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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광화문 (이어서)

( http://blog.jinbo.net/camusian/?pid=70  에 이어서...)

 

작년 7,8월달만 해도 이런 막진압 상황에서 순간적인 갈등을 겪었더랬다.

도망가다 넘어진 사람, 그냥 두면 깔리고 밟힐건데 그냥 두고 도망가?

경찰한테 맞고있는 사람, 그냥 두고 도망가?

잡혀서 끌려가는 사람, 그냥 두고 도망가?

 

아니면 달려들어서 내가 맞고 잡히고 끌려가는 한이 있더라도

저 모르는 사람과 함께 맞서야 하나.

 

처음엔 그 갈등은 내 정체성과 자존감을 흔들 정도로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런데 한번 극복하고 나니까 이젠 그런 갈등의 과정이 거의 생략되어 버린다.

그런 장면을 보고도 아무 행동 하지 않는 것이 그 부당한 폭력을 용납하는 일이라는 생각에

그 것에 말로만 분노하고 몸으로 분노하지 않는 것이 너무 비겁하게 느껴져서,

도망가고 나면 자신이 너무 창피하고 미워서, 다음번 시위에 나가 맞고 끌려가는 시위대 한명을 구출해 내 스스로 그 한계를 넘은 것을 확인 할 때까지 괴로워해야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조건반사적으로 몸을 날리게 된다. (파블로프의 멍멍이처럼)

 

그러다 몇번 다치고 노트북도 부서지고 그랬지...

 

 

ㅡㅡ

 

아.... 기억을 더듬다보니... 좀 불쌍하네...

 

 

암튼,  ;;;

 

 

그래서 도망치는 시위대 속에서 오히려 나는 '도망치라고' 자신을 타일러야 했다. 입으로 '오늘은 안돼'를 주문처럼 외우면서, 뒤에서 달려드는 체포조와 전경이 하는 짓거리를 안보려고 노력하며, 군중에 밀려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쓰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그러다가

신발 한짝이 벗겨졌다.

 

발이 너무 커서 항상 작은 신발땜에 물집이 생기는 나한테

편하게 맞는 유일한 나의 직장용 신발...

 

'앗,  신    발     이     벗    겨    졌      구      나     !! '

하는 사실을 깨닫고서도 멈추지 못하고 15m 정도를 더 도망가다가

뒤를 돌아 눈으로 도로를 훑었다. 신발이 안보인다.

이 신발... 꼭 찾아야하나?

신발찾다 얻어터지거나 끌려가면 좀 웃기잖아.

그렇지만....... 찾아야해.....

더 이상 저것들한테 내 물건들을 잃을 수 없어~!

(전사한 바이오가 떠오르더니 간이 급속히 부어버렸다...)

 

닌자거북 견찰들이 사람들을 끌고가고 쥐어패면서 점점 다가오고, 가장 후미에 있던 시위대 몇명이 내 뒤로 뛰어가는 길에서 나는 신발을 찾으러 역주행을 했다. (10미터(씩이나). ㅎㅎ)

바닥에 널부러진 주인 잃은 물건들 사이에 있는 신발 몇개 중에 내 신발을 발견했다.

경찰들이 '벽'을 만들어 다가오고 있어서 서두르지 않으면 내 신발이 그 벽 뒤로 사라지게 생긴거다.

그런데 경찰의 땅따먹기에서 내 신발이 넘어가고 나면 그 다음은 내차례거든......

난 더 다가가지 못하고 신발 앞 5m 지점에 멈추고 말았다.

그리고,

손가락을 쭉 뻗어 아스팔트 위의 신발을 가리킨 채 어떤 전경애를 쳐다보고 그냥 서있었다.

내 몸짓을 알아들을 만큼 제정신이기를,  나한테 방패질 실습을 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다행이 그녀석은 내가 가리키는 쪽을 돌아보더니 내 왼발이 맨발인 것을 본다.

그러더니 내 신을 주워다 준다. (그 옆에 있는 놈을 쳐다보고 서있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그놈은 곧 시위대 한명을 쫓아가서 곤봉질을 했다. )

그 신발을 신고 인도로 올라갔다.

내가 떨고 있는게 느껴졌다.

 

내가 시위대 앞쪽으로 가던 걸 본 일행들한테 전화가 왔었길래

나 괜찮다고 알려주고 있는데,

사람들이 눈을 감고 괴로워하는 아저씨 한명을 부축해 오면서

의료진을 찾고 있었다.

 

나머지는 갔다와서 또 이어서 써야징... ㅋ ㅡㅡ; 이거 몇일에 걸쳐 쓰는거야....

 

http://blog.jinbo.net/camusian/?pid=73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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