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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스님의 <마음의 별빛을 밝히려면 등불을 꺼야한다>

 

 
 

 

 

추운 겨울밤일수록 별빛이 뚜렷하다. 마당에 나가 하늘을 보는데 별빛이 흐리다. 몇 해 전 숭례문이 방화로 쓰러진 후에 국가지정문화재의 건축물이 있는 곳은 방범 방화 시설을 더 단단하게 보완을 했다. 마당 곳곳에 방범등을 켜 놓으니 절에도 밤이 환하다. 일본의 호시노무라의 별빛이 가장 아름답다고 노래하던 어떤 지인이 미황사의 겨울 별빛을 보고는 그보다 훨씬 별들이 많이 보인다며 좋아하던 이야기가 귀에 맴도는데 오늘은 거슬린다. 어느새 깜깜한 밤 숲길로 접어들었다. 불빛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옛 스님들의 사리탑을 모셔 둔 부도전까지 왔다. 열반의 적막함 위에 쏟아지는 별빛들이란.... 사람들은 불빛을 너무 많이 켜놓고 산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해야 될 일들도 많아서 오히려 내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진정한 나의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모르고 무의미한 불들을 가득 켜놓는다.

“불규칙적이고 무의미한 하루하루를 살았다. 어느 날 문득 이렇게 한심하게 살고 있는 나를 보면서 ‘아 내가 이렇게 살아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대라는 인생의 새로운 관문에 들어서는 이 중요한 시점에 지금이라도 나 자신을 변화시켜야겠다고 생각해 그 방법으로 미황사에서 운영하는 7박 8일 수행 프로그램 ‘참사람의 향기’를 택했다.”

“참선을 하며 ‘이뭐꼬. 나는 무엇이냐’에 대해 끊임없이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데 순간 울컥하는 기운이 솟아올랐다. ‘과거에 얽매여 살아온 이런 아집과 번뇌가 가득한 것이 나냐?’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내 속에는 분명 부처가 있고 진리가 있건만 그것을 바로 보지 못하고 겉돌며 살아온 나를 되돌아보게 된 것이다. 그렇게 살아온 나 스스로가 한심하고 분해서, 진리를 속에 품고 있으면서도 눈이 어두워 진실되게 그것을 바라보지 못하는 나 스스로가 억울해서 눈물이 나왔다. 한 번 나온 눈물은 하염없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눈물과 함께 내가 가슴에 담고 살아왔던 지나간 과거와 집착이 함께 흘러내렸다. 그 시간 이후로 나는 화두를 어떻게 들어야 하는 것인지 조금은 알게 되었고, 방법을 알게 되자 더 또렷하게 화두에 집중할 수 있었고 더욱더 깊이 내면의 나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이 화두수행을 통해 눈물도 흘리고 가슴 아파 하면서 진정한 나를 싸고 있던 번뇌의 껍데기를 한 꺼풀 벗겨낼 수 있었다. 이런 참선의 시간들을 거치고 나니 나 스스로 마음이 한결 가볍고 평온해지며 중심이 서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참사람의 향기’ 정민경 참가자 수행후기 중)

우리들의 본래 마음은 별빛보다 밝고, 봄 햇살보다도 많은 생명을 살리는 포근함과 넉넉함이 있다. 분별하는 마음을 내어 수많은 것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무한 경쟁의 시대를 우리들 스스로 만들어 놓았다. 언제 누가 만든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보면서 들으면서 끊임없이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깜깜한 밤잠을 자면서도 생각의 불들을 밝히고 있어서 참다운 마음의 불빛은 오히려 늘 흐린 날이다.

어느 선사의 글에서는 마음으로 말하면, 마음에는 아무것도 잘못된 것이 없다. 마음은 본래 깨끗하고, 마음은 이미 고요하다. 요즘 들어 마음이 고요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마음이 감정을 따라갔기 때문이다. 본래 마음의 빛을 만나고자 한다면 잠시 멈춰야한다. 절 마당의 방범등을 꺼야 별빛이 나타나듯 여기 저기 켜놓은 나의 불빛들을 잠시라도 꺼야한다. 잠자기 전 이불 속에서 10분이라도 욕심의 불, 비교하는 마음의 불을 끄고 호흡을 가다듬고 숨쉬고 있는 생생한 자신을 느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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