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해당되는 글 7건

  1. 삼각형 (2) 2010/06/29
  2. 문경새재, 가은 작은방 (7) 2008/10/07
  3. 마고 콴 나이트, 절단된 몸 (2) 2008/10/07
  4. 배운다는 것은 (4) 2008/08/31
  5. 제주 - 물드리네 (8) 2007/12/03
  6. 살살 떠난다 (8) 2007/07/30
  7. 이매진-현실적인'여자'만화 (1) 2004/09/05

삼각형

from 그림독백 2010/06/29 21:07

삼각형

 

2009, 수성펜, 과슈

 

 

너무도 진부하지만 선악을 넘어선 힘, 상태....

 

 

그런데 제목을 정하는건 중요하고 어렵다.

삼각형과 보아뱀의 뱃속

어느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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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9 21:07 2010/06/29 21:07
9월 15일 월

앞으로 일주일정도 장기 여행 예정인 나와 [이], [붕]의 일정이 문경 - 괴산 - 상주 - 함양- 산청이라 , 차를 가지고 내려가는 길인 [들]이 하루더 함께 여행할겸 차를 태워주기로 했다. 일단 문경으로 향했고, 거기서 걸을만한곳을 걷자 했다. 차에서 [들]이 문경새재길이 예쁘다했고 안가본 사람이 많아 그럼 한번 가보자 하고 문경새재.

음 다행히 입장료는 없어졌다. 근데 입구부터 사람이 많아 역시 관광지로세. 이런곳을 굳이 걸어야 하나. 하면서 좀 그랬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길 잘했다 싶다. 한번 가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3관문까지 걷는 길을 꽤 길었고, 길도 예쁘고 무엇보다 맨발로 차 없는 곳에서 그야말로 '초록, 초록'인 곳을 걸으니 좋았다. 예정에 없었지만 좋구나. 이런것도 좋네. 조금 같이 보조를 맞추어 걸으며 떠들다가 이내 각자의 속도로 따로 또 같이 걸었다. 발바닥에 찬기운, 깔끄러움, 따가움, 부드러움, 춤추는 것같은 당신의 뒷모습. 너리너리 발바닥 바지자락. 어딘가를 바라보는 뒷모습들.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속을 저어다녔던 것 같은데 기억 불명.
내려오는 길에 도토리묵, 두부김치를 먹고 [들]과 무슨무슨 이야기를 나름 집중해서 하며 내려왔고,
해넘어가고 가은에 도착.

가은에 귀농해서 살고 계신 [박**]씨가 참여하고 있는 "작은방"이라는 마을 공동체 공간에서 하루 자기로했다. [박**]씨가 운영하고 있는 천연염색 옷집에 들려 옷구경도 하고 차도 마셨다. 만나본 친구들에게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 매력적인 분이 었다. 음 뭐랄까 세련되기도 했고 자기만의 색이 확실해 보이기도 하고 선이 굵고 진한? 근데 안불편하고 친근한? 두렵지 않은.  그분이 입고 있는 옷이 너무 멋져서 다들 감탄을 했는데 , 바지가 좋다 하니 당장 벗어 주신다. 내가 입으니 너무 커서 매무새가 전혀 달랐지만 암튼 좋아라 얻었다. 여벌 바지를 들고 가지 않았었는데 덕분에 여행내내 그 옷으로 편하게 다녔다. 지금도 집에서 입고 있다.  같이 왔던 [들] , [반] 은 옷도 사고 , [리]도 이쁜 분홍 바지를 얻어가지고 아쉬움을 뚝뚝 흘리며 부산으로 김해로 내려갔다. [들]은 진짜 아쉬워 보였는데.. 왜 이제서야 이리 좋은데로 왔냐 하면서. 그래서인지 여행이 끝나고 계속 [들]이 생각났다.

[박**]씨가 마을에 친구분이 생일이라서 축하해주러 갈건데 같이 갈꺼냐 해서 그것도 재미있겠다 싶어 함꼐 나섰다. 무슨 공원 같은데서 만났는데, 파티자리를 생각하고 갔더니 생일이라는분 딱 한분 앉아 계서서 살짝 머슥했다. 그래도 생일 축하 해주고 술좀 먹다 보니 좀 피곤한 일도 생기도 피곤하기도 하고 해서 우리들은 슬그머니 꽁무니를 뺐다.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인 "작은방"은 상당히 쾌적한 공간이었다. 요며칠 노숙을 해서 그런게 아니라.. 나무로 직접만든 책장이며 마루며.. 부엌도 있고.. 이곳은 마을 사람들. 아이들이 서로 뭔가 공부하고 싶은게 있으면 제안하고 서로 가르쳐주고 그외의 모임들도 하고 하는데 쓰는 공간이라고 한다. 여기저기서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구나. 내가 생각하는 미래들이 이미 현재이구나 싶은게 기분이 좋더라. 술도 한잔하고 피곤도 몰려오니 금새 잠이 들었다.



그날밤 그 공원에서 엄청난 현장을 포착한 사진이나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9월 16일 화

가은, 작은 방에서 6시쯤 일어났다. [생], [이] 일어나서 밥을 앉히고 두부, 콩나물을 사다가 콩나물 된장찌개, 콩나물 무침을 해서 [박**]씨를 모셔다 아침을 함께 먹는다. 아침부터 하늘재라는 곳에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날 [박**]씨가 하늘재에 갔다가 온천을 가면 어떻겠나는 말에 [이]가 두손을 모으며 눈을 빛내면서 "온천? 우와 나 한번도 안가봤어!"라고 의외로 호응을 생긴 계획이다. 게다가 나는 이전 여행내내 달거리 중이었기때문에 너무 씻고 싶어 완전 땡큐였고..

하늘재가 가까운 덴줄 알았는데, 차를 타고 가야 하는곳이었다. 음 또 차를 탔다. 이런.. 상당히 긴시간.. 게다가 어제 거처온 문경쪽. 이게 어찌된 일인가 좀 씁쓸해하면서 갔지만, 하늘재 좋았다. 모시풀, 여뀌등의 풀들이 염색재료라는 이야기도 듣고  사람도 없는 숲속 오솔길같은 느낌이라 마음이 막 평안해졌다. 그리고 신나기도했고. 그 생명들..





내려와서 기대하고 고대하던 온천. 난 친구들이랑 목욕탕에가서 처음으로 같이 다니는 거라 기분이 진짜 신기했다. 그 전에 사무실 엠티때 같이 온천 찜질방같은데 간적 있지만 서로 부끄러워서 데면데면 하고 마주치지 않으려 했기에;;;  암튼 다정한 느낌. 온탕에 들어갔다 냉탕에 들어갔다. 몸에 피가 순환되는 저리저리한 느낌. 노천탕에도 가보고. 다 다르게 생긴 몸들. 부드러운 느낌. 등도 밀어주고. 말랑말랑한 느낌.  냉탕에서 쏟아지는 물을 맞고 있는 뒷모습들. 아름다워. 증기 사우나 . 목매달린 사람같이 수건을 얼굴에 감싸고 서있던 사람. 사람들이 벌거벗고 증기속에 앉아 있는 풍경. 비현실적이면서 상당히 현실적인. 육체들. 그림으로 그리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잠시했다. 발갛고 부드러운 얼굴 상쾌한 느낌. 럭셔리한 여행
이구나야.


[생]은 오늘 낮에 서울로 올라가야 하기에 12시 반쯤 정리하고 나와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 상도 완전 화려했고. 여러 나물들, 야채들을 먹고, 먹느라 정신없어 [생]의 배웅도 생략하고 보내버렸다. 그렇게 그렇게 먹고 남은 것들을 빈 통에 싸가지고 이제 짐을 메고 괴산 수진의 집으로 떠난다. 하필이면 낮 2시 뙤약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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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7 14:01 2008/10/07 14:01

nest


after math1

내가 이 시리즈를 만들 무렵, 나는 내 인생에서 외롭고 혼란스러운 전환점을 지나고 있었다. 가끔 길을 걷다 보면 바람이 불고 그리고 이를 춥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러다 갑자기 내가 불안하고 고통스럽다는 것 자체가 내가 느낄 수 있고 살아있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에 행복해 지기도 한다. 또한 이 시리즈에서 대부분의 사진들은 침대와 바닷가에서 여성을 벌거벗기고 찍었던 수많은 사진들을 인용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한 사진들은 아름답기는 하지만 여성을 하나의 사람이란 존재에서 미에 대한 편견에 근거해 단순한 사물로 변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잔혹하기도 하다. 여성의 신체를 절단해서 말 그대로 사물로 전환하는 것을 그러한 역사를 지적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보았다.


월간 사진 마고 콴 나이트(Margo Quan Knight) 인터뷰 중에서..




신체의 절단과 배치, 융합, 여성, 덩어리, 몸, 바느질,

그리고 특히 나는 왜 가슴에 집중할까? 좀전에도 나는 가슴에 집중한 그림을 그렸는데..왜?

업드린 자세에서의 보여지기만 함. 그것의 불편함과 쾌감.
표현과 세계.

세계로 던짐. 내보임.

피드백.

존재의 확장, 확인?

조작과 사실,


Margo Quan Knight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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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7 02:10 2008/10/07 02:10

배운다는 것은

from 텍스트 2008/08/31 15:14
나는 새로운 미지를 배운다는 것은 시간을 들이고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임을 그에게서 배웠다. 실력이 늘지 않을 때는 기초적인 기술을 충실히 연습하고 실력이 쑥쑥 붙을 때는 기술을 앞질러 기력과 경험을 쌓는다. 그 반복을 무모하리만큼 계속하면서 지름길로 이상에 다가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38

요시모토 바나나, 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며칠전에 o를 만났는데 지하철에서 차를 기다리는 동안에 재미있다면서 빌려줬다.  오랜만의 바나나구나. 읽을 책이 책상과 가방에 가득이라는 것을 떠올렸지만 받았다. 단숨에 읽으려면 읽을 수도 있는 분량, 내용인데 찔끔찔끔 보고 있다.  워낙에도 성격이 그렇지만, 요즘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이거하다 저거하다 하는거.. 이거 하다보면 저거 하고 싶고 저거하다보면 이거할 시간이 없어지는거 아닌가 하고 조바심나고..

책을 붙잡고 있어도 네그리를 보다가 커트보네거트를 들었다가 인터넷에 관한 책을 뒤적이다 신화를 들여다 보다가 고흐를 보다가 세계사를 보다가 푸코를 보다가....어느날엔 일본어 책을 들었다가 영어를 공부해보려고 생각하다가 또 프로그램을 해야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들다가 ... 요리를 하고 청소를 하고 있는 나..

작년 11월에 한달 쉴때 기타를 배우겠다고 할때가 생각난다. 그때는 그것만 붙잡고 있어도 조바심 같은거 나지 않았다. 어차피 나에게 주어진 한달은 짧으니까 하고 생각해서 그랬을까? 무기한이라는 시간은 다르다.
 

7월 부터 어느새 8월 말.
두달이나 흘렀다.
사무실에는 사무실대로 나가고,
돈이 필요하니까 돈을 벌고,
불안하긴하다.
뭐할려고 어디로 가고 있는거지?


분명한 의지라...
일단 욕구가 많은 만큼 막연한 탓인가?
비교도 하지말고 조바심은 내지 말자. 어떻게 되겠지.
그동안 종종거렸더니 몸에서 신호가 왔다.
간만에 집에 가만히 있다. 나쁘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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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31 15:14 2008/08/31 15:14

제주 - 물드리네

from 너에게독백 2007/12/03 15:45
11월 26일부터 12월 2일까지 제주도 여행기

1. 비행기와 자전거
2. 공항에서 신창리까지
3. 물드리네
4. 고산에서 우도까지
5. 우도에서 제주시, 그리고 서울


물드리네로 가는길, 차안에서 보니 밝을때 보면 참 이쁠거 같은데 어두울때 와 아쉽다.  도착하니 컴컴한데 마당에서 세사람이 일을 하고 있었다. 개집을 짓는다한다. 여자 둘과 남자아이 하나가 망치질을 하고 있다. 너무 어두우니 이만 접자면서 우리를 불러 자 이것 좀 옮겨달라 바로 일에 투입이다. 안녕하세요 한마디 하고 통성명도 안했는데. 흐흐.  뭐 일이랄것은 없고 쓰던 나무들을 한 곳에 모아 비올것을 대비해서 비닐을 씌우는것을 도왔다. 그리고 집에들어서니 집이 참 소담하다. 갈색 빛 커튼, 보자기, 방석이 자연스럽게 앉아 있고 통나무로된 탁자 겸 식탁 그리고 안쪽에는 난로까지. 좋구나..  두리번 거리고 있어도 말거는이 하나 없고 각자일에 바쁘시다. 약간 어색하니 앉아 있으려니 자인이라는 분이 말을 걸어오신다. 자인씨는 이 집에 사는 분은 아니고 친구분이신데 일이 많아 도우러 왔다고 하시며 이것저것 물으신다. 밥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니 그곳에는 총 세명이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다. 까무잡잡하고 장난기 어리게 생긴 소년같은 미선과  안경 위로 눈을 치뜨는게 너무 귀여운 선자 그리고 미선의 아들 복숭아 같은 얼굴을 가진 소년 하린. 

저녁밥상이 차려지고 이완과 나는 당황했다. 정성스럽게 하나하나 까서 올린 꼬막들이 한접시에 갈치 무조림이 올라와있는게 아닌가. 이건 분명 우리를 위한 특별 요리인거 같은데.  마주앉아 눈짓을 주고 받다가 나는 그냥 웃으며 조용히 피해 먹었다. 그런데 한분이 갈치조림 많이 있으니 좀 먹으란다. 당황하고 이를 어쩌나 하는데 이완이 대뜸 말을 한다.

"저희가 채식을 해서요 , 저희가 반찬을 가지고 온게 있는데.."
 뭐 결론은 아주 심플했지.
" 아 그래요?  그럼 진작 말을하지 편안히 먹어요." 
" 역시 평소에 먹던대로 먹어야돼~"
이완과 내가 싸온 반찬을 꺼내니 한상이다. 콩장, 채식 김치, 무말랭이, 김, 깻잎..

난 왜  그 순간 긴장했을까, 그냥 자연스럽게 말하면 되는것을. 내가 참 언제나 갈등 상황을 회피하는구는 하는 생각도 들고, 아니 늘쌍 갈등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긴장하고 사는구나 싶기도했다. 아무튼 그 순간의 즐거운 전화는 나에게 충격이었다.  왜 채식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호의적으로 듣고 싶어하고 아들 하린에게 들려주고 싶어하며, 채식을 하는 사람을 만나 반갑다는 소리까지. 우리가 싸온 반찬도 참 맛있게 나누어 먹고 하니 참 좋았다.

이 집서는 우리를 묵어가게 해줄 요랑으로 저녁에 받아들였다는것을 알았다. 우리는 오기전에 연락했을때 하루 묵어가는 것은 어렵겠다고 하셔서 S의 어머니 집에 묵어가겠다 이미 약속을 해버렸는데 말이다. 알고보니 이 분들은  자신들도 우리를 본적도 없는 사람인데 전화통화만으로 재워주겠다고 하는것은 어려웠고 낮에 오면 같이 보고 하는거 봐서 이쁘면 재워주자 하고 계셨단다. 그렇지, 듣고보니 그것도 그렇다. 그래서 이날은 S의 어머니와 약속이 있으니 가서 자고 , 다음날 와서 일을 돕겠다 했다. 어차피 여유있게 다니기로한거 오늘 잠깐 이렇게 스치고 가서 뭐 하나 싶기도 하고 일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고.

모두의 경이로운 눈빛을 받으며 남 한그릇 먹을때 밥을 3그릇이나 해치우고, S의 어머니께 드릴 천연염색한 손수건을 사서 다시 그집으로 향했다.

S의 어머니는 정말 다감하신 분이라 우리를 너무 걱정하고 계셨던거다. 밥먹기 전부더 사이사이 계속 전화가 왔고 날이 어두운데 자전거를 타고 온다니 어디냐.. 낙천리에요 했더니 거기가 얼마나 멀고 어두운데 거기 있느냐 차를 가지고 데리러 오시겠다 하시는것을 극구 만류하고 갔더니 면사무소 앞에 차를 타오 나오셔서 기다리고 계시다. 아이구.. 죄송해라. 어머니 차를 타고 1-2분 들어가니 집이다. 어머니가 참 귀여우시다. 말투랑 표정을 여기에 어떻게 설명하랴. 혼자 살아 집안 꼴이 말이 아니라며 걱정하시고, 반찬이 없다 걱정하신다. 뭐 우리는 아뇨 아뇨 괜찮습니다하는데도.. 너무 잘해주셨는데 , 다음날 새벽에 일을 나가셔서 간다 인사도 못하고 나와서 정말 죄송했다.

첫날 묵은집

그날 밤 수첩에 쓴 메모에 이리 적혀있다.
모든게 원래 그러기로 했다는듯이 굴러간다. 걱정은 필요없다. Don't  Panic!
천천히 떠돌고 싶다. 웅크리지 않고 , 지레 걱정하지 않고. 


그렇게 긴 하루가 가고 둘째날.

느즈막히 일어나 어머니가 꺼내놓고 가신 반찬과 밥을 챙겨먹고 고구마를 싸들고 물드리네로 향했다. 짐이 없어서인지 (짐은 물드리네에 전날 두고 왔다) 자전거는 어제보다 훨씬 편했다. 밤에 지나올때는 볼 수 없었던 풍경들을 지나친다. 어제와는 다르게 바람이 거세다. 밭들, 갈대들, 자전거를 지나치면 푸드득 날아오르는 겁많은 꿩들, 가다 길을 잘 못들어 쉬는 김에 몰래 귤도 따먹고 , 파랗고 녹색인 그라데이션이 너무 예뻐서 잠시 서서 보니 브로콜리의 밭. 이렇게 저렇게 헤매면서 도착하니 11시가 다되었다. 밝은날 집을 보니 너무 좋다. 마당에는 배추, 나무 옆에 흰둥이, 뒷편에는 연못까지.



물드리네

물드리네 마당

연목

뒤켠에 있는 연못



이 앞에서 술먹으면 참 좋겠다


미선씨는 없고 선자씨 혼자 작년 감물 들였던 천에 쪽물을 다시 들이고 있다. 안에가서 몸좀 녹이고, 일할 마음이 들면 일을 시작하라며 안에 들여보내서, 우리는 들어와 연잎차를 먹었다. 난로가에서 그러고 있는데 이내 자인씨가 오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내가 어깨를 두드리니 자신이 전문가라 하시면 봐주시겠단다. 엎드리라더니 수건까지 가져오서셔 머리를 감싸서 뭔가 본격적으로 하신다. 전문가의 손길. 손끝이 여물다고 해야하나. 아프긴했지만 시원했다. 뭐 디스크 걸리기 쉬운 체형이라는 이야기를 하다가 몸에대해서 이야기했는데, 몸 을 돌보는것과 삶을 돌보는 것 그리고  다른 삶을 위해 활동하는것이 그래 맞다 이렇게 이어지지라고 새삼 다시 깨달았다. 이런거 너무 좋다. 몰랐던거 아니지만 어디선가 우연히 만난 사람들와 이야기하다가 이렇게 맞아떨어져 나가는거.



고구마 감자 구워먹은 난로.  이 집 겨울난방은 이 애 하나로 다 된다고.
위에 있는 돌은 잘때 하나씩 들고 들어가서 배에 올려 놓고 잔다. 완전 따듯. 해달이 된거 같기도하고.




나가서 일을 시작했다. 우리가 한 일은. 상상치도 못했고 생전 처음하는 일이었다. 이런일을 하게 될 줄이야.. 여름에 감물 들인 천을 말릴때 날아가지 말라고 송곳을 꼽아 두는데, 그 송곳을 내년에 다시 쓰기 위해 씻어두는게 일이었다. 그렇게 많은 송곳도 처음본다. 녹슬고 감물이 굳어진 송곳을 닦는데 , 그래도 금새 끝날줄 알았다. 완전 단순 노동이었는데.. 음 두시까지 하고 나니가 10분의 1이나 했나? 걱정이 엄습해온다.
밭에서 딴 배추랑 여러가지 채소들과 함께 밥을 먹고 또 한참 난로 앞에서 수다를 떨다가 다시 일을 시작했다. 날도 추운데 일은 도무지 끝날 기미가 안보인다. 5시쯤 들어가서 고구마를 먹고 아침에 미선씨가 나갔다가 외상값 대신 받아온 국수를 끓여 먹었다. 미선과 선자씨가 국수를 하도 좋아하는것을 본 한 친구가 백석의 국수라는 시를 국수먹을때 꼭 소리내어 읽어달라했다며 국수를 먹고나서는 시낭송회도 했다. 백석의 시는 역시 멋지다. 그리고 나서 내가 집에서 싸온 고구마를 또 난로에 구웠먹었는데.. 괴산 호박고구마가 여기서도 인기가 엄청 좋았다. 이왕 시작한거 끝은 봐야지 싶어 밥먹고 또 일에 들어갔다.




아 단순노동을 계속 하려니 점점 정신은 혼미해지고, 손마디 마디가 뻐근하다. 낮에는 밖에서 하다 밤부터는 작업실에서 했는데 문닫고 있으려니 세상이랑 괴리된거 같고ㅡ 무슨 새우잡이 배에 타고 있는거 같았다. 크 . 그러다 나가서 연기를 피워올리며 하늘을 보니 이야. 점점 날이 개서 하늘이 아주 맑다. 별이 총총총 . 감동적이다. 거의 밤 11시가 되어서 끌려 들어왔는데, 결국  한시간분량을 남기고  들어왔다.



이때부터 막걸리를 조금씩 먹으며 이것 저것 이야기를 했다. 귀농에 대한 이야기, 공동체의 배타성, 감시에 대한 이야기,비혼에대한이야기..  비혼이라는 말만 있고 아직 내용이 풍성하지 못하다. 비혼 공동체가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가. 아플때도 죽을때도 그곳에서 있을수 있어야 한다는 고민, 때문에 보험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어떻게 해야하는가 등을 이야기 해보고 있다는 고민들을 들었다.

난 피곤에 못이겨 혼자 먼저 일어나 잠자리에 들었는데.
씻을까 말까 하니 "이녘 몸냥하시오" 한다. 당신 마음대로 하라는 뜻인데 몸냥이라는 말이 참 이쁘다는 이야기를 했다. 몸이라고 써놨지만 아래아 붙여서 마음이라는 의미고 몸이라고 발음되는...
몸하고 싶은대로가 마음가는대로고 마음가는대로가 몸가는대로.. 참으로 이쁘고 재미나고 편한 사람들과의 하루였다. 이런 인연들이 각각  잘 살다가 다시 잘 만나고 이어지고 하면 참 좋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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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3 15:45 2007/12/03 15:45

살살 떠난다

from 너에게독백 2007/07/30 09:30
음 드디어 오늘 살살캠프와 페스티벌을 위해 떠난다.
그런데 아직 짐도 안쌌다.
누구랑 같이 갈 약속이 없어져서 혼자 떠나게 되니 뭐 그냥 아무때나 나서면 되지 하는 기분이라..
블로그에도 오랜만에 들어온것 같고.
지금 사실 조금 설레이면서도 약간 귀차니즘 엄습의 상태라...
나비, 당고들이 쓴 포스팅을 지금 봤는데, 아 뭐랄까 시원하고, 지지하고 싶고 그러면서도 마음이 오그라든다.
나는 왜 덮어두고 넘어가려는 마음이 요즘 이렇게 커진걸까. 왜 이런식의 자기 방어를 계속 선택하게 된걸까 싶은게.. 혼자 가는 길이 심심하진 않겠다. 이것 저것 생각할거리가 많아서.

토요일날 비혼여성생태공동체 실험을 준비하는 친구들을 만나서 세미나를 했는데,
내가 6월부터 지금까지 5번째 달거리중이라고 배가 아프다고 했더니,
"야 넌 쉴때가 된거야. 니 몸이 화를 내는 거야." 라고 하는 친구가 있었다.
아. 정말 몸이 화를 내는거 같아.
그런생각을 해서 그런지, 아님 휴가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어제는 기운도 없고 비염도 도지고 -_- 아흑
그래도 간다~ 근데 아직 준비를 하나도 안했으 우짜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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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30 09:30 2007/07/30 09:30

순정만화건, 소년물이건, 성인물이건 장르/ 소재 /그림체 /스토리 상관없이 만화면 무조건 좋다하고 읽는 편이다. 한마디로 잡식성.그래도 역시 영원한 마음의 고향은 순정만화라고 생각한다.( 이 분류법은 사실 온당치 않은데 그렇다고 딱히 대신할 말이 없다. )

 

글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거나 할때처럼 만화를 볼때도, 이야기에 감정이입을 얼마나 시킬수 있느냐가 그 만화의 재미를 결정하는것 같다. 이건 읽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많이 달라질 거다. 그러니까, 성별이라던가 나이, 계급 등의 조건들 말이다.

 

나의 경우 소년물을 재미있게 보다가도 그 마초성이나, 여성에 대한 폭력들이 희화되어서 등장할때는 스토리에 집중하고 있던 자신이 싫어지고, 만화를 읽고 싶지 않게 되는일이 있다. 성인물은 더한데. 대부분의 성인물은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한 장면들이 주를 이루니..당연한 일이다.

 

그러니까 역시 마음의 고향은 순정만화인것이다.-ㅗ-;

 

그런데 요즘 순정만화에 대부분이 학원물 일색이 되어가는 것 같아 불만이다.

내가 학생일때는 감정이입이 너무나 잘되었으나, 어른의 이야기는 따로 있는법.ㅡ,.ㅡ;

 

30대는 말할 것도 없고 주인공이 20대 중후반인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20-30대 여성을 겨냥한 여성 성인 잡지도 시도(화이트라는 잡지였을거다.) 되었었으나 금방금방 망해 버리곤..내가본 남한 순정만화에만 국한해보자면 섹스신한번 현실적으로 나오는일이 없다.

 

 

그러던 차에 지난번 여름휴가때 [이매진],(사토루 마키무라作 )이라는 만화를 다시 보게 되었다. 동행과 콘도에서 책과 만화만을 읽으면서 뒹굴뒹굴모드로 2박3일을 보내기로 작정하고 만화책을 빌리러갔었는데. 나는 기존에 보던 만화들의 최신편을 몇권빌리고(카츠/쿠니미츠의 정치/허니와클로버) 동행에게 "이매진"을 추천했다. 그리곤 내가 빌린건 가는길에 버스에서 다 보고는..콘도에서는 2박 3일간 이매진만 서너번 본것같다.

이매진은 여자들이 보면, 시종일관 끄덕대면서 몇번이고 다시 읽을수 있는 그런 만화다.

특히나 요즘들어 학원물에 치여서 감정이입 못하던 어른 여자들이 읽을수 있는 몇 안되는 만화일꺼다.

 

 

 

이매진의 주인공은 두여자다. 엄마와 딸이라는 두여자.

엄마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고, 40이 넘은 나이에도 팽팽한 매력적인 여자로, 저돌적이고 에고이스트며, 딸에게도 자신의 섹스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개방적인 여자고 연애박사다. 반면 딸인 유우는 자아를 찾고 있는 20세의 나이고, 어려서 부터 엄마의 엄마역할을 하느라 가사일과 감정노동에 능하다.

 

이 만화는 이렇게 대조적인 '여자'둘이 동거를 하면서 생기는 인생과 사랑에 대한 에피소드를 가족으로서 보다는 선배여성과 후배여성의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유우와 엄마는 비슷한 시기에 각각 남자와 연애를 하는데,

유우가 흔히들 겪는 연애?어려움을 표현하는 캐릭터라면 , 엄마는 자신의 연애를 딸에게 독자에게 하나의 모범으로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테면, 대부분의 여자들이 겪는 어려움인 남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라던지, 원치 않았던 임신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엄마 캐릭터가 풀어내 주는거다.

 

 

아래는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장면중에 하나인데, 이 특별한 엄마와 딸의 관계를, 그리고 여자친구들간의 관계를 잘 표현한 장면이다.

 

긴머리의 여자가 엄마..

검은머리의 남자가 애인.

 


여자는 친구하고 죽을 정도로 얘기해.

몸에 대해 남자에 대해 섹스에 대해....

 

현실의 우리엄마랑은 섹스에 대해, 남자에 대해는 커녕 몸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기가 쉽지 않기때문에 조금 부러웠지만, 정말 연애를 할 계획이있는 , 혹은 하고 있는 , 혹은 그냥 심심한 여성분들께는 꼭 필독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이왕이면 남자들도..^^

 

 

(소개하다만 느낌이지만. 글이 생각보다 길어지니...귀찮아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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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05 01:14 2004/09/05 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