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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복지의 불편한 동거

시민사회 신문에 투고하기 위해 작성한 글... 아 데드라인의 압박이여!!

 

 

노동과 복지의 불편한 동거 ‘사회적 기업’

 

 

빈민층의 자립과 자활을 지원하는 자활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노동부와 보건복지부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는 한다. 자활이라는 것이 기초생활 보장이라는 복지의 영역과 자활근로를 바탕으로 하는 노동과 고용의 영역이 혼재되어 있기도 하거니와 두 부처 간의 입장이 확연하게 대립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자활근로 사업 참여자의 노동자성 인정의 문제인데, 보건복지부는 아직까지도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받고 있는 자활근로 참여 주민들을 노동자 또는 근로자라는 이름 대신에 ‘참여자’라는 애매모호한 이름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활현장에서 발생하는 해프닝은 무수하게 많다. 1년 이상 지역자활센터에 고용되어 일하던 자활 참여자가 퇴직을 하게 되어도 퇴직금을 지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송사(訟事)에 휘말리기도 하고, 자활근로 참여자는 산재·고용 보험 등 기본적인 사회보험에 가입하지 말라는 보건복지부의 지침이 내려지기도 하는 등 노동부의 입장에서 보면 근로기준법조차 위반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기초생활수급권자의 자활근로 참여로 발생하는 급여는 보충급여 방식의 생계비 보조일 뿐, 근로에 대한 임금이 아니라는 근거를 내세워 자활근로 참여자를 노동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지만, 기초생활보장의 수혜대상이 아닌 차상위 계층의 자활근로 참여자들마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근거의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비슷한 조건의 노동부 사회적 일자리 참여자는 철저하게 노동자로서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고 있어 고용취약계층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와 해석에 있어서 두 부처의 간극이 큰 편이다. 문제는 보건복지부의 자활근로 사업이든, 노동부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이든, 모두 동일하게 근로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전혀 다른 부류의 참여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똑같은 조건의 빈곤층을 지원하는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게 되는가, 노동부의 지원을 받게 되는가에 따라 사업의 수행방식이나 참여 주민관리 시스템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현장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이나 참여주민들의 혼란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혼란이 더욱 심각하게 부각되는 현장이 사회적 기업인데, 사회적 기업은 자활사업과는 달리 노동부 주관의 사업이다. 자활현장에서 일하는 많은 실무자들이 사회적 기업 육성법의 제정과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 업무를 노동부에서 담당하게 된 것에 의아함과 아쉬움을 표하고는 한다. 자활사업의 발전을 통한 사회적 기업으로의 전환이라는 기본 구상을 가지고 사회적 기업 운동을 주도해 온 자활현장에서는 노동부에서 사회적 기업이라는 제도를 가져감으로 인해 잃은 것이 많다. 자활의 기본 바탕이 되는 많은 사업의 영역들이 대부분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사업이고, 노동부의 사회적 기업 육성법 안에서는 부처 간의 이해관계로 인해 이동의 한계, 중복지원의 문제 등으로 인해 자활사업에서 사회적 기업으로의 전환이 많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노인돌보미, 중증장애인 활동보조, 산모도우미 파견 등 보건복지부의 3대 바우처 사업으로 대표되는 사회서비스 사업을 주로 하고 있는 지역자활센터에서는 이 사업으로 인해 창출되는 수익을 통해 고용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환원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의 설립 요건과 기반을 충분히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 지원 사업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기업으로의 진입이 차단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노동부의 사회적 일자리 사업의 참여 조건으로 공공근로 참여자는 인정하고 있으나, 자활근로 참여자는 참여조건에서 제외함으로써 양 부처 간의 일자리 이동은 거의 불가능하도록 제도화 되어 있다. 자활사업을 통해 양성된 자활공동체가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 체계적인 지원을 받거나, 사회적 기업에서 누릴 수 있는 세제혜택이나 경영컨설팅의 지원을 받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빈민층을 위한 안정적이고 건강한 일자리 창출과 자활을 위해 땀 흘리고 있는 현장의 활동가들의 입장에선 그것이 노동부 사업이건, 보건복지부 사업이건 가릴 처지가 못 된다. 그저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조건의 일자리이면 감지덕지할 뿐이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에서의 노동과 복지의 불편한 동거는 새로운 제도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사회적 일자리의 발전적 대안 모델의 개발의 측면에서도 부처 간의 실적싸움이나 이해관계를 떠나 하루빨리 청산되어야할 과제이다. 현장에서 이쪽저쪽 눈치 봐야 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노동복지부와 보건위생부로 조직 개편이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새 정부의 스타일로 봐서 어디하나 없어지지 않으면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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