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움켜쥐다.

2010/07/08 00:33

 

 

 

아무것도 정리할 수 없었던 아침

선배가 점심을하자고 했다.

나중에서야 생각난 거지만

내가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잘못이라곤 함께 일하자고 한 것 밖에 없는 사람이

사실 생각해보면 큰 잘못도 아닌 것 같은데

어쨋든 내가 지금 지고 가기엔 좀 버거워 힘들어하니

그래도 마음을 써준게 고맙다.

 

메기탕을 시키고 마주앉아

도대체 무슨이야기를 해야되나 하는 생각에 난감해 하고 있는데

시원하게 흐르는 물과 초록의 나무들이

심란하고 서럽고 원망스런 마음을 씻어낸다.

감사하게도 지혜라는 걸 선물해준다.

 

사람이 뭔가를 하고 싶고 원하는데

무엇이 그것을 막을 수 있을까

원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못하는게 사람을 죽이는 일이지

그게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일지라도

해야겠다면 해야하는 것이

더 낫다.

 

................

욕을 먹더라도 해야겠다는 사람은 자신의 몫을 하면 되고

남아있는 나는 내 삶을 살면된다.

 

지향을 따라 간다는 말에 이해가 되고

잘 됐으면 하는 마음도 들고

그래도 심란해서 눈물을 줄줄 흘리고

그 이후로 장장 4시간동안 쉬엄쉬엄 이야기를 했더랬다.

 

 

 

'어디든 다그래~'

'지금이 그럴 때야~'

'왜~스스로가 한심하고 그래?'

'제대로 시작해 본것도 없잖아~'

 

 

 

참 좋은 사람들이지

장장 4시간동안 질질짜는 날 두고

그 꼴을 보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진지하게 호응해주고

귀찮은티도 안내고

그거 진짜 힘든일인데..

 

 

감사하다.

 

 

.........................................

목수정씨가 강연을 하러 왔다.

7월 7일 7시에 한다는 그 강연.

'뼈속까지 자유롭고 치마속까지 정치적인' 이란 책을 낸 사람.

친구가 같이 가자고

몇번이나 신경써서 연락해줬는데...

 

 

성부정은 여성성부정이었고(요부와 팜므파탈, 정숙은 모두 여성에게 해당되는 것이었다. 여성은 사회에서 지극히 타자화되어지고 어느때엔 숙청-의료지식이 있는 여성들을 마녀사냥의 명목으로-되기도 한다)

남녀 모두에게 부정적이었다.

사춘기가 와서 처음 생각했던 건 부모들도 '그짓'을 한거야!라는 배신감과 같은 마음.

표리부동한 세상에 대한 인정이 그때부터 시작된건 아닐까 질문한다.

그래서 작가는 성긍정을 해야 한다고 그것이 생의 긍정이라고 주장한다.

 

성긍정이 생의긍정이란 말에 동의한다.

그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여성의 해방은 성을 긍정한다고 오지는 않는 것 같다.

지금까지 많은 여성활동가들이 성을긍정하지 않았던가? 그것이 무엇을 바꾸었는가?

계급적 의식이 결여된 성해방/성긍정은 애매모호한 답답함을 준다.

그건 마음수련을 할 때 개인에게 책임이 다 돌아가는 것 같다고 생각될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지금 현실과 조건에 변명하며 인생을 포기하지 말란 말이었다.

삶을... 생을 움켜쥐라고.

한번 사는 인생

사랑을..삶을..생을.. 움켜쥐라는 이야기가

스스로 당당하라는 이야기가

참 감사하고 고마웠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치유하며

스스로 당당하고 삶을 매 순간 움켜쥐며..

그렇게 살자고...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용기를 얻었다.

 

 

같이 오자고 한 친구에게도

목수정씨에게도 고마웠다.

 

 

.................................................

생리가 일주일째 미뤄지고

몸이 항진되어 있어 괴롭다.

자다가 중간에 깨는 일이 보통은 없는데

요즘은 매일 저녁 그렇다.

똥도 못싸고

......

그래서 빌었다.

미안합니다. 저를 용서하세요.고맙습니다.사랑합니다.

미안해..미안해..미안해..미안해..

이래도 몸이 안좋으면

월요일은 병원을 가봐야겠다.

 

마음과 몸은 하나라

어디 한곳이 아프면 같이 아파버린다.

마음이 아파 몸이 아프면

몸이 나아지면 마음도 나아진다.

 

 

...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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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기 싫습니다.

2010/07/05 12:14

 

 

세상이 원망스러웠던 적은 별로 없었다.

모든게 나의 선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미워진 적도 별로 없었다.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불쑥불쑥 사람이 밉고

세상이 싫어지고

원망스러워진다.

 

 

미움과 원망이 만들어내는건 후회밖에 없음을 알기에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애써서 뭔가를 하는 것도

애써서 긍정적이게 생각하려고 하는 것도

애써서 이해를 하는 것도

....

 

 

....................................

2008년 '우리가 옳다고 생각했던 운동이 사실은 아니였던 것 같아'라는 말에 

참으로 힘들어했었다. 

운동이 나에게 남겨준건 조직활동에 피폐해진 심신과 암담함이었다.

마음수련도 해보고 이것저것 공부도 해보고 돈도 벌어보고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아는 선배가 있다는 곳에 들어왔다.

원치 않은 일을 도맡아야 했을 땐 시간이 지나면 후임에게 맞기고

그 선배와 뭔가 다른 것들을 도모하거나 재밌는 일들을 시도할 수 있을거라는 희망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 선배는 이곳에서 희망을 못찾고 그만둔단다.

원치 않은 일을 도맡아 하는 것도 변함이 없고

뭔가를 하려고 해도 경험없는 나에게

함께 회의조차 진지하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난 어쩌면 좋단 말인가.

이 단체를 나오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이 단체 안에서 뭔가를 할 수 있다고 믿으며 시도해 보는것이 좋을까?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고

대신 해줄 생각도 별로 없어 보이는

참으로 고독한 고민이다.

 

외롭고

서럽고

화나고

원망스럽고

미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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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벌 떨며

2010/06/28 09:55

 

친구의 글에 답변을 달며 새삼스레 깨달았다.

아침마다 삶을 살아간다는 것에 벌벌 떨며 일어난다는 것을.

 

 

정말 암담하고 막막하고 버겁고 두려워

난 매일아침 도망가고 싶어진다.

어디로 도망가야 될지 왜 도망가고 싶은지조차 모른채 너무도 끔찍한 기분에 휩싸인다.

 

이런 기분은

종종 낮잠을 자고 난 후에도 느껴진다. 그럴땐 무기력하고 무섭고 도망가고 싶어져 결국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 하게 한다. 이렇게까지해서 살아야 될 의미를 모르겠달까..

 

 

언제부터 였을까

삶이 이렇게 버거워진것이..

 

그래서 난 매일아침 머리를 감으며

'별거 없어.. 괜찮아..실패해도..니가 할 수있는 만큼밖에 넌 하지 못해..그러니까 최선을 다해 살면

그걸로 되는거야. 니가 무서워하는 것의 정체가 뭐야? 없잖아. 그냥 무섭다고 느끼는 거잖아

괜찮아.. 네가 못해도 좌절해도 실패해도.. 네가 별거 없는 인간이래도.. 그래도 괜찮아.

정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좌절하지마..'

이런말들을 수없이 되뇌인다.

 

블로그에 써 놓은 글들만 봐도 그렇다.

나에게 용기를 주고 기운을 북돋아주는 글들이 많다. 나를 보듬고 나에게 용기를 주고 

무너지지 않도록..

하루를 용감하게 보낼 수 있도록 

 

 

 

어쩜 이렇게 겁쟁이 일까. 

 

 

 

 

무서운게 없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오늘에서야 새삼스럽게 

삶을 무서워하는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의식의 저면에 삶에대한 무서움으로 꽉 차 있구나. 

그래서 잠만 자고 일어났다 하면 

하루 내 외면하고 눌러놓고 애써 용기냈던 것들이 사라져 본래 가지고 있던 의식이 올라오는구나.. 

그래서 매일 아침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같이 

내가 내 자신의 목을 질질끌고 세상에 나오는구나.. 

 

 

 

 

.......................................

오늘 더 버거운 건 

어제 뭔가 거창한 논의를 했기 때문이다. 

내가 거창하다고 느끼는.. 막막하다고 느끼는..그런 이야기..

 

그냥 무턱대고 도망가고 싶어지는 그런 이야기들

 

처음 학생운동을 시작하고 매일매일 학교편인 총학생회 애들과 싸워나갈때 부터였던가

삶이 무서워지기 시작한게..

감당하기엔 너무도 무겁고 무서웠던 때,

트라우마가 생긴걸까...

 

 

 

어디를 다친건지 알 수 없지만 

아파하고 있는 이 정신을 어떻게 하면 치유할 수 있을까..

다시 아프고 싶지 않아. 다시 괴롭고 싶지 않아. 다시 그 무거운 당위를 어깨에 얻고 살고 싶지 않아.

 

 

'니가 모든 것을 감당하지 않아도 돼'

'도망가도 돼'

'비겁해져도 괜찮아'

 

 

 

 

사실은

어떤 무거운 현실도 가벼이 웃으며 감당해내고 싶어. 

옳다고 여기는 걸 평지를 걷는 것 마냥 해내고 싶어 

내가 내 삶의 주체가 되어 

누군가 나에게 주는 짐들을 주체적으로 판단해 분별해서 지고 싶어. 

 

 

 

 

 

아..

글 몇자 적은 것 밖에 없는데 

목이 매인다. 

아직도 난 많이 아파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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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3 10:02

 

 

 

아무리 소리쳐도

모든 것은 본인의 선택.

아무리 안타깝고 어리석은 결정일지라도

결국 지나보고 걸어봐야 아는 법.

 

 

결국 삶의 대부분은 우연으로 점철되어 있다.

다만 주어진 조건과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선택도 메뉴얼되어 있다.

 

 

고등학교 때 매번 헷갈리는 부분에서 다시 헷갈리고 같은 방식으로 결정하여

틀리게 되는 것처럼.

 

 

사람의 경험, 성격, 판단기준..

지독히도 변하지 않는 사람. 그 행동양식

반복되는 오류

 

예전엔 뭐 얼마나 달랐나?

내가 잘나서 살고 있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냥 난 거의 이러한 상태로 만들어져 태어난 것 같다.

이렇게 선택하도록 만들어진 것 같은 느낌.

나 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이다.

 

 

 

그렇다면 어쩔텐가.

생겨먹은게 이모양이니 이 모양대로 사는 것이 나을까?

생겨먹은데로 사는게 최고라고 말하는 사람도 참 많던데

결국 인간은 생겨먹은데로 살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융은 삶이란 끝없는 자아실현이랬다는데

.......

 

이러한 생각은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업'과 통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결국 남은건

순응하느냐 저항하느냐.. 저항역시 유전자에 기록되어 있는 것일지라도

 

 

뼈아플정도로 아파봐야

아주 조금 변한다.

정말 아주 조금.

 

인간은 고만고만한데

그 아주 조금이 매우 큰 차이를 들어낸다.

 

 

 

 

이 놈의 못된 습을

메뉴얼화된 요 호불호를  

뜯어 고쳐야지.

그게 좋아서가 아니라 내가 못하는 걸 해보고 싶다는 마음.

뭐 그렇게 어렵게 사냐 할지라도

그럼 인생에 남는 건 뭘까?

결국 이렇게 어렵게 살려고 하는 것도 정해져있는지도 모르지.

 

 

역시 부처님 손바닦 안일지라도

다시 오류에 빠지고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더라도

그 조금을 변화시키기 위해

쌔빠지도록

노력해야지

 

 

 

 

 

 

하지만 결국, 내가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은 정해져 있는 나의 역할이었을지도 몰라.

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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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활동가교육

2010/04/27 13:03

 

 

 

-내가 낮은 곳에 있으면 모든 것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꽃을 보고 나는 부끄러웠네

 

-오자마자 신인활동가교육 8주 프로그램을 받고 사업계획서를 내라고 하는거에요.

 나중에 생각하면 이기관 저기관 던져진 거였는데 ㅎㅎ

 

-상담이란 내담자가 이야기 할 내용을 모두 말하게 하는 것.

 

-내가 괜찮은 사람이네? 라고 느끼게 하는 것

 

-기쁨에도 공감해주기

 

-자신을 보호하라! 떠넘기기

 

-싫어요 라고 말하기 그러니까 아주 중요해

 

-단체 집회나 교육 놀러다니기

 

-뭐하고 사는지 숨쉬는 것 빼고는 모두 알리기

 

-질문하기. 왜 하고 있나요?

 

뭐 이런것들이 인상에 남더라구요.

마리스타 수녀원은

가는 길에 예쁜 음식점이나 찻집도 많고

골목길 양옆 집들도 신기하고

교육장도 아늑하고 낡아서

아주 좋았습니다.

마리스타 수녀원 벽면엔 이런 글이 액자에 걸려 있더군요.

 

: 텅 비어 있으면

 남에게 아름답고

 내게 고요하다.

 

 

그래서 채우려고 하지 않고 그냥 귀담아 듣고 들었습니다

채우려고 하지 않으니 편하고

판단 분별하지 않고 들으니 사람들이 보여서

그렇구나 그러면서 감탄하고

소위 실업단체에도 저런 사람들이 있구나 싶고

단체 왜이래? 라고 투덜대기만 했던게 부끄럽더군요.

어디에 있는게 중요하긴 하지만

어디에 있는다고 그 사람의 활동이 규정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어디에 있든 중심을 잡고 있으면 되는거잖아요

할 일이라고 생각한 일 하면 되는거고

그거 못하게 하면 못있는 거죠.

사실 전

뭘 해야 할지 몰랐어요.

그래서 힘들었던 거게요.

괜히 단체탓만하면서 말이죠.

그러니까 앞으로는 해야 된다거나 하고 싶다거나 하는 일들을 늘려 가려구요.

뭐 소위 실업운동단체라면서 막으면 자승자박이지 저에겐 손해볼일 없으니까요.

 

누구도 그 어느 누구도

절 비참하게 할 수 없듯

누구도 그 어느 누구도

절 묶어둘 순 없어요.

제가 그렇다고 생각하는 순간.

지금 이 순간.

 

 

 

 

 

 

...........................................

 

몇 주 전에 깨달은 사실. 

 

착한 사람은 정해진 프레임에서 최대한 도와주려하는 사람들이며

활동가란 프레임 자체에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따질 수는 없지만

그 효과는 분명하다.

결국 구조의 문제임을 아는 사람에 의해서 더 많은 부분들이 달라진다.

 

...

뭐 활동가라 할지라도

자신의 지향에 따라서 꽤 상이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의 깊이도 다르다.

그건 '어떤 활동가'에 대한 문제의식 같기도 하고

그래서 세상은 아는만큼 보인다고 하는가보다.

일단 '운동'이 뭔가를 알았으니

어떤 '활동가'가 될지는 좀더 고민해봐야겠다.

 

여튼 지금 이순간 내가 가고싶은 방향을 잘 살피면서

지금 최고의 최선의 선택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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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닭 두조각

2010/04/07 16:31

 

 

일요일 낮

통닭을 먹고 싶다며 헤롱거리는 동생을 놓고

두번째 일정을 완수하기 위해 밖에 나왔지만

일정이 파토나면서 다시 집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우린 오자마자 통닭을 시켜먹었더랬다.

조.선.치.킨.

홍길동의 후예라는 영화를 컴터로 보면서 둘이서 낄낄대며 먹다보니

어설프게도 통닭 두조각이 남았다.

 

아빠 드릴까?

이제서야 생각난 듯 물어보는 동생에게

굉장히 빈약한 두조각을 보면서

괜찮아.. 그냥 먹어 나중에 같이 시켜먹음 되지~.................

라고 답한 난,

 

 

지금 매우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

 

 

 

감사를 한창 준비하며 야근을 하던 월요일 저녁

다정한 목소리의 아빠는 일찍들어오느냐며 같이 통닭을 시켜먹자고 했다.

우리가 먹은 껍데기를 보고 말씀하시는가보구나 싶기도 하고

일이 많아서 그냥 내 몫만 남겨두라고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는데

한참이 지난 후 동생의 다급한 전화한통.

아빠가 매우 화가 나셨다는 것이다.

 

그럴지 몰랐다며

우리 가족들은 그러지 않을거라고 믿었는데

정신이 썩었다며

등등등

황당함과 당황스러움 그리고 감사로 인한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튀김을 사가지고 들어갔지만 이미 아빠는 주무시고 계신 상황이었다.

그리고

3일째에 접어든 오늘 아침

머리속이 썩어 문드러졌다며 소리를 지르고 나가시는 아빠의 목소리에 잠이 깨었다.

새벽 2시에 잤음에도 6시반에 울리는 아빠의 말소리에 정신이 너무 또렷하게 돌아왔다.

 

통닭 두어조각으로 인해

머릿속이 썩어문드러진 사람이 되버린 나는 눈도 떠지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도 화가 나버렸다.

씩쌕씩쌕

엄마에게 한풀이를 하며

왜저러냐고!

엄마말씀하시길

갈때가 되서 그런다..맛난거 많이 드려라

헉....

그래서 부모 모시고 사는게 어려운거다.

 

 

 

아빠의 분노상황으로 인해

집안이 온통 스트레스 덩어리로 변한 와중에

중재자 역할을 담당하시는 울 엄마는 어제 머리를 새로 했다.

스트레스를 받으실 땐 꼭 머리를 자르더라.

그런 상황에서

엄마가 그렇게 생각하면 불쌍하더라며 눈물을 흘리시는데

뭐랄까 그게 그렇게 타당성이 떨어지게 느껴지지는 않았단 말이지.

늙어서 서운한 것도 많아지고 왜 사는지 이유도 모르겠고

그래서 자식들에게 작은거에도 마음좋게 웃고 넘어갈 수 없는게

사실 죽을 때가 가까워졌다는 말로 들어나니

나도 눈물이 나서

아직 젊잖아!

니 아빠 늙었어~ 관심받고 싶어서 그래.

....

14000원짜리 통닭 두조각에 머릿속이 썩어문드러졌다는 소리를 들어야하겠냐고!

애가 말귀를 못알아 먹네 니네 아빠 눈치보기도 힘들어 죽겠고만! 갈때가 가까워서 그런다니까! 이거 농담아니다. 니네아빠 당뇨야!  

...........

깔깔깔깔

엄마 못됐어!

깔깔깔깔

훌쩍훌쩍

깔깔깔깔

훌쩍..

 

이걸 보고

농담 반 진담 반이라고 하던가.

 

신나게 웃고 울었더니

왠지 마음이 개운해져

아빠에게 다시한번 미안한 마음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4000원짜리 통닭 한마리도 자식들과 함께가 아니라면

사먹기를 망설이시는 아빠이기에

왜 그렇게 미련하냐고 말하고 속좁다고 말하기 이전에

그리고 너무 막말한다고 말하기 이전에

다치고 상한 마음 그대로 용서를 빌자 마음먹었다.

 

 

통닭 두조각이 날 울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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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섯달 꽃 본 듯이

2010/02/28 01:30

 

 

 

날좀 보소~

날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섯달 꽃본듯이

날 좀 보소~

 

 

 

민요의 흥겨운 소리에 박수를 치다 밀양아리랑 가사가 귀에 들어왔다.

동지섯달에 꽃본듯이라..

 

추운 겨울날 눈 사이로 꽃을 발견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하지도 못한 선물에 깜짝놀라며 반가운 마음에 미소가 지어질 것 같다.

그렇게 반갑고 신기하고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꽃을 보듯

날 봐달라는 마음이 얼마나 귀엽고 아름다운가.

 

새삼스레 밀양아리랑에 마음이 설렌다.

 

오랜만에 정든님 보고 행주치마 입에 물고 미소지으며

동지섯달 꽃본듯이 날좀 봐달라는 마음이 손에 잡힐 듯 그려져

흐믓해진다.

 

 

 

 

 

누군가를 마주 대할 때

동지섯달 꽃 본 듯이 여긴다면

또 우린 얼마나 서로에게 기쁨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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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정애씨

2010/02/13 23:27

아침부터 장보고

장 본 음식들 나르고

손질하고

전 부치고

나물 만들고

밥하고

저녁먹고

.........................................

 

엄마랑 사우나를 갔다 맥주한잔씩 했다.

 

 

엄마는 집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단다.

아빠 눈치를 보며 비유를 맞추느라 짜증도 나고

그래서 내가

'엄마는 집이 직장이고만'

'아빠는 상사고'

엄마가 피식 웃는다.

 

여성주의 공부를 하면서 가장 큰 기쁨은

갑갑하고 부당하다고 느꼈던 것들이 그럴만 했다는 사실. 그래서 내가 이유없이 분노하지 않았다고 하는

인정에서 비롯했다.

그리고 여성주의 공부를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던건

나와 가족들이 엄마의 등골을 빼먹고 있단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엄마의 희생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누구나 가장 편한 '집'이 엄마에게는 갑갑한 곳이라는 사실.

그래서 그 누구도 엄마의 보살핌을 당연하게 생각해선 안된다는 사실.

그것을 알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여성주의를 만나게 되어서 너무 감사하다.

 

음식을 하고 집안을 가꾸는 일은 엄마담당이다.

난 밖에서 하루종일 일하고 온다.

명절날 음식을 하는 것도 엄마 몫이다. 난 가끔 거들 뿐이다.

누구도 그 일은 하기 싫어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한다.

그렇다면 난 그 일을 같이 해야 한다. 내가 해야한다. 누구더러 뭐라고 할 것이 아니라 내가해야한다.

그게 페미니스트의 자세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내가 하고 그 다음에 이런 엄마의 노동이 나의 노동이 당연한게 아니란 사실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그리고 같이 한다. 같이 할 부분을 늘려간다. 엄마의 존엄을 높인다.

 

오늘은

엄마 처녀적 고마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엄마의 역사다.

더 많은 엄마 이야기를 듣고 싶다. 엄마의 역사를 들어내고 싶다.

 

사랑하는 나의 정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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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운동을 위하여

2010/02/06 23:45

행복한 운동을 위하여

 

故 조문익

 


 

1.운동한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운동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목표를 갖는다. 이것은 매우 공익적인 것이다. 모든 사람이 좋은 세상에서 살아가도록 한다는 것은 얼마나 가슴설레고 위대한 일인가?

 


 

2.운동한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운동은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인간내면을 자성하도록 한다. 우리는 운동을 통하여 인간적 성숙을 달성한다. 자신의 인격을 성숙시키고 단련시켜주는 운동은 얼마나 소중하고 고귀한 자산인가?

 


 

3.운동한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운동은 운동의 과정에서 인간에 대한 신뢰를 일깨우고 함께 좋은 세상을 열어나가는 사람들이 관계맺는 법을 가르쳐준다. 우리는 우리와 함께하는 역사속의 동료들을 민중이라 부르며 민중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인류가 하나되는 민주공동체의 가능성을 시시각각 확인한다.

 


 

4.운동한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운동은 운동가에게 운동을 잘하기 위해 과학적 인식과 역사적 인식을 깊이 있게 할 것을 요구하며, 냉철하게 정세를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게해주며, 우리의 실천과 심지어 버릇까지도 재조직해준다.

 


 

5.이런 운동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얼나마 행복한 일인가?

 

운동을 직업으로 삼는 순간 우리들의 인생은 나자신만의 것도, 그렇다고 다른 이들의 것도 아닌 모두의 것으로 변한다. 충만한 따뜻함이 지배하는 운동공간이 우리들 자신이 된다. 우리는 모든 이질적인 요소들을 하나로 모아 세상을 변혁할 진정한 에너지덩어리로 만들어낸다. 우리는 노동자민중이 스스로 세상을 변혁하는 역사속의 주체로 우뚝 설수 있도록 돕고 그 속에 몸을 던져 하나가 된다. 우리는 기쁨으로 몸을 던진다.

 


 

6.우리는 누구인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누구인가?

 

악마의 착취체제인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변혁을 꿈꾸며 우리들 자신을 민주공동체의 주체로 단련해나가고 정세적 실천을 감행하며 끝내 우리들 스스로가 역사가 될 운동가들이다.

 


 

7.우리는 누구인가?

 

이런 엄청난 운동을 함께하는 사람들이다. 함께 운동을 구성하고 함께 실천하고 더불어 나누는 노동자민중운동의 주체들이다. 함께 투쟁하고 일한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가?

 

우리들 자신을 항상 돌아보는 전진을 위하여!

 

행복한 혁명을 위하여!

 

 

 

 

 

 

 

 

 

오늘은 조문익선배가 돌아가신지 4년째 되는 해다.

20~30년 전부터 운동을 했던 동지부터 나까지 참 그 운동의 깊이와 영향은 놀라울 정도다.

언젠가 조선배가 운동의 롤모델이었던 적이 있었다.

자기 피알 시대에 스펙의 시대에..

잡초처럼 들꽃처럼 묵묵히 삶을 살아가시던 선배의 충열된 두 눈에서

내가 가야 할 길이 저 길이구나... 그런 생각을 했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으나

이길이 맞다는 확신이 없고 내가 하는 일이 얼만큼의 의미가 있는지 확신이 없기에

오늘도 주춤주춤이다.

헷갈리고 방황하고 대충 타협하고

 

하지만 난 기억한다.

칼날처럼 무텨지지 않기위해 자신을 채직질하고 그 무엇도 보이지 않을 만큼 몰입했던 그 때를

그렇게 유명하거나 멋있지 않았어도 난 분명 참으로 열심히 살았더랬다.

그렇게 살 수 있었던 것은 큰 산같이 삶을 살아가는 선배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제부터는 내 스스로의 내공으로 삶을 올곳이 살아가야만 한다.

성심을 다해 해봐야지.

들꽃마냥 묵묵히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풍랑도 꿋꿋하게 넘길 수 있는 깊은 뿌리가 필요하다.

 

 

영모묘원에서 운동에 계절이 있다면 지금은 겨울 같다고 말을 했다.

겨울엔 내공을 키우는 시기라고.

 

 

 

 

운동을 하기 가장 힘들었던 것은 당위로 버텨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진정 내가 뭘 원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잃어버린채 좁은 테두리에서 금밖을 넘어갈까 무서워만 하고 있었다.

그래서 거센 바람이 불었을 때 송두리째 뽑혀나갔던 것 같다.

진정 내 영혼에 물음을 던지가 답을 얻어내고 비겁하거나 나약하지 않은 지혜로써..

나의 전망을 세우고 싶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

타협할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것.

그것을 찾는다면..혹은 확신할 수 있다면..

내 인생은 좀더 치열하고 아름다울 것을 믿는다.

 

 

그래서 2010년은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들을 실현하는 해로 삼을 것이다.

삼고 있다.

 

1, 108배 하기/꾸준하게 마음수련하기

얼마나 갈진 모르겠다. 다만, 당장 오늘은 할 것이다. 108배를 못하겠음 18배라도 오늘은 할 거라는

아주 작은 의지로부터

 

2, 일본어 공부하기/일본가기

17살 그 이전부터 난 언어를 배우는 것이 참 좋다. 나의 가장 큰 꿈은 세상의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되는 것이었다. 생각만해도 너무 신나는 일이다.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로 밖에 모르는 일본에 가서 온천도 즐기고 라면도 먹고 초밥도 먹고 극장에 가서 일본 애니메이션도 보고 싶다. 일본 사람과 간단한 대화도 주고받고 충분히 이야기 할 순 없어도 하는 말들을 대충 알아들을 수 있을만큼 꼬옥!

 

3, 인문학 공부/책읽기

푸코는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진다고 이야기 했다. 얼마나 재밌는 이야기 인가? 2월 9일 푸코의 성의 역사로 세미나를 시작한다. 설레임 가득~꼭 읽어가고 발제해 가서 내것으로 충분히 남기는 시간을 갖겠다.

 

4, 충실하게 삶을 살아가기

맡은 바 충실히 일을 해내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도 충실하게

 

5, 책을 읽고 여행 가기

다양한 것을 보고 다양한 것을 느끼고 그래서 더욱 깊어지고

 

 

...............

운동은 참 행복한 일이다. 거기에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나의 뿌리를 더욱 깊게.. 더욱 깊게.. 질문하고 반성하고 되짚고.. 과거에 집착말고 미래를 근심말고 현재에 충실하게.. 더욱 치열하게 지금 당장 실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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