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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예찬론

누구 마음대로 '자장면'이래?

짜장면은 오직 '짜장면'으로 불리울 때 가장 맛있게 느껴지는 음식이다.

나에게서 가장 오래 전으로 기억되고 있는 짜장면의 가격은 600원.

예전이나 지금이나 참 착한 가격이다.

어릴적에는 대표적 외식메뉴로, 좀 커서는  당구치다가, 만화보다가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더 커서는 이것저것 귀찮을 때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아이템으로 참 긴 세월 동안 함께 했다.

짜장면이 그토록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맛도 맛이려니와 짜장면이 아니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신속성' 때문이기도 하다. 보통 주문에서 배달까지 30분을 넘으면 이미 짜장면집으로서의 경쟁력은 상실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기다리지 못하는 한국인의 특성에 잘 맞는 음식이 또 어디에 있단말인가? 더구나 음식을 먹는데 있어서도 이 '신속성'은 여지없이 위력을 발휘한다. 짜장면이 배달되어 우리 앞에 놓여질 때 쯤이면 이미 적당히 식어서 먹기에 딱 알맞은 정도로 맞추어져 있다. 이것은 차갑게 배달되는 냉면, 쫄면류의 다른 음식과는 차원이 다른 '알맞음'이다. 더구나 해장국이나 짬뽕처럼 뜨거운 국물이 없을 뿐 아니라 햄버거 처럼 퍽퍽하고 메마른 음식이 아니라서 짧은 시간에 음식을 먹기에 안성 맞춤이 아닐 수 없다. 생각해보면 짜장면을 비비고 다 먹는데 1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이래서 살이 찌나?)

짜장면은 비벼먹는 음식이다. 다른 음식도 비슷한 것이 있긴 하지만 음식을 먹기 전에 약간의 수고가 필요하다. 절대로 그냥 바로 먹을 수 있는 짜장면은 없다. 짜장면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비비고 있는 동안 후각을 자극하는 고소한 냄새에 침을 먼저 꼴깍거리게 되는 것은 짜장면을 비벼본 사람은 누구나 경험하는 것이다. 약간의 수고와 기다림으로 한층 더 맛을 끌어올리는 이 수법을 맨처음 짜장면을 개발한 사람은 다 계산을 한 것일까?

 

부전자전이라고 했던가?

요즘들어 아들녀석이 이 짜장면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 녀석은 다섯살이었던 작년부터 짜장면 한 그릇을 후딱 해치우는 괴력을 발휘했고.. 요즘은 한그릇으로 약간 아쉬워 하기도 한다.

난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짜장면을 먹고 난 후 입가에 그려지는 저 무늬들이 너무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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