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내 친구 West Lake 에게

나와는 전혀 다른 내 친구  West Lake 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

 

학교다닐 때 부터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다른 꿈을 쫒아 살아온 내 친구야. 네가 가끔 나의 일상이 궁금해서 이곳을 들린다기에 이렇게 편지를 쓴다. 가끔 덧글이나 방명록에 흔적이라도 남겨두었다면 안부나 묻고 좋았을텐데.. 부끄럽더냐?

 

너를 알고 지낸지도 벌써 15년이 다 되어간다. 그치? 이제는 널찍한 아파트도 분양받고 전공을 살려서 안정적인 직장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너를 보면 대견스럽고 한편 부럽기도 하구나. 골방 자취방에서 쩜 50원짜리 고스톱을 치며 밤을 세우던 추억이 엊그제 같은데 세월 많이 흘러 이제 너도 어엿한 아빠가 되었구나. 너에게 쏘콜(소주+콜라)을 배웠고, 그렇게 먹으면 잘 넘어가지만 머리가 뽀개지도록 아프다는 것도 배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소위 골수 운동권으로 너는 착실한 비운동권으로 대학을 보내면서도 우린 참 친하게 잘 지내왔다. 그지? 그건 아마도 서로의 이념과 가치관을 떠나서 서로를 이해해 주는 깊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너를 이해했기에 운동권에서 철칙으로 여겼던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조직하라.'는 원칙을 너에게 적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너도 공부는 뒷전이고 집회나 시위판에만 쫒아다니며 학생회관에 쳐박혀 있는 나늘 친구로 잘 데리고 놀아줘서 정말 고마웠다. 더구나 지금까지도 잊지않고 나의 일상이 궁금해 이 블로거를 방문해주니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진보넷'은 익숙하지도 않을텐데 말이다.

 

언젠가 반쯤 농담으로 네가 나에게 던진 말 '이제는 너도 경제적인 안정을 찾아야 안되겠냐' 는 충고... 아마 너로서는 농담을 핑계로 아주 조심스럽게 했을 것이라는 짐작은 한다. 늘 나의 궁핍하고 치열하기만한 삶을 걱정해주는 좋은 친구야. 사회에는 말이다. 특히 이 더러븐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말이다. 나 같은 놈도 쫌 있어줘야 하는 것 아니겠냐? 모든 구성원들이 다 제도에 순응하면서 살면.. 세상 움직이는게 너무 만만해지는 것 아니겠냐구.

 

내 친구 West Lake...

늘 나에게 다른 방식을 보여주고 있는 가장 가까운 친구야. 지금와서 고백하지만 나와는 많이 다른 너에게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할 때가 너무 많구나. 죽을때까지 우린 동지는 아니지만 친구다. 내 소중한 친구야. 이제 그만 눈팅으로 일관하지 말고 흔적을 남겨라. 부끄러워하지 말고..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