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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아 동생은 좀 더 생각해보자

어제 저녁 아내와 하경이 그리고 나 세명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하경이는 아기를 키우던지, 강아지를 키우던지 하잔다.
아내는 뱀이나 토끼, 난 그저 고민만 했다.


사실 하경이에게 동생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막상 현실적으로 어린 아이가 들어오면 지금까지의 삶이 자칫 엉망이 될 것을 알기에 고민이다.


내년이면 아내는 산어린이학교의 생활교사가 된다. 교사 회의도 많고, 부모와 간담회도 많고, 생활 전반이 학교 생활에 묶이게 된다. 그런데 어린 아이가 우리 가정에 들어온다면?


난 산어린이학교의 방과후 교사를 그만 둬야 하고, 아내는 아내대로 학교일에 아기를 돌보는 일에 지쳐갈 것이다. 하경이는 새로 생긴 동생에게 질투를 느낄 것이고, 난 세 여자 등살에 끝장이 날지도 모른다.


하경이는 아기를 원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정리하면 그나마 가장 안정적인 것이 하경이 동생은 연장아야만 한다. 하지만 연장아를 입양해도 문제는 쉽지 않다. 최소 1년은 난 모든 것을 포기 해야 할지도 모른다. 오늘 아침에 벌어진 일만 생각하면 상황이 어떨지 뻔하다.


오늘 아침은 하경이를 궁더쿵에 데리고 가기 위해 아침부터 정신이 없다.


지난 화요일부터 아내는 과천 무지개학교로 3일간의 교사 연수를 다니고 있다. 덕분에 내가 아침에 하경이를 궁더쿵에 등원 시키기 위해 준비를 해야 한다.


새벽같이 길을 나선 아내에게 인사를 하고 잠시 누웠다가 아내의 전화에 눈을 뜨니 8시가 조금 넘었다. 이제 전쟁이다.


“하경아 일어나!”, “.........................”
“하경아 그만 일어나!”, “.......................”


“하경아 밥 먹고 씻을 래? 아니면 씻고 먹을래?”
“밥 먹고”


부랴 부랴 지난 번 어머니가 해 오신 동치미 썰어 어제 저녁에 산 생수를 부었다. 뭐 어제는 아리수로 했지만 마침 어제 물을 끓이지 못한 탓에 사온 생수를 부었다. ‘동치미’,‘김’, ‘참치’ 가 오늘 하경이와 먹은 반찬이다.


누워먹는 하경이를 달래고 협박과 공갈을 해도 영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 슬슬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하경아 오늘 병원가야 할 것 같나 손 좀 보자” 지난 월요일 손가락 하나가 곪은 것 같아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세균성 어쩌구 하면서 약을 처방해주셨다. 3일이 지나도 증상이 없어지지 않으면 한 번 더 오라고 말씀하셨다. 손가락을 보니 잘 모르겠다. 그래서 병원을 가지 싫어하는 하경이와 이야기 한 끝에 오늘은 병원을 가지 않기로 했다.


어찌되었든 하경이와 한바탕 실랑이를 벌인 후 식사를 마쳤다.


이제 씻어야 하는 일만 남았다.


어서 옷 벗고 들어오라니 찡얼 찡얼, 나보고 화내지 말란다. 지는 나보고 목짤라 죽인다는 말 수도 없이 하면서....


요즘 하경이가 잘 하는 말이 죽여버린다는 말이다. 에구 무서버...


몇일 전 우준이가 놀러왔다. 둘이서 부부가 돼서 놀더니


하경 “여보 몸을 짤러”
우준 “알았어”


곰 인형이 나쁜 놈이라더니 하경이는 짤르라하고 우준이는 짜른다. 물론 말로 짜르는 거다. 물어보니 가짜로 몸을 짜르는 거란다.


무서운 부부다.


하경이 화가 나면 하는 말


“밥 먹지마~”, “세수 하지마”, “치카하지마”, “목 짤라 죽일꺼야”


도대체 누가 먼저 한 말인지 모르지만 요즘 궁더쿵 아이들 말에서 가끔 나오는 말이 목 짤라 죽인다는 말이다.


헉....


대충 하경이 씻기고 머리 손질을 하려니 머리에 묻은 풀 때문에 빗질이 안된다. 내가 하경이 머리 손질을 해주는 것은 빗질이 다건만 그 빗질도 잘 안된다.


“아~”, “아프잖아”, “누가 머리에 풀을 묻히래!”, “아~ 아프다구”


빗질을 하다 결국 가위를 들어 끝 부분을 잘라 보여줬다. “봐 조금만 짤랐지?”


내복을 입히려니 바지만 있고 윗도리가 없다. 이런 그 많은 내복 바지과 함께 우리 집에 들어온 윗도리들은 모두 어디로 간걸까?


내복 입히고 바지를 것 옷을 입히려니 치마를 입겠단다. 선우하고 결혼을 한다나? 아내가 꺼내 놓은 바지를 협박해서 입히고 하경이와 궁더쿵으로 갔다.


상황이 이지경이니 만약 하경이 동생이라도 생긴다면 상황은 어찌 될까? 그래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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