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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삶, 그렇게 봄이 왔다.

  • 등록일
    2009/03/08 12:39
  • 수정일
    2009/03/08 12:39

 

집회가 있다.

 

며칠전 점심시간,

식사를 마치고 들어 오는중 바람에 비닐봉지가 날린다.

대체로 저녁이후 일정이 바쁜지라,

계절의 변화를 뒤늦게 감지한다.

맑은 하늘속을 날려가는 그 비닐봉지를 보면서 봄이 왔음을 느꼈다.

 

그렇게 봄이 왔다.

 

그래도 아직 봄의 따스함을, 그 상쾌함을 느낄수 없는것은

거의 온종일 지속되는 거리의 투쟁때문이다.

거대한 빌딩 숲아래, 그 그늘진 한토막의 땅에서 전개되는 투쟁의 현장은

세월과 무관하게 언제나 춥다.

 

저녁이 다가오고, 해가 기울어버리고나면 계절은 여전히 겨울이다.

벌써 48일, 용산에서 살인진압에 의해 애꿉은 목숨이 사라졌다.

그리고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다만 있다면 사람들의 무관심이, 그 망각의 시간이 흘러버렸다는 것 밖에...

그제는 강남역 4번출구 삼성타운 앞에서 삼성반도체 산업 노동자들의 집단백혈병에 의한 산재사망 추모집회가 있었고, 어제는 또 서울역에서 용산참사 추모문화제가 있었다.

 

아직 봄을 느낄때가 아니다.

해가 진후 바람은 여전히 옷깃을 여미게하고

경찰들의 폭력은 여전히 가슴에 분노와 울분, 그리고 무기력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힘든 것은 우리가 소수라는 것이다.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우리의 울분과 분노가 찬 바람과 공권력의 폭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우리안에 자리잡고 있는, 내안에 자리잡고 있는 무기력과 방기로 부터 비롯되고 있다.

 

앞으로 하루 하루 시간을 흘러갈것이다.

그리고 진짜 따스한 봄이 오겠지,

그렇지만, 이 무기력과 방기, 무책임을 이겨내지 못하고서야 어찌 우리가 봄을 느낄 자격이 있을 것인가,

모두가 연대를 얘기하고, 모두가 노동조운동의 위기를 얘기하고, 모두가 투쟁을 얘기하지만,

그 투쟁의 현장에서 볼 수 있는 얼굴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은 무엇을 말하는지 알수 있다.

난 정말 가끔은 그들의 주둥이를 정말 공업용미싱으로 꼬매버리고 싶게 만든다.

 

어제도, 그제도, 그리고 우리의 삶이 지속되는 한

끝없이 싸워갈 것이다.

이 싸움은 착취, 억압, 폭력, 불평등, 온전한 삶...을 위해 지속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보다 더 크게 힘들게, 먼저 시작되야 하는 것은 바로 너와 내 안에 있는 비겁함과 무책임, 그리고 무기력부터 싸워 이겨야 할 것이다.

 

조금 후 3.8 세계여성의날 101주년 전국 여성노동자대회가 있다.

하루 하루 시간이 멈춰진 것처럼 반복되는 느낌이다.

 

또 하루가, 그렇게 다른날이 오면 또 그렇게,

아니 1년이 더 흘러 오늘이 와도 오늘과 같겠지,

 

그때는 정말 오늘같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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