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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30 소식지 원고 '농사 에세이'초안

 옥산 밭으로 통하는 길은 돌이 많은 흙길이라 공룡 트럭으로 올라가는 경우에는 차가 덜컹거려서 깜짝 놀라면서 잠에 깬다. 밭 근처에는 개장수 아저씨가 기르는 개들이 살고 있다, 그 옆에서 한참 밭일 하고 있는데 개가 옆에서 퍼질러 자고 있으면 괜시리 질투가 나곤 한다. 밭의 입구를 지키는 개는 사람이 다가가면 사납게 짖어대지만 내가 그 자리에서 가만히 개를 응시하면 바로 꼬리를 내리는 게 조금은 우습다. 그 개는 정말 성실히, 낮잠을 포기해서까지 내가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짖어댔고, 머지않아서 나는 옥산에서 거미만큼 그 개를 싫어하게 되었다. 그 개를 지나 조금 샛길로 빠지면 연못이 보이는데 그 곳에는 소금쟁이와 바로 옆 나무에는 거미가 산다. 나는 그 거미를 지나치게 의식해서 그 큰 몸을 과장되게 움직여 발이 물에 빠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거기서 물을 길러 고구마 밭으로 가서 물을 주는데. 물통에 물이 떨어지는 것이 보일 때마다 이상한 공포감을 느낀다. 또 물을 뜨려면 그 개를 마주쳐야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 번 다녀오면 허리에 진득한 통증이 느껴지고 저 멀리 내가 엄두도 못 낼만한 속도로 물을 주는 종민쌤이 매우 얄밉게 느껴져서 옆에 지나갈 때쯤 다리를 걸고 싶은 충동을 참는다. 고구마가 비닐에 닫으면 타 죽기 때문에 고구마순 주위에 흙을 덮어줘야 한다. 종민쌤과 재환쌤은 쪼그려 앉아서 일을 하지만, 나는 쪼그려 않으면 몇분 안돼서 다리가 저리기 때문에 털퍽 주저앉아 일을 한다. 그래서 나의 청바지 엉덩이 부분은 똥 싼 듯이 누렇게 되어 난감하다. 율량동 상리의 밭은 고랑과 고랑 사이가 좁아 몸을 운신하기가 힘들다. 게다가 길게 세로로 길게 나있어 앉아서 일을 하면 옥수수에 가려 주위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한참 그 속에서 일하고 있으면 평생 옥수수 밭에서 혼자 일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 느낌이 기묘해서 문득 일을 하다가도 일어서서 주위를 둘러보곤 한다. 그와 별개로 나 같은 거구가 폭이 좁아 앉지 못하고 쪼그려 앉아 일하는 것은 정말 고역이다. 그래서 몇 걸음 못가고 지쳐서 앉아있는데 몇 시간 전에 왔다간 택시 손님이 유기한 것이 아닐까하는 근거 없는 의심이 드는, 작은 개 한 마리가 눈치 보면서 다가온다. 그리고 한 10분 정도 서로 비비적대면서 즐겁게 같이 논 다음 나는 밭으로 들어가고 개는 몇 번 기웃거리더니 어디 갔는지 안 보인다. 걱정이 되서 이리저리 둘러보았지만 개는 나타나지 않았다. 복잡 미묘한, 연민 비슷한 감정이 들었다. 얼른 농사일을 제쳐두고 그 개를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과 책임질 수 있는가라는 의문 사이를 오가면서 농사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어둑어둑 해졌고 공룡 트럭을 타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공룡으로 출발하였다.

나는 이번 해 농사를 3월 달부터 농사일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꾸준하게 결합해왔고 그 이전에 학교에 다니고 있을 때 에도 틈틈이 농사에 결합하였다. 이렇게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고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시간동안 농사에 결합하면서 나름 얻어간 것은 조금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신체, 나의 몸이란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다. 나는 120kg에 육박하는 거구이다. 보통 근육 때문에 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이 있지만 나는 논외로 쳐도 상관없다. 내 나름대로의 창피함 때문인지 몸이란 것에 대해서 필사적으로 무시해왔다. 농사를 계기로, 그러니까 주기적으로 몸을 사용할 때가 오면서 내 몸을 다시 생각해야할 필요성이 생겼다. 몸무게 문제만이 아니라 일에서의 신체의 리듬, 동선을 관리해야할 필요성을 느꼈고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 몸을 만들어어야 겠다는 다짐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일이나 활동을 할 때 심지어 공부를 할 때조차 주의를 둘러보거나 챙기지 않고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농사를 하면서, 일을 같이 하면서 같이 일을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몸으로서 이해하게 되었다. 이렇게 농사는 나에게 처음 겪는 종류의 자극이었고 좀 더 나의 몸과 사람들과의 관계들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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