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해당되는 글 31건

  1. 문경새재, 가은 작은방 (7) 2008/10/07
  2. 봉화재에서 금성 (7) 2008/09/26
  3. 월악나루터에서 신현리 (6) 2008/09/25
  4. 두근두근 (4) 2008/09/12
  5. 19일 생체여권반대 행동 정리 (4) 2008/04/18
  6. 링크 (5) 2007/12/13
  7. 결산 (5) 2007/12/06
  8. 우도에서 제주시 , 그리고 서울 (4) 2007/12/05
  9. 제주 - 고산에서 우도까지 (5) 2007/12/05
  10. 제주 - 물드리네 (8) 2007/12/03
9월 15일 월

앞으로 일주일정도 장기 여행 예정인 나와 [이], [붕]의 일정이 문경 - 괴산 - 상주 - 함양- 산청이라 , 차를 가지고 내려가는 길인 [들]이 하루더 함께 여행할겸 차를 태워주기로 했다. 일단 문경으로 향했고, 거기서 걸을만한곳을 걷자 했다. 차에서 [들]이 문경새재길이 예쁘다했고 안가본 사람이 많아 그럼 한번 가보자 하고 문경새재.

음 다행히 입장료는 없어졌다. 근데 입구부터 사람이 많아 역시 관광지로세. 이런곳을 굳이 걸어야 하나. 하면서 좀 그랬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길 잘했다 싶다. 한번 가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3관문까지 걷는 길을 꽤 길었고, 길도 예쁘고 무엇보다 맨발로 차 없는 곳에서 그야말로 '초록, 초록'인 곳을 걸으니 좋았다. 예정에 없었지만 좋구나. 이런것도 좋네. 조금 같이 보조를 맞추어 걸으며 떠들다가 이내 각자의 속도로 따로 또 같이 걸었다. 발바닥에 찬기운, 깔끄러움, 따가움, 부드러움, 춤추는 것같은 당신의 뒷모습. 너리너리 발바닥 바지자락. 어딘가를 바라보는 뒷모습들.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속을 저어다녔던 것 같은데 기억 불명.
내려오는 길에 도토리묵, 두부김치를 먹고 [들]과 무슨무슨 이야기를 나름 집중해서 하며 내려왔고,
해넘어가고 가은에 도착.

가은에 귀농해서 살고 계신 [박**]씨가 참여하고 있는 "작은방"이라는 마을 공동체 공간에서 하루 자기로했다. [박**]씨가 운영하고 있는 천연염색 옷집에 들려 옷구경도 하고 차도 마셨다. 만나본 친구들에게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 매력적인 분이 었다. 음 뭐랄까 세련되기도 했고 자기만의 색이 확실해 보이기도 하고 선이 굵고 진한? 근데 안불편하고 친근한? 두렵지 않은.  그분이 입고 있는 옷이 너무 멋져서 다들 감탄을 했는데 , 바지가 좋다 하니 당장 벗어 주신다. 내가 입으니 너무 커서 매무새가 전혀 달랐지만 암튼 좋아라 얻었다. 여벌 바지를 들고 가지 않았었는데 덕분에 여행내내 그 옷으로 편하게 다녔다. 지금도 집에서 입고 있다.  같이 왔던 [들] , [반] 은 옷도 사고 , [리]도 이쁜 분홍 바지를 얻어가지고 아쉬움을 뚝뚝 흘리며 부산으로 김해로 내려갔다. [들]은 진짜 아쉬워 보였는데.. 왜 이제서야 이리 좋은데로 왔냐 하면서. 그래서인지 여행이 끝나고 계속 [들]이 생각났다.

[박**]씨가 마을에 친구분이 생일이라서 축하해주러 갈건데 같이 갈꺼냐 해서 그것도 재미있겠다 싶어 함꼐 나섰다. 무슨 공원 같은데서 만났는데, 파티자리를 생각하고 갔더니 생일이라는분 딱 한분 앉아 계서서 살짝 머슥했다. 그래도 생일 축하 해주고 술좀 먹다 보니 좀 피곤한 일도 생기도 피곤하기도 하고 해서 우리들은 슬그머니 꽁무니를 뺐다.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인 "작은방"은 상당히 쾌적한 공간이었다. 요며칠 노숙을 해서 그런게 아니라.. 나무로 직접만든 책장이며 마루며.. 부엌도 있고.. 이곳은 마을 사람들. 아이들이 서로 뭔가 공부하고 싶은게 있으면 제안하고 서로 가르쳐주고 그외의 모임들도 하고 하는데 쓰는 공간이라고 한다. 여기저기서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구나. 내가 생각하는 미래들이 이미 현재이구나 싶은게 기분이 좋더라. 술도 한잔하고 피곤도 몰려오니 금새 잠이 들었다.



그날밤 그 공원에서 엄청난 현장을 포착한 사진이나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9월 16일 화

가은, 작은 방에서 6시쯤 일어났다. [생], [이] 일어나서 밥을 앉히고 두부, 콩나물을 사다가 콩나물 된장찌개, 콩나물 무침을 해서 [박**]씨를 모셔다 아침을 함께 먹는다. 아침부터 하늘재라는 곳에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날 [박**]씨가 하늘재에 갔다가 온천을 가면 어떻겠나는 말에 [이]가 두손을 모으며 눈을 빛내면서 "온천? 우와 나 한번도 안가봤어!"라고 의외로 호응을 생긴 계획이다. 게다가 나는 이전 여행내내 달거리 중이었기때문에 너무 씻고 싶어 완전 땡큐였고..

하늘재가 가까운 덴줄 알았는데, 차를 타고 가야 하는곳이었다. 음 또 차를 탔다. 이런.. 상당히 긴시간.. 게다가 어제 거처온 문경쪽. 이게 어찌된 일인가 좀 씁쓸해하면서 갔지만, 하늘재 좋았다. 모시풀, 여뀌등의 풀들이 염색재료라는 이야기도 듣고  사람도 없는 숲속 오솔길같은 느낌이라 마음이 막 평안해졌다. 그리고 신나기도했고. 그 생명들..





내려와서 기대하고 고대하던 온천. 난 친구들이랑 목욕탕에가서 처음으로 같이 다니는 거라 기분이 진짜 신기했다. 그 전에 사무실 엠티때 같이 온천 찜질방같은데 간적 있지만 서로 부끄러워서 데면데면 하고 마주치지 않으려 했기에;;;  암튼 다정한 느낌. 온탕에 들어갔다 냉탕에 들어갔다. 몸에 피가 순환되는 저리저리한 느낌. 노천탕에도 가보고. 다 다르게 생긴 몸들. 부드러운 느낌. 등도 밀어주고. 말랑말랑한 느낌.  냉탕에서 쏟아지는 물을 맞고 있는 뒷모습들. 아름다워. 증기 사우나 . 목매달린 사람같이 수건을 얼굴에 감싸고 서있던 사람. 사람들이 벌거벗고 증기속에 앉아 있는 풍경. 비현실적이면서 상당히 현실적인. 육체들. 그림으로 그리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잠시했다. 발갛고 부드러운 얼굴 상쾌한 느낌. 럭셔리한 여행
이구나야.


[생]은 오늘 낮에 서울로 올라가야 하기에 12시 반쯤 정리하고 나와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 상도 완전 화려했고. 여러 나물들, 야채들을 먹고, 먹느라 정신없어 [생]의 배웅도 생략하고 보내버렸다. 그렇게 그렇게 먹고 남은 것들을 빈 통에 싸가지고 이제 짐을 메고 괴산 수진의 집으로 떠난다. 하필이면 낮 2시 뙤약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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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7 14:01 2008/10/07 14:01

봉화재에서 금성

from 너에게독백 2008/09/26 23:10

9월 14일 일요일

 

새벽 4시부터 춥고 코가 막혀서 잠을 깼다. 비염의 고통. 옆에서 [길]도 깨서 앉아있다. 덜 외롭지만 미안하다. 내가 부스럭대고 코푸는 소리에 깬건 아닌가. 침낭이 젖었다. 계속 뒤척대다 여섯시쯤 해가 나면서 잠이 잠시 들었다. 일어나니 여기저기 침낭에 돌돌말린 애벌레들.

 

어제 밤에도 똥을 눴는데, 또 똥이 마렵다.  해가 뜨니 무척 부끄럽다. 여기 저기 찾다 사람이 안다니는 길에다 ... 음 순식간에 몸에서 나온 그것의 정체가 너무 적나라 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니

혐오스럽다. 칡잎을 따고 또 따서 가려놓고 급히 내려오지만 음 아무래도 이 마을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아름답다고 소문났다던 봉화재 길을 걷는다. 과연 짧지만 아름다운 길이다. 무엇보다 어제 처럼 차가 다니는 길이 아니라서 좋았다. 새소리 벌레소리가 묘하게 공간을 확장한다. 내려가며 보이는 밭들의 풍경..

 

 

 

 

 

금방 길이 끝나고 오티 마을이다. 동동주를 하나 사들고 걸어가다 중간에 도로가에서 앉아 쉰다. 밤을 까주는 반, 냉큼 주워 먹는 우리들.  이동네는 막걸리를 안판다. 달디단 동동주 뿐이냐 하며 목을 축이고 땀을 식힌다.






[반]의 신발이 너무 딱맞아서 , 반이 고생을 좀 했다. 쉬엄쉬엄 천천히 가자.



국도변이라 오늘도 차가 많이 다녀. 그런데 도로 아래로 펼쳐져 있는 풍경은 참좋다. 호수를 끼고 있는 마을들 나무들 밭들.   윗통을 벗고 걷고 싶다. 덥기도 하고, 바람 햇볕 내 가슴 내 배에도 등에도 느끼게 해주면 좋겠다. 슬쩍슬쩍 , 펄럭펄럭 티셔츠를 올려 본다. 차가 너무 많이 다녀...

앞사람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걷는 것도 참좋다. [공]의 뒷모습을 계속 봤다. 터덜터덜 같기도 하고 사뿐한거 같기도하고, 무겁고도 가볍구나. 우리는 왜 이 뙤약볕에서 걷고 있을까?

버스 정류장에서 쉬었다. 오줌도 싸고, 물도 먹고, 낮잠도 잤다. 천천히 오고 있는 [반]을 기다리면서 ,,,  낮잠을 실컷 자다 볕이 내쪽으로 들어서 깼다. 책도 조금 보다 한시간을 그리 뒹굴다 일어 선다.

걷고 또 걷고, 막걸리도 먹고 또 자다가 . 쉬엄쉬업 차타고 간 [생], [은], [들], [새]가 마주오겠지 하면서 천천히 걸었다. 4시반이 다되어서야 만났는데, 왜그리 지쳤나. 다들 청풍랜드에 주저 앉았는데 얼굴이 찌들었다. 아마 목적지라고 생각했던 곳이 생각보다 멀어서 그랬나보다. 이번엔 계속 목적지가 이미 정해져 있어서 그런지 거기까지 가야 한다는 마음, 이길로만 가야 한다는 마음이 조금 답답키도 했던거 같다.

발에 무리가 온 [반]과 [리]와 [은]은 히치를 해서 먼저 잘곳으로 가서 밥을 하기로 하고 [이], [공], [생], [길]과 나는 계속 걷는다. 차가 여전히도 많지만 해가 뉘었해져서 그런지 발걸음이 빨라진다. 아. 오늘에서야 제천에서 버스타고 거꾸로 온다던 [붕]이 저기서 달려온다. 나풀나풀. 진짜 반갑구나 러블리 [붕]. 나를 안아주는데 향기가 참 좋다. 음 내 냄새는 ;;; [붕]이 준 송편한개 먹고 기분이 좋아서 걷는다.

어느 마을에 초등학교에 자리를 잡아 뒀다. 해가 딱 넘어가기 전에 도착해서 밥을 먹고 술을 먹는다. 또 그렇게 밤이 온다. 이번 추석은 너무나 짧아서 백수들 빼고는 공식적으로 여행일정이 이제 막바지다. 다음날 어떻게 할건가 이야기를 했다. 장기 여행자들의 계획때문에 내일이면 여행이 끝날 친구들의 일정, 여유를 휘저어 놓은거 같아서 미안하기도 했다. 술을 먹고 달을 보고 노래를 부른다. [새]의 목소리가 너무 맑고 엘레강스해서 놀랐다. [붕]의 말과 목소리와 눈물에서 사랑이 전해져서 나도 울뻔했다.나도 너를 만나 고맙답다. 달은 훤하다. 그렇지만 작년처럼 약간 덜 찬느낌. 내일에서야 꽉찰거다 그런 이야기를했다. 난 일찌감치 침낭을 챙겨 잠자리를 잡았다. 헤드렌턴을 하나 머리에 이고 잠잘 오라고 책을 봤다. [이]가 옆에와서 같이 빛을 쫒으며 책을 봤다. 기분좋다.


9월 15일 월



전날 보다는 덜 춥게 잤다. 역시 코가 한가득이다.  아침부터 또 생리현상에 걱정. 똥은 참 큰일이다. 어떤면에선 자는거보다;; 아무래도 학교에 똥을 아무데나 싸면 어린이들이 괴롭겠지 하면서 똥눌곳을 찾다가 마을에 나가서 어느 고기집에 화장실을 쓰고 왔다. 음 그런이야기를 했더니 [이]는 학교에 쌌단다. 교장실 앞에다. 허를 찔렸군.

밥을 해먹고 , 헤어진다. 둥그렇게 둘러서서 손을 잡고 우주평화를 빈다. 개인적인 소원을 빌면 안되냐고 [은]이 집요하게 묻자. [공]은 단호하게 안된다, 눈감고 기도하자 한다. 풋, 이번에는 간단하게 기도하고 고개를 들어 친구들의 면면을 봤다. 재미있다. (난 작년에 비슷한걸 하다 8분동안 기도하고 지켜봄을 당했었음;;)



부산으로, 김해로 가는 [들]과 [반], [리]와 하루더 놀수 있는 직장인 [생]과 백수 셋 - 나, [이],[붕] 이렇게가 차를 타고 다음 목적지인 문경으로 향하고 나머지는 버스를 타고 서울로..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상세한 여행기를 올릴꺼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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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6 23:10 2008/09/26 23:10

9월 13일 - 9월 22일 까지 여행 . 그냥 하나의 포스트에 한꺼번에 정리하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또 길어진다. 10일치를 이리 세세히 적게될까 모르겠는데... 쓰다보니 새록새록.

 

9월 13일  토요일

 

혼자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집을 대충 정리해 놓고 지하철을 타고 천안 역으로 출발. 천안역에서 길, 이, 공, 생, 별을 만나서 부산서 차를 가져온 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곳으로 나갔다. 김해에서 차를 같이 타고 온 새로운 친구 반, 리 그리고 들이 한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저 차에 우리가 다 탈수 있을까?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몸과 짐을 마구 구겨 넣고  월악 나루터로 출발했다. 속으로 걷기 여행인데 차를 대체 어떻게 할까가 조금 걱정되었지만 어떻게 되겠지 하고 잊어버렸다. 너무 몸이 구겨져 중간에 좀 쉬면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어떤 주유소 근처에 차를 세우고 반이 싸온 깻잎, 콩잎, 밥, 빵, 그리고 별이 센스있게 얼려온 막거리를 돌려 먹는다.

 

또 한시간 못되게 달렸나? 월악 나루터. 여기서 은이 합류. 한팀은 타고 오늘 잘 만한 곳을 물색하고 그쪽에 차를 세우고 거꾸로 걸어오고, 나머지는 여기서 목적지 까지 걸어 가다 만나기로 했다. 날은 무지 뜨겁고, 길엔 차가 생각보다 많다. 아무래도 국도 변이라서 그런가. 그래도 마음은 들뜬다. 걷다가 길이 도로 가에서 박쥐를 발견하고 들어올려 풀숲에 올려 놓는다. 공이 다시 살며서 만져주고 떠난다. 나는 얼굴을 찡그릴만큼 두려워 하지 않았지만 만지지는 못하겠다. 박쥐라니. 죽은 개구리, 나비들의 몸을 썩을 만한 곳 순환할 만한 곳을 찾아 옮겨주는 그들.

 

아직 들이나 반, 리, 은 과 같은 처음보거나 본지 얼마 되지 않은 친구들과는 어색하지만 어색하지 않은거 같기도 하고. 각자의 걸음을 걷는다. 짐은 차에 실려 있어 작년 보다 훨씬 가볍다. 차에 짐을 싣고 걷는다는게 괴상하지만. 아무튼 차가 좀 고만좀 다녀 주었으면.. 하는데 길가로 물이 흐르는 것이 보인다. 자연이 스머프 같은 공이 풀숲을 헤치고 내려가고 조금 망설이다 우리들도 내려간다. 계곡이다. 쨍한 물을 기대하고 발을 담가 보지만 물이 뜨듯하다. 발에는 이끼가 미끌미끌. 물은 맑아 보였는데.. 그래도 한참을 발을 담그고 쉬다가 올라가는 길을 찾아 물로 , 바위로 헤매다 다시 도로로 가는 길을 찾았다. 산으로 둘러싸인 길이 아름답다.

 

이내 차타고 갔던 이, 반, 리 팀과 마주쳤다. 반갑다. 모르는 사람도 아닌데 언제 마주칠지 모르고 걷다가 이렇게 마주치니 반갑다. 계속 걷는다. 사과 밭들이 계속된다. 목이 마르고 배가 고파 떨어진 사과라도 주워 먹어볼까 하고 밭쪽으로 몸을 옮기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사과를 따고 계신다. 주워 먹긴 글렀고, 오천원 어치만 주세요, 한다. 상처나서 상품가치 떨어지는 것들을 덤으로 해서 거의 스무알 되도록 사과를 안아름 받았다. 빨간것을 반쪽씩 베어무니 꿀맛이 따로 없다. 올해 먹은 사과 중에 최고다. 아그작, 아삭, 하늘은 조금씩 어스름해지고 얼굴들은 분홍빛으로 사과처럼 행복하다.

 

신현리?인듯 한 마을 초입. 몇은 가게앞 평상에 앉아 쉬고,  나는 공, 이, 은과 먼저 올라간다. 은이 무주에서 머물며 이의 집의 으름을 따먹은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무슨 맛인지 몰라 부럽다. 애벌레 같지만 바나나 보다 10배쯤 달고 맛있다, 아이스크림같다 뭐 이런 표현에 점점 궁금해지는데 길가에 으름덩굴들 발견. 으름이 열려 있다. 공이 " 아 , 나 기도했는데! " 신나서 으름을 따보려 하지만 손이 닿지 않는다. 손이 닿는 곳에 열린것들은 이미 마을 사람들이 다 따먹었으리라. 포도밭의 여우처럼, 섭섭하게 돌아선다. 쩝쩝, 

 

잘곳은 마을 웃쪽에 두둑하게 올라온 곳에 작은 공터. 터 좋다. 벌써 화장실을 어디로 할것인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자리를 깔고 밥을 한다. 뒤늦게 도착하는 새를 데리러 생과 이 그리고 은이 장도 볼겸 차를 끌고 나선다. 쩝. 차가 있으니 이렇다. 입이 쓰다가도 그런데 뭐 그렇지뭐. 그런다. 일교차가 커서 추워진다. 긴팔과 내복바지를 챙겨입고 앉아, 밥 술을 먹기 시작한다.

 

 

12명이 모여 반찬을 꺼내니 너무 풍요롭다.   깔깔하하 모두 들떠있다. 하늘엔 별이 깔리고, 빌려온 작은 스피커를 이용해서 음악을 틀고,초를 켜고, 너무 단 동동주를 돌려 먹다 시도 읽고, 서로를 알아간다. 여기저기 가서 오줌을 누고 , 노상 대변도 하고... 깜깜하면 그런 부끄러움 위화감 이 사라진다. 게다가 술에 분위기에 취했으니..오줌을 누고 모여있는 쪽을 보니 따듯하게 빛난다. 누구는 일찍부터 누구는 12시가 다되어서 잠을 청한다.  침낭에 들어가 잠이 든다. 땅에 드러누워  찬밤공기 속에서 별을 보면서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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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5 13:31 2008/09/25 13:31

두근두근

from 너에게독백 2008/09/12 23:21
여행이라는건. 역시 두근거린다.
갔다온다고 해서 뭔가 해결되는것도 아니고, 문제가 문제가 아닌게 되는것도 아니라는거 잘 알고 있지만.
뭐 그런거 해결할라고 가는것도 아니고. 사람들 만나고, 이야기도 듣고 영감도 얻고, 양 다리를 교차하면서 사소한 반복. 그리고 바람도 느끼고. 정화. 바라는게 있다면 그거.

충주 - 제천- 괴산- 문경- 상주- 함양?- 산청?
내일부터 이 정도 코스로 친구들과 걷거나 히치하이킹을해서 돌아다니려는데.
짐을 싸고 보니 창피할만큼 많다.
언제나 상상으로는 가벼운 봇짐하나 메고 휙 가는건데 말야.
그럴려면 돈이 좀 있거나 뻔뻔함을 좀 길러야 한다네.

아마 처음으로 이렇게 길게 여행을 하는게 아닌가 싶네.
정말 벌여놓은 일만 없으면 더 가고 싶은곳들이 있는데.
내 체력이 버텨줄까?

아무튼, 친구들, 블로그, 서울이여 10일동안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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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2 23:21 2008/09/12 23:21
블로그에 19일날 생체여권발급거부  행동을 하자고 올렸었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호응해 줘서 기뻤어요. 벌써 내일이네요. 너무 기대된다는!

자유를 위한 재발급


일단  최종적으로 정리를 해볼께요.
  1. 개괄
    • 기분 나쁜 전자여권, 왜 문제인지. 널리 알리는 행사. 노래 부르고, 영상 보고, 행동 하고, 그림 그리기 등으로 왜 기분 나쁜지 탐구해 본다.

  2. 우리가 하고 싶은 말
    • 움직이기 위해 국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기분 나쁜 일이다. 근데, 국가의 편리를 위해 내 얼굴과 개인정보을 전자화하여 국가 맘대로 사용한다니?? 더 기분 나쁘다. 지문까지 찍는다고? 인간의 지문이 다른 모든 사람들과는 다른 고유한 무엇인 것처럼 선전되고 이용되는 것은, 인간을 좀 더 확실하게 획일화하고 통제하기 위함이다. 기계로 지문을 검사한 결과는 무엇인가? 0 아니면 1이다. 나는 나의 신체와 정신, 생각들이, 그러므로 나라는 존재가, 0과 1으로 환원되기에는 뚜렷하게 광활한 우주이며, 질적으로 충만한 무엇이라고 믿는다. 니 맘대로 재단하지 마라.

    • 0과 1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것은 국가[권력/다수]의 기준이다. 가난한 사람보다는 부자, 흑인보다는 백인, 뚱뚱한 사람보다는 날씬한 사람, 노동자보다는 자본가, 장애인보다는 비장애인, 감염인보다는 비감염인이 국가의 선택대상이며, 1의 범주에 속한다. 결국, 출입국심사는 국가의 취향대로 적법한 사람과 부적절한 인간을 가르는 차별의 공간이며, 차별을 위해 개인의 모든 것 ─이제 우리의 신체까지─을 까발려야 하는 폭력의 공간이다. 전자여권으로 야기된다는 편리는, 자동화는, 폭력을 위한 편리이며, 차별의 자동화이다.

    • 그래서 우리는 전자여권과 생체여권, 그리고 그의 친구들이 싫다. 지금 기분 나쁘다.

  3. 구체적놀이계획
    • 노래하기 :  하겠다면 안말려 누구라도! (아마 밴드다락, 돕, 크라잉넷, 재영이나 미류, 조커님은 확실히 하지 않을까?

    • 그림그리기 : 흰 분필 50개 준비 되었음.

    • 말하기 : 사회는 따로 없으니께, 아무라도 스피치!  마이크를 원하면 집어들라구!

    • 영상 : TV를 설치해 놓고 전자여권 해킹 동영상등을 틀어놓을거야.

    • 스탠실 : 팔뚝, 이마, 얼굴에 구호나 바코드 등을 페인팅할 수 있는 도구들 준비완료.


    • 티셔츠 만들어입기 : 티셔츠도 가져오면 스탠실 할 수 있어. 검정 락카 준비완료. 망치는건 당신 책임;

    • 퍼포먼스 :  이 모든게 다 퍼포먼스 , 전자여권에서 굴러떨어지는 개인[정보]를 표현 할 마음자세와 각자의 창의적 준비물



    • 드레스코드 ? : 여행자 컨셉 : 가볍게 가져올 텐트나 여행배낭이 있다면 준비해오자.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은 언제나 여행자로군. 도시락을 싸와서 돗자리 깔고 먹어도 됨. 악기 많을 수록 좋음.

    • 뒷풀이 : 낯술이나 차를 마시면서 거시적이고 미시적인 수다를 떨어보자.
      저녁에 가능한 사람들은 이랜드 집회에 함께 해도 좋을듯!

  4. 시간 장소
    • 일시: 4월 19일(토) 1시 - 3시
    • 장소: 청계광장 및 시청앞광장
      :아마도 2시에 시청으로 이동(420행사 마당에 부스차리기)
      

* 혹시 오늘 4시정도까지 스탠실 했으면 좋겠는 도안이나 구호를 말해주시면 어렵지 않다면 제작해 가겠습니다. 혹은 스스로 만들어 오셔서 나누는 센스~!

* 아 그리고 아직도 선언자가 너무 적습니다. 자자 선언 안하신 분들은 어여 가서 선언!

준비중에 찍은 사진 추가 ~ 스탠실 티셔츠에 하고 싶은사람 티셔츠 꼭 가져오삼. 근데, 뭐 실패해도 책임안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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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8 12:19 2008/04/18 12:19

링크

from 그림독백 2007/12/13 12:58

2007. 10. ?,  연필


그리고 느낀다.
모든 것을.
모든것들은 연관되어있다.
흘러가는것 처럼 보이지만
항상 동시에 거기있다.
순간의 수억만번의 진동.
그들의 손을  맞 잡고 빙둘러 서서
눈을 감고 우주평화를 빌어보자
흘러들어올것이다.
그리고 분수처럼 펼쳐오를것이다 .





추석 걷기 여행때, 마지막날 아침 대전의 어느 모텔앞 호박꽃 앞에서  우주선이라도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4사람이 손을 잡고 둥그렇게 섰다. 눈을 감았다. 꽃들에게 평화를 빌었다. 멋적어서 웃음이 나올뻔 했다. 짐짓 우주 평화를 빌어야겠다고 진지하게 머리에 이미지들을 떠올렸다. 여러 장소 여러 시간 여러 사람의 얼굴이 지나갔고 얼굴이 이완되었다. 웃으면서 기도했다. 그들이 나로부터 연결연결되어서 힘이 전달되어지는 느낌이 났다. 신기했다. 멋적어도 신기했다. 그런데 왜 눈뜨자는 소리를 안하지? 이상하다. 음 그렇지 우주평화라면 꽤 오래 빌어야 할거 같아. 하면서 나는 다시 기도했다. 기도하고 기도했는데, 아무래도 차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것을 알려줘야 할거 같아서 나는 눈을 떴다. 우왓. 3명다 이미 눈을 뜨고 날 보고 있었다....다들 1분여 만에 눈을 뜨고, 알아서 기도를 끝냈는데, 크크 나는 처음에 누가 눈감자 라고 했으니까 눈뜨자고 할때까지는 기도를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했던거다. 이 복종적인 인간같으니. 완전 부끄러웠다.
그렇지만 그래도 그 민망함보다는 기도하면서 느낀 신기한 느낌이 너무 커서 괜찮았다. 그냥 너무 좋았다. 기쁨으로 가득찬 마음.




그들의 손을 잡고 혼자 8분동안 눈을 감고 신비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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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3 12:58 2007/12/13 12:58

결산

from 너에게독백 2007/12/06 10:23
11월 26일부터 12월 2일까지 제주도 여행기

1. 비행기와 자전거
2. 공항에서 신창리까지
3. 물드리네
4. 고산에서 우도까지
5. 우도에서 제주시, 그리고 서울


사실 뭐 어디서 어디 갔다 재미있었다 하는게 다른 이들에게 무슨 정보가 될지 모르겠다 싶어서 , 정보가 될만한것을 정리해 보련다. 있다면 말이야...

일단 자전거를 비행기에 싣는 이야기는 이미 했으니 1번 글을 참고.


제주도에 일주일동안 있으면서 사용한 돈은 총 140000원 쯤된다. 나름 저렴하다면 저렴하지 않은가.
초 절약 제주 여행 , 어떻게 했나 ?

1. 교통비 : 저가항공과 자전거  그리고 히치하이킹 활용.
비행기삯 54000원 + 37900원 = 91900원
비행기삯은 1번글에서 말했듯 일정을 미리 잘 잡았다면 훨씬 절약 할 수 있다.
우도 배삯이 조금 들었다.

2. 숙박비 : 온 인맥을 끌어서 무료 숙박지 4곳을 구하고 2군데서만 민박
하루에 2만원씩 4만원 
숙박비는 동행인원이 많으면 많을 수록 절약되겠지. 그러므로 더 싸게도 가능하다.
여름에는 텐트치거나 노숙이 용이하니까 훨씬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거 같다.

3. 식비 : 도착첫날  점심값 5000원 (한공기 더먹어서 5000원이다 -_- ) + 두부한모 500원
민박을 하면 밥을 할수 있으니 쌀과 짠지류의 반찬을 챙겨와서 싸가지고 다니면서 먹었다.
식비지출은 거의 0이라고 봐야한다. 

우리가 준비한 식량
사과 3개, 귤 5-6개, 고구마 10개, 야콘즙 10개쯤, 미숫가루, 김밥용김, 구운김, 고추장, 된장, 김치,깻잎김치, 콩장, 무말랭이, 양파 마늘 고추 간장짠지, 쌀 적당량. 이런것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식당에서 먹는것보다 바다가에 앉아 도시락을 즐기자.

4. 기타( 술, 간식 )
술은 적당히 먹고 막걸리 활용 , 
물은 아침에 나오기전에 싸오고 민가에서 얻어 마시거나 즙으로 해결. 여름이 아니라 그렇게 많이 필요치 않았다.간식은 주로 고구마 등을 먹었고 양갱을 한번 사먹었다. 3개에 천원.

5. 선물
신세 진곳에 작은 선물을 하는데 약간의 비용을 지출했다. 1인당 9천원 가량 썼나? 4일 묵고 그정도면 훌륭하다. 이왕이면 뭔가 의미 있는것을 만들어가도 좋을텐데 너무 일정이 급했다.
지난번에 추석때 친구들과 걷기 여행을 갔을때 묵은 집에는 100일된 아기가 있어서 밤에 조각보 이불을 함께 바느질 해서 만들어 선물하고 왔다.


여름엔 비행기만 잘 골라타면 10만원 안쪽으로도 제주도에서 넉넉하게 살거같다.
근데 쓰고보니 별거 없네, 크...


6. 코스




코스에 대해서는 각각의 여행기를 참고하면 좋지만,
일단 중문이나 서귀포쪽은 개인적으로 별로 였다는거. 너무 관광지화 되어서 그런것도 있고 도로도 힘들었고. 꼭 일주를 생각할 필요없이 아는 집을 먼저 섭외해서 그 지역을 중심으로 가는것도 재미있겠고 해안에서 한라산쪽으로 가는 길도 고려해 보면 좋을거 같다. 우리가 여유있다면 여유있고 느리다면 느려서 조금씩 이동했는데 아마 잘타는 사람들은 일주도로는 금새 다 돌 수 있을거 같다. 바다쪽에 반정도 할애하고 산에 반정도 할애해서 코스를 짜면 좋을듯. 서부는 해안선으로 동부는 오름을 중심으로.


이제 정말 제주도 끝.
다른 여행들도 이김에 정리할까하는 욕심도 나지만 이게 보통일이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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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6 10:23 2007/12/06 10:23
11월 26일부터 12월 2일까지 제주도 여행기

1. 비행기와 자전거
2. 공항에서 신창리까지
3. 물드리네
4. 고산에서 우도까지
5. 우도에서 제주시, 그리고 서울


드디어 마지막 일기가 될것인가.

#우도- 조천 : 바람과 씨름하다

닷새째는 보일러 꺼진 방에서 추위에 오들대며  아침부터 식은 밥을 먹고, 김밥용김에 딱딱하게 굳은 찬밥을 고추장에 대충비벼 말아가지고 점심을 마련해서 출발했다. 이제 반찬이 고추장이랑 김, 양파짠지 밖에 남지 않았다. 찌뿌두한 몸으로 밖을 나서니 전날 저녁부터 무섭게 불어대던 바람이 계속이다.  9시배를 타고 나가려면 한 40분 정도 우도를 돌 시간이 나서 해안도로를 조금 돌다가 시간이 되서 하우목항에 표를 사러 갔다. 에 그런데 하우목항에서는 11시부터 나가는 배가 있단다. 우도에는 우도항, 하우목동항 두곳이 있는데, 우도항에서나 9시에 배가 있다는거 .. 그래서 그때부터 미친듯이 달린다. 해안은 바람이 더 거세고  마을이 더 좋으니 마을쪽 길로 가자 해서 급히 달리며 우도를 마지막으로 핥아 먹고 아슬아슬하게 배를 탔다. 나는 먼저가서 배를 잡고 이완은 표를 끊어오니  가까스로 탈수 있었다. 아 우도 안녕!

이날은 공룡이 소개한 조천에 있다는 애기똥풀님 집으로 목적지를 잡았는데, 이곳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해안가에 있는 곳이 아니다. 성산항에서 한번도 달려본적 없는 도로로 갈것인가 돌아가는 길이지만 안전한 해안도로로 가다 조천리에서 안으로 들어갈까 고민이 된다. 성산항 대합실에가서 몸도 좀 녹이고 한번 물어보자 해서 대합실에 들어갔다. 들어가니 컴퓨터가 있어서 그 김에 일요일 서울에 올라갈 비행기 표를 알아보니 에고 딱 아침 9시 표밖에 남지 않았다. 급히 표를 예매하는데 어쩌다 보니 거의 한시간이 흘러버렸다. 율무차 한잔씩을 먹고 직원들에게 길을 물으니 해안도로가 아니면 자전거 도로도 없고 위험해서 못간다고 겁을 준다. 그래 할 수 없지 돌아가자하고 나섰다. 가다가 갈수 있으면 한번 가보고.

바람이 바람이 미친듯 분다. 온몸을 때리고 밀어내는거 같다. 지금까지 바람은 바람이 아니었던가. 내리막에서도 패달을 놓으면 자전거는 정지한다. 구름에 해도 가려서 추워죽을거 같다. 짜증이 밀려온다. 바람과 씨름을 하면서 바람에게 애원하고 성질내고 욕하면서 혼자말을 해봐도 달라지는건 없다. '이봐 그만할때도 됐잖아. 아 제발 좀 날 놔줘. 이제는 좀 뒤에서 밀어주면 안되겠니?' 진짜 속으로 계속 이야기를 했다. 이제 이완이 말하지 않아도 히치가 절실하다, 쌩쌩 지나치는 트럭 뒤꽁무니를 매달리듯 처다보다가 결국 세화까지 4-5키로를 남기고 트럭을 얻어탔다. 그런데 이 트럭도 멀리 가는 길이 아니라 세화도 못미쳐 내려야 했다. 죽자고 죽자고 달렸는데 한시간 넘어서 12키로 밖에 못갔다. 거기가 김녕. 지칠대로 지쳐서 김녕 바닷가에서 아침에싼 김밥을 먹었다. 와우 덜덜덜, 가죽같은 김밥김 돌덩이 처럼 차가운 밥. 잘하면 목에 걸려 체하겠다 싶었다. 구름에 가린 해가 살짝 나올때마다 햇살의 미세한 따뜻함 조차 금방 알아차릴수 있도록 몸은 민감하게 얼어버렸다. 정말 이대로는 못가겠다 싶어서 밥먹고 나온길에서 히치를 다시 시도했다. 10분을 기다려도 차를 못잡았다. 트럭이 있어도 다 뒤에 짐이 그득하고... 그러다 1시쯤 조금 넘었나 양파를 실은 트럭을 잡았는데, 시내까지 가신단다. 아저씨가 너무 친절하셔서 양파가 다칠지 모르는데도 조금 남은 공간에 자전거를 실어주시고 조천까지 얻어탈수가 있었다.


▲덜덜덜 히치를 하자


조천리, 해안 도로와 1118번 도로가 만나는 부분에서 내려서 1118번 도로를 타고 목적지 까지 올라가기 시작한다. 제주도는 중앙에 한라산이 있어서 해안에서 중앙으로 갈수록 높아진다. 애기똥풀님이 그길을 자전거 타고 오실수 있을까요? 했던 이유를 금새 몸으로 느낄수 있었다. 한시간 넘게 오르막에 오르막 밖에 없다. 한번도 내리막은 커녕 평지도 안나온다. 그래도 바람은 잠시 쉬는지 쫒아 오지 않았고, 아니 해안에서 중앙으로 불고 있어서 바람을 타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쪽은 구름도 별로 없어서 곧 몸이 녹기 시작했다. 얼었던 몸이 오르막을 오르고 햇빛을 받으니 녹기 시작해서 손이 저려온다. 손목을 꼭 묶었다 풀어서 피가 통하는 것처럼. 길도 예쁘다. 1차선 도로에 양쪽으로는 가로수 나무들이 빽빽하고 그 틈틈히 귤농가가 비친다.  다니는 차도 별로 없어서 자전거 도로가 없어도 하나도 위험치 않다. 조금씩 지날때마다 풍경이 바뀌니 달릴맛이 점점 난다. 한번 정도 내려 끌바해서 올라가긴했지만 재미나더라. 오르막이 재미있다는 변태들의 마음을 조금 이해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낑낑 비틀비틀 올라가면서도 헉헉대면서도 입은 웃고있는 나를 느낀다. 오르막에 어느정도 올라 뒤를 돌아보면 저 해안까지 보인다. 산에 오른거 같아.

그렇게 한시간넘게 달리다 드디어 97번도로-번영로 교차점에 도착했다. 이제 번영로라는 도로를 조금타면 애기똥풀님 댁이다. 번영로는 꽤 넓고 자전거 도로도 있네, 괜히 돌아왔다 생각하면서 달리는데 이내 1차선으로 좁아지고 차들도 엄청다니고 도로 중간중간이 공사중이라 대형 트럭들이 1차선 도로를 꽉채우고 옆을 부앙 지나친다. 아찔. 비틀대며 긴장을 바짝하고 달리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다. 야호. 오늘이 정말 힘들었던거 같아. 달린 시간은 얼마 안되는데 , 정말 추위는 무섭구나. 아니 첫날 바람빠진 타이어가 더 힘들었나? 암튼...애기똥풀님 집에 들어섰을때의 감동이란.

마음속으로 바라고 바라던 따뜻한 유자차대신, 모과차를 마실수 있었고 몸이 녹으면서 얼굴에 열이 피어오른다. 바구니에 내어오신 수북한 귤을 미친듯이 까먹고 뜨끈한 물에 샤워를 하고 방에 일치감치 들어가 누웠다. 원래는 일찍 도착해서 근처 오름에 올라보자는게 계획이었는데. 방에 들어서고 나니 그 바람 속으로 또 나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래서 이날은 저녁식사 전까지 잠을 자고, 저녁을 어김없이 세공기를 싹싹비웠다. 애기똥풀님이 놀라시며 정말 잘드시네요한다. 아하 얼마나 맛있던지.

밥먹고 방에 들어와 뒹굴뒹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두꺼운 책을 가져 갔는데, 지금까지는 거의 읽을 시간이 없었다. 음 앞에는 쉬운거 같았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어렵고 재미없지? 읽다가  이완과 조금 떠들었다. 무슨이야기를 했더라. 이제라도 진안에 어떻게 갈 방법이 없을까 의논을 했지만 아무래도 쫒겨서 가게 될거 같다는 생각에 너무 아쉽지만 깨끗이 포기하자는 이야기.. 요즘 하고 싶은게 없어졌다는 이야기. 그러게.. 근데 뭐 심각하다면 심각하고 또 아니라면 아니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일찌감치 잠에 빠져들었다.




# 마지막날 , 오름 , 제주시 , 그리고 안녕

6일째 날이다. 6시 반부터 일어나서 애기똥풀님이 차려주신 맛있는 밥을 또 얻어 먹고, 아침이라 두공기 (한공기 먹고 끝내렸더니, 애기똥풀님이 어제 밤에 먹는거 보고 밥 많이 하셨다고 더먹으라셨다..) 짐을 챙겨나오니 9시다. 오늘은 제주시에 있는 미류네 집에 가면 일정이 끝난다. 

번영로로 쭉 달리면 제주시라서 위험하긴하지만 번영로를 탔다. 달리다 도깨비 공원이라는 허섭하고 웃긴 곳에 살찍 기웃거리고 길가서 가장 가까운 세미오름으로 향했다. 그냥 작은 뒷동산 같은 곳이다. 사람이 많이 찾지 않아서 좀더 야산다운 느낌이고. 아기자기하고 포슬포슬한 느낌이다. 이삼십분 올랐나. 꼭대기다. 사방이 두루보이고 하늘이 머리위에 걸렸다. 이 지역 자체가 상대적으로 조금 높아서 그런지 아래를 보면 깨나 높은 산에 오른거 같다. 저멀리 해안선까지 보이니 말이다. 조금 더 가 저 쪽 봉우리?에 오르니 파노라마 사진처럼 360도가 쫘악 보인다. 동쪽에는 오름이 좋은게 많다하여 두세곳은 가봐야지 했는데, 이렇게 오르니 좀더 욕심이 난다. 그곳을 관리하시는 분인듯한 할아버지께 가는길에 올라가볼 오름이 더 있나 여쭤보니 에고 없단다. 아쉽지만 뭐 여기도 좋다하면서 처음 봉우리(봉우리라고하기 뭐하네..)로가서 애기똥풀님이 아침에 챙겨준 군고구마랑 귤을 까먹으며 또 잠시간 신선 놀음을 하고 내려왔다.


▲자전거와 짐을 내려 놓고 오름에 올랐다


▲세미오름


내려와서는 다시 번영로를 타는데 길이 여기부터는 좀 넓어져서 자전거 도로가 잠시 있는 구간이었다. 그리고 제주시 방향은 그냥 내리막이라 쉬이 내려간다. 그렇지만 얼마지 않아서 길이 1차선으로 좁아지니 정말 위험하다. 차들은 너무 빨리달린다. 그래서 교차로에서 작은 마을쪽으로 빠지는 길로 내려섰다. 전날 해안선에서 여기까지 올라온 만큼 이제는 미친듯 내리막이다. 길은 시멘트 포장이라 덜덜덜 하는데 더 재미있다. 차도 없으니 미친듯 날아 내려간다. 흘끗 흘끗 지나치며 목장에 송아지며 소들을 보며 한 10분 쭉 내리막만 달리다 보니 마을이 나온다. 마을 밖으로 나서니 또 그럴싸한 도로. 동쪽으로 길을 잡고 따라 가니 이길은 또 오르막이다. 에고 결국 다시 번영로로 만나는 도로였다. 영락없이 번영로를 타고 제주시까지 가야한다.

이때부터 제주시근처까지 완전 긴장상태로 내려왔다.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죽을지도 몰라 이런 분위기로 덜덜덜 하면서 이완은 돌아볼 여유도 없이 마구 내려왔다. 근데 또 이게 내려오고 나니 재미있다. 이완도 무사히 내려와서 내생각에 동의를 해줬다. 크.

생각보다 너무 일찍 제주시에 들어와서 미류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는데 전화를 안받으신다. 어차피 점심 도시락은 어디서 먹고 들어가야지 싶어서 근처 바닷가쪽으로 내려갔다. 화북이라는 곳이었는데, 공장지대라 길을 잘못들었나하고 바다로 가는 길을 물으니 , 친절한 아주머니가 근처 부두에 가보라며 길을 알려주신다. 작은 부둣가가 나왔는데, 고요하니 참 좋다. 막걸리 소주가 딱 생각나는 곳이다.



▲화북 부둣가에 자전거를 세우고


▲마치 그림같이 고요한,


▲ 도시락을 먹자




▲ 물비늘이 반짝 반짝

밥을 먹고 볕을 쪼이다, 미류 어머니와 연락이 닿아 그 집으로 향했다. 조금 헤매긴했지만 금방 찾아 들어갔다. 집이 반질반질 윤이 난다. 이집에 20년이나 사셨다니 닦고 닦아 길이 들었나보다. 어머니가 내어주신 메밀차를 마셨는데 , 처음먹어보는데 고소하고  코코아향이 난다.  어머니가  열심열심 제주시 안내를 해주셔서 들어보는데 우리가 하루에 다 가기는 힘들거 같다. 결국 오름 같은게 없는지 여쭤 보고 근처에 있다는 사라봉에 가보기로했다. 짐을 풀고 가벼이 자전거를 타니 참 좋다. 사라봉이라는 곳에 도착해서 자전거를 묶어놓고 오르니 또 여기도 좋다. 여긴 정말 그냥 서울에 있는 뒷산같다. 동네에서 운동나온 사람도 많고, 그래도 오르면서 바다도 보이고 꽤 멀리 까지 보이니 재미나다.

전국 팔도에 가도 요즘에는 똑같은 츄리닝에 장갑 선캡을 하고 괴상한 포즈의 운동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 모습들이 참 너무 기묘해서 영상으로 찍으면 재미있겠다는 이야기를했다. 뭔가 음모가 있을거 같다는 이야기.. 요즘 동네 쉼터 마다 보이는 보라색의 정체 모를 운동기구가 제주도에도 아니 우도까지 와있다.(뭔지 아는 사람은 알거다.) 뭔가 무서워.

아무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려와서 호떡도 하나 사먹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막걸리를 사지 않은게 생각나서 자전거만 묶어두고 다시 집앞으로 나왔다가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500원짜리 떡볶이를 사먹었다. 초등학교 운동장에 들어가서 먹는데 운동하는 사람들, 꺌꺌대며 딱지치는 아이들, 간만에 그 어렸을때의 홍조띤 저녁냄새를 맡는 기분이었다.  막걸리를 사들고 들어가 씻고 저녁을 먹었다. 음 이번에도 세그릇이 들어간다. 봄동 배추나물, 백김치, 갓김치, 콩장, 냉이 된장국 오오 맛있는거 천지였다.

맛나게 먹고 방에 들어와 막걸리를 비운다. 이완이 전날 성산항 대합실에서 뽑아먹은 율무차 종이컵을 씻어서 여태 가지고 있다가 꺼내서 재활용을 한다. 오오오 멋지다. 나는 생각도 못했는데.. 감동의 종이컵에 술을 마시며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스스로가 그들과 만나서 변화하게 된것들에 대해서..  그러다 연기가 피우고 싶어 동네 산보를 나갔다. 운동장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시이소를 타고 구름다리에 올랐다, 철봉에도 매달리고 꺌꺌꺌 이유없이 웃다가 들어와 술을 마져 비우고 잠자리에 들었다. 참 예쁘다.

그렇게 그렇게 밤을 보내고

아침 일찍 일어나 공항으로 향했다. 다시 자전거를 포장해서 넘기고 서울로 올라왔다. 아 꿈같았다. 어떤게 현실인지 감각이 안돌아온다. 너무나 이상한 마음으로 또 변화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올해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변화하고 돌아다니고 했던거 같다. 글쎄 이게 맹목적인, 허허로운 느낌이 들때도 종종 있지만, 이유가 있을거야. 내가 이러고 있는 이유가. 그건 어느날 내가 슬쩍 주워 올릴수 있게 될 거 같다. 지금은 그런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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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5 13:05 2007/12/05 13:05
11월 26일부터 12월 2일까지 제주도 여행기

1. 비행기와 자전거
2. 공항에서 신창리까지
3. 물드리네
4. 고산에서 우도까지
5. 우도에서 제주시, 그리고 서울




#고산- 중문



셋째날, 구름 한점 없이 날이 쨍하다 좋았는데 바람은 약간 차다. 아침에 밥과 고구마를 싸서 식량을 마련해서 물드리네를 떠났다. 전날 밤에 펑크를 때운다고 대야에 물받아 놓고 튜브를 살펴 봤지만 구멍을 발견하지 못하고 고산에 있다던 자전거 포에 들렸다. 자전거포가 아니라 오토바이 수리점이었는데, 바람이 부족한거라고 바람을 넣어줬다. 아 시원하게 잘나간다.

고산에서 차귀도 앞으로 해서 해안도로를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차귀도 앞 바다로 가는 길은 언덕길이었는데다 맞바람이 거세서  눈이 시려 눈물이 나고, 바람에 몸이 휘청인다. 기를 쓰고 올라가 언덕을 넘으니 펼쳐지는 새파란 바다. 그야말로 쪽빛. 바다는 이미 많이보고, 이미 한번 와봤던 곳인데 새롭게 감동.
바위에 앉아 이완이 싸온 정체 모를 즙을 쭉쭉 빨아 마셨다. 한약포장같은데 들어있는 포도즙같은건데, 꼴이 웃기긴한데 여행내내 가지고 다니면서 먹기에는 편리했던거 같다.

아무튼, 제주의 곳곳이 다 좋고 다 다르지만 나는 해안 도로는 이곳 차귀도 앞부터 모슬포가지전 일과리 까지의 길이 제일 좋았다. 왼쪽에는 막힘없이 펼쳐진 밭들, 오른쪽에는 바다, 구름없는 하늘, 바람, 앞서가는 자전거, 검고 울퉁한 현무암과 금색 풀들, 꽃들, 새들,  바다 빛도  여기저기  다르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냥 보고 느끼는거 외에는..

중간쯤에 밥을 먹었다. 비현실적이다. 바닷가에서의 식사는. 아마 도시락으로는 첫끼니라서 더 특별히 맛나고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던거 같다. 밥을 먹고, 계속 해서 달리다 모슬포 다 와서 지음의 충고대로 자전거 포에서 자전거 튜브 여벌을 하나 사고, 다시 해안 도로를 계속 달리다 바다에 발을 담그며 쉬었다. 모래사장에 누워 일광욕도 하고.

용머리 해안까지 참 좋았는데, 이내 해안 도로가 끝나고 차도 많이 다니고 공사중인 길로 들어서게 된다. 언덕도 많고, 재미없고 지루한길.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별 길이 없고 계속 이길로 가야 중문이란다. 중문까지 가는 길은 참 재미없고 위험했다.  길이 재미없으니 급속도로 지치고 , 해가  슬금 들어가기 시작하고 창천부터는 연신 내리막길이라 몸이 얼었다. 무엇보다 배가 너무 고파서 '아 이제 배터리 끊어진다' 하면서 눈에 뵈는게 없는 상태가 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배고파지면 성질이 드러워진다. 계속 고구마는 언제 먹나 하면서 숙소를 찾다가 천제연폭포있는 쯤에서 민박을 잡았다. 쇼부처서 2만원에 들어간 숙소는 깨끗한 콘도형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은 곳이었다. 허겁지겁 고구마를 먹고, 침대에 들어가 잠이들었다가.. 정신을 차리고 두부 한모를 사다가 된장 찌개를 끓여 먹었다. 꿀맛! 샤워까지 하니 완전 피로가 풀린다.

그 사이 공룡에게서 전화가 와서 제주에 자신이 아는 분이 있다면서 연결을 해줬는데 그분이 조천에 사신단다. 잘됐다 하고 일정 조정을 해서 다음날에 들어갈 궁리를 하니 각이 안나온다. 이완은 서귀포까지 계속 이런 재미없는 도로일텐데 히치를 해서 성산까지 가서 우도에 들어갔다가 그 집에 가자는데, 사실 마땅치 않았다. 차에 타는건 재미없으니까..그래도 일정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니 할 수 있으면 해보자고 하고 막걸리를 마시다  잠이 들었다.



▲수월봉을 지나 참 좋았던 해안도로로 진입하는 길






▲ 비현실적 식사



▲ 진수성찬



▲마라도 앞에서 야콘즙을 먹으며



▲ 바닷가에서 일광욕



▲ 해질 무렵 중문 앞에 있던 마을에 민박 구하러가는 길

 
#중문 - 우도

10시간 짜리 퀴어하고스펙타클한테다호러스럽고잡다하고에로에로에캐유치한 꿈을 꾸고 7시 반에 일어나 밥먹고, 도시락을 싸서 9시가 안되서 4일차 일정이 시작되었다. 숙소에서 나오자 마자 히치에 나섰으나 마땅치 않아서 더 달려보다 하기로했다. 좀 더 좋은 길이 없을까하고 일주도로를 벗어난 길을 찾았는데, 주상절리쪽으로 해서 법화쪽으로 빠지는 작은 도로를 찾아냈다. 날도 좋고 이 길도 나름 재미가 있어서 히치 생각없이 또 한참을 달리다 서귀포를 한 4키로 정도 남겨 놓고 쉬다가 트럭을 잡아탔다. 트럭에 타서 5분정도 달린 나머지 길도 참 좋았다. 서귀포시 끝쯤?에서 내려서 다시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남원쪽으로 가는 길에서 위미리라는 마을로 빠지는 해안 도로를 탔는데 역시 남쪽은 귤밭이다. 야자나무도 빽빽하고, 재미난길이다. 바람이 안부는지, 뒤에서 밀어주는 바람이 불었는지 금새 표선까지 와버렸다. 표선에서 점심 도시락을 먹고  히치생각 버리고 달려서 우도까지 들어가기로 했다.

바람이 돕는다 싶더니 결국 성산으로 올라가는 오르막에 접어들면서 부터 맞바람이 엄청나다. 도로도 완전 그냥 도로고..(이게 무슨말이여) 그래서 음악을 들으며 이영차 오르는데 왼쪽 무릎이 씨큰하기 시작한다. 오르막을 올라도 내리막은 없다. 간만에 내리막이 나와도 맞바람에 도무지 속력이 나지 않는다. 난 많이 지치기 시작했다. 그때쯤 이어폰에서 그리스인 조르바 오에스티가 나오기 시작했고 괜히 여유가 나면서 다시 주면을 둘러보니 이 길도 참 좋구나 싶다. 음악의 힘이란 신기하지. 바람에 흔들 흔들 갈대들이 인사라도 하는것 같아서 웃음이 나고 나도 속으로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니 마음이 점점 즐겁다. 쑥부쟁이 같은 보라색 꽃들, 이름 모르는 노란 꽃들이 위로가 된다. 평화. 추석 여행때 꽃들에게 평화를 빌던 의식이 생각나 천천히 페달을 밟으며 평화를 기원했다. 사람들 얼굴을 떠올리고 평화를 빌고 에너지를 보내고 마음속으로 사람들과 꽃들과 바람을 연결시킨다. 맞바람이어도 바람이 놀아 주고 있다는 기분마져든다.
동쪽으로 오니 미선씨 말대로 당근 밭이 많다. 당근이 잎이 춤추듯 귀엽게 깡총댄다. 지역마다 밭의 작물을 구경하는것도 참 재미다.  차로 달렸다면 갇혀서 느끼지 못했을 바람 , 꽃들 , 식물들.

행복하게 뒤에처저서 이완을 따라갔다. 이완은 저만치서 기다리고 있었다. 해안도로로 다시 진입해서 쉬기로했는데, 바람에 짐에 나는 여전히 속력이 안나고 점점 지쳐간다. 배터리를 아끼느라 음악을 끄고나니  좀전까지 평화를 빌던 마음이 피로에 잠식된다. 참 변덕이다. 이 해안도로에는 돌담에 사람들이 조금씩 쌓은 돌탑이 참 많아 예쁘다. 허리까지 아파 죽겠다 싶을때 쯤 쉬면서 또 야콘즙을 빨아먹고 투덜투덜대다가 다시 성산항을 향해 갔다. 유채꽃이 만발한 밭을 지나 한참을 달리니 성산항이다. 우도에들어가는 배를 타고 길날이봤다던 돌고래를 볼 수 있을까 바람이 부는데도 선실 밖을 나와 기다렸지만 만나진 못했다.

우도. 뭔가 우도가 다들 좋다고 해서 엄청 기대했는데, 바람도 너무 불고 날이 저물기 시작해서 조금 쓸쓸한 분위기다. 산호사 해수욕장이라는곳에 오니 과연 참 물빛깔이 곱긴하다. 아이스크리임이 먹고 싶다. 바람은 더럽게 불지만.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숙소도 잡을겸해서 그 앞에 있는  편의점겸 펜션에 들어가서 아이스크림을 샀다. 사실 우유가 들어간 아이스크림을 안먹은지도 꽤 되었는데, 이날은 특별히 먹기로했다. 폴라포 먹기는 너무 춥잖아 -_-; 방값은 3만원 이하로는 안된다는 암울한 이야기를 듣고, 아이스크림을 사가지고 바닷가에 앉으니 제기랄 너무 맛있다. 감동의 아이스크림을 바닷가에서 앉아 먹으니 구름과자가 생각나 연기도 피워올리니 환상이다.

민박구하는게 너무 어려웠는데, 펜션은 다들 3만원 이하는 안된다하고 마을(천진항 쪽)로 들어가니 민박한다는 집이 안보였기때문이다. 헤매다  결국 2만원에 어떤 노인 두분이 사는 집에 묶에 되었다. 기름값이 비싸서 보일러를 돌리지 않아 방이 냉골에가 습하다. 보일러를 돌리고 한참뒤에 좀 따뜻해져오고, 얼큰허니 김치찌개를 끓여먹고 나니 몸이 좀 풀린다. 근데 10시쯤되니 방바닥이 식는게 아닌가. 설마 보일러를 끈건아니겠지 했는데. 역시나 였다. 어찌나 춥던지 정말 아침에 일어나서 노인네들이 얼마나 미웠나모른다. (나만 열라 투덜댔음)

에.. 오늘은 생략해서 여행기 다 쓰려고 했는데 ... 또 길어지네,
아무튼 보든가 말든가 내일 계속..



▲길가에 많이 피어있던 보라색 꽃들 , 쑥부쟁이였을까?



▲성산가는길에 해안 도로의 돌탑들



▲유채꽃밭



▲우도의 산호사 해수욕장, 여기서 아이스크림!



▲우도 , 천진동 마을



▲민박을 구하러 다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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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5 02:25 2007/12/05 02:25

제주 - 물드리네

from 너에게독백 2007/12/03 15:45
11월 26일부터 12월 2일까지 제주도 여행기

1. 비행기와 자전거
2. 공항에서 신창리까지
3. 물드리네
4. 고산에서 우도까지
5. 우도에서 제주시, 그리고 서울


물드리네로 가는길, 차안에서 보니 밝을때 보면 참 이쁠거 같은데 어두울때 와 아쉽다.  도착하니 컴컴한데 마당에서 세사람이 일을 하고 있었다. 개집을 짓는다한다. 여자 둘과 남자아이 하나가 망치질을 하고 있다. 너무 어두우니 이만 접자면서 우리를 불러 자 이것 좀 옮겨달라 바로 일에 투입이다. 안녕하세요 한마디 하고 통성명도 안했는데. 흐흐.  뭐 일이랄것은 없고 쓰던 나무들을 한 곳에 모아 비올것을 대비해서 비닐을 씌우는것을 도왔다. 그리고 집에들어서니 집이 참 소담하다. 갈색 빛 커튼, 보자기, 방석이 자연스럽게 앉아 있고 통나무로된 탁자 겸 식탁 그리고 안쪽에는 난로까지. 좋구나..  두리번 거리고 있어도 말거는이 하나 없고 각자일에 바쁘시다. 약간 어색하니 앉아 있으려니 자인이라는 분이 말을 걸어오신다. 자인씨는 이 집에 사는 분은 아니고 친구분이신데 일이 많아 도우러 왔다고 하시며 이것저것 물으신다. 밥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니 그곳에는 총 세명이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다. 까무잡잡하고 장난기 어리게 생긴 소년같은 미선과  안경 위로 눈을 치뜨는게 너무 귀여운 선자 그리고 미선의 아들 복숭아 같은 얼굴을 가진 소년 하린. 

저녁밥상이 차려지고 이완과 나는 당황했다. 정성스럽게 하나하나 까서 올린 꼬막들이 한접시에 갈치 무조림이 올라와있는게 아닌가. 이건 분명 우리를 위한 특별 요리인거 같은데.  마주앉아 눈짓을 주고 받다가 나는 그냥 웃으며 조용히 피해 먹었다. 그런데 한분이 갈치조림 많이 있으니 좀 먹으란다. 당황하고 이를 어쩌나 하는데 이완이 대뜸 말을 한다.

"저희가 채식을 해서요 , 저희가 반찬을 가지고 온게 있는데.."
 뭐 결론은 아주 심플했지.
" 아 그래요?  그럼 진작 말을하지 편안히 먹어요." 
" 역시 평소에 먹던대로 먹어야돼~"
이완과 내가 싸온 반찬을 꺼내니 한상이다. 콩장, 채식 김치, 무말랭이, 김, 깻잎..

난 왜  그 순간 긴장했을까, 그냥 자연스럽게 말하면 되는것을. 내가 참 언제나 갈등 상황을 회피하는구는 하는 생각도 들고, 아니 늘쌍 갈등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긴장하고 사는구나 싶기도했다. 아무튼 그 순간의 즐거운 전화는 나에게 충격이었다.  왜 채식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호의적으로 듣고 싶어하고 아들 하린에게 들려주고 싶어하며, 채식을 하는 사람을 만나 반갑다는 소리까지. 우리가 싸온 반찬도 참 맛있게 나누어 먹고 하니 참 좋았다.

이 집서는 우리를 묵어가게 해줄 요랑으로 저녁에 받아들였다는것을 알았다. 우리는 오기전에 연락했을때 하루 묵어가는 것은 어렵겠다고 하셔서 S의 어머니 집에 묵어가겠다 이미 약속을 해버렸는데 말이다. 알고보니 이 분들은  자신들도 우리를 본적도 없는 사람인데 전화통화만으로 재워주겠다고 하는것은 어려웠고 낮에 오면 같이 보고 하는거 봐서 이쁘면 재워주자 하고 계셨단다. 그렇지, 듣고보니 그것도 그렇다. 그래서 이날은 S의 어머니와 약속이 있으니 가서 자고 , 다음날 와서 일을 돕겠다 했다. 어차피 여유있게 다니기로한거 오늘 잠깐 이렇게 스치고 가서 뭐 하나 싶기도 하고 일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고.

모두의 경이로운 눈빛을 받으며 남 한그릇 먹을때 밥을 3그릇이나 해치우고, S의 어머니께 드릴 천연염색한 손수건을 사서 다시 그집으로 향했다.

S의 어머니는 정말 다감하신 분이라 우리를 너무 걱정하고 계셨던거다. 밥먹기 전부더 사이사이 계속 전화가 왔고 날이 어두운데 자전거를 타고 온다니 어디냐.. 낙천리에요 했더니 거기가 얼마나 멀고 어두운데 거기 있느냐 차를 가지고 데리러 오시겠다 하시는것을 극구 만류하고 갔더니 면사무소 앞에 차를 타오 나오셔서 기다리고 계시다. 아이구.. 죄송해라. 어머니 차를 타고 1-2분 들어가니 집이다. 어머니가 참 귀여우시다. 말투랑 표정을 여기에 어떻게 설명하랴. 혼자 살아 집안 꼴이 말이 아니라며 걱정하시고, 반찬이 없다 걱정하신다. 뭐 우리는 아뇨 아뇨 괜찮습니다하는데도.. 너무 잘해주셨는데 , 다음날 새벽에 일을 나가셔서 간다 인사도 못하고 나와서 정말 죄송했다.

첫날 묵은집

그날 밤 수첩에 쓴 메모에 이리 적혀있다.
모든게 원래 그러기로 했다는듯이 굴러간다. 걱정은 필요없다. Don't  Panic!
천천히 떠돌고 싶다. 웅크리지 않고 , 지레 걱정하지 않고. 


그렇게 긴 하루가 가고 둘째날.

느즈막히 일어나 어머니가 꺼내놓고 가신 반찬과 밥을 챙겨먹고 고구마를 싸들고 물드리네로 향했다. 짐이 없어서인지 (짐은 물드리네에 전날 두고 왔다) 자전거는 어제보다 훨씬 편했다. 밤에 지나올때는 볼 수 없었던 풍경들을 지나친다. 어제와는 다르게 바람이 거세다. 밭들, 갈대들, 자전거를 지나치면 푸드득 날아오르는 겁많은 꿩들, 가다 길을 잘 못들어 쉬는 김에 몰래 귤도 따먹고 , 파랗고 녹색인 그라데이션이 너무 예뻐서 잠시 서서 보니 브로콜리의 밭. 이렇게 저렇게 헤매면서 도착하니 11시가 다되었다. 밝은날 집을 보니 너무 좋다. 마당에는 배추, 나무 옆에 흰둥이, 뒷편에는 연못까지.



물드리네

물드리네 마당

연목

뒤켠에 있는 연못



이 앞에서 술먹으면 참 좋겠다


미선씨는 없고 선자씨 혼자 작년 감물 들였던 천에 쪽물을 다시 들이고 있다. 안에가서 몸좀 녹이고, 일할 마음이 들면 일을 시작하라며 안에 들여보내서, 우리는 들어와 연잎차를 먹었다. 난로가에서 그러고 있는데 이내 자인씨가 오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내가 어깨를 두드리니 자신이 전문가라 하시면 봐주시겠단다. 엎드리라더니 수건까지 가져오서셔 머리를 감싸서 뭔가 본격적으로 하신다. 전문가의 손길. 손끝이 여물다고 해야하나. 아프긴했지만 시원했다. 뭐 디스크 걸리기 쉬운 체형이라는 이야기를 하다가 몸에대해서 이야기했는데, 몸 을 돌보는것과 삶을 돌보는 것 그리고  다른 삶을 위해 활동하는것이 그래 맞다 이렇게 이어지지라고 새삼 다시 깨달았다. 이런거 너무 좋다. 몰랐던거 아니지만 어디선가 우연히 만난 사람들와 이야기하다가 이렇게 맞아떨어져 나가는거.



고구마 감자 구워먹은 난로.  이 집 겨울난방은 이 애 하나로 다 된다고.
위에 있는 돌은 잘때 하나씩 들고 들어가서 배에 올려 놓고 잔다. 완전 따듯. 해달이 된거 같기도하고.




나가서 일을 시작했다. 우리가 한 일은. 상상치도 못했고 생전 처음하는 일이었다. 이런일을 하게 될 줄이야.. 여름에 감물 들인 천을 말릴때 날아가지 말라고 송곳을 꼽아 두는데, 그 송곳을 내년에 다시 쓰기 위해 씻어두는게 일이었다. 그렇게 많은 송곳도 처음본다. 녹슬고 감물이 굳어진 송곳을 닦는데 , 그래도 금새 끝날줄 알았다. 완전 단순 노동이었는데.. 음 두시까지 하고 나니가 10분의 1이나 했나? 걱정이 엄습해온다.
밭에서 딴 배추랑 여러가지 채소들과 함께 밥을 먹고 또 한참 난로 앞에서 수다를 떨다가 다시 일을 시작했다. 날도 추운데 일은 도무지 끝날 기미가 안보인다. 5시쯤 들어가서 고구마를 먹고 아침에 미선씨가 나갔다가 외상값 대신 받아온 국수를 끓여 먹었다. 미선과 선자씨가 국수를 하도 좋아하는것을 본 한 친구가 백석의 국수라는 시를 국수먹을때 꼭 소리내어 읽어달라했다며 국수를 먹고나서는 시낭송회도 했다. 백석의 시는 역시 멋지다. 그리고 나서 내가 집에서 싸온 고구마를 또 난로에 구웠먹었는데.. 괴산 호박고구마가 여기서도 인기가 엄청 좋았다. 이왕 시작한거 끝은 봐야지 싶어 밥먹고 또 일에 들어갔다.




아 단순노동을 계속 하려니 점점 정신은 혼미해지고, 손마디 마디가 뻐근하다. 낮에는 밖에서 하다 밤부터는 작업실에서 했는데 문닫고 있으려니 세상이랑 괴리된거 같고ㅡ 무슨 새우잡이 배에 타고 있는거 같았다. 크 . 그러다 나가서 연기를 피워올리며 하늘을 보니 이야. 점점 날이 개서 하늘이 아주 맑다. 별이 총총총 . 감동적이다. 거의 밤 11시가 되어서 끌려 들어왔는데, 결국  한시간분량을 남기고  들어왔다.



이때부터 막걸리를 조금씩 먹으며 이것 저것 이야기를 했다. 귀농에 대한 이야기, 공동체의 배타성, 감시에 대한 이야기,비혼에대한이야기..  비혼이라는 말만 있고 아직 내용이 풍성하지 못하다. 비혼 공동체가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가. 아플때도 죽을때도 그곳에서 있을수 있어야 한다는 고민, 때문에 보험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어떻게 해야하는가 등을 이야기 해보고 있다는 고민들을 들었다.

난 피곤에 못이겨 혼자 먼저 일어나 잠자리에 들었는데.
씻을까 말까 하니 "이녘 몸냥하시오" 한다. 당신 마음대로 하라는 뜻인데 몸냥이라는 말이 참 이쁘다는 이야기를 했다. 몸이라고 써놨지만 아래아 붙여서 마음이라는 의미고 몸이라고 발음되는...
몸하고 싶은대로가 마음가는대로고 마음가는대로가 몸가는대로.. 참으로 이쁘고 재미나고 편한 사람들과의 하루였다. 이런 인연들이 각각  잘 살다가 다시 잘 만나고 이어지고 하면 참 좋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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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3 15:45 2007/12/03 1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