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 아빠가 갑자기 전화를 하셨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하고...)

'보건의료인 반전평화총회는 잘 치뤘는데 요즘 의료개방 문제로 의료인들이 바빠서 기대했던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지 못해 아쉬웠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의료 개방을 왜 반대하냐셨다. 말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병원을 못 짓게 하자는 것이 아니고 외국인이나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 영리법인도 허용하고 건강보험 적용도 제외시켜주려는 것을 막으려는 거라는 말을 하는데 진땀을 뺐다. 이대로 가면 민간의료보험도 도입되고 병원은 다 현대, 삼성 같은 기업이랑 다를 바 없는 곳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영리법인 이야기도 구구절절, 건강보험 이야기도 구구절절, 늘어뜨리지 않고서는 설명하기가 힘들었다. 설명을 다 듣고 나시더니 맞는 말인 듯하다면서도 그냥 '의료개방 반대'라고만 들을 때는 전혀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다는 말씀까지 해주셨다. 이전부터 답답하던 부분이었는데 뾰족한 수가 없다.

 

 



탑기사 제목을 이렇게 달았다.

'의료개방 VS 의료쇄국' 대충돌 예고

내용인즉슨,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되면서 본격적인 의료개방이 추진되려는데 보건의료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은 강력히 반대하고 있으나 병원협회와 의사협회는 입장이 다르다는 것이다. 경제자유구역에 한국인 병원 설립도 허용한다면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이런 대립구도는 '의료개방 저지!'를 외칠 때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구도다. 아빠 역시 자연스럽게 그런 구도를 떠올리셨던 거다. 하지만 보건의료전문 웹진에서 이런 제목을 다는 것은 정치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누구보다도 기자가, 의료개방을 반대한다는 것이 외국인/외국병원이 설립되는 것을 막자는 것이 아님을 알 것이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모른다면, 사표를 내야 맞다.

누가 보아도 '개방 Vs 쇄국'이라고 하면 '개방'에 호의를 품게 된다. 지금이 어떤 시댄데... 물론, 쌀개방 반대! 와 같은 구호는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쌀'에 대한 감수성은 무언가 지켜내자는 분위기에 동조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의료개방은 다르다. 보건의료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이 마치 '의료쇄국'을 주장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위 기사는, 결국 병원협회와 의사협회의 손을 들어주는 것일 뿐이다. 게다가, 병원협회와 의사협회는 아량이 넓고 대범한 이미지까지 얻게 되겠지, 쳇. 병원협회와 의사협회는 단서를 달고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저들에게 그 조건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당장 한국병원 진출이 허용되지 않더라도 한국병원과 외국병원에 대한 차별 폐지를 주장하며 언제든지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젠장.

 

하지만 정말 속상한 것은, 우리도 그 구도를 넘어설 만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개방'이 핵심이 아니라 '개방'이라는 이름으로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투자를 유치하려 들고 심지어 영리법인 불허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와 같은 마지막 안전판까지 모두 내버리는 것이 문제인데 '글쎄, 그걸 어떻게 말하나~'

 

(아쉬운 대로, 의료사유화 저지! 에 한표...)

^^;;

 

돈있는 사람과 돈없는 사람의 두 국민 전략 (미디어 참세상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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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3 20:40 2004/11/23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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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멜린다 파라스, 알라메다주 의료센터 &quot;(미국의 의료제도는) 사람들을 죽게 하고 일할 능력을 박탈하는 매우 체계적인 수단이지요. 의료문제는 한 사회의 도덕성과 매우 큰 관련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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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뎡야 2004/11/24 02:23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비디오 클립 뭔가요? 안 보이는뎅
    의료개방 문제를 저도 전혀 몰랐네요-_-;; 도서관 앞에 병원에도 플래카드 있는데.

  2. 미류 2004/11/24 18:17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뎡야// 비디오 클립은 ... 동물원의 '글쎄 그걸 어떻게 말하나' 예요. 어제까지는 잘 나왔는데... 역시 네이버에서 빌려오는 건 넘 불안정하군요. 나름대로 귀여운 척 하느라 신경쓴 건데 ^^;;
    근데 도서관 앞 병원에 어떤 플랭카드가 있는데요?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