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으로 띄우는 편지

얼마 전 감옥에서 나온 용산 동지들과 평택 송전탑 들러 화성 윤주형 님 장례식장까지 다녀왔다. 화성 가는 길에 띄운 편지.

 

문기주 동지, 저 다녀가요. 이제 안식년 마치고 복귀했어요. 찾아뵙지 못한새 키가 훌쩍 크셔서 작은 얼굴이 안 보였어요. 그래도 웃고있으실거라고 믿어요! 

복기성 동지, 노래 잘 들었어요. 쌍차 노래패가 동지 없어서 부실해졌어요. 언능 내려오셔서 쇳밥 같이 부르시는거 기다릴게요! 

한상균 동지,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수척해진 모습만은 알아보겠네요. 살찔 때가 더 멋있어요. 위에서도 밥 잘 챙겨 드세요!

77일 투쟁 끝에 나오시면서 나직히 흘리신 말 기억하고있어요. 그렇게 기다리던 비가 이제 온다고... 최루액에 살이 타들어가고 식수도 반입되지 않아 기다렸던, 그 비가 눈이 되고 비가 되고 수없이 계절이 바뀌어 다시 눈이 오는 겨울이 왔네요. 초등학생이던 아이가 중학교를 다닐만큼 흐른 세월 동안 쌓인 고통을 어떻게 짐작할까요...

이번엔 꼭 이겨요! 국정조사는 고통을 해결하지 못할겁니다. 하지만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 우리 스스로 우리의 아픔을 품기 위한 시작일 거라 생각합니다. 권력이 자본에 있다고, 어설픈 핑계를 대며 나가라고 할 때, 우리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 아니라고, 나 사람으로 여기 있다고 싸워온 그 시간이 함께 사는 사람의 세상을 만들어온 힘이라는 걸, 세상이 인정하도록 만들어요!

오늘 용산 동지들과 나눈 온기, 그 힘의 한 자락을 쥐고 사람의 장소를 만들고있는 동지들을 존경합니다. 위에서 호사 누린다는 말씀 마시고, 그 따뜻한 기운 지켜주세요. 땅에서 그 기운 번져오는 소리 놓치지 않을게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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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6 10:55 2013/02/0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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