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이어야 한다.

적어도 빗물이 눈으로 마구 쏟아져들어오지 말아야 하니까.

 

음악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다른 이의 울음소리는 전염성이 강해 이내 사람을 울게 한다.

귀를 막는 것으로 부족하면 눈을 감아도 된다.

하지만 눈을 감으면

겁없는 눈물들이 더욱 터져나올 지 모르니 주의해야 한다.

차라리 시선을 고정시킬 다른 곳을 찾는 것이 낫다.

예를 들어, 바람에 흔들리는 플라타너스 잎.

 

음악을 애써 신중하게 고를 필요는 없다.

뭘 들어도 마찬가지니 그냥 손이 가는 것을 준비하면 된다.

 

햇살이 짱짱한 곳에 서있어야 한다.

눈물이 찔끔거리면

얼른 눈을 들어 하늘 한번 쳐다보고 눈물을 말려야 한다.

 

갑자기 울컥하는 때가 있을 수 있으니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 정도 뽑는 것이 좋다.

종이컵이라도 씹을 수 있으니까.

 

눈물을 멈추기가 힘들면

오히려 옆에서 우는 사람을 달래주자.

눈물이 멎을 수도 있다.

멎지 않더라도 소리내어 울어서는 안된다.

울음소리가 자꾸 눈물을 끌어낸다.

 

아무도 없는 곳이라면

소리내어 펑펑 울어볼 수도 있다.

소리에 놀라 뜨끔한 눈물이 알아서 숨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눈물은 흐른다.

목구멍으로 꾸역꾸역 집어삼킨 눈물이

어느새 손끝으로 흘러나온다.

 

......

 

하지만 오늘까지.

네가 언제나 지켜보고 있을 테니

더는 울지 않을 것.

네 생각하면서 울지는 않을 것.

 

 

사진 속에서 그랬던 것처럼 웃으며 가렴.

 

고마워.

 

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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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1 17:56 2004/10/2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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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은선 2004/10/24 23:07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자작시 인가요?
    만약, 아니시라면 저자와 제목을 알고 싶습니다.

  2. 미류 2004/10/25 17:42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그냥 쓴 글입니다. 이렇게, 글로라도 눈물을 쏟아보내야 즐거운 마음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그녀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

  3. 욘용이 2004/11/02 01:4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헤헤 저 윤영이에요..블로그에는 익숙지가 않아서..
    음. 뭔가.. ..
    난 또 술을 먹었네요. 그래서 글보니까 많이 슬퍼요.
    술은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다 증폭시켜주니까..

  4. 미류 2004/11/03 12:1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욘용이 윤영이? 발음이 넘 힘들당 ^^ 다음엔 둘이 술마실 기회가 있으면 좋겠당. 살다보면 슬픔이 힘이 될 때가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