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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영화로 끝나서 아쉽다.

한심한 스머프...님의 ['의식' 보다는 '의무'가 앞서니...] 에 관련된 글.

아내와 둘이서 심야영화로 '화려한 휴가'를 보았다. 슬픈 영화를 보면 잘 우는 편인데, 눈물 한방울 나지 않았다. 모래시계, 꽃잎, 박하사탕 등에서 이미 보았던 낯익은 장면들이 오버랩되면서 다소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오히려 나는 예전 대학다닐 때  지하에서 떠돌던 광주혁명 다큐를 보면서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독일 어느 기자가 촬영했다던 그 다큐에서 체육관에서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관들과 아비의 영정사진을 들고 있는 소년의 모습, 속옷 차림으로 끌려가는 사람들의 장면 등을 이미 다 보았던 나로서는 '화려한 휴가'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뭔가 다른 것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까지도 나타나지 않는 '다른 것'에 대해 실망하고 허탈해 하면서 극장을 나왔다. 학생운동을 하면서 함께 광주혁명의 다큐를 보았던 아내도 비슷한 느낌이라고 했다.

 

내가 기대했던 '다른 것'은 무엇이었을까?

 난 아마 전재산 29만원 밖에 없는 극빈층(?)으로 전락했지만 아직까지도 지킬 것이 많은 용서하지 못할 범죄자에 대한 좀더 직접적인 타격을 기대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화려한 휴가'는 많이 찝찝했다. 영화 속에서 '그분'은 딱 한번 언급된다. 안성기가 옛 동료를 찾아가 '제발 전장군을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에서.. 좀 더 직접적인 공격이 필요했다. 영화는 살인의 책임을 묻지않았다.  심지어 발포 명령에서 조차 그가 관련이 있다는 정황은 영화 아무 곳에도 없다. 살인마 전두환..  '그분'은 그렇게 보호되어야 할 사람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강풀의 '26년'  http://cartoon.media.daum.net/group1/kangfull26/  이 '화려한 휴가'보다는 훨씬 의미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영화가 끝날때 쯤 울리는 '님을 위한 행진곡' .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음악은 그렇게 끊임없이 얘기하고 있지만 방향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어떻게 따르라고...?  맘 속으로 그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의문이었다.

 

이요원의 마지막 애절한 외침 '광주를 잊지말아 주세요. 우리를 잊지마세요.'

영화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잊혀지지 않고 싶은 광주의 역사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저 잊지 말고 기억만 하기에는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숙제가 우리에게 너무 많다.

 광주는 아직 이렇게 기록되기에는 끝나지 않은 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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