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 때 일했던 시민단체와 좋아하는 형이 주축으로 일하는 교육운동단체가 KBS 광주 총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의 내용은 <공부의 신>이 함량 미달이라는 것이었다.

 

이 기자회견을 기사로 작성한 미디어스 홈페이지를 보니 댓글이 장난 아니다.(여기) 기자회견의 내용과 관계없이 이 단체들을 응원하는 입장에서 이런 공격을 받는 데 마음이 아프다.

 

물론 나도 이 기자회견을 연 건 실책이었다고 생각한다. 항의 할 거였다면 서울 원정을 가야하는 거 아니었을까? 두 곳 다 광주에만 있는 단체가 아니고 전국적인 시민단체의 광주지부다. 전국의 지부 모두가 모여서 이에 대해 항의하고 제작진을 만나는 시도를 하는 게 더 생산적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댓글을 단 사람들 말처럼 시청자들은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오해하지 말자.' 라는 생각이 더 강하다.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더 고민했어야 하는 건 아닌가 싶다. 너무 투박하게 접근했다.

 

하지만 전술이 잘못되었다고 이 전투의 명분이 훼손당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그들이 왜 이런 기자회견을 열게 되었는 지에 대한 배경을 한 번은 생각해 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호적인 제 3자의 입장에서 이들에 대해 변론을 하고자 한다.

(제목에 '변론'이란 단어를 붙인 것과 '우호적' 이라는 단어를 붙인 건 주관적으로 이야기하겠다는 거다. 주관적으로 이야기 하는 거니 필자의 글에 대해 비판하셔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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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의 기자회견을 담은 사진. 그런데 내가 보기에도 출소자란 단어는 반감을 살만 하다. 출연 배우들의 팬들이 분노시키기 때문이다. ⓒ학벌없는사회 광주모임(준)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근본주의자(?)들의 지적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려운 사람에 대해 도와주는 봉사가 전부가 되어야 하는가? 일시적인 원조뿐만 아니라 약자가 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모순을 고치는 것도 함께 해야 하지 않겠는가?" 또는 "<오체불만족>의 저자 오토다케 히로타다의 미담을 소개 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들을 없애는 행동도 같이 선행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사회복지와 관련된 학과를 다니며 강단에서만 배우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 준 이야기였다.

 

교육도 마찬가지인 거 같다. 대학 진학으로 인한 좌절을 없애는 건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게 아니다. 더 좋은 양질의 교육을 받게 하여 상위대학이라고 규정받는 곳으로 진학시키려 도와주는 미시적인 방법과 대학을 서열화 시키는 대한민국 사회의 모순을 바꾸는 거시적인 방법이 있을 것이다.

 

내가 아는 그 형은 거시적인 방법에 천착을 한다. 강준만 교수는 책에서 '진보적 근본주의자'로 표현을 하던데 하여튼 뭐 그렇다.(개인적으로 이런 딱지가 붙는 데 찬성하지 않는다.) 그런 형이 보기에 강석호 변호사의 해결책은 불편했을 것이다. 최고라고 불리는 천하대 진학을 전제로 깔기 때문이다. 아무리 강의의 달인을 붙여논다고 해도 스트레스를 받는 건 매한가지다.

 

산을 오르는 데 등산로로 간다고 해서 편하게 간다고 뭐라 할 수 없고 암벽등반으로 간다고 해서 겂 없다고 뭐라 할 필요는 없다. 이해할 순 없더라도 '다른 생각도 있군' 하고 그냥 지나쳐 주거나 근본주의자(?)들의 의견에 관심을 가져주면 감사할 거 같다.

 

드라마의 파급력을 무시할 수 있을까?

 

그리고 '드라마인데' 라는 이야기에 무조건 적으로 동의하긴 힘들다. E.H 카는 <역사는 무엇인가>에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이야기 하였다. 대중문화도 마찬가지다. 대중문화도 작품과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비틀즈의 'Let It Be'가 좋은 경우일 것이다. 베트남 전에 대한 반전 분위기는 비틀즈가 'Let It Be'를 부르게 만들었고 사람들은 이 노래를 부르며 반전의 메세지를 고조시켰다. <불멸의 이순신>이 독도 논쟁, <주몽>이 동북공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도 좋은 예일 것이다.

 

<공부의 신>도 마찬가지다. 이 드라마를 보며 수험생들에게 '할 수 있어!' 라는 의지를 일깨워 줄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이 드라마의 긍정적인 면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자칫 대한민국 교육의 '1등지상주의'라는 모순을 미화시킬 수 있다는 것 역시 부정하기 힘들다. 학벌없는사회 광주모임(준)과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는 게 죄라면 죄이다.

 

올해 5월 방영 예정에 있는 <자이언트>도 이런 이유로 일어난 논란일 것이다. 본래 시놉시스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드라마 소재가 바뀌었고 그 소재가 6~70년대 도시개발에 대한 이야기다 보니 현 대통령이 언급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 방영예정시기가 지방선거가 최고의 이슈가 되는 시기이다. 이런 상황에서 캐스팅 물망에 오르는 배우의 팬들이 반발하고 피디가 그 배우의 갤에 글을 남기는 사건은 드라마를 드라마로만 본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개인적으로 황정음씨 팬인데 맘 같아서는 도시락 싸들고 말리고 싶다. 꼭 이런 이유 때문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것이 필자가 이 기자회견에 동의하는 이유이다. 이상 변론을 마쳤다. 이에 반대하시는 분들은 코멘트를 날려 주시길 바란다.

 

P.S 다만 지역드립은 안 해주시길 바란다. 광주전남이 전교조의 고장이라는 말은 여기서 처음 들어본다. 이는 태어나고 사는 게 하필 이 곳인 사람들에 대한 모욕임과 동시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타 지역의 사람들에 대한 무관심이기 때문이다.      

 

*미디어스에 기고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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