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류님의 [걷다 -100404 터키] 에 관련된 글.

 

 

# 보내며? 보내고 남은 것은 무엇일까?

 

# 날씨는 한국보다 쌀쌀하다 싶었는데 돌아와보니 서울도 완전 쌀쌀. 대부분의 지역에서 일교차가 심했다. 낮에 반팔을 입을 정도로 덥지는 않았지만 후끈한 느낌. 전반적으로 건조하다. 바삭바삭. 땅이 넓어서 버스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정말 많다. 그걸 아끼는 방법은 돈을 들여 비행기를 타거나, 버스를 덜 타고 한 지역에서 여러 날을 보내는 것. 후자가 추천할 만하겠지.

 

# 몇 가지 낯선 것들. 일명 냉장고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의 문을 직접 당겨서 열고 내릴 때도 밀어서 내려야 한다. 자칫 문을 여는 때를 놓치면 다시 내려가버린다. 화장실 변기에는, 내가 본 건 모두 비데가 있었고, 좌변기인 곳은 수도꼭지와 물을 받을 수 있는 작은 양동이가 있어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양변기에서 물을 내릴 때 주로 누르게 되어 있는데 간혹 손잡이처럼 생긴 걸 들어올리게 된 것도 있다.

 

# 패키지관광상품의 실체를 알아버렸다고 하기에는 고작 한 번의 경험이었지만 대충 살 만한 게 별로 못된다는 건 분명한 듯. 단체로 함께 움직이는 것이라 개인적으로 가고 싶은 곳이나 시간을 조정할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건데, 은근히 강요되는 쇼핑은 정말 싫었다. 편의성과 가이드의 설명이 장점이라면 장점이겠는데, 준비와 체력의 문제다. 엄마 또래의 사람들이 배낭여행을 다니기는 쉽지 않을 듯하고 이런 상품을 이용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은 드는데, 그래도 끝내 의문이 남는 것은, 해외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은 어떤 마음인 걸까 하는 것. 사람마다 각자의 이유와 동기가 있겠지만 어떤 문화적 코드인 듯도 하다. 한 번 다른 나라를 다녀오고서도 해외여행 욕심이 갑자기 생기지는 않는, 나만의 동기나 이유를 찾지 못해서, 궁금한 것이기도 하다.

 

# 나는 느끼는 것에 취약하다는 걸 새삼 또 깨달았다. 시간이 한참 흘러 돌아보면 '느낌'만 남아 잔잔히 흐를 듯도 하지만, 다니는 동안이나 다녀온 직후, 먼저 떠오르는 것들은 주로 '생각'. 이 후진 감수성은 어떻게 갈고 닦아볼거나. /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게 말이 통하지 않는 것과 상관이 높은 듯했다. 말은 '생각'의 수단에 가까워보이지만 만나거나 부딪치게 되는 사람들과 직접 이야기나눌 수 없는 조건이 느낌도 무디게 만드는 듯한. 흠.

 

# 들고간 책들 덕분이기도 하지만 운동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된 듯. 적당한 거리와 적당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게 될 때 잘 보이는 것들이 있다.

 

# 엄마와 함께 다니면서 내 성질의 바닥(? 날 것 그대로)을 본 듯. 그건 엄마와의 특수한 관계에서 드러나는 특수한 것이 아니라 내가 맺고 있는 많은 관계들에서 언제나 바닥을 흐르고 있는 물길이라는 걸 기억하자. 기억만 하고 있으면 안되겠지만. 흑.

 

# 엄마, 고마워요.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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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9 18:21 2010/04/0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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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10 03:3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미류도 오래오래 건강해.

  2. 미류 2010/04/12 14:5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돕도 건강 잘 챙겨! 두리반에서 공연하는 모습 보니 환해서 좋았어~ ^^

  3. 돌진 2010/04/14 18:31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공감백배.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다니면 나 자신의 바닥까지 들여다보게 되는 경우가 많지. 그게 꼭 엄마였기 때문은 아닐 거야. 난 특히 해외여행일 때 그런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 그 속에서 싸우기도 하고, 배우기도 하고, 더 단단해지기도 하고.
    좋기도 하지만, 그래서 난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가는 게 어렵고 두렵기도 해.
    엄마와 따로 오지 않은 게 어디야~ㅎㅎㅎ

    • 미류 2010/04/16 09:36 고유주소 고치기

      ㅋ 그래 따로 오지 않은 게 어디야! 그래도 내가 좀더 일찍 정신을 차렸으면 중간부터는 잘할 수도 있었는데, 힝...

  4. 초코파이 2010/04/15 12:0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그래서 좋은 사람이 있으면 같이 여행을 가 보래잖아. 바닥까지 볼 수 있어서..... ㅋ ㅋ

    난 언제 다시 여행을 가볼까. 나도 언젠가 누군가와 스페인의 길을 걷고 싶다.

    • 미류 2010/04/16 09:37 고유주소 고치기

      ㅎ 혼자 걷는 스페인도 좋을 듯하오! 굳이 바닥을 볼 필요는 없잖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