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3일 - 9월 22일 까지 여행 . 그냥 하나의 포스트에 한꺼번에 정리하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또 길어진다. 10일치를 이리 세세히 적게될까 모르겠는데... 쓰다보니 새록새록.

 

9월 13일  토요일

 

혼자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집을 대충 정리해 놓고 지하철을 타고 천안 역으로 출발. 천안역에서 길, 이, 공, 생, 별을 만나서 부산서 차를 가져온 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곳으로 나갔다. 김해에서 차를 같이 타고 온 새로운 친구 반, 리 그리고 들이 한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저 차에 우리가 다 탈수 있을까?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몸과 짐을 마구 구겨 넣고  월악 나루터로 출발했다. 속으로 걷기 여행인데 차를 대체 어떻게 할까가 조금 걱정되었지만 어떻게 되겠지 하고 잊어버렸다. 너무 몸이 구겨져 중간에 좀 쉬면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어떤 주유소 근처에 차를 세우고 반이 싸온 깻잎, 콩잎, 밥, 빵, 그리고 별이 센스있게 얼려온 막거리를 돌려 먹는다.

 

또 한시간 못되게 달렸나? 월악 나루터. 여기서 은이 합류. 한팀은 타고 오늘 잘 만한 곳을 물색하고 그쪽에 차를 세우고 거꾸로 걸어오고, 나머지는 여기서 목적지 까지 걸어 가다 만나기로 했다. 날은 무지 뜨겁고, 길엔 차가 생각보다 많다. 아무래도 국도 변이라서 그런가. 그래도 마음은 들뜬다. 걷다가 길이 도로 가에서 박쥐를 발견하고 들어올려 풀숲에 올려 놓는다. 공이 다시 살며서 만져주고 떠난다. 나는 얼굴을 찡그릴만큼 두려워 하지 않았지만 만지지는 못하겠다. 박쥐라니. 죽은 개구리, 나비들의 몸을 썩을 만한 곳 순환할 만한 곳을 찾아 옮겨주는 그들.

 

아직 들이나 반, 리, 은 과 같은 처음보거나 본지 얼마 되지 않은 친구들과는 어색하지만 어색하지 않은거 같기도 하고. 각자의 걸음을 걷는다. 짐은 차에 실려 있어 작년 보다 훨씬 가볍다. 차에 짐을 싣고 걷는다는게 괴상하지만. 아무튼 차가 좀 고만좀 다녀 주었으면.. 하는데 길가로 물이 흐르는 것이 보인다. 자연이 스머프 같은 공이 풀숲을 헤치고 내려가고 조금 망설이다 우리들도 내려간다. 계곡이다. 쨍한 물을 기대하고 발을 담가 보지만 물이 뜨듯하다. 발에는 이끼가 미끌미끌. 물은 맑아 보였는데.. 그래도 한참을 발을 담그고 쉬다가 올라가는 길을 찾아 물로 , 바위로 헤매다 다시 도로로 가는 길을 찾았다. 산으로 둘러싸인 길이 아름답다.

 

이내 차타고 갔던 이, 반, 리 팀과 마주쳤다. 반갑다. 모르는 사람도 아닌데 언제 마주칠지 모르고 걷다가 이렇게 마주치니 반갑다. 계속 걷는다. 사과 밭들이 계속된다. 목이 마르고 배가 고파 떨어진 사과라도 주워 먹어볼까 하고 밭쪽으로 몸을 옮기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사과를 따고 계신다. 주워 먹긴 글렀고, 오천원 어치만 주세요, 한다. 상처나서 상품가치 떨어지는 것들을 덤으로 해서 거의 스무알 되도록 사과를 안아름 받았다. 빨간것을 반쪽씩 베어무니 꿀맛이 따로 없다. 올해 먹은 사과 중에 최고다. 아그작, 아삭, 하늘은 조금씩 어스름해지고 얼굴들은 분홍빛으로 사과처럼 행복하다.

 

신현리?인듯 한 마을 초입. 몇은 가게앞 평상에 앉아 쉬고,  나는 공, 이, 은과 먼저 올라간다. 은이 무주에서 머물며 이의 집의 으름을 따먹은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무슨 맛인지 몰라 부럽다. 애벌레 같지만 바나나 보다 10배쯤 달고 맛있다, 아이스크림같다 뭐 이런 표현에 점점 궁금해지는데 길가에 으름덩굴들 발견. 으름이 열려 있다. 공이 " 아 , 나 기도했는데! " 신나서 으름을 따보려 하지만 손이 닿지 않는다. 손이 닿는 곳에 열린것들은 이미 마을 사람들이 다 따먹었으리라. 포도밭의 여우처럼, 섭섭하게 돌아선다. 쩝쩝, 

 

잘곳은 마을 웃쪽에 두둑하게 올라온 곳에 작은 공터. 터 좋다. 벌써 화장실을 어디로 할것인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자리를 깔고 밥을 한다. 뒤늦게 도착하는 새를 데리러 생과 이 그리고 은이 장도 볼겸 차를 끌고 나선다. 쩝. 차가 있으니 이렇다. 입이 쓰다가도 그런데 뭐 그렇지뭐. 그런다. 일교차가 커서 추워진다. 긴팔과 내복바지를 챙겨입고 앉아, 밥 술을 먹기 시작한다.

 

 

12명이 모여 반찬을 꺼내니 너무 풍요롭다.   깔깔하하 모두 들떠있다. 하늘엔 별이 깔리고, 빌려온 작은 스피커를 이용해서 음악을 틀고,초를 켜고, 너무 단 동동주를 돌려 먹다 시도 읽고, 서로를 알아간다. 여기저기 가서 오줌을 누고 , 노상 대변도 하고... 깜깜하면 그런 부끄러움 위화감 이 사라진다. 게다가 술에 분위기에 취했으니..오줌을 누고 모여있는 쪽을 보니 따듯하게 빛난다. 누구는 일찍부터 누구는 12시가 다되어서 잠을 청한다.  침낭에 들어가 잠이 든다. 땅에 드러누워  찬밤공기 속에서 별을 보면서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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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5 13:31 2008/09/25 1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