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이 겨울에(詩)

이 겨울에..

 

          - 김 남 주 -

 

  한파가 한차례 밀어닥칠 것이라는
  이 겨울에
  나는 서고 싶다 한 그루의 나무로
  우람하여 듬직한 느티나무로는 아니고
  키가 커서 남보다
  한참은 올려다봐야 할 미루나무로도 아니고
  삭풍에 눈보라가 쳐서 살이 터지고
  뼈까지 하얗게 드러난 키 작은 나무쯤으로
  그 나무 키는 작지만
  단단하게 자란 도토리나무
  밤나무골 사람들이 세워둔 파수병으로 서서
  그 나무 몸집은 작지만
  다부지게 생긴 상수리나무
  감나무골 사람들이 내보낸 척후병으로 서서
  싸리나무 옻나무 너도밤나무와 함께
  마을 어귀 한구석이라도 지키고 싶다
  밤에는 하늘가에
  그믐달 같은 낫 하나 시퍼렇게 걸어놓고
  한파와 맞서고 싶다

 




마을 어귀 어느 한 구석이라도 지키며

한파와 맞서고 싶지만

갈지않아 시뻘겋게 녹슨 낫과

제몸 하나 추스리기도 힘들 정도로 초라하게 작아진

앙상한 사상과

적당한 타협과

사람의 빈곤만이 남았다. 

 

당신은 왜 항상 나에게 이렇게 길을 가야한다고 끊임없이 괴롭히며 아직도 살아 있는가?

전사 김남주..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