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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의 정직성은 어떻게 확보되는가?

   운동의 정직성은 어떻게 확보되는가?

 

   백 사람이 대답한다면 백 사람이 모두 다른 답을 할 수 있는 질문입니다.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제가 생각하는 답을 하려 합니다.

 

   이천사년에 민주노동당이 원내 열 석을 차지하면서(지금은 아홉 석으로 줄었지만) 이천삼년과 현저하게 다른 상황으로 변한 것들이 많습니다. 그 중 '국고보조금'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돈은 인민의 세금으로 "정치를 제대로 하라"고, 또는 "더러운 돈을 받아 정치하지 마라"고 주는 돈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국고보조금'도 '국고보조금'이려니와 이천사년 총선이후 당원의 수도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그 이전의 완만한 증가에 비하면 놀라울만큼 많은 수의 당원들이 생겨났습니다. 저는 이 현상을 '진보 정치'에 목말라 하던, 또는 '진보'에 부채 의식을 갖고 있던 인민들이 입당을 한 것이라 봤습니다.



   잠깐 닭, 달걀 논쟁을 생각해 볼까요?
   돈이 생기니 돈을 쓸 곳이 생기는 것일까요, 아니면 돈을 쓸 곳이 생기니 돈을 마련하게 되는 것일까요.

 

   최소한 민주노동당에선 돈이 생기니 돈을 쓸 곳이 생기는 것처럼 보입니다.
   인민에게 가까이 가겠다는 생각 좋고, 바닥부터 정치 사업을 벌이자는 생각 좋습니다.
   그러나, 준비위원회로 조직되더라도, 하여간 깃발이라도 세운 지역위원회(당시는 지구당이었죠)가 있다면 각 지역위원회별로 상근자를 한 명씩 두겠다는 '발상'은 "돈이 생기니 쓸 곳이 생기더라"는 발상에서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 각 지역별로 당원 백 명만 있으면 준비위원회 깃발을 세울 수 있고, 그렇다면 중앙당에서 상근자 한 명의 상근비를 내려받을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이 있었습니다. 이 '판단' 때문에 지금 민주노동당엔 수많은 지역위원회들이 생겼고, 결국 수많은 지역위원회들의 상근자들이 당의 재정을 갉아 먹고 있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각 정파 별로 특정 지역위원회를 장악하면 자기네 사람 한 명을 월급장이로 앉혀 놓는 일이 비일비재했을 겁니다.

   대전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현실'이 '정당법'에 딱 걸리는 일이라는 겁니다.
   현 정당법에는 지구당이라는 '조직'이 없으며 당 조직은 광역시도당에서만 운영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당의 이름으로 상근비(그게 월급이든 활동비든)를 받는 상근자도 광역시도당에만 허용되어 있습니다. 그 숫자도 정확하게 제한되어 있습니다. 어떤 당이든 대전광역시당 이름으로 당 운영을 하고 있다면 대전시당 내에서 상근비를 받는 당 상근자는 다섯 명을 넘길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주 자연스럽게 그걸 어기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런 배짱이 어디서 유래된 것일까요?

 

   상근자가 있으면 지역 사업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 맞습니다.
   그러나 상근자가 없으면 지역 사업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없다. 이건 틀렸습니다.
   특히 우리 당처럼 인민에 대한 헌신과 봉사를 원칙으로 삼고 있는 당은 "상근자가 없으면 지역 사업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말해선 안 됩니다.
   누군가가 굳이 돈을 받아야만 당 일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다른 곳에 가서 돈을 벌으라고 말해야 합니다.
   꼭 당 일을 하고 싶다면 가능한 시간을 내서 당 일을 하면 됩니다.
   아무리 많은 상근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같은 당은 돈을 받지 않고 자원활동을 하는 당원들이 꽤 많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굳이 상근자를 유지하려고 하는 까닭은 무엇인지. 당 간부들은 이 부분에 대해 정직하게 답을 해야 합니다. 채용해 놓고, 형편이 이러니 그만 하라고 말 할 수 있냐고도 합니다. 말 할 수 있죠. 왜 그 말을 하지 못합니까?

 

   제가 답답해 하는 부분은, 정당법을 어기는 것도 어기는 것이려니와(지방 선거가 됐든, 총선이 됐든 선거를 앞두고 우리 당이 정당법에 규정된 재정 운용 규정을 어겼다는 기사가 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당 사무총장이, 혹은 광역시도당 사무처장이 검찰에 소환되고 경찰에 잡혀가고 그게 텔레비젼 뉴스에 나오고... 그런 거 한 번 상상해 보십시오. 선거는 끝입니다) 이 문제가 결국 당원들에 대한 배신으로 이어진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당원들이 당비를 낼 때, 무슨 생각으로 당비를 내겠습니까? 당 상근자들 먹고 살라고 내겠습니까? 아니면 당 사업을 하라고 내겠습니까? 일을 하려면 일할 사람이 필요하고 그렇다면 일할 사람의 생활을 보장해 주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하는 것은 영 아니올시다, 입니다.

   더군다나 지금 일부 지역위원회들이 하고 있는, 지역위원회별로 상근자를 두는 문제는 어떤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습니다. 대전의 어떤 지역위원회는 상근자 한 명, 또 다른 상근 당직자 한 명, 또 다른 반상근 당직자 한 명이 상근비(또는 활동비)를 가져가고 있습니다. 그 지역위원회는 매달 중앙에서 내려오는 당비를 다 합쳐도 그 세 명의 상근비를 대지 못합니다. 무슨 사업을 하고 무슨 활동을 합니까? 그 세 명의 상근자(또는 활동가)가 일당백의 활동을 하고 있더라도 일반 당원들이 이해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아무리 뭐라해도 그건 몇몇의 생활비를 가지고 가는 것 외에는 다른 어떤 형식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운동의 정직성은 돈을 제대로 쓰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돈을 투명하게 쓰고, 누가 보더라도 뒷말이 없게 쓰는 것으로 확보됩니다.
   지금은 몇몇 당 간부들만이 돈의 쓰임새를 알고 있고, 그 보고서도 보고 후에 회수해가는 판입니다. 혹이라도 외부로 유츌되면 안 된다는 건데, 언제부터 우리 당이 이런 식으로 운영되었습니까?

 

   당장! 하루 빨리! 정당법에 걸리지 않게, 당원들에게 볼펜 한 자루 산 것까지 알릴 수 있게 돈 씀씀이를 바꿔야 합니다.

 

   ※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썼습니다. 우리 당 내에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지역위원회도 있을 겁니다. 확대해석하지 마시고... 한 당원의 투덜거림으로 받아들이셔도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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