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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4차 협상.. 순항 중

지난 달 23일부터 27일간 제주특별자치도 중문단지에서는 한미FTA(자유무역협정) 4차 공식 협상이 진행됐다. 웬디 커틀러 미 수석대표는 연초 타결 가능성을 시사하며, 비프벨트(beef-belt)라 불리는 몬태나 빅스카이에서의 12월 5차 협상을 기약했다.  


혹 협상 기한이 연장됐으니 ‘협상이 잘 안 되는 것 아닌가’하는 기대를 가질 수도 있겠지만 협상 내용을 뜯어보면 협상은 예정된 순서대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단지 ‘가지치기’라기 보다 실력 없음과 의지 없음으로 인한 ‘가지 쳐지기’를 당하고 있는 상황임에는 변함이 없다.

  

결론부터 보면, 한미FTA 4차 협상은 기본적인 쟁점은 쟁점대로 남기로, 통합협정문 상의 가로와 쟁점들을 상당 부분 정리해 5차 협상의 ‘빅딜’이 가능한 그림을 완성해 냈다고 볼 수 있다. 공산품(상품무역)을 중심으로 속도 있게 진행됐고, 서비스 분야는 입장을 확인했고. 농업은 통합협정문을 작성함으로 5차 협상의 기틀을 마련했다. 미국 협상단의 실익 챙기기와 한국 협상단의 협상 ‘타결’에만 전념하기는 4차 협상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16개 분과 2개 작업반, 쟁점은 그대로 남아1)


협상은 미 측이 농업, 공산품, 섬유 분과에서 공산품은 10억 달러 규모, 섬유는 약 13억 달러 규모, 농업은 1억 3천만 달러에 해당하는 부분의 관세철폐를 앞당기기는 내용의 ‘생색내기’ 개선안에서 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미국 협상단의 개선안은 그간 걸림돌로 지적됐던 양국의 숫자 맞추기에 불과했다. 품목별 즉시철폐를 기준으로 한국은 80%, 미국은 77% 로 차이를 줄였기 때문이다. 미국 협상단이 단계적으로 개선안을 내면서 생색을 내고 있는 반면 한국은 이미 3차 협상에서 한국 수입액의 74%(품목수 80%)에 달하는 즉시철폐 양허안을 통 크게 내 놓았다. 심지어 미국이 내 놓은 개선안에는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와 전기전자 품목은 대상에 들어 있지도 않다. 또한 미국이 중미국가, 호주 등과 의 FTA에서 95% 이상의 품목에 대해 즉시 무관세화 한 것에 비추어 볼 때 미국이 성의 있게 개선안을 내 놓은 것이라 보기 어렵다.




미국의 민감 품목인 섬유 분과는 결렬됐다. 미국 협상단은 섬유세이프 가드, 우회 수출, 세관 협력과 원사를 기준으로 하는 얀포워드 원칙을 계속 주장하고 있고 한국은 재단 봉제 기준을 주장하고 있고 입장이 팽팽한 상황이다. 양측 협상단은 협상을 취소한 대신 시간을 두고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합의 했고, 한국 협상단은 미국 협상단의 관심사항을 감안한 Text를 전달해 세부 문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


농업 분과는 통합협정문이 작성됐다. 또한 국내 산업 보호제도로 관세할당(TRQ) 도입 및 특별세이프가드 도입 등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이런 협상의 진전에는 284개의 민감품목 중 상치, 토마토 등 52개의 개방 시기를 앞당겨 제시한 한국 협상단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그러나 특별세이프 가드는 WTO 농업협정문 조항에 이미 반영된 내용으로 국제사회에서 공인된 내용이고, 관세할당(TRQ)의 경우도 미국이 다른 나라와의 FTA 협상에서 보장한 내용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합의 내용’으로 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협상의 틀이 마련됐다는 점과 ‘제도 도입’과 관련한 발동 기준, 품목 등 세부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농업 분과는 4차 협상에서 사실상 물밑작업은 끝난 셈이다. 


원산지 분과는 97개 대분류 중 공산품이 59개 분류 중 목재, 모자, 도자기, 귀금속 등 16개 분류의 원산지 기준을 확정했다. 통관에서는 세관당국간 협력조항, 협정의무 위반시 국내법에 따른 벌칙부과 조항 등 일반조항에 합의했다. 원산지 분과의 쟁점인 ‘개성공단’ 제품의 ‘역외 적용’에 대한 협상은 여전히 쟁점으로 남았다. 애초부터 개성 문제에 대해 ‘협상 의제가 아님’을 분명히 해 왔던 미국 협상단의 경우 ‘북핵실험’이후 입장을 더욱 분명히 했다. 마찬가지로 한국 정부도 한미FTA에서 ‘개성’을 제외 시킬 경우 이후 모든 FTA에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으니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 의제이다. 4차 협상에서 양국 협상단은 ‘개성’은 ‘협상으로만 풀기 어려운 의제’임을 확인했을 뿐이다.


김종훈 수석대표가 ‘가장 진전이 없는 분과’로 꼽은 무역구제 분과는 미 협상단이 ‘반덤핑 규제 완화’, ‘전문직 상호 인정’ 등의 한국 협상단의 요구를 완강히 거부 했다. ‘반덤핑, 상계관세 부과요건’ 등을 논의하는 상설협의체를 만들자는 요구에는 미 협상단이 공감 정도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 협상 결과 양자세이프 가드와 다자세이프가드에 동시 적용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 세이프 가드 발동 이전 산업계 조사는 1년을 넘지 않는다는 일반 조항에는 합의했다. 무역구제 분과의 쟁점은 2007년 6월 만료되는 TPA(무역촉진권한법)에 있다. TPA에는 미국 무역구제 제도가 변경되지 않기 위한 2중의 장치가 있다. 우선 반덤핑 집행력 약화 방지(avoid)를 협상 목표로 규정해 놓았고, 협정 체결 180일 이전부터 행정부는 의회와 협상에서 논의된 상대국의 무역구제 요구가 법개정 사항인지 여부 및 위 협상목표에 충족 여부를 미국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그 시한이 올해 12월 까지이다. 그간 반덤핑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사실상 12월 까지 실질적인 타결 내용이 없다면 그 조차도 물 건너가게 된다. 심지어 한국 협상단은 애초 10여 개의 무역구제 관련 요구 중 7개를 포기한 상황이고, 심지어 미국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은 범위내로 내용이 많이 후퇴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술장벽(TBT)의 경우 양측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고, SPS(위생검역) 분과도 상설기구를 두기로 합의하고 위원회와 실무 접촉선의 수위 차이를 놓고 협상이 진행 중이다. 특히 한국 협상단은 ‘양측 개별 위생 검역과 관련한 현안은 FTA에서 협의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논란이 되고 있는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 재개에 대한 비난 여론을 분리 시켰다. 수입재개 결정은 농림부 소관이고, 한미FTA에서는 수입이 된다면 ‘관세’를 어떻게 할 것인가만 논의한다는 것으로 한정 지었다. 그러나 SPS나 TBT의 경우는 현재 협상에서 쟁점들을 부각시키기 보다는 이런 상설기구를 둠으로써 협상 쟁점들을 ‘기구’로 넘긴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런 상설기구는 지속적으로 국내 정책에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에 양날의 칼 같은 존재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


서비스 분과와 투자분과는 양측 공동회의를 통해 유보안 및 관심사항을 서로 명확히 하는 작업을 완료됐다. 이번 협상에서 미 측이 새롭게 제기한 분야는 없었다. 금번 확인한 내용들을 수정해 5차 협상 전에 수정 요구안을 교환할 예정이다. 이 분과들의 경우도 5차 협상에서 굵직한 협상들이 진행될 것이다.


서비스 분과의 전문직 자격에 대한 상호인정을 위한 협의체를 두기로 원칙적으로 합의가 있었고, 작업 내용 구성에 대해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 협상단은 일시입국과 관련한 전문직에 대한 비자쿼터 확보에 최대 관심을 표명했으나 미 협상단은 의회 관할 사항이라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 외 미 측은 통신지분제한, 방송쿼터, CNN 등 방송 더빙, 온라인 컨텐츠, 법률, 택배, 방송통신융합서비스에 대해서 관심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나 더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고 있지 않다.


투자 분과에서 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과 관련해 법무부가 ‘간접수용’에 대해서만은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히 피력했으나 이 또한 요원한 상황으로 4차 협상에서는 국내법에 따른 가처분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조항에 합의했다. 관련해 김종훈 수석대표는 ‘일정 부분 가지치기 작업에 해당 한다’며 성과 두어 평가했지만 이 또한 일반적인 내용에 불과하다.


금융서비스에는 한국은 국책금융기관의 협정 적용 배제를 요구하고 있고, 국경간 거래 개방 범위를 미 측과 협의하고 양측은 제한된 범위의 금융서비스 국경간 거래, 신금융서비스 허용에 대한 협의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보험서비스 개방 범위를 상당히 제한된 범위 내에서 세부 논의하자는 데는 의견 접근을 이룬 상황이고, 우체국 보험과 관련한 미 측의 이해를 높였다”고 보고했다.


경쟁분과의 경우 한국 협상단이 독점, 공기업 의무 관련 수정문안을 제시했고, 미국 협상단도 사업적 고려와 관련한 수정문안의 근본 취지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기업집단(재벌) 관련 각주, 동의명령제도입에 대해서는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통신 전자상거래 분과에서는 해저케이블 접근권 보장 등 상당부분 합의가 있었고,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전자인증 및 전자서명, 전자상거래를 위한 네트워크 이용과 접근에 대한 원칙 등의 조항에 합의 했다. 총칙분과는 양측이 모두 당사국인 OECD 반부패 협약의 주요 내용을 협정문에 반영키로 합의했다.


환경 분과는 협정 이행감독을 위한 환경이사회(EAC) 설치, 환경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 문안에 합의했고, 노동 분과도 위원회를 설치하자는 것에 협의가 진행 중이고, 아직 세부 내용을 가로 처리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김종훈 수석대표가 4차 협상에서 가장 성과 있는 협상 분과로 환경과 노동 분과를 꼽았음을 고려할 때 알려지지 않은 내용들이 대거 숨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잔가지 정리’의 의미를 가장 크게 뒀던 지적재산권 분과에서는 집행 분야에서 가처분제도, 소송절차를 대체할 수 있는 분쟁조정제도 등에 대해 합의했다.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에서는 별다른 진전 없이, 약제비적정화 방안 연내 시행에 대해서만 재차 확인을 받았고, 자동차 작업반의 경우도 세금 제도와 관련해 한국 협상단이 완강히 버티고 있으나 이번 4차 협상에서는 상호주의 원칙하에 실무급 표준작업반을 설치키로 했고 작업의 범위에 대해서는 추가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사실상 전체 분과의 협상 내용을 살펴보면 자동차 표준작업반 설치 등과 같이 미국 협상단이 요구한 내용들이 대거 합의가 됐고, 무역 구제 분과 처럼 한국 측의 강한 요구에 미국 협상단이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 이거나 ‘이견이 있다’로 분명한 답을 얻어내지 못한 상황이다. 협상의 내용 보다 한미FTA 자체가 문제임을 전제로 하고 4차 협상을 본다면, 협상을 위한 준비 작업, 쟁점을 분명히 드러내는 작업으로 5차에서는 서비스, 지적재산권, 섬유, 농업 등 굵직한 빅딜들이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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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협상은 상품무역, 농업, 섬유, 원산지/통관, 무역구제, SPS(위생및검역), TBT(기술장벽), 투자, 서비스, 금융서비스, 통신/전자상거래, 경쟁, 정부조달, 지재권, 노동, 환경, 분쟁해결/투명성/총칙 등 17개 분과와 자동차, 의약품/의료기기의 2개 작업반으로 진행된다. 이중 정부조달 분과는 제네바에서 별도 협상을 진행해 제주에서는 16개분과 2개 작업반 협상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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