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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깨는 오후

정말 안 그럴 것 같던 사람이 같이 술 마신 다음날 보내준 시.

요즘 참이나 술로 인한 실수에 가슴을 치고 있는데..

갑자기 이 시가 눈에 들어왔다..

요즘 난 .. 경건해 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흑

술 깨는 오후


김영현


정 때문에 마신 한잔 술이
마침내 나를 잡아먹고
온갖 욕으로 온갖 인간을 차례로 씹고
몽롱한 욕정으로 불타기도 하다가
한편
호연지기를 발휘하여
대책 없이 약속도 하고 감격도 하다가
마침내 침몰해버린,
다음날
오후.

나는 갑자기
수도사처럼 경건해진다.

조촐하게 몸을 가누고
라면국물로 겸손하게 속을 달래며
자기가 저질렀던 엄청난 말의 실수와
담배연기에 싸인 터무니없던 감격과
되돌이킬 수 없는 치졸했던 행위를 곱씹으며
세상과 자기에게

용서를 구한다.

햇빛과 바람의 파동에도
가늘게 떨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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