유머가 없는 게 아니라 생활이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도대체 아침에 눈뜨자 마자 허겁지겁 사무실로 나가 하루종일 책상 앞에 앉아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다가 밤늦은 시각에 가로등만 쳐다보며 집으로 돌아가는데 이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냐는. 흠, 그렇게 생각해보니 나는 유머와 거리가 먼 건 아니라는 자신감이 생겼달까... 하하.

하지만 오늘 다시 문득, 도대체 깨어있는 시간이 그렇게 긴데 어떻게 생활이 없을 수 있냐고, 사무실에서 부대끼는 사람들과 자잘자잘하게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사무실 드라마와 사무실 밖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사건들이 있는데 그게 생활이 아니면 뭐겠냐는. 역시 나는 유머와 거리가 먼 사람이야, 엉엉. 그런데 이건 다른 얘기가 아냐. 생활이 있게 하거나 유머와 가까워지려 하거나, 꾸덕꾸덕해진 심장을 녹여야 해. 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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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5 20:40 2009/11/2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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