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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지점에서 폭력과 차별 말하기 _청올

adelitas님의 [청올님 제발 나 좀 살려줘 T.T] 에 관련된 글.

 

(adelitas님에게 덧글로 달다가 이번엔 정말 덧글뿐이었다가 순전히 길어서, 포스팅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 관련된 글을 읽고 보아야만 하겠네요. 누군가 제 덧글이 길어 잘 못 읽겠어서 출력을 해서 읽었다는 얘길 들으니;;; 두루(?)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 말씀이 그 말씀입니다. 마지막 문장이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겁니다. 뭔가 '그렇기 때문에 그 비교가 잘못되었다'고 얘기할 근거가 되기에는, 저는 서로 다른 곳에서 다른 것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애초에 그런 논리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보는 거예요. 물론 adelitas님은 서로 다른 얘길 하고 있다고 해도 '그 비교만은 정말 아니다'라고 하기에 충분한 근거라고 생각하시니까 그렇게 얘기해오신 거겠지만 저는 '이런 이런 같은 점을 그들이 보였다'고 비교한 것을 자꾸만 '다른 점이 있는데 왜 같냐'고 하시니까 저도 답답합니다. 서로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차이가 있는 거겠지요.

그리고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같다는 얘기는 다른 분이 말씀하시기 전에 저도 한 적이 있고 그런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 보통 일반인들은 교통신호만 위반해도 벌금뭅니다. 옆집에서 남자가 처자식 두들겨 패면 저런 죽일 놈 하면서 욕합니다. 사람들도 뭐가 옳고 그른지 다 알아요. 집회하러 나온 사람들이 집회 좀 방해했다고 노숙인을 들고가서 내팽개치면 다 욕해요. 하지만 철거민들은 용역한테 온갖 행패 다 당해도 나 몰라라 하고 노동자들은 구사대한테 온갖 폭력 다 당해도 관심도 안 가지고 정부와 자본의 입장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요. 저는 그 점을 지적한 거에요. T.T'
-> 역시 계속 말씀드리듯이 지배-피지배 관계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관하여 기본적으로 동의합니다만, 이런 얘기가 애초에 제가 한 얘기에서 비교한 부분을 무효화할 정도로 같은 논리선상에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집회 하던 사람들이 노숙인을 그렇게 했을 때 '다 욕하지'만은 않습니다. 당장 그렇게 한 사람들 집단이 끝까지 정당화했고요, 주변 아무도 문제제기를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옆집에서 처자식 두들겨 패는 남자'도 사람들이 다 욕하더라도 그 남자는 끝까지 잘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 폭력 그렇게 사람들이 옳고 그름을 잘 알고 제대로 대처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가정폭력은 남의 집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도 훨씬 더 많을 겁니다. '문제는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그 이상 어떻게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란 말입니다.

저도 사람들이 옳고 그른 것을 모를까 봐 알자고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정폭력을 주변에서 욕하는 사람들도 직접 들어가서 남편에게 시비 걸고 제지하고 문제제기하는 사람 드물 겁니다. 노숙인에게 그랬을 때에도 주변 사람들은 다 그냥 모른척하고 지나쳤습니다. 아무도 실제로 신경쓰지 않아요. 문제제기한 사람 저 혼자밖에 없었습니다. 오히려 주변에선 다 둘러싸서 제가 욕을 먹었죠. 저도 직접 뛰어들어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충격 먹고 내 눈을 의심하며 한참 아무것도 못하고 서 있다가 뒤늦게 그럴 수 있었느냐고 했을 뿐이에요.

또 철거민, 노동자가 용역과 구사대한테 온갖 행패를 당하고 구타를 당해도 죽일 놈들 하면서 욕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충분히 많다는 뜻이 아닙니다. 인원수나 통계를 가지고 접근하는 것의 한계는 명백하지만, 그 접근으로도 이미 '어느 쪽이 더 심한 폭력이다'라는 말은 뒷받침이 안 된다는 겁니다.

어떤 폭력에 대하여 제대로 대처하고 문제제기하는 사람이 '충분히 많은' 적은 없습니다. 당장 당한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의 피해는 이미 발생했고 가해자가 그것을 정당화하고 있을 때, 사람들이 이 죽일 놈 하면서 욕은 하지만 그것을 가해 당사자로 하여금 설득시키고 '네가 분명히 잘못한 거다'고 하는 문제는 분명 다른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래서 제가 근본적인 문제고 운동이라고 얘기한 겁니다.

그리고 어느 경우든 소위 '사적인 영역' 그리고 '공적인 영역'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하여 '어떤 것은 계급이 연루돼 있기 때문에 더 폭력적이다'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겁니다. 계속 이 문제는 애초에 제가 비교한 것과 다른 부분의 얘긴데, adelitas님은 계급 문제를 자본과 국가에 의한 계급만 보고 그것이 다른 어떤 계급보다 우위에 있다고 보시는 것 같습니다.

자본과 국가에 의한 지배가 물리력이나 자원 소유에서 엄청나고 비교도 안 되게 큰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젠더나 노숙인 문제도 그 계급 문제와 떨어질 수 없게 연루돼 있기도 할 뿐 아니라, 국가와 자본의 계급 논의만 가지고 설명되지 않는 세세한 영역이 있습니다. 오히려 그 '계급'과 지배/피지배 이야기를 더 중심에 놓고 모든 이야기의 전제로 삼으려고 할 때, 그 지배 관계조차 뒷받침되지 않는 수많은 폭력에 대하여 '그래도 그건 국가 폭력과는 다르다'와 같은 사실상의 '덜 중요한 폭력'으로 만드는 차별이 일어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벌써 '가정폭력'에 대하여 '사람들은 다 알고 죽일놈이라고 욕한다'고 하고 계시잖아요. 그걸 다 아는 사회에서 계속해서 그 폭력이 일어나고 은폐돼고 재생산되고 있는 현실은 어떻게 보십니까? 전에도 덧글로 말했지만 여전히 '그래도 남성의 성욕은 어쩔 수 없이...'라고 하면서 정당화하는 사람들이 많은 성폭력이나 성매매는 어떻고요?

adelitas 님은 제가 국가/자본에 의한 계급 간의 피지배/지배 문제를 삭제하고 말했다고 여겨서 답답해하시는 것 같은데, 저는 그 문제를 없다고 생각하거나 삭제한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자본에 의한 지배를 그들이 흉내냈고 그것이 얼마나 일상에 침투해 있는지를 이야기했을 뿐입니다. '그들이 흉내낸 것이지 그래 봐야 그들은 절대로 국가가 될 수 없으므로 같지 않다'고 하면 이미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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