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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울에..
- 김 남 주 -
한파가 한차례 밀어닥칠 것이라는
이 겨울에
나는 서고 싶다 한 그루의 나무로
우람하여 듬직한 느티나무로는 아니고
키가 커서 남보다
한참은 올려다봐야 할 미루나무로도 아니고
삭풍에 눈보라가 쳐서 살이 터지고
뼈까지 하얗게 드러난 키 작은 나무쯤으로
그 나무 키는 작지만
단단하게 자란 도토리나무
밤나무골 사람들이 세워둔 파수병으로 서서
그 나무 몸집은 작지만
다부지게 생긴 상수리나무
감나무골 사람들이 내보낸 척후병으로 서서
싸리나무 옻나무 너도밤나무와 함께
마을 어귀 한구석이라도 지키고 싶다
밤에는 하늘가에
그믐달 같은 낫 하나 시퍼렇게 걸어놓고
한파와 맞서고 싶다
마을 어귀 어느 한 구석이라도 지키며
한파와 맞서고 싶지만
갈지않아 시뻘겋게 녹슨 낫과
제몸 하나 추스리기도 힘들 정도로 초라하게 작아진
앙상한 사상과
적당한 타협과
사람의 빈곤만이 남았다.
당신은 왜 항상 나에게 이렇게 길을 가야한다고 끊임없이 괴롭히며 아직도 살아 있는가?
전사 김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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