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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재에서 금성

from 너에게독백 2008/09/26 23:10

9월 14일 일요일

 

새벽 4시부터 춥고 코가 막혀서 잠을 깼다. 비염의 고통. 옆에서 [길]도 깨서 앉아있다. 덜 외롭지만 미안하다. 내가 부스럭대고 코푸는 소리에 깬건 아닌가. 침낭이 젖었다. 계속 뒤척대다 여섯시쯤 해가 나면서 잠이 잠시 들었다. 일어나니 여기저기 침낭에 돌돌말린 애벌레들.

 

어제 밤에도 똥을 눴는데, 또 똥이 마렵다.  해가 뜨니 무척 부끄럽다. 여기 저기 찾다 사람이 안다니는 길에다 ... 음 순식간에 몸에서 나온 그것의 정체가 너무 적나라 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니

혐오스럽다. 칡잎을 따고 또 따서 가려놓고 급히 내려오지만 음 아무래도 이 마을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아름답다고 소문났다던 봉화재 길을 걷는다. 과연 짧지만 아름다운 길이다. 무엇보다 어제 처럼 차가 다니는 길이 아니라서 좋았다. 새소리 벌레소리가 묘하게 공간을 확장한다. 내려가며 보이는 밭들의 풍경..

 

 

 

 

 

금방 길이 끝나고 오티 마을이다. 동동주를 하나 사들고 걸어가다 중간에 도로가에서 앉아 쉰다. 밤을 까주는 반, 냉큼 주워 먹는 우리들.  이동네는 막걸리를 안판다. 달디단 동동주 뿐이냐 하며 목을 축이고 땀을 식힌다.






[반]의 신발이 너무 딱맞아서 , 반이 고생을 좀 했다. 쉬엄쉬엄 천천히 가자.



국도변이라 오늘도 차가 많이 다녀. 그런데 도로 아래로 펼쳐져 있는 풍경은 참좋다. 호수를 끼고 있는 마을들 나무들 밭들.   윗통을 벗고 걷고 싶다. 덥기도 하고, 바람 햇볕 내 가슴 내 배에도 등에도 느끼게 해주면 좋겠다. 슬쩍슬쩍 , 펄럭펄럭 티셔츠를 올려 본다. 차가 너무 많이 다녀...

앞사람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걷는 것도 참좋다. [공]의 뒷모습을 계속 봤다. 터덜터덜 같기도 하고 사뿐한거 같기도하고, 무겁고도 가볍구나. 우리는 왜 이 뙤약볕에서 걷고 있을까?

버스 정류장에서 쉬었다. 오줌도 싸고, 물도 먹고, 낮잠도 잤다. 천천히 오고 있는 [반]을 기다리면서 ,,,  낮잠을 실컷 자다 볕이 내쪽으로 들어서 깼다. 책도 조금 보다 한시간을 그리 뒹굴다 일어 선다.

걷고 또 걷고, 막걸리도 먹고 또 자다가 . 쉬엄쉬업 차타고 간 [생], [은], [들], [새]가 마주오겠지 하면서 천천히 걸었다. 4시반이 다되어서야 만났는데, 왜그리 지쳤나. 다들 청풍랜드에 주저 앉았는데 얼굴이 찌들었다. 아마 목적지라고 생각했던 곳이 생각보다 멀어서 그랬나보다. 이번엔 계속 목적지가 이미 정해져 있어서 그런지 거기까지 가야 한다는 마음, 이길로만 가야 한다는 마음이 조금 답답키도 했던거 같다.

발에 무리가 온 [반]과 [리]와 [은]은 히치를 해서 먼저 잘곳으로 가서 밥을 하기로 하고 [이], [공], [생], [길]과 나는 계속 걷는다. 차가 여전히도 많지만 해가 뉘었해져서 그런지 발걸음이 빨라진다. 아. 오늘에서야 제천에서 버스타고 거꾸로 온다던 [붕]이 저기서 달려온다. 나풀나풀. 진짜 반갑구나 러블리 [붕]. 나를 안아주는데 향기가 참 좋다. 음 내 냄새는 ;;; [붕]이 준 송편한개 먹고 기분이 좋아서 걷는다.

어느 마을에 초등학교에 자리를 잡아 뒀다. 해가 딱 넘어가기 전에 도착해서 밥을 먹고 술을 먹는다. 또 그렇게 밤이 온다. 이번 추석은 너무나 짧아서 백수들 빼고는 공식적으로 여행일정이 이제 막바지다. 다음날 어떻게 할건가 이야기를 했다. 장기 여행자들의 계획때문에 내일이면 여행이 끝날 친구들의 일정, 여유를 휘저어 놓은거 같아서 미안하기도 했다. 술을 먹고 달을 보고 노래를 부른다. [새]의 목소리가 너무 맑고 엘레강스해서 놀랐다. [붕]의 말과 목소리와 눈물에서 사랑이 전해져서 나도 울뻔했다.나도 너를 만나 고맙답다. 달은 훤하다. 그렇지만 작년처럼 약간 덜 찬느낌. 내일에서야 꽉찰거다 그런 이야기를했다. 난 일찌감치 침낭을 챙겨 잠자리를 잡았다. 헤드렌턴을 하나 머리에 이고 잠잘 오라고 책을 봤다. [이]가 옆에와서 같이 빛을 쫒으며 책을 봤다. 기분좋다.


9월 15일 월



전날 보다는 덜 춥게 잤다. 역시 코가 한가득이다.  아침부터 또 생리현상에 걱정. 똥은 참 큰일이다. 어떤면에선 자는거보다;; 아무래도 학교에 똥을 아무데나 싸면 어린이들이 괴롭겠지 하면서 똥눌곳을 찾다가 마을에 나가서 어느 고기집에 화장실을 쓰고 왔다. 음 그런이야기를 했더니 [이]는 학교에 쌌단다. 교장실 앞에다. 허를 찔렸군.

밥을 해먹고 , 헤어진다. 둥그렇게 둘러서서 손을 잡고 우주평화를 빈다. 개인적인 소원을 빌면 안되냐고 [은]이 집요하게 묻자. [공]은 단호하게 안된다, 눈감고 기도하자 한다. 풋, 이번에는 간단하게 기도하고 고개를 들어 친구들의 면면을 봤다. 재미있다. (난 작년에 비슷한걸 하다 8분동안 기도하고 지켜봄을 당했었음;;)



부산으로, 김해로 가는 [들]과 [반], [리]와 하루더 놀수 있는 직장인 [생]과 백수 셋 - 나, [이],[붕] 이렇게가 차를 타고 다음 목적지인 문경으로 향하고 나머지는 버스를 타고 서울로..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상세한 여행기를 올릴꺼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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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6 23:10 2008/09/26 23:10

9월 13일 - 9월 22일 까지 여행 . 그냥 하나의 포스트에 한꺼번에 정리하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또 길어진다. 10일치를 이리 세세히 적게될까 모르겠는데... 쓰다보니 새록새록.

 

9월 13일  토요일

 

혼자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집을 대충 정리해 놓고 지하철을 타고 천안 역으로 출발. 천안역에서 길, 이, 공, 생, 별을 만나서 부산서 차를 가져온 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곳으로 나갔다. 김해에서 차를 같이 타고 온 새로운 친구 반, 리 그리고 들이 한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저 차에 우리가 다 탈수 있을까?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몸과 짐을 마구 구겨 넣고  월악 나루터로 출발했다. 속으로 걷기 여행인데 차를 대체 어떻게 할까가 조금 걱정되었지만 어떻게 되겠지 하고 잊어버렸다. 너무 몸이 구겨져 중간에 좀 쉬면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어떤 주유소 근처에 차를 세우고 반이 싸온 깻잎, 콩잎, 밥, 빵, 그리고 별이 센스있게 얼려온 막거리를 돌려 먹는다.

 

또 한시간 못되게 달렸나? 월악 나루터. 여기서 은이 합류. 한팀은 타고 오늘 잘 만한 곳을 물색하고 그쪽에 차를 세우고 거꾸로 걸어오고, 나머지는 여기서 목적지 까지 걸어 가다 만나기로 했다. 날은 무지 뜨겁고, 길엔 차가 생각보다 많다. 아무래도 국도 변이라서 그런가. 그래도 마음은 들뜬다. 걷다가 길이 도로 가에서 박쥐를 발견하고 들어올려 풀숲에 올려 놓는다. 공이 다시 살며서 만져주고 떠난다. 나는 얼굴을 찡그릴만큼 두려워 하지 않았지만 만지지는 못하겠다. 박쥐라니. 죽은 개구리, 나비들의 몸을 썩을 만한 곳 순환할 만한 곳을 찾아 옮겨주는 그들.

 

아직 들이나 반, 리, 은 과 같은 처음보거나 본지 얼마 되지 않은 친구들과는 어색하지만 어색하지 않은거 같기도 하고. 각자의 걸음을 걷는다. 짐은 차에 실려 있어 작년 보다 훨씬 가볍다. 차에 짐을 싣고 걷는다는게 괴상하지만. 아무튼 차가 좀 고만좀 다녀 주었으면.. 하는데 길가로 물이 흐르는 것이 보인다. 자연이 스머프 같은 공이 풀숲을 헤치고 내려가고 조금 망설이다 우리들도 내려간다. 계곡이다. 쨍한 물을 기대하고 발을 담가 보지만 물이 뜨듯하다. 발에는 이끼가 미끌미끌. 물은 맑아 보였는데.. 그래도 한참을 발을 담그고 쉬다가 올라가는 길을 찾아 물로 , 바위로 헤매다 다시 도로로 가는 길을 찾았다. 산으로 둘러싸인 길이 아름답다.

 

이내 차타고 갔던 이, 반, 리 팀과 마주쳤다. 반갑다. 모르는 사람도 아닌데 언제 마주칠지 모르고 걷다가 이렇게 마주치니 반갑다. 계속 걷는다. 사과 밭들이 계속된다. 목이 마르고 배가 고파 떨어진 사과라도 주워 먹어볼까 하고 밭쪽으로 몸을 옮기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사과를 따고 계신다. 주워 먹긴 글렀고, 오천원 어치만 주세요, 한다. 상처나서 상품가치 떨어지는 것들을 덤으로 해서 거의 스무알 되도록 사과를 안아름 받았다. 빨간것을 반쪽씩 베어무니 꿀맛이 따로 없다. 올해 먹은 사과 중에 최고다. 아그작, 아삭, 하늘은 조금씩 어스름해지고 얼굴들은 분홍빛으로 사과처럼 행복하다.

 

신현리?인듯 한 마을 초입. 몇은 가게앞 평상에 앉아 쉬고,  나는 공, 이, 은과 먼저 올라간다. 은이 무주에서 머물며 이의 집의 으름을 따먹은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무슨 맛인지 몰라 부럽다. 애벌레 같지만 바나나 보다 10배쯤 달고 맛있다, 아이스크림같다 뭐 이런 표현에 점점 궁금해지는데 길가에 으름덩굴들 발견. 으름이 열려 있다. 공이 " 아 , 나 기도했는데! " 신나서 으름을 따보려 하지만 손이 닿지 않는다. 손이 닿는 곳에 열린것들은 이미 마을 사람들이 다 따먹었으리라. 포도밭의 여우처럼, 섭섭하게 돌아선다. 쩝쩝, 

 

잘곳은 마을 웃쪽에 두둑하게 올라온 곳에 작은 공터. 터 좋다. 벌써 화장실을 어디로 할것인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자리를 깔고 밥을 한다. 뒤늦게 도착하는 새를 데리러 생과 이 그리고 은이 장도 볼겸 차를 끌고 나선다. 쩝. 차가 있으니 이렇다. 입이 쓰다가도 그런데 뭐 그렇지뭐. 그런다. 일교차가 커서 추워진다. 긴팔과 내복바지를 챙겨입고 앉아, 밥 술을 먹기 시작한다.

 

 

12명이 모여 반찬을 꺼내니 너무 풍요롭다.   깔깔하하 모두 들떠있다. 하늘엔 별이 깔리고, 빌려온 작은 스피커를 이용해서 음악을 틀고,초를 켜고, 너무 단 동동주를 돌려 먹다 시도 읽고, 서로를 알아간다. 여기저기 가서 오줌을 누고 , 노상 대변도 하고... 깜깜하면 그런 부끄러움 위화감 이 사라진다. 게다가 술에 분위기에 취했으니..오줌을 누고 모여있는 쪽을 보니 따듯하게 빛난다. 누구는 일찍부터 누구는 12시가 다되어서 잠을 청한다.  침낭에 들어가 잠이 든다. 땅에 드러누워  찬밤공기 속에서 별을 보면서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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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5 13:31 2008/09/25 1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