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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0/01/20
    법원(4)
    포카혼타스
  2. 2010/01/13
    2010/01/13
    포카혼타스
  3. 2010/01/02
    한해가 갔구나...
    포카혼타스
  4. 2010/01/01
    이천십년이네
    포카혼타스

법원

재판이 이렇게 길 줄 몰랐다.

한두번 출석하면 끝날 줄 알았다.

'주말재판' 같은게 있지 않는 한은, 인턴질을 하면서 재판을 한다는게

불가능해보였는데도 '어떻게 되겠지!' 하면서 정식재판을 청구했었다.

 

한번은,

힘들어서 다들 기피하는 응급실을 자원해서 

낮동안 자유시간을 만들어 출석했고

또 한번은 아무도 안바꿔주는 일 많은 과를 돌 때라 할수없이 불출석했다.

그리고 오늘. 재판있는걸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어제 누가 알려줘서

이걸 어쩌나 혼자 마음만 썩히다가

용기를 쥐어 짜서 교수님한테 말씀드리고 

이유를 물으시길래 '법원 갈 일이 있어서' 라고 하니까 

다른 교수님들한테도 말씀드리고 다녀오라고 하셨다.

 

15분 정도 늦게 들어갔더니 15분 정도 더 하고 재판이 끝났다.

나는 증인소환 되어있는 상태였는데, 자리만 따로 있었을 뿐 아무 대사도 없었다.

허무했으나 출석체크 해준대서 그나마 위로를 받았다.

(나는 여전히 출석에 집착하는구나 ㅋ)

 

나오는데 급 우울해졌다.

 

요 일년간, 직장일하고 같이 할 수 없는 재판받는 일이

딱히 생각하고 있지 않아도 항상 내 마음 속에서 밤송이처럼 자리잡고 있었다.

끊임없이 날 괴롭히면서.

그 일년이 끝나가는데

내년에도 문제다.

외국 나가는 스케줄도 

재판 날짜 피해서 잡아야 하는거냐

 

정말 귀찮고 성가시다 재판.

 

근데 새로 하나 더해야되게 생겼으니.

ㅡㅡ아으.... 

초특급 짜증난다.

 

 (이 짜증을 농축시켜 MB 똥꾸녕을 쑤셔주고싶다.

피나게.)

 

뭔일인지 궁금해하는 교수님들.

어떤 상상을 하고 계실지 좀 걱정된다.

그냥 사실을 말씀드리는게

얼토당토 않은 이상한 상상을 하시게 두는 것보다 나을지도 몰라.

 

뭐.... 교수님이 뉴라이트거나 하면

그냥 * 되는거고. ㅋ 까지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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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3

이틀에 한번은 오프를 줘서

오랫동안 못갔던 공부모임에 가게됐다.

 

가면서 한 생각이라고는

'앗 늦었다 어쩌지?'

'겁나춥네 뻐쓰 빨리와라'

'앗 이쪽 전철이 온거였어! 뛰어!'

'전철안도 춥구낭 ㅡㅜ'

'공부좀 할려그랬더니 볼펜을 안가져왔네 ㅜㅜ'

'졸려... 꾸벅꾸벅....'

'여기 어디야.... 종각? 종각? 정말? 내려내려내려!!'

'앗 겁나춥네 발시려 볼펜사야되는데... 에 몰라 빌려써.'

'몇층이더라'

'이 방이 맞던가?'

 

노크 똑똑똑...

안에서 들리는 반가운 사람들 목소리

'네에~~'

문 열고 들어갔더니

그가 있다.

 

워메. 제길제길

이런 상황에 대비해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생각해두지 않았거늘.

원래 그사람도 속해있는 모임이니까 그가 올 가능성이 없었던건 아니고

그걸 미리 생각하지 못한건 날씨가 너무 추워서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면서 왔기 때문이야

그치만 문을 열기 전부터 난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반가워서 방긋 웃을 예정이던 터라 

이미 방긋 웃고 있었고 그를 발견하고도 걍 계속 방긋 웃고 있을수밖에

문제는 사람들이 하필 그 옆자리를 내어줘서

내 발은 내 마음의 원망을 받으며 그 자리를 향해 거침없이 움직이고있는 거였다.

 

그리고 사람들을 둘러보며 '안녕하세요~~ 올만이에요~~' 하면서

그에게 '오랜만이에요' 라고 말하려다가 그간 문자 씹힌게 떠오르면서

'그랬다가 인사 씹히면 어떡하지?'

'그러면 분위기 완전 썰렁해질텐데?'

'에이 그냥 하지 말자'

'인사도 안하면 계속 어색할텐데 어쩌지?'

'어차피 어색하겠구나... 걍 안전하게 가자'

그래서 인사는 안하기로하구

긴장해서 어디 걸려 넘어지거나 뭐 떨어뜨리거나 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나저나 토론모임도 그렇고 이런 토론 주제도 그렇고

너무 오랜만이라 급 낯설어보이면서 이거 내가 잘 이해할 수 있을까도 걱정인데

고개를 저사람쪽으로 너무 안돌려도 부자연스럽고 

엄마가 사람이 말할 땐 쳐다봐야된다고 했는데 쳐다보긴 완전 껄끄럽고

고개와 시선에 너무 신경쓰면 가뜩이나 좀 어려운 토론내용이 머리에 한개도 안들어올테니

아예 신경을 쓰지말자 신경을 쓰지말자 신경을 쓰지말자 신경 쓰지말자 쓰지말자.... 하다보니 어랏, 지금 어디하고있었지?

막 이러고 있고...

 

그래도 내가 자칭 적달(적응의 달인)이라

한 삼십분 지나자 이 불편한 사태가 익숙해졌고 토론도 재미있어졌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느끼기'의 느낌.

느끼라는 말을 세개 연속 쓰고보니 좀 변태스러운 구석이 있긴 하네.

어쨌든 사고하기와 느끼기에 대한 이야기도 메인 띰 중 하나였다.

그리구 'When singularities rise up as a Common body, the Ungovernable can become revolutionary process.' 라는 문장은 좋아서 원문을 메모도 해왔구

뼈bone랑 살flash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라쪼가 나한테 갑자기 '그래 뼈속에도 골수랑 그런게 흐르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지! 이 비유의 의미는...!!' 하고 크게 말할 때 사실 나는 속으로 '그래 비유로서의 의미로 받아들여야지... 뼈속에 있는 stem cell이니, 피랑 뼈가 파골세포와 조골세포에 의해 끊임없이 생기고 변화하고있다는 지식은 이 이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안돼. 의학지식아 셔떠ㅃ~' 이러고 있었는데 어찌 내 생각을 알았단 말인가 나는 아무말도 안했는데. ㅋㅋㅋ 완전 깜짝놀랐다. 귀여운라쪼.

리바이어던 그림에는 왠지 월리가 숨어있을 것 같기도...

그리고 시간은 엄청 빨리 갔다.

 

건물을 다같이 나와서 헤어지면서

손 흔들흔들 안녕히가세요~를 하는데

아 이놈에 인사할 때가 문제구나 싶다.

한명 한명 얼굴을 쳐다보면서 손을 흔드는게 인사인데

그를 쳐다볼 차례가 되었을 때 기껏 쳐다봤더니

손목이 안움직이네 ㅋ

이뭐병

 

 

아놔

 

인사가 문제야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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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가 갔구나...

 

연말이면 항상 들던 기분이 있었다.

새해가 온다는게 설레이면서도 왜인지 조금 쓸쓸했던,

그리고 한해의 끝무렵에서

고된 하루를 지내고 밤이 온 것 같은 나른함과,

일상에 눈이 쌓인 듯한 그 묘한 설레임....

그 느낌을 자꾸자꾸 꺼내보며 즐기던

지금까지의 스물몇개의 연말과는

사뭇 달랐던 한달이

그렇게 갔다.

 

그 한달은 아침에 5시50분에 일어나, 씻거나 조금 더 자고, 출근하여 일하고 계속 일하고, 뛰어다니고, 무거운 기계들을 수술방 이방 저방으로 나르고, 뛰어가고, 뛰어오고, 무거운 팔 다리를 들고 있고, 어쩌다 스크럽 들어가는 일들이 아홉시고 열시고 끝나면, 그 때 나와서 데일리라는 것을 만드는데 그 중간중간 다른 일을 시키면 끊어졌다 다시 해야해서 몇시간이고 걸리는, 그래서 일을 다 끝내면 한시반... 두시.... 이렇게 되고 그러고 나면 숙소로 돌아와 잠이 들거나 인터넷을 조금 하다가 자거나

그리고 눈을 뜨면 다시

씻을지 조금 더 잘지를 고민하게 되는....

그런 일상으로 가득 차있었다.

 

나에게 12월 31일은 2009년의 마지막날이기보다 12월 그 한달의 마지막날이었을 뿐이다.

OS 한달이 끝나, 모두가 '축하해요! 고생했어요!' 하고 말해주는 날.

그래서 올해도 나의 겨울은 '쓸쓸한 쏠로들의 겨울나기' 에 대한 반농담 반진담의 조크들이 장악했지만,

그보다도 하루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 스스로 대견한 일이었기에 그다지 고독할 틈도 없었다. 연말 분위기는 내 주변에 조금 떨어져 떠다녔지만 나에게 연말 느낌은 없었다.

그런데 문득 12월31일 밤, 미뤄뒀던 고독이 해일처럼 밀려오는 것이 아닌가.

1월 1일을 앞두고 마지막 순간을 응급수술로 보내던 때였다.

순간 순간이 파편이던 지난 1년의 시간이

갑자기 '이천구년'으로 한덩어리가 되더니

공중에 흔적없이 흩어지는 것 같던 그 기분.

 

내년은

내년이 다 갔을 때

손을 펴 들여다보면 언제든 보이는 손금처럼

내 안에 아로새겨지기를.

내가 그 시간들을 그렇게 만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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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십년이네

어제 쓴 글이 가물가물하다.

어제 얼마나 마신거지?

그러고 늦지도 않고 잘 일어나

오늘 하루 일을 완전 열심히 해냈어.

그것도 남들이 카운트다운하는 1월1일 0시 00분까지!!

 

일복이 터졌으나 약간은 뿌듯도 하다.

마지막순간까지 OS 에 몇 안되는 응급질환 Compartment syndrome 응급수술로 장식하고

터덜터덜 계단을 이제 CS 인턴이 되어 내려오던 순간

허탈감, 불안감, 안도감, 피로가 동시에 몰려들며

뎅~뎅~ 하던 티비속 보신각 종소리처럼 머리 속에 왕왕 울려댄다.

 

어제 한 화장이 아직도 얼굴에 씌워져 있다.

빨리 씻어내고싶다. 남들이 '어, 화장했네~' 이럴 때마다 넘 민망한 나머지

'사실 한게 하니라 못지운거얌...' 이라고 요구받지 않은 고백을 해버려

오늘 하루 더러운 인간~!이란 비난을 스무번쯤 받고 나니

'하긴 내가 원래 깔끔한 애는 아니니까~'

이러고 베타딘 노란물이 얼룩덜룩 들어있는 몸으로 걍 뻗어 자고싶단 생각이 머리속을 스쳐가는데,

나도 이런 나자신이 믿기지 않는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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