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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30
    이네들에 대한 오해와 진실 - 중국동무들①
    도끼
  2. 2008/06/27
    시작이 중요하다
    도끼
  3. 2008/06/11
    그곳은 사람을 위하는 나라가 아니다
    도끼

이네들에 대한 오해와 진실 - 중국동무들①

일 원짜리도 받아내는 독종?

사업주들을 만나서 이주 동무들 문제를 해결할라치면 중국동무들의 돈 개념에 대해 험담을 듣는 경우가 많다.
얘기인즉 지독하다는 것이다. 자기들이 받을 돈은 일원 한 장까지 다 쳐서 받아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물론 자기들이 얼마나 잘 해 줬는지... 그렇게 잘 해 줬는데 지독하게 군다고 이야기하곤 하는데, 어떻든 결론은 지독하다, 이다.

실제는 어떠냐고? 사업주들 말이 맞다. 내가 봐도 지독하다.
그런데 지독하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 지독하다고 하면 안 되고 자기가 받을 돈에 철저하다고 봐야 한다.
중국동무들은 받아야 할 돈은 꼭 받는다. 받아야 할 돈이 사백삼십칠만 오천이백오십 원이면 오십 원까지 받아야 한다. 그래야 다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냥 사백삼십칠만 원을 받고 넘어가지 않는다. 나한테 찾아와서 상담을 할 때도 오십 원까지 이야기한다. 자기가 받아야 할 돈이 대충 이렇다고 하지 않고, 그 오십 원까지 이야기한다. 그 돈이 어떤 계산으로 나온 것인지는 몰라도 사장'님'하고 계산할 때 내가 받을 돈이 이렇다고 했다고, 메모한 내용까지 보여주면서 예의 오십 원까지 이야기한다.



그러나 모든 사물, 사건이 그렇듯 보기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네들의 입장을 충분하게 이해할 수 있다. 또 따지고 보면 받을 돈이 그렇다는데 부모 자식 관계도 아니고 대충 이만큼 달라고 하겠는가?
한국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나한테 바로 이 말을 한 사업주도 몇 있었는데, 내가 그랬다. 한국 사람들한테 당신 받을 돈이 이만저만한데 대충 이만큼만 주겠다, 그렇게 이야기 해 봤냐고. 그럼 한국 사람들은 그러자고 하냐고.

결국 이주노동자이기 때문에 쉽게 생각하면서 대충 이 정도에서 마무리 하지, 이런 수작일 뿐이다.
아, 물론 중국동무들이 조금 더 예민할 수도 있다. 내가 봐도 지독하다고 하지 않았나? 약간 더 하기도 하다.

그래도 쓸 때는 통 크게

지금은 덜 하지만,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받지 못한 임금이나 퇴직금을 받아주면 고맙다고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단체는 처음 상담할 때 '취하서'까지 다 받아놓기 때문에 일이 꼬이지 않는 이상 다시 찾아올 일이 없는데 굳이 찾아와서 고맙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인사'를 오면서 '봉투'를 준비해 오는 경우도 많았다.
어느 나라든 막론하고 찾아와서 수수료(이게 일상적인 낱말이 아닌데 거의 모든 이주동무들이 알고 있었다. 처음엔 얼마나 생뚱맞던지)가 얼마냐고 묻고, 그런 거 없다고 하면 굳이 봉투를 꺼내면서 맛있는 거 사 먹으라 하기도 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이거 얼마냐? 고 묻고 봉투를 열어 얼마인지 세어보곤 했다. 우리 단체 방침이 돈을 받으면 그 돈(사업주에게 받은 돈) 모두 받고 아니면 받지 않는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돌려주곤 했는데, 중국동무들은 좀 달랐다.
이주동무들 대부분이 수수료라는 말을 알고 있을 만큼 마땅히 줘야 하는 돈이라 생각하는 듯 했고, 그 액수는 거의 십 퍼센트 정도였는데, 중국동무들은 좀 달랐다.
대략 이백만 원 정도 체불된 임금을 받았다고 할 때, 여느 나라 동무들은 이십만 원 정도 가지고 온다. 그런데 중국동무들은 대부분 그보다 더 많이 준비해 온다. 언젠가 절반 가까이 되는 돈을 수수료라고 가지고 온 적도 있었다. 그네들 말은, 어차피 받지 못할 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당연히 받을 돈을 받은 건데 무슨 말이냐고 하면, 그래도 그게 아니란다.
약간 실랑이 끝에 수수료 같은 거 없다고 예의 다 주던지 다 가지던지 하라고 하면 알았다면서 거듭 거듭 인사하고 간다.
그러고 나서 튀김 닭이나 양념 닭을 다섯 마리, 열 마리 씩 사가지고 온다. 고맙다고 인사하는 건데 한두 마리 사가지고 와서 먹으라 하지 않는다. 정말 말 그대로 왕창 사가지고 온다.

한 번 동무면 영원한 동무

대충 눈치 챘는가? 중국동무들은 자기편이라 생각하는 사람에겐 정말 잘 한다. 대충 이 정도 하면 되겠지, 선에서 때우지 않고 정말 잘 한다.
우리가 '뙤놈', '짱깨'라고 부르며 업신여겨서 그렇지, 성실하게 대하면 성실하게 답한다.

하긴 이게 중국동무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겠는가?

덧붙여

중국동무들 모두가 위와 같다는 말이 아니다. 어느 나라든 나쁜 사람이 있고 좋은 사람이 있지 않나? 고맙다는 인사(바란 적도 없지만)는커녕 연락을 끊어버리는(노동청에서 돈을 받았는지 받지 못했는지 확인을 해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중국노동자도 있었다. 며칠 뒤 어렵게 연락이 되자 대뜸 수수료 달라는 거냐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겪은 중국노동자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다.


서민식 | 대전이주노동자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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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30 00시06분  미디어충청에 실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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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중요하다

나만 그런 건지 모르겠다.
세월이 수상할수록 뭐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길게 보든 짧게 보든 뭐라도 해야겠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제대로 된 시작인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따지고 보면 지금만 헤매는 것은 아닌 듯하다. 이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뭘 어떻게 해야 "이뤄낼지" 모르겠다. 심지어... 어떤 때는 내가 바라는 게 뭔지, 그것도 헷갈릴 때가 있다.



난 거의 참석하지 못했는데 작년엔 이십 년째라고 꼭 오라고, 얼굴이나 한 번 봐야하지 않겠냐고 채근해서, 갔다 왔다.
근사한 음식점에 모여 "하나도 변하지 않았구나"라며 상투적인 인사를 주고받고, "지원 나갔을 때... 거 롯데 앞에서...", "신세계 쪽에 고가 있잖아. 그때 그 위에서 난리친 게 우리 조 아니었냐. 양쪽으로 포위되면 끝장인데 어떻게 거기서 그럴 용기가 났는지..." 운운하며 추억도 씹고 고기도 씹고 그랬다.
그러다가 누군가 이랬다.
우리들... 그때... 병을 던지면 세상이 바뀐다고 생각했나?
글쎄... 내 기억만 되살리자면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다고 그저 허공에 발길질하는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설마...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 많은 시간을 길에서 보냈겠나.
잠시 고민을 하는데, 다른 동무가 "최소한 파쇼는 끝장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라고 답을 했다.
그 말에 모두들 웃었다.
그랬던가? 소주병에 담긴 신나와 휘발유가 파쇼를 홀라당 태워버릴 것이라 생각했던가?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내 견해는, 어떻든 그 당시 "우리"의 "병"이 파쇼를 태운 게 아니다.
태우긴 커녕 노 아무개가 나와 한 마디 하니까 바로 조용해졌다.
그때 우리가 원했던 게 직선제였나?
"최소"한 "끝장"내는 것은 그저 기억에만 있는 목표였나?
어디서부터 잘못되었기에 그 많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선량한" 시민으로 돌아갔는지 모를 일이었다.

아! 잠깐 기억을 되살리자면, 그때 지하철 칸칸에 뿌려진 "피"에 죽으나 사나 "직선제 쟁취"라고 썼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네들 내부 문서엔 "군부독재세력은 절대로 직선제를 받을 수 없고(그네들 판단으로는 직선제를 받으면 군부독재세력이 지니까) 그러므로 지금 외치는 "직선제 쟁취"는 "혁명적인 구호"가 된다"는 식으로 쓰여 있기도 했다.
되도 않는 것에 "혁명"을 갖다 붙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가소로운데, 예의 노 아무개의 한 마디 이후 차로 가득 찬 명동 도로를 보면서 "링겔족이 이야기하는 혁명 이후는 이런 것이구나"라고 쓰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따지고 보면 이것저것 다 문제였던 거 같다. 몽땅 문제였다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뭔지 구체적으로 고민하지 않는다는 반증이겠지만, 하여간 내 보기엔 몽땅 다 문제였던 거 같다.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 사람들이야 뭘 고민하겠는가?
뉴타운 허가는 나지 않는다고, 안 되면 어떻게 하겠냐고 묻자, "그 사람 대한민국 최고 부자니까 영 안 되면 자기 돈이라도 써서 뉴타운 하지 않겠어요?"라고 되묻는 사람이 뭘 고민하겠는가?

이런 사람들 말고... 어떻든 어떻게든 세상이 바로 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십 년 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무엇부터 시작할 것인가? 이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 책 제목 : 무엇을 할 것인가
- 글쓴이 : 레닌
- 옮긴 이 : 최호정
- 펴낸 곳 : 박종철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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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대전광역시당(준) 소식지에 '서평'을 '고정적'으로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① 서평 형식이 아니어서 싫어할 듯.
   ② 고정적으로 쓸 자신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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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대로, 이게 무슨 서평이냐는 '점잖은 항의'가 있었고, 특정 정파를 비난하는 내용은 삭제하면 어떻겠냐는 '은근한 제안'이 있었다.
어떻든... 실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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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사람을 위하는 나라가 아니다

요즘 동무들을 만나면 이 질문을 많이 듣는다.
"대통령이 바뀌니 더 힘들지 않냐?"
왜 그렇게 묻는지 알지만 특별하게 더 힘들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뭐 그런 말을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어 보이니까.

나는 나를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고 대단히 부정적이거나 염세적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세상을 바꾸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눈치 챈 것 같다.



이 나라 사람들이 흔히 예상하는 것처럼 이주노동자들 대부분은 적은 임금을 받고 일을 한다. 당연하다. 이 나라 노동자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이주노동자들을 쓰려고 하진 않을 테니까. 말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먹는 것부터 뭐 하나 까탈스럽지 않은 게 없으니 당연하지 않겠나.
언젠가, 어떤 기자가 이주노동자 사업을 하면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냐고 묻기도 했다. 그래도 어쩌겠나. 내가 보기에도 그런 걸.

한 달에 팔십만 원, 구십만 원 받고 일요일에도 오후엔 꼬박꼬박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흔하다. 토요일? 그냥 일한다.
그렇게 일을 하는 데도 어느 때부터인가 월급이 제때 나오지 않는다. 아예 주지 않는 달이 늘어난다. 서너 달 버티다가 안 되겠다 싶은 생각에 사장을 찾아가 "돈 줘요"하면 그 날로 쫓겨난다. 돈? 돈은 받지도 못하고 나온다.
그렇게 받지 못한 돈이 이백만 원, 또는 삼백만 원 정도? 그 정도면 사장 집에 불을 지를만도 한데 그냥 곱게 나온다. 참 어이없다.

다른 회사에 취직해서 일을 하면서 예전 회사에 몇 번 전화를 한다. 찾아가기도 한다. 돈 달라고.
그러면 욕을 듣기도 하고, 언제까지 주겠다는 말을 듣기도 하고 그런다. 언제까지 주겠다고 하면 기다린다. 하긴 기다려야지 달리 방법이 있나? 준다는 날짜에 예전 회사를 찾아가면 십만 원, 이십만 원 이렇게 받아온다.
그 이후에 다시 전화를 하면 줄 돈 다 줬는데 뭘 또 달라고 하냐는 말을 듣는다. 이백만 원 아니냐고 하면 니가 회사에 끼친 손해가 얼마나 많은데 그딴 소리를 하냐고 한다. 다시 전화를 하면 경찰에 신고해서 당장 잡아가라고 하겠다고 협박도 한다.
이쯤 되면 월급을 떼이는 게 당연하다는 주변 동무들의 '조언'을 듣게 된다. '당연히' 떼이는 것이라는.

그러다가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를 찾아온다.
얼마나 일 했냐? 받지 못한 돈이 얼마냐? 회사를 그만 둔 다음에 돈 달라고 한 적이 있느냐? 이런 내 질문에 이주노동자는 꼬박꼬박 사장님이, 사모님이, 부장님이, 이런다.
불을 지르진 못해도 욕이라도 할 만한데 꼬박꼬박 사장'님'이다.

항상 이랬다.
여기까지는 항상 이랬다. 일 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다.

그런데.
문득, 얼마 전부터 일이 잘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예전엔 노동청에 진정을 내고 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나도 이야기를 하고, 이런저런 과정을 거치면 사장이 돈을 입금했다. 쉽게 처리되진 않았지만 그다지 힘들지도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힘들어졌다.
사장이 노동청에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냥 버틴다. 연락도 받지 않고 출석도 하지 않는다.
어쩌다가 사장이 노동청에 나오더라도 다짜고짜 욕이다. 그런 새끼들은 몽땅 감옥에 처넣어야 한다고 한다. 법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흥분하기도 한다.

예전엔 그렇게 욕하는 사장에게 은근히 협박도 했다. 사실 나야 제삼자 아닌가? 이주노동자가 강제출국을 당하든 말든 사장이 돈을 주든 말든 상관없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수수료를 받는 것도 아니고... 사건을 해결한다고 해서 십 원짜리 하나 얻는 것도 없는데 나는 아무 상관없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그러면서 내가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할 계획인데, 그렇게 되면 당신도 속 깨나 썩을 거라고 협박을 하곤 했다. 그 돈 나하고 상관없으니 마음대로 하라고, 대신 그보다 더 손해 보게 하겠다고 협박을 하곤 했다.
그렇게 하면 먹혔다.

요즘은 아예 나오질 않는다.
나 혼자 노동청에 멀뚱멀뚱 앉아 있다가 돌아오는 날이 늘었다.
간혹 나오더라도 마음대로 하라고 한다. 배를 째라고 한다. 그런 사장이 늘었다.
세상이 바뀐 것일까?

이 나라 사람들이 흔히 예상하는 것과 달리, 이주노동자들에게 백만 원은 참 큰돈이다. 이 나라에선 한 식구가 한 달을 지내기도 버거운 돈이지만 어떤 나라에선 한 식구가 서너 달을 살기도 한다. 반년을 지낼 수 있다고 하는 말도 들었다. 굉장히 큰돈이다.
그렇게 큰돈을 그냥 안 주려고 하는, 그 배짱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째라는 배에서 나오는 것일까? 모르겠다.
세상이 바뀐 것일까?

십년 만에... 대통령이 바뀌니까... 그이가 사장'님'들 편을 들어줄 것이라 생각해서... 그래서 배짱을 부리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니면 그 대통령이 대통령 되기 전부터 이런저런 문제가 있던 사람이라... 나라님도 거짓말을 일삼고 그 자리까지 갔는데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그러냐? 뭐 이럴 수도 있겠다.
그런 건 모르겠다.
그냥 세상이 바뀐 것인가 싶다.
잘 모르겠다.

서민식 | 대전이주노동자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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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1 06시06분  미디어충청에 실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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