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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연대란 무엇인가?

경북 일반노조 동국대학교 청소용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된 후 천막농성 55일째인 어제, 경주지역 노동자들이 4시간 총파업을 선언하고 동국대학교로 집결했다. 약 1,000여명이 모인 어제 집회에 모인 노동자들은 90%가 금속연맹 소속으로 정규직 노동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경주지역 뿐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사례이다.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28명의 복직을 위해  기계를 멈추고 연대의 깃발을 든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연대의 힘이다.

 

 

 

나는 이 늙은 노동자 28명을 해고한 학교를 졸업한 졸업생이다. 어제 나는 그 집회판에서 후배들 때문에 울고 후배들 때문에 웃었다.


저 인간들은 소위 학생회를 운영하고 있는 나의 후배들이다. 학생들의  등교권과 수업권을 사수하기 위해 교문을 지키러 나왔단다. 그리고 공부 좀 하게 학교앞 천막을 철거하고 나가 달란다. 어이가 없다. 규격화된 피켓과 모자를 지급받은 것으로 봐선 학교측에 의해 동원된 것이 틀림없다.

 

 


학교 대운동장에 무려 15대의 닭장차가 진입했다. 선배들은 전경들의 침탈로부터 캠퍼스를 사수하기 위해 피흘리면서 싸웠건만, 이젠 학교측이 스스로 교문을 활짝열고 전경들을 반긴다. 거기에 환영하는 후배들의 모습에 선배로서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었다.

 

 


교직원 총 동원령이 내려졌다. 학생들 뒤로 검은 양복의 교직원과 사복 경찰들이 진을 치고 있다. 어찌 힘없는 노동자의 피난처이자 든든한 후원자였던 대학생이 저들의 선두에 진을 치고 있단 말인가? 안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명이 넘는 동지들이 기꺼이 연대했다. 28명의 힘없는 여성 노동자를 위해 기꺼이 4시간 총파업을 결의하고 현장으로 달려온 동지들의 저 힘찬 팔뚝과 연대의 힘으로 반드시 노조탄압을 뚫고 원직복직하리라 믿는다.

 

 



 

 

집회 막판에 학교측과 학생회의 횡포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는 일부 재학생들이 스스로 플랭카드를 써서 들고 나왔다. 집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에게 가장 많은 박수와 지지를 받았던 저 현수막 때문에 울컥 눈물이 날 뻔했다.

 

그래도 아직까지 학교에는 희망이 남아있다.


 

나는 가끔 과거를 추억하며 사는 것이 지금의 현실에 무슨 도움이 될까하는 회의를 가질때가 많다. 치열했던 학생운동을, 퇴색해버린 사상을, 끝나버린 잔치판을 아쉬워하고 추억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어제 저 현수막을 들고나온 후배가 학생과 담당 교직원에게 욕설을 듣고 머리 숙이는 걸 보면서 캠퍼스 점거를 밥먹듯이 하면서 총장까지 벌벌떨게 했던 과거 우리 선배들의 활약상을 쉼없이 추억했다.

 

진정한 연대란 '남의 일이 아니고 곧 나의 일임을 알고 함께하는 것'이라고 후배들에게 말해 주는 것을 깜박 잊고 온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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