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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거라

오늘 나의 동반자 오골계 한쌍을 살림 내보냈다. 양평 서종으로. 참으로 묘한 인연이다. 지난 마석 장날 오골계에게 주려고 땅콩을 사러 나갔다가 우연히 만나 소주 한잔을 나눈 이름도 모르는 친구가 오늘 찿아와서 오골계를 키워보고 싶단다.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나의 장광설을 들은 그 친구 왈 '형님의 기대에 절대 어긋나지 않게 잘 키워 보겠습니다'라는 거듭된 확인을 받고서 그가 원하는 장닭 한마리와 암닭 한마리를 짝지워 보냈다. 이제 남은 가족이 장닭 7마리 암닭 25마리, 모두 32명.  지난 가을 들고양이에게 암닭 한마리를 잃은 후 내손으로 식구를 줄이고 보니 웬지 몹쓸 짓을 한듯 묘한 기분이다. 생명이 있든 없든 존재하는 모든 것이 하나라는 원칙을 삶의 철학으로 삼고자 동지들에게 꽤나 악담을 퍼붓기도 했는데... 과연 나의 집착은 올바르기는 한것인가? 생태적인 삶이란 지극히 자연스러워야 하는 것일진데... 새로운 번뇌망상을 쌓고 있으니 오늘도 나는 아쉬움만 남기는 하루를 살았나보다.

 

하지만 착한 오골계야! 사악한 인간들이 너를 잡아 몸보신 하겠다면 기꺼이 너의 몸을 내놓거라. 비록 인간들은 너희를 위해 몸바쳐 본 적이 없었다하더라도.  너희야말로 타의겠지만 신종플루의 예방백신제조라는 미명하에, 아니면 병든 자의 치료, 또 미식가의 알량한 입맛을 돋구기 위해 수없는 희생을 감내하지 않았더냐.  감사한 마음으로 계란만 취해도 좋으련만... 서종에도 들고양이, 들개들이 많을거야. 조신하게 행동하며 천수를 누리거라. 날이 풀리면 아빠가 네 모습보러 땅콩사서 달려갈께.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닐진데 너무 겁먹지 말고 참터의 오골계다운 기개를 잃지말고...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잘지내길 두손모은다.  참터지기 일진 김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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