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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한 부분

얼마 전 휴대전화를 바꿨습니다. 요즘 전화기를 만들 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저절로 고장 나게 만드는지 오 년 넘게 사용하니 버튼이 잘 눌리지 않고,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말소리도 잘 안 들리는 것 같고 그랬습니다.
잘 아는 대리점에 가서 "가장 싸게" 할 수 있는 전화기를 달라고 했습니다. 동무이기도 한 사장이 대뜸 "너는 애니콜 안 쓰잖아?" 하더군요. 애니콜 말고 아무 거나 싼 것으로 달라니까 "넌 벨소리 직접 만들어 넣잖아?"랍니다.
싼 게 있긴 한데, 만들어 넣는 벨소리 용량이 적어서 네 마음에 들지 않을 거라고, 비슷한 값인 애니콜은 벨소리 공간도 넉넉하고 뭐도 되고 어쩌구 하더니, "그래도 애니콜 안 쓸 거지?" 다시 되묻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저 역시 물건을 살 때, 이런저런 기준을 들이댑니다.
제가 휴대전화를 고르는 기준은 첫째, 싸고, 둘째, 제가 만든 벨소리를 마음대로 넣을 수 있어야 합니다. 엠피쓰리를 넣을 수 있든 없든 카메라 화질이 떨어지든 말든 그런 것은 아무 상관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따질만한 기준이 벨소리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새로 산 전화기는 벨소리도 두 개 밖에 넣지 못하고 넣을 수 있는 용량도 제한되어 있어서 라이브벨 수준으로 벨소리를 만들면 십팔 초를 넘기지 못합니다.
당연히 썩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처음엔(지금은 덜 하지만) 불편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불편함은, 애니콜을 사용하는 '가책'과 비교하자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언젠가 어떤 자리에서 "나는 성인이 된 이후 내 돈 주고 삼성 제품 산 게 단 한 개도 없다"고 했더니, 농담인 줄 알았는지 떠벌이는 것으로 봤는지 "텔레비전은?", "냉장고는?", "세탁기는?" 등등 묻습디다.
누군가 "삼성 제품 안 쓰다가도 결혼할 때는 사게 되더라"고 하기에 "혼수품 중에 삼성에서만 나온 게 있냐? 다른 회사 제품 쓰면 되고, 만약 그런 제품이 있다면, 나는 안 산다"고 했습니다.

제가 삼성 제품을 쓰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노동조합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냥 없는 게 아니고 노조를 만들지 못하게 하는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이른바 '무노조신화'라고 되도 않는 '선전'을 해대는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노조 만든다고 하면 칩까지 달아 스물네 시간 감시하고 테러까지 자행하면서 그게 '자랑'인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삼성 제품 쓰지 말자고 하면 "그럼 엘지 것 쓰자는 거냐?", "뭐 엘지는 노동자에게 잘하는 회사냐?"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질문으로 논지를 흐리면 안 됩니다. 최소한 엘지는 조합이 있습니다. 그 조합이 어용이든 제대로 하지 못하든 조합이 활동하는 사업장입니다.
'조합 없음'이 자랑인 회사, 조합 건설을 폭력으로 막는 회사는 민주주의의 적이고, 공공의 적입니다.

홍세화 씨가 유럽의 어느 나라에 갔을 때 삼성에 대해 이야기를 했더니 그 나라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했답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삼성 제품을 쓰지 않겠네요?"

불매운동? 그런 거 안 해도 됩니다. 그냥 내가 쓰지 않으면 됩니다.
컴퓨터 한 대를 조립 주문할 때도 "삼성 부품은 하나도 넣지 마십시오"라고 이야기하십시오.
저는 이게 진보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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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당 소식지에 실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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