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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김] 가장 편안하게


가장 편안하게

제 이야기를 좌파는 이래야 한다는 불편한 이야기로, 좌파의 윤리 강령으로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는 오히려 다들 좀더 편안하게 살자는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아까 제가 좌파들이 제 아이 사교육 시키는 일로 서로 티격태격하는 풍경을 말씀드렸는데, 저는 '좌파가 어떻게 제 자식을 사교육 시키느냐'는 말은 틀린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히려 '아이 사교육 시키는 사람이 뭐하러 좌파를 하는가'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람이 꼭 좌파로 살아야 합니까? 누가 우리에게 좌파로 살아야 한다고 강제한 일이 있습니까? 양심적인 자유주의자로, 이명박 비판하고 조중동 반대하고 춧불시위 참여하고 하면서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부끄럽지 않은 삶 아닙니까? 그런데 굳이 자신을 좌파로 규정하면서 불편하게 살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 한국 사회에 좌파가 지나치게 부족하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심각한 건 자신을 좌파라 강변하는 자유주의자들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입니다. 나는 내 양심을 건사하는 자유주의자로 살지만 좌파들을 존중한다, 이런 품위 있는 자유주의자가 많아야 사회가 갈피를 찾게 되고 좌파도 제 역할에 전념할 수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참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하나같이 내가 가장 현실적인 좌파다, 내가 변화한 시대의 좌파다, 억지를 부리면서 묵묵히 활동하는 좌파들을 비현실적이니 관념적이니 깎아내리지요. 그런 태도가 조갑제 같은 극우세력의 이념 공격보다 훨씬 더 좌파에게 치명적입니다. 대중들에게 매우 설득력 있게 들리거든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좌파가 그럴 수 있느냐, 난 좌파인데 이래도 되나, 이런 불편함을 버리십시오. 편안하게 사십시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리는 가장 편안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존엄한 권리입니다. 좌파로 사는 게 편안하면 좌파로 살면 되는 것이고 자유주의자로 사는 게 편안하면 자유주의자로 살면 됩니다. 그게 사회에도 본인의 정신건강에도 좋습니다. (부산 강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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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25일 11:43  규항넷



김규항 씨가 운영하는 블로그에서 옮겼습니다. 밑줄은 제가 그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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