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 월

앞으로 일주일정도 장기 여행 예정인 나와 [이], [붕]의 일정이 문경 - 괴산 - 상주 - 함양- 산청이라 , 차를 가지고 내려가는 길인 [들]이 하루더 함께 여행할겸 차를 태워주기로 했다. 일단 문경으로 향했고, 거기서 걸을만한곳을 걷자 했다. 차에서 [들]이 문경새재길이 예쁘다했고 안가본 사람이 많아 그럼 한번 가보자 하고 문경새재.

음 다행히 입장료는 없어졌다. 근데 입구부터 사람이 많아 역시 관광지로세. 이런곳을 굳이 걸어야 하나. 하면서 좀 그랬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길 잘했다 싶다. 한번 가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3관문까지 걷는 길을 꽤 길었고, 길도 예쁘고 무엇보다 맨발로 차 없는 곳에서 그야말로 '초록, 초록'인 곳을 걸으니 좋았다. 예정에 없었지만 좋구나. 이런것도 좋네. 조금 같이 보조를 맞추어 걸으며 떠들다가 이내 각자의 속도로 따로 또 같이 걸었다. 발바닥에 찬기운, 깔끄러움, 따가움, 부드러움, 춤추는 것같은 당신의 뒷모습. 너리너리 발바닥 바지자락. 어딘가를 바라보는 뒷모습들.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속을 저어다녔던 것 같은데 기억 불명.
내려오는 길에 도토리묵, 두부김치를 먹고 [들]과 무슨무슨 이야기를 나름 집중해서 하며 내려왔고,
해넘어가고 가은에 도착.

가은에 귀농해서 살고 계신 [박**]씨가 참여하고 있는 "작은방"이라는 마을 공동체 공간에서 하루 자기로했다. [박**]씨가 운영하고 있는 천연염색 옷집에 들려 옷구경도 하고 차도 마셨다. 만나본 친구들에게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 매력적인 분이 었다. 음 뭐랄까 세련되기도 했고 자기만의 색이 확실해 보이기도 하고 선이 굵고 진한? 근데 안불편하고 친근한? 두렵지 않은.  그분이 입고 있는 옷이 너무 멋져서 다들 감탄을 했는데 , 바지가 좋다 하니 당장 벗어 주신다. 내가 입으니 너무 커서 매무새가 전혀 달랐지만 암튼 좋아라 얻었다. 여벌 바지를 들고 가지 않았었는데 덕분에 여행내내 그 옷으로 편하게 다녔다. 지금도 집에서 입고 있다.  같이 왔던 [들] , [반] 은 옷도 사고 , [리]도 이쁜 분홍 바지를 얻어가지고 아쉬움을 뚝뚝 흘리며 부산으로 김해로 내려갔다. [들]은 진짜 아쉬워 보였는데.. 왜 이제서야 이리 좋은데로 왔냐 하면서. 그래서인지 여행이 끝나고 계속 [들]이 생각났다.

[박**]씨가 마을에 친구분이 생일이라서 축하해주러 갈건데 같이 갈꺼냐 해서 그것도 재미있겠다 싶어 함꼐 나섰다. 무슨 공원 같은데서 만났는데, 파티자리를 생각하고 갔더니 생일이라는분 딱 한분 앉아 계서서 살짝 머슥했다. 그래도 생일 축하 해주고 술좀 먹다 보니 좀 피곤한 일도 생기도 피곤하기도 하고 해서 우리들은 슬그머니 꽁무니를 뺐다.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인 "작은방"은 상당히 쾌적한 공간이었다. 요며칠 노숙을 해서 그런게 아니라.. 나무로 직접만든 책장이며 마루며.. 부엌도 있고.. 이곳은 마을 사람들. 아이들이 서로 뭔가 공부하고 싶은게 있으면 제안하고 서로 가르쳐주고 그외의 모임들도 하고 하는데 쓰는 공간이라고 한다. 여기저기서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구나. 내가 생각하는 미래들이 이미 현재이구나 싶은게 기분이 좋더라. 술도 한잔하고 피곤도 몰려오니 금새 잠이 들었다.



그날밤 그 공원에서 엄청난 현장을 포착한 사진이나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9월 16일 화

가은, 작은 방에서 6시쯤 일어났다. [생], [이] 일어나서 밥을 앉히고 두부, 콩나물을 사다가 콩나물 된장찌개, 콩나물 무침을 해서 [박**]씨를 모셔다 아침을 함께 먹는다. 아침부터 하늘재라는 곳에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날 [박**]씨가 하늘재에 갔다가 온천을 가면 어떻겠나는 말에 [이]가 두손을 모으며 눈을 빛내면서 "온천? 우와 나 한번도 안가봤어!"라고 의외로 호응을 생긴 계획이다. 게다가 나는 이전 여행내내 달거리 중이었기때문에 너무 씻고 싶어 완전 땡큐였고..

하늘재가 가까운 덴줄 알았는데, 차를 타고 가야 하는곳이었다. 음 또 차를 탔다. 이런.. 상당히 긴시간.. 게다가 어제 거처온 문경쪽. 이게 어찌된 일인가 좀 씁쓸해하면서 갔지만, 하늘재 좋았다. 모시풀, 여뀌등의 풀들이 염색재료라는 이야기도 듣고  사람도 없는 숲속 오솔길같은 느낌이라 마음이 막 평안해졌다. 그리고 신나기도했고. 그 생명들..





내려와서 기대하고 고대하던 온천. 난 친구들이랑 목욕탕에가서 처음으로 같이 다니는 거라 기분이 진짜 신기했다. 그 전에 사무실 엠티때 같이 온천 찜질방같은데 간적 있지만 서로 부끄러워서 데면데면 하고 마주치지 않으려 했기에;;;  암튼 다정한 느낌. 온탕에 들어갔다 냉탕에 들어갔다. 몸에 피가 순환되는 저리저리한 느낌. 노천탕에도 가보고. 다 다르게 생긴 몸들. 부드러운 느낌. 등도 밀어주고. 말랑말랑한 느낌.  냉탕에서 쏟아지는 물을 맞고 있는 뒷모습들. 아름다워. 증기 사우나 . 목매달린 사람같이 수건을 얼굴에 감싸고 서있던 사람. 사람들이 벌거벗고 증기속에 앉아 있는 풍경. 비현실적이면서 상당히 현실적인. 육체들. 그림으로 그리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잠시했다. 발갛고 부드러운 얼굴 상쾌한 느낌. 럭셔리한 여행
이구나야.


[생]은 오늘 낮에 서울로 올라가야 하기에 12시 반쯤 정리하고 나와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 상도 완전 화려했고. 여러 나물들, 야채들을 먹고, 먹느라 정신없어 [생]의 배웅도 생략하고 보내버렸다. 그렇게 그렇게 먹고 남은 것들을 빈 통에 싸가지고 이제 짐을 메고 괴산 수진의 집으로 떠난다. 하필이면 낮 2시 뙤약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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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7 14:01 2008/10/07 14:01

봉화재에서 금성

from 너에게독백 2008/09/26 23:10

9월 14일 일요일

 

새벽 4시부터 춥고 코가 막혀서 잠을 깼다. 비염의 고통. 옆에서 [길]도 깨서 앉아있다. 덜 외롭지만 미안하다. 내가 부스럭대고 코푸는 소리에 깬건 아닌가. 침낭이 젖었다. 계속 뒤척대다 여섯시쯤 해가 나면서 잠이 잠시 들었다. 일어나니 여기저기 침낭에 돌돌말린 애벌레들.

 

어제 밤에도 똥을 눴는데, 또 똥이 마렵다.  해가 뜨니 무척 부끄럽다. 여기 저기 찾다 사람이 안다니는 길에다 ... 음 순식간에 몸에서 나온 그것의 정체가 너무 적나라 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니

혐오스럽다. 칡잎을 따고 또 따서 가려놓고 급히 내려오지만 음 아무래도 이 마을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아름답다고 소문났다던 봉화재 길을 걷는다. 과연 짧지만 아름다운 길이다. 무엇보다 어제 처럼 차가 다니는 길이 아니라서 좋았다. 새소리 벌레소리가 묘하게 공간을 확장한다. 내려가며 보이는 밭들의 풍경..

 

 

 

 

 

금방 길이 끝나고 오티 마을이다. 동동주를 하나 사들고 걸어가다 중간에 도로가에서 앉아 쉰다. 밤을 까주는 반, 냉큼 주워 먹는 우리들.  이동네는 막걸리를 안판다. 달디단 동동주 뿐이냐 하며 목을 축이고 땀을 식힌다.






[반]의 신발이 너무 딱맞아서 , 반이 고생을 좀 했다. 쉬엄쉬엄 천천히 가자.



국도변이라 오늘도 차가 많이 다녀. 그런데 도로 아래로 펼쳐져 있는 풍경은 참좋다. 호수를 끼고 있는 마을들 나무들 밭들.   윗통을 벗고 걷고 싶다. 덥기도 하고, 바람 햇볕 내 가슴 내 배에도 등에도 느끼게 해주면 좋겠다. 슬쩍슬쩍 , 펄럭펄럭 티셔츠를 올려 본다. 차가 너무 많이 다녀...

앞사람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걷는 것도 참좋다. [공]의 뒷모습을 계속 봤다. 터덜터덜 같기도 하고 사뿐한거 같기도하고, 무겁고도 가볍구나. 우리는 왜 이 뙤약볕에서 걷고 있을까?

버스 정류장에서 쉬었다. 오줌도 싸고, 물도 먹고, 낮잠도 잤다. 천천히 오고 있는 [반]을 기다리면서 ,,,  낮잠을 실컷 자다 볕이 내쪽으로 들어서 깼다. 책도 조금 보다 한시간을 그리 뒹굴다 일어 선다.

걷고 또 걷고, 막걸리도 먹고 또 자다가 . 쉬엄쉬업 차타고 간 [생], [은], [들], [새]가 마주오겠지 하면서 천천히 걸었다. 4시반이 다되어서야 만났는데, 왜그리 지쳤나. 다들 청풍랜드에 주저 앉았는데 얼굴이 찌들었다. 아마 목적지라고 생각했던 곳이 생각보다 멀어서 그랬나보다. 이번엔 계속 목적지가 이미 정해져 있어서 그런지 거기까지 가야 한다는 마음, 이길로만 가야 한다는 마음이 조금 답답키도 했던거 같다.

발에 무리가 온 [반]과 [리]와 [은]은 히치를 해서 먼저 잘곳으로 가서 밥을 하기로 하고 [이], [공], [생], [길]과 나는 계속 걷는다. 차가 여전히도 많지만 해가 뉘었해져서 그런지 발걸음이 빨라진다. 아. 오늘에서야 제천에서 버스타고 거꾸로 온다던 [붕]이 저기서 달려온다. 나풀나풀. 진짜 반갑구나 러블리 [붕]. 나를 안아주는데 향기가 참 좋다. 음 내 냄새는 ;;; [붕]이 준 송편한개 먹고 기분이 좋아서 걷는다.

어느 마을에 초등학교에 자리를 잡아 뒀다. 해가 딱 넘어가기 전에 도착해서 밥을 먹고 술을 먹는다. 또 그렇게 밤이 온다. 이번 추석은 너무나 짧아서 백수들 빼고는 공식적으로 여행일정이 이제 막바지다. 다음날 어떻게 할건가 이야기를 했다. 장기 여행자들의 계획때문에 내일이면 여행이 끝날 친구들의 일정, 여유를 휘저어 놓은거 같아서 미안하기도 했다. 술을 먹고 달을 보고 노래를 부른다. [새]의 목소리가 너무 맑고 엘레강스해서 놀랐다. [붕]의 말과 목소리와 눈물에서 사랑이 전해져서 나도 울뻔했다.나도 너를 만나 고맙답다. 달은 훤하다. 그렇지만 작년처럼 약간 덜 찬느낌. 내일에서야 꽉찰거다 그런 이야기를했다. 난 일찌감치 침낭을 챙겨 잠자리를 잡았다. 헤드렌턴을 하나 머리에 이고 잠잘 오라고 책을 봤다. [이]가 옆에와서 같이 빛을 쫒으며 책을 봤다. 기분좋다.


9월 15일 월



전날 보다는 덜 춥게 잤다. 역시 코가 한가득이다.  아침부터 또 생리현상에 걱정. 똥은 참 큰일이다. 어떤면에선 자는거보다;; 아무래도 학교에 똥을 아무데나 싸면 어린이들이 괴롭겠지 하면서 똥눌곳을 찾다가 마을에 나가서 어느 고기집에 화장실을 쓰고 왔다. 음 그런이야기를 했더니 [이]는 학교에 쌌단다. 교장실 앞에다. 허를 찔렸군.

밥을 해먹고 , 헤어진다. 둥그렇게 둘러서서 손을 잡고 우주평화를 빈다. 개인적인 소원을 빌면 안되냐고 [은]이 집요하게 묻자. [공]은 단호하게 안된다, 눈감고 기도하자 한다. 풋, 이번에는 간단하게 기도하고 고개를 들어 친구들의 면면을 봤다. 재미있다. (난 작년에 비슷한걸 하다 8분동안 기도하고 지켜봄을 당했었음;;)



부산으로, 김해로 가는 [들]과 [반], [리]와 하루더 놀수 있는 직장인 [생]과 백수 셋 - 나, [이],[붕] 이렇게가 차를 타고 다음 목적지인 문경으로 향하고 나머지는 버스를 타고 서울로..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상세한 여행기를 올릴꺼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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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6 23:10 2008/09/26 23:10

9월 13일 - 9월 22일 까지 여행 . 그냥 하나의 포스트에 한꺼번에 정리하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또 길어진다. 10일치를 이리 세세히 적게될까 모르겠는데... 쓰다보니 새록새록.

 

9월 13일  토요일

 

혼자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집을 대충 정리해 놓고 지하철을 타고 천안 역으로 출발. 천안역에서 길, 이, 공, 생, 별을 만나서 부산서 차를 가져온 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곳으로 나갔다. 김해에서 차를 같이 타고 온 새로운 친구 반, 리 그리고 들이 한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저 차에 우리가 다 탈수 있을까?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몸과 짐을 마구 구겨 넣고  월악 나루터로 출발했다. 속으로 걷기 여행인데 차를 대체 어떻게 할까가 조금 걱정되었지만 어떻게 되겠지 하고 잊어버렸다. 너무 몸이 구겨져 중간에 좀 쉬면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어떤 주유소 근처에 차를 세우고 반이 싸온 깻잎, 콩잎, 밥, 빵, 그리고 별이 센스있게 얼려온 막거리를 돌려 먹는다.

 

또 한시간 못되게 달렸나? 월악 나루터. 여기서 은이 합류. 한팀은 타고 오늘 잘 만한 곳을 물색하고 그쪽에 차를 세우고 거꾸로 걸어오고, 나머지는 여기서 목적지 까지 걸어 가다 만나기로 했다. 날은 무지 뜨겁고, 길엔 차가 생각보다 많다. 아무래도 국도 변이라서 그런가. 그래도 마음은 들뜬다. 걷다가 길이 도로 가에서 박쥐를 발견하고 들어올려 풀숲에 올려 놓는다. 공이 다시 살며서 만져주고 떠난다. 나는 얼굴을 찡그릴만큼 두려워 하지 않았지만 만지지는 못하겠다. 박쥐라니. 죽은 개구리, 나비들의 몸을 썩을 만한 곳 순환할 만한 곳을 찾아 옮겨주는 그들.

 

아직 들이나 반, 리, 은 과 같은 처음보거나 본지 얼마 되지 않은 친구들과는 어색하지만 어색하지 않은거 같기도 하고. 각자의 걸음을 걷는다. 짐은 차에 실려 있어 작년 보다 훨씬 가볍다. 차에 짐을 싣고 걷는다는게 괴상하지만. 아무튼 차가 좀 고만좀 다녀 주었으면.. 하는데 길가로 물이 흐르는 것이 보인다. 자연이 스머프 같은 공이 풀숲을 헤치고 내려가고 조금 망설이다 우리들도 내려간다. 계곡이다. 쨍한 물을 기대하고 발을 담가 보지만 물이 뜨듯하다. 발에는 이끼가 미끌미끌. 물은 맑아 보였는데.. 그래도 한참을 발을 담그고 쉬다가 올라가는 길을 찾아 물로 , 바위로 헤매다 다시 도로로 가는 길을 찾았다. 산으로 둘러싸인 길이 아름답다.

 

이내 차타고 갔던 이, 반, 리 팀과 마주쳤다. 반갑다. 모르는 사람도 아닌데 언제 마주칠지 모르고 걷다가 이렇게 마주치니 반갑다. 계속 걷는다. 사과 밭들이 계속된다. 목이 마르고 배가 고파 떨어진 사과라도 주워 먹어볼까 하고 밭쪽으로 몸을 옮기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사과를 따고 계신다. 주워 먹긴 글렀고, 오천원 어치만 주세요, 한다. 상처나서 상품가치 떨어지는 것들을 덤으로 해서 거의 스무알 되도록 사과를 안아름 받았다. 빨간것을 반쪽씩 베어무니 꿀맛이 따로 없다. 올해 먹은 사과 중에 최고다. 아그작, 아삭, 하늘은 조금씩 어스름해지고 얼굴들은 분홍빛으로 사과처럼 행복하다.

 

신현리?인듯 한 마을 초입. 몇은 가게앞 평상에 앉아 쉬고,  나는 공, 이, 은과 먼저 올라간다. 은이 무주에서 머물며 이의 집의 으름을 따먹은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무슨 맛인지 몰라 부럽다. 애벌레 같지만 바나나 보다 10배쯤 달고 맛있다, 아이스크림같다 뭐 이런 표현에 점점 궁금해지는데 길가에 으름덩굴들 발견. 으름이 열려 있다. 공이 " 아 , 나 기도했는데! " 신나서 으름을 따보려 하지만 손이 닿지 않는다. 손이 닿는 곳에 열린것들은 이미 마을 사람들이 다 따먹었으리라. 포도밭의 여우처럼, 섭섭하게 돌아선다. 쩝쩝, 

 

잘곳은 마을 웃쪽에 두둑하게 올라온 곳에 작은 공터. 터 좋다. 벌써 화장실을 어디로 할것인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자리를 깔고 밥을 한다. 뒤늦게 도착하는 새를 데리러 생과 이 그리고 은이 장도 볼겸 차를 끌고 나선다. 쩝. 차가 있으니 이렇다. 입이 쓰다가도 그런데 뭐 그렇지뭐. 그런다. 일교차가 커서 추워진다. 긴팔과 내복바지를 챙겨입고 앉아, 밥 술을 먹기 시작한다.

 

 

12명이 모여 반찬을 꺼내니 너무 풍요롭다.   깔깔하하 모두 들떠있다. 하늘엔 별이 깔리고, 빌려온 작은 스피커를 이용해서 음악을 틀고,초를 켜고, 너무 단 동동주를 돌려 먹다 시도 읽고, 서로를 알아간다. 여기저기 가서 오줌을 누고 , 노상 대변도 하고... 깜깜하면 그런 부끄러움 위화감 이 사라진다. 게다가 술에 분위기에 취했으니..오줌을 누고 모여있는 쪽을 보니 따듯하게 빛난다. 누구는 일찍부터 누구는 12시가 다되어서 잠을 청한다.  침낭에 들어가 잠이 든다. 땅에 드러누워  찬밤공기 속에서 별을 보면서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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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5 13:31 2008/09/25 13:31
마지막 밤-추석날 밤은, 무주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노숙을 했다.
육각형 경비초소같이 생긴 분위기 좋은 버스정류장에서.
정확히는 무주군을 도는 무료 셔틀버스 승객 대기실이었다. 적어도 그날밤은 아무도 찾지 않을거 같아보이는.

그곳은 창문도 있고, 미닫이 유리문으로 공간을 완전히 닫을수도 있게 되어있어서,
7시 반쯤인가 도착한 우리는 거기서 술판 수다판을 벌였다.

처음에는 갑자기 긴장이 풀어져서 여행중 가장 시끄럽고 상기된 상태로 떠들어댔다. 여행에 함께한 S의 친구 목소리가 섹시한Y 가 무주에 마침 와있어서 그이가 집에서 가져온 과일들과, 그이가 사준 두부 두모, 옥수수에 행복해하며 막걸리를 돌리니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이년 저년 미친년해대며 아구가 빠질정도로 웃어댔다.

그러다 오줌이 마려우면 주차된 버스 뒤로 가서 오줌을 누고, 다시 정류장으로 들어오다가 바닥에 드러누워 별도보고 하다보니 흥분은 막걸리와 함께 익어버리고 조근조근한 분위기로 스륵 넘어가더라. 그러다가 G가 낮에 약속했던 대로 인디언의 노래를 두곡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





녹음을 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G의 목소리는 여행내내 내 기분을 달뜨게 했던거 같다. 특히 이 날 밤은.
그리고 노래를 같이 부르면서 작은 버스정류장을 울리던 다섯개의 목소리들은 정말 신비로웠다.
I의 말대로 우리가 하나하나의 행성이고 우주인것 같은 기분. 달의 기운은 차오르고, 자유로운 영혼들은 뒤섞여 울림을 만들어내.. 육각형 공간을 채우니
우주인이라도 만날거 같았어.

내가 최초의 그날, 귀찮아서 혹은 자격이 될까싶어서 재다가 선유도로 안나갔다면, 아니 I와 K가 내게도 메일을 보내주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만나지 못했겠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 사람 만나는건 참으로 신기한 일이구나 싶었다.


우리는 노래를 틈틈히 했고,
그러면서 공책에 써뒀던 시도 같이 읽었고,
그날까지의 우리의 여행에 대해서 느낌을 말로 나눠봤고,
그러는 사이 달을 보러 길건너에가기도 했고 산책을 나가 다같이 날아보기도 했다.


잠자리는 날이 습하고 공간도 문제가 있었는지 이적 잔중에 가장 습하고 좁게 자서 모두들 새벽에 한번씩 일어나긴했지만 원더풀한 밤이었다. 새벽에 S는 Y의 차를 타고 먼저 올라갔고, 나머지 넷은 6시에 일어나 짐을챙기고 대전행 버스를 타기 위해 시외버스터미널 대합실로 갔다.

오랜만에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고 세수를 했다. (양치질이래야 그냥 물묻혀서 치솔질, 세수도..)
나는 하나 남겨뒀던 가장 깨끗한 티셔츠로 갈아입고, 속옷도 갈아입고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에 자리가 많아 각자 한자리씩 창가를 차지하고 앉아 올라갔다. 잠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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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30 02:25 2007/09/30 02:25
쉬운거부터 이야기 해볼께.
이번 여행의 주요 테마중 하나는 걷기와 노숙이었어.
따로 숙소를 잡지 않고 걷다가 잠자리를 찾고 하늘보면서 자보기로 한거지.
이 부분이 나한테는 이 여행을 가고 싶게한 가장 큰 부분중에 하나이기도 해.
왜냐고? 요즘 내 재정상태가 말이 아니었거든. 앞으로도 그럴테고,
앞으로 혼자 여행할때를 위해 미리 시험해보고 싶기도 했고.

이렇게 해서 얻은 경험이 제법되서,
앞으로 나를 위해서 그리고 가난한 당신을 위해서 정리를 좀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그리고 가난문제가 아니더라도, 여행이라는게 평소보다 소비를 많이하게 되는 경우가 보통이니까 최소한의 소비로 여행을 지속할 수 있도록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어서 좋았던거 같아.

<가난한 우리를 위한 여행 가방>

*4박 5일의 여정이었다는것을 참고하고 읽도록 하는게 좋겠지.


가방속에 뭘 준비해 가야 할까?

1. 최소한의 현금 (왕복차비 + 비상금 + 최소한의 식비)
결론부터 말하면 45000원을 예산으로 잡았는데 그것도 다 못쓰고 남겼어.
그런데 이건 어디로 가는가에 따라 조금 유동적이겠지.
여행에서 비용을 지출하게 되는게 숙박비와 교통비 그리고 식비지.
숙박비는 노숙으로 0
교통비는 걷는 것과 히치하이킹으로 최소화
식비는 앞으로 나올 필수품들로 거의 0

2. 노숙을 위한 침낭, 매트,(텐트)
나에게는 1인용 텐트가 있었지만, 여러사람들이 가는거라 2-3인용 텐트를 2개 더 빌렸어.혼자간다면 1인용텐트면 충분하지. 그런데 결론적으로 9월 말정도에 여행가는거라면 텐트는 필수품이 아니라는거야. 텐트는 한번밖에 사용하지 않았어.

다만 되도록 부피가 작고 가볍고 따듯한 침낭만 꼭 있으면 되더라.그리고 침낭 밑에 깔 매트는 웬만하면 가져가는게 좋아.습기도 안올라오고 땅에서 차가운 기운도 막아주고. 이거  한장이 참 크더라구. 가벼우니까 노숙할꺼면 꼭 가져갈것. 돗자리 대용도 되고.침낭과 매트 역시 주위에서 빌렸어.

텐트 없이 침낭만 덮고 자려면 비닐이나 우비 같은걸 한겹더 덮고 자면 하나도 안추워.물론 비가 올때는 대비해서 좋은 정자나 버스정류장을 물색해야해.

3. 버너와 코펠
버너는 초소형 가스버너를 누가 빌려왔어. 가스버너는 편리하긴한데 가스가 무겁다는 단점이 있어. 화이트 가솔린을 쓰는것도 봤는데 그건 흘리면 불붙을 수 있다는군. 아무튼 이런건 살때 잘 알아보고, 가는곳에 조달이 확실히 되는 연료를 사용하는것을 가져가면되지. 코펠은 우리가 8명이 움직였는데 버너가 어차피 1개였으므로 밥할 코펠 큰거 하나면 충분했어.

4.도시락과 가볍고 착한 먹거리들 (여기가 하이라이트)
이번여행에서 식비지출은 0이었어
일단 첫날 아침은 각자 먹고 출발했고 그날 점심은 정읍에 도착해서 먹었는데 도시락을 집에서 싸와서 나누어 먹었지. 점심값을 줄이는데도 한몫했지만 나중에 그 도시락통에 남은음식들을 싸가지고 다닐때 유용했어. 그다음에는 대체 뭘 먹었냐고? 대체로 아래가 다야.

누룽지, 김, 소금, 쌀, 고추장, 미숫가루, 고구마, 김치 나 깻잎등의 염장식품, 얻은 과일, 막걸리

위에서 필수품은 누룽지, 김, 쌀, (막걸리) 정도 일까?

누룽지를 한친구가 되게 많이 싸왔는데, 처음에는 왜 저걸 저렇게 많이 싸왔지? 짐도 무거운데라고 했지만 정말 누룽지가 없었다면 우린 어쨌을까 싶을정도로 유용했어. 가볍고 상할 염려 없이 밥을 운반하는 최고의 방법이랄까?

<4-1 누룽지의 아름다운 용도 >
1. 기차에서 입이 심심하니까 조금씩 나누어 먹는다.
2. 비가 쏟아져서 어디서 밥할 곳도 없어 , 비를 피한 편의점 안에서 막걸리로 저녁을 때울때 생생우동 한그릇을 사서 누룽지를 넣어 누룽지 탕을 먹는다. (나는 채식을 해서 생생우동을 안먹지만. 이날은 국묵에 적신 누룽지가 너무 유혹적이라 먹었음. 단체 여행에서의 상황에 따른 허용이지-_-)
3. 아침식사 정도로 누룽지를 물에 넣고 끓여 먹으면 밥대용이 된다. 싸가지고온 김치나 깻잎 김등과 함께 배를 채우면 그만.
4. 누룽지를 고추장에 찍어먹는다.


<4-2 김과 깻잎김치의 아름다운 용도>
1. 김이나 깻잎김치에 따뜻한 밥을 싸먹는다 (둘다 부피가 작다는 장점이 있다. 김은 가볍고)
2. 아침에 남은 밥을 김에 싸서 주먹밥을 만들어서 도시락통에 싸두었다가 점심에 먹는다.
3. 국을 끓일 여유가 있을때는 물에 소금과 김을 찢어넣고 끓여먹는다
4. 술안주로 훌륭하다.

<4-3 막걸리>
1. 어디에서나 1000원. 술이 필요하다면 막걸리를 먹자.
2. 밥대신 먹어도 속이 든든하다. 실제로 저녁 몇끼를 막걸리와 누룽지로 대신했다.
3. 많이 먹으면 머리 아프다는것을 모두 알기에 절주가 된다.
4. 지역마다 다른 막걸리를 팔기때문에 다른 맛을 보는 재미가 있다.
5. 저녁에 살짝 먹으면 잠이 잘 온다. 따뜻해진다.

고구마는 생으로도 익혀서도 먹을수 있어 좋고, 미숫가루도 출출할때 먹을 수 있고 상할염려가 없지. 고추장 역시 상할일이 없어 좋고 김을 찍어먹든 손가락을 찍어먹든 밥을 비벼먹든. 암튼 좋아.

이것만 먹는걸로 무슨 재미가 있냐, 무슨 청승이냐 하겠지만 엄청 맛있었고 풍요로웠고 행복했어.한번해봐. 누룽지의 위대함을 알게될걸. 물론 중간에 민가에서 한번 자서 거기서 조금 다른것들도 먹었고. 나는 심지어 살이 쪄서 돌아왔다네.


여기까지만으로도 엄청기네, 다음부터는 아래 그림으로 생략.



*mp3 : 지친마음을 달래고 힘을 내게하지. 시끄러운 차소리를 막아줄때도 있고. 그래도 계속 듣고 있으면 놓치는 소리가 있으니까 적절히 사용해야해. 저번에 자전거 여행때도 너무 지칠때 힘이 되어줬어. 나는 꼭 필수품으로 꼽겠어,

*스포츠타월: 없으면 되도록 얇은 수건이 좋고, 스포츠 타월은 얇고 빨리 말라서 좋아. 그런데 이번에는 수건은 거의 안썼어. 안씻었거든.

*지도 : 여행가는 지역 인포메이션센터에서 꼭 챙겨야해. 미리 가져가는 지도도 좋지만 각지역 지도가 휴대하기 편하고 자세하지. 여러 정보도 적혀있고.(각종 기관 전화번호라던가) 이런건 보관해 놓고있다가 다음에 갈때 사용해도 좋아. 이번에도 그랬는데 도움이 조금 되었어.

*책 :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3권을 추천함. 읽었더라도 다시한번 보면 좋을꺼야. 사실 여행중간에 책읽을 새는 별로 없긴한데, 출발할때나 틈틈히 읽으면 나름 맛이 있는듯. 시집도 컴팩트하고 좋을듯. 수첩에 적어놓은 시가 있어서 술마실때 친구들에게 읽어주고 그랬는데 너무 좋았어.


*편안하고 가벼운 가방
가방을 빼먹었네! 이렇게 많은 짐을 지려면 가방이 필요하지.
나는 가방이 없어서 40리터짜리 가방을 빌려서 갔어. 사실 5일 여행하는데 너무 큰거 같긴 했지만 그래도 꽉차더라. 텐트니 침낭 같은걸 넣었더니. 그리고 이 정도 준비면 한달도 가능할거 같고.


다음이야기는 시간과 장소에 맞춰서 풀어볼려고. 잘 될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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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7 18:25 2007/09/27 18:25
9월 22일 부터 시작해서 오늘 , 걷기 여행에서 돌아왔다.
엄청난 여행이었다.
내 말이 부족해서 답답할 정도로 평화롭고 충만하다.
어째서 시가 떠오르지 않은걸까??
"의식을 날려 말을 고르고 골라" 쓰고 싶어서 항상 여행기를 미루고 결국에는 못쓰고 말지만.

이번에는
1. 내 마음
2. 실용적 여행 노하우
3. 그리고 함께한 이들과 그이들의  말들
4. 시간/ 장소의 기록

이렇게 나눠서 써보고 싶다는 생각.
잊기전에 다짐해본다.


내가 오늘 아침에 당신들의 평화를 기도 했는데,
느낌이 오던가요?
반가워요. 모두들.


"그리고 마지막에 그들은 다시 여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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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7 01:00 2007/09/27 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