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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천득 죽다.

97세 쯤 되었나?

 어쨌든 그는 상식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의 평균수명을 훨씬 넘어까지 살다가 죽었다. 

 

 그의 죽음 소식을 접하면서 떠오른 글 '인연'

 

중학교땐가 교과서에 실린 그의 '인연'을 읽으며 나는 어이 없게도 참 'sexy' 한 글이라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인연'은 나에게 다양한 형태로 의미있고 '인연'이 있는 글이다.

학교 다닐때 그 짤막한 글의 감동에 매료되어 얼마나 많은 인연의 아류작들을 집필(?)하게 했던지.. 혹시나 어린시절 빽빽하게 긁적이던 문학의 습작 노트를 다시 발견하게 된다면 얼나나 좋을까 하는 부질없는 희망을 갖곤한다.

대학에 들어와  선배들에게 '학습'이란 걸 하면서 현실을 외면한 감상주의 문학의 한계와 친일 문학가들을 비판하며 대표적으로 거론되었던 글이 서정주의 '오장 마쓰이 송가'와 '인연'이 아니었던가?

그는 왜 하필 영자나 영심이가 아닌 '아사코'를 사랑하고 추억하여 조국의 독립을 외면한 친일 문학가로 스티그마(stigma) 되었는지...

 

시(詩)는 날이 시퍼렇게 선 칼이어야하고 무기이어야 한다던 故 김남주 시인의 이야기처럼 아까운 글재주를 현실에 투영하지 못하고 공허한 메아리처럼 그저 '아름답기만 한 글들'을 남기고 간 그의 죽음을 아쉬워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번 만났다. 세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피천득.. 나도 당신을 교과서에서건 현대사 비판에서건 아니 만났으면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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