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이네들에 대한 오해와 진실 - 중국동무들①

일 원짜리도 받아내는 독종?

사업주들을 만나서 이주 동무들 문제를 해결할라치면 중국동무들의 돈 개념에 대해 험담을 듣는 경우가 많다.
얘기인즉 지독하다는 것이다. 자기들이 받을 돈은 일원 한 장까지 다 쳐서 받아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물론 자기들이 얼마나 잘 해 줬는지... 그렇게 잘 해 줬는데 지독하게 군다고 이야기하곤 하는데, 어떻든 결론은 지독하다, 이다.

실제는 어떠냐고? 사업주들 말이 맞다. 내가 봐도 지독하다.
그런데 지독하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 지독하다고 하면 안 되고 자기가 받을 돈에 철저하다고 봐야 한다.
중국동무들은 받아야 할 돈은 꼭 받는다. 받아야 할 돈이 사백삼십칠만 오천이백오십 원이면 오십 원까지 받아야 한다. 그래야 다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냥 사백삼십칠만 원을 받고 넘어가지 않는다. 나한테 찾아와서 상담을 할 때도 오십 원까지 이야기한다. 자기가 받아야 할 돈이 대충 이렇다고 하지 않고, 그 오십 원까지 이야기한다. 그 돈이 어떤 계산으로 나온 것인지는 몰라도 사장'님'하고 계산할 때 내가 받을 돈이 이렇다고 했다고, 메모한 내용까지 보여주면서 예의 오십 원까지 이야기한다.



그러나 모든 사물, 사건이 그렇듯 보기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네들의 입장을 충분하게 이해할 수 있다. 또 따지고 보면 받을 돈이 그렇다는데 부모 자식 관계도 아니고 대충 이만큼 달라고 하겠는가?
한국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나한테 바로 이 말을 한 사업주도 몇 있었는데, 내가 그랬다. 한국 사람들한테 당신 받을 돈이 이만저만한데 대충 이만큼만 주겠다, 그렇게 이야기 해 봤냐고. 그럼 한국 사람들은 그러자고 하냐고.

결국 이주노동자이기 때문에 쉽게 생각하면서 대충 이 정도에서 마무리 하지, 이런 수작일 뿐이다.
아, 물론 중국동무들이 조금 더 예민할 수도 있다. 내가 봐도 지독하다고 하지 않았나? 약간 더 하기도 하다.

그래도 쓸 때는 통 크게

지금은 덜 하지만,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받지 못한 임금이나 퇴직금을 받아주면 고맙다고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단체는 처음 상담할 때 '취하서'까지 다 받아놓기 때문에 일이 꼬이지 않는 이상 다시 찾아올 일이 없는데 굳이 찾아와서 고맙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인사'를 오면서 '봉투'를 준비해 오는 경우도 많았다.
어느 나라든 막론하고 찾아와서 수수료(이게 일상적인 낱말이 아닌데 거의 모든 이주동무들이 알고 있었다. 처음엔 얼마나 생뚱맞던지)가 얼마냐고 묻고, 그런 거 없다고 하면 굳이 봉투를 꺼내면서 맛있는 거 사 먹으라 하기도 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이거 얼마냐? 고 묻고 봉투를 열어 얼마인지 세어보곤 했다. 우리 단체 방침이 돈을 받으면 그 돈(사업주에게 받은 돈) 모두 받고 아니면 받지 않는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돌려주곤 했는데, 중국동무들은 좀 달랐다.
이주동무들 대부분이 수수료라는 말을 알고 있을 만큼 마땅히 줘야 하는 돈이라 생각하는 듯 했고, 그 액수는 거의 십 퍼센트 정도였는데, 중국동무들은 좀 달랐다.
대략 이백만 원 정도 체불된 임금을 받았다고 할 때, 여느 나라 동무들은 이십만 원 정도 가지고 온다. 그런데 중국동무들은 대부분 그보다 더 많이 준비해 온다. 언젠가 절반 가까이 되는 돈을 수수료라고 가지고 온 적도 있었다. 그네들 말은, 어차피 받지 못할 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당연히 받을 돈을 받은 건데 무슨 말이냐고 하면, 그래도 그게 아니란다.
약간 실랑이 끝에 수수료 같은 거 없다고 예의 다 주던지 다 가지던지 하라고 하면 알았다면서 거듭 거듭 인사하고 간다.
그러고 나서 튀김 닭이나 양념 닭을 다섯 마리, 열 마리 씩 사가지고 온다. 고맙다고 인사하는 건데 한두 마리 사가지고 와서 먹으라 하지 않는다. 정말 말 그대로 왕창 사가지고 온다.

한 번 동무면 영원한 동무

대충 눈치 챘는가? 중국동무들은 자기편이라 생각하는 사람에겐 정말 잘 한다. 대충 이 정도 하면 되겠지, 선에서 때우지 않고 정말 잘 한다.
우리가 '뙤놈', '짱깨'라고 부르며 업신여겨서 그렇지, 성실하게 대하면 성실하게 답한다.

하긴 이게 중국동무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겠는가?

덧붙여

중국동무들 모두가 위와 같다는 말이 아니다. 어느 나라든 나쁜 사람이 있고 좋은 사람이 있지 않나? 고맙다는 인사(바란 적도 없지만)는커녕 연락을 끊어버리는(노동청에서 돈을 받았는지 받지 못했는지 확인을 해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중국노동자도 있었다. 며칠 뒤 어렵게 연락이 되자 대뜸 수수료 달라는 거냐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겪은 중국노동자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다.


서민식 | 대전이주노동자연대 대표


----------------------------------------
2008-06-30 00시06분  미디어충청에 실린 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