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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주 - 공항에서 신창리까지 (5) 2007/12/03
11월 26일부터 12월 2일까지 제주도 여행기

1. 비행기와 자전거
2. 공항에서 신창리까지
3. 물드리네
4. 고산에서 우도까지
5. 우도에서 제주시, 그리고 서울


공항에서 수속을 마친후 , 아침으로 이완이 싸온 사과 한개씩을 먹고 미숫가루를 타먹었다. 경운기 소리가 나는 비행기 속에서 부족한 참을 채우고 무사히 제주에 착륙했다. 우리 여행이 무목표지향이긴한데, 첫날 잘곳은 협재해수욕장을 지난 신창리다. S의 어머니가 살고 계신 집에 신세를 지기로 했기때문이다. 그리고 천연염색을 한다는 비혼여성 공동체도 지도를 확인하니 운좋게도 그 근처 마을인듯 했다.

자전거를 다시 정리하고 달리기 시작한다. 제주가 바람이 많이 불어 춥지 않겠나 하던 걱정은 공항을 나서자 마자 사라졌다. 날씨는 쾌청 그 자체였고 바람은 기분 좋을 정도 밖에 불지 않았다. 누가 춥다고 했나. 이완이 바리바리 싸온 먹거리들을 싣느라 패니어가 꽉차서 뒤가 묵직헌데, 여기에 내복에 침낭까지 챙겼으니 이거 괜히 이런거 바리바리 싸왔다 싶을 정도다.

허허실실 조심조심 용두암쪽 해안도로로 나가 이포해수욕장 방향으로 달린다. 이완은 자전거를 탄일이 손에 꼽는다 하여 걱정했는데 불안불안하긴 하지만 잘 가고있다. 작년 초에 사무실 사람들과 제주도에 왔을때 자전거를 빌려 같은 길을 한시간쯤 달렸던 일이 생각났다. 그땐 깨나 힘들었던거 같은데 , 돌아올때는 혼자 처지기도하고 역시 내 자전거를 타니 잘 나간다. 짐을 10키로쯤은 뒤에 싣고 달리는데도. 기분 좋게 이포해수욕장으로 들어서서 바다가를 달렸다. 처음으로 돌담이 있는 아기자기한 마을로 들어선 길이었다.  돌담과 집들 그리고  골목길을 달리며 돌담너머 슬쩍슬쩍 보이는 작은 텃밭들에 녹색. 갑작스레 차원이 다른 공간에 와있는 묘한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특히 앞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이의 뒷모습을  보면 더 그렇다. 나 자신이 자전거를 타고 있는데도 그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는 그곳의 주인공이 아니고 그 사람의 행동을 눈으로 쫒는 기분이 된다. 스크린에 비치는 그림을 보듯이. 저 사람이 가는 저 골목을 돌면 뭐가 나올까 하면서 기대를 하게 되는것이다.  흔해 빠진 표현이라 속상하지만 모험이 시작되는것 같은 설레임, 개구진 길의 표정, 아련하기도하고 따듯하기도한 기분, 향수라기에는 사실 남의 향수를 빌려온것 같지만.



사진이 자전거 타면서 찍어서 그런지 제대로 찍힌게 없다.


이곳을 빠져나와서 외도동인가 하는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먹은 밥이다. 된장찌개랑 순두부찌개를 시켰는데 고기빼달라고하고는 해물이야기를 안했더니 조개가 나왔다. 뭐, 우리들 실수라 그냥 먹었다. 난 두그릇이나 비우고 신세지기로한 S의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수화기너머로 들리는 목소리가 정겹다. 처음에 전화걸때는 두려웠는데 마음이 놓였다. 중간중간 제주사투리가 섞여있는듯 못알아 듣겠는 말도 있지만 목소리인상이 좋으신분이라는것은 확실했다.

밥을 두둑히 먹고 달리는데 , 이때부터 이완과 거리차가 조금씩 심히 나기 시작했다. 아니 짐을 조금 더 실었다고해도 이렇게 안나갈리가 없는데 왜이런가 내가 정말 자전거를 오래 안타긴했구나 하면서 낑낑 따라가긴하는데.. 아무래도 이상하다. 바퀴를 보니 바람이 다 빠져 짜부라져 있다. 이...이건 혹시 펑크인건가?
설마설마 하면서 일단 다음에 쉴때 바람을 한번 넣어보자하면서 계속 달렸다.



중간에 쉴때, 하고많은곳 중에서 스뤠기들과 함께 연기를 =_=

 쉴때 마다 귀찮아서 다음다음 하면서 달리다 보니 영 나가질 않아 죽겠다. 무슨 맞바람 된통 맞으며 달리는것 같은 기분이라. 곽지 해수욕장 조금 못간 마을에서 결국 세우고 바람을 넣기 시작했다. 펌프에 연신 손펌프질을 하지만 바람만 새고 들어가질 않는다. 아이고 이거 괜히 조금 있던 바람도 빠져서 가지도 못하고 어쩌나.. 이완은 전화기를 꺼놔서 연락이 안되고 혼자 멀찍이 갔나보다. 혼자 15분쯤 그러고 있는데 이완에게 전화가 와서 돌아오기로했다. 그후로 15분 동안 완전 삽질을 하고 있는데 이완이 돌아와 테이프로 펌프와 튜브 입구를 잘 고정하고 둘이 바람을 넣기시작했다. 아무리 넣어도 팽팽해지지는 않아서 결국 아까 그 상태로 까지만 만들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아이고 죽갔다.

곽지를 조금 지나서였나 못미쳐였나 여행자정보센터라는 곳이 있어 문의를 하니 펌프를 주면서 바람을 넣고 한림에가면 자전거 수리점이 있으니 가보란다. 펌프질을 했지만 별다를게 없다 . 이건 펑크다 확신을 하며 비실비실 길을 떠났다. 날이 어두워지면 어쩌나 하며 완전 처참한 기분으로 가는데 아마 걷는 속도보다 약간 빠른 정도 였을거다. 허리가 끊어질거 같다. 이건 자전거가 노새가 되었다고 했었는데, 내가 노새다. 마지막에는 이완이랑 바꿔타고 가다가 결국 한림에서 퍼졌다. 한림리는 아까 들어왔는데 대체 뭐 자전거 수리점같은게 있을 기미는 안보이는거다.  그래서 사거리 바로 앞 갓길에 주저읹아 수리점에 전화를 하고 있는데 , 이완이 좌회전 해오는 트럭한대를 히치했다! 아이고 .
완전히 지친 우리는 펑크났다니까 한림에 있는 자전거 포에 대려다 줄수 있다는 아저씨에게 그냥 신창까지 태워달라고 했다. 아저씨가 다행히 모슬포까지 가시는 길이라.. 차안에서 기분은 뭐랄까 루저..의 처참한 기분이기도하고, 살았구나 싶기도하고..묘했다. 한 10분 15분 타고 달리니 목적지다. 신창리에 들어서자 마자 비가 살짝 뿌리는거 같아서 더 다행이라 안도했다. 뭐 5분지나니 그쳤지만.

5시 40분. 해가 질 무렵에 신창리에 면사무소에 도착했다.  우리는 안도하면서  면사무소에 자전거를 매어두고 시간이 조금 남았으니 여름이 소개해준 천연염색하는 비혼 공동체-물드리네-가 있는 낙천리까지 걸어가보자 했다. 걸어서 이 삼십분이라는 정보를 듣고 지난 걷기 여행 경험상  한시간쯤 걸리겠군 하며 걷기 시작했다. 금새 날이 어둑해지더니 아무도 안다니는 길에 가로등도 없고 짐은 무겁고, 걱정되기 시작했다.  물드리네에 전화하니 차로 픽업을 나오시겠단다. 어익후 민폐지만 좋아라 하고 걷다가 차를 만나 얻어타고 들어갔다. 차로도 한참을 시커먼 도로를 달려 한참 촌으로 들어가는데.. 음 이거 이거 돌아갈 수 있으려나..

아휴, 길다 요기 뒤부터 둘째날은 다음기회에.

제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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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3 02:27 2007/12/03 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