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 해당되는 글 8건

  1. 어떤 친구 (5) 2008/10/08
  2. 편지 (8) 2008/01/20
  3. 우도에서 제주시 , 그리고 서울 (4) 2007/12/05
  4. 제주 - 물드리네 (8) 2007/12/03
  5. 채식김장하는날 (17) 2007/11/20
  6. 고양이 알레르기 (15) 2007/10/21
  7. 왼손연습 (5) 2007/06/26
  8. 스펙타클한 주말 (14) 2007/06/04

어떤 친구

from 너에게독백 2008/10/08 15:21
어떤 친구의 블로그에 들어가서
예전글들을 , 내가 모르고 지냈던 그친구의 과거의 이야기들을 읽는다.
정말 일기 같아서, 일기장을 보는거 같다.

이렇게 자유롭고 여유있고 따뜻한 영혼이었구나.
그래 천진한 사람이었지. 문득 예전에 심술부렸던 시간이 부끄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하다.
뭐 그러기도하는거지. 암튼 글을 가만이 보자니 나도 웃음이 지어진다.
글만으로도 다시 그 친구를 좋아하게된것을 깨달았다. 

난 너를 좋아하게 되었어. 미안해 지난날 나의 심술.
응원할께. 너같은 사람이 필요해. 세계에는.
나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
그런 마음이 들었어.

문득 생각하니 그런 친구들이 가득있다.
지금은 조금 외로운 느낌이 들어도 목이 깔깔해도 그런걸 생각하니 문득 기분이 좋다. 괜찮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10/08 15:21 2008/10/08 15:21

편지

from 너에게독백 2008/01/20 01:00
짐싸다가 옛 편지를 모아둔 상자들을 오랜만에 열어봤다.초등학교때 부터 받은 편지들을 신발 상자에 모아뒀는데, 두상자나 된다. 뭐를 그렇게 써서 주고 받았는지. 하나하나 까서 읽어보니 역시 가관이다.  수험표도 발견해서 중학교때 얼굴 고등학교때 얼굴을 봤는데. 와우. 나 중학교때 좀 이쁘더라. 뽀얗고 똘망하니.... 근데 고3때부텀 약먹은애 같다. 눈은 풀려가지고 입주위에는 뭐먹은 자국에다가 아, 주접.

수많은 편지에 공통된 문장들이 꼭 나온다. 이를테면 "공부열심히해  / 나 죽었어 공부하나도 안했는데 / 우리 우정 영원히 변치 말자 / 나는 네가 너무 좋아 " 이런 문장들에 아무튼 공부안되고 공부열심히하고 어쩌고하는 내용들이다. 그리고 중간에는 " 아 너무 횡설수설이다. 미안 " 뭐 이런 말이 꼭 들어가고. 재미있다. 내 편지도 어디서 이렇게 모여 있으려나? 상상만해도 얼굴 화큰거린다.

 
이제는 연락이 끊어진 친구들이 거의 모두. 편지 보냈던 친구들 중 딱 하나 연락하고 있구나. 심지어 얼굴 기억안나는 녀석도 여럿이다.몇몇 편지는 역시나 내가 좋아하고 동경했던 이들의 것인만큼 여전히나 유별나고, 감동적이다. 보고 싶다. 뭐하고 있으려나?

명문들을 뽑아봤다. 웃다가 눈물난다.

"글쎄 내 짝이 전학 왔는데 하루라도 잘난척을 안하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애야. 첫날은 자기 아빠가 사장님이래나?...(중략)넷째로 자기차가 그랫죠래나?가 아니라 그랜저래나? 아이고 차에 카폰도 있데나? 정말 잘난애야. 개네 집에 가니까 게네 엄만 더하드라야! 게네집에 가니까 나보고 공부잘하니?그러드라 어우 역겨워 아무튼 방학해서 그꼴안봐다행이다. (중략)

p.s 이편지지는 원래 향수편지지다. 자스민향이래. 돈아까우니까 열심히 맡아. 외숙모 파마 하러 갈때 놀러갈께. 성적좀 가르쳐줘. 저번쓴 니 편지보다 글자수가 많을꺼야 골치아파서 못세겠으니까 세어봐 저번보낸 네편지 글자수는 410자정도 되더라. "
-초6 이**


그랫죠래나?에서 감탄.
어우 역겨워에서, 쾌감.
성적좀 가르쳐줘에서 비애.
410자에서 폭소.
글씨체도 호쾌하다.


"야, 근데 우리가 이렇게 서로 시를 주고 받으니깐 정말 60.70년대 문학소녀같다. 디게 재밌다. '이장희'가 정말 27살에 죽었니? 정말 나의 예민한 감수성은 그에 시에 이끌려서... 정말 난 요절한 사람을 좋아하나봐. 맘에 드는 사람을 보면다 젊은 나이에 미처서 죽더라. 나두 그렇게 되면 어떻하지"
-중3 이** (위의 어린이와 동일인물)

귀여워 죽겠어!
내가 아마 '봄은 고양이로다'를 적어 보냈나보다.


"지금 남의 나라가 전쟁을 하든 굶어 죽든간에 우리는 나는 잘먹고 잘살면 만사 O.K인가? 그냥 난 나대로 살면 되나? 우리가 전쟁한다고 그 나라가 도와주는것도 아닌데 나는 나대로 살면 되지 않을까? 그렇다고 그런거 신경쓴다고 되는일 하나없고 ......그냥 그렇게 살면 되는걸까?
'인류'라는 것, '인류애'내지는 '박애'라는거. 그것도 정신이 날조한 공상에 지나지 않는가? 오직 개인, '나'라는 자신만이 삶의 척도일까?"
-고1 이**(위의 어린이들과 다른 인물)

오 이런 편지도 썼었단 말인가. 새삼 놀랍다. 내 편지들은 뭐라고 쓰여져있을까.
(뭐 안봐도 뻔하다. 다 버려졌기를...오)



산 비둘기
--장콕토

두마리의 산비둘기가
상냥한 마음으로
사랑을 하였습니다.

그 나머지는
차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중학교때 특별히 친하지 않았던 친구한테 받은 편지 중 봉투에 쓰여져 있던 시,
장콕토? 라고 하며 새삼 보니 재미있는데? 크크 편지내용도 담백하니 좋아서 너무 귀엽고 끄덕댔다는.
뭐 자기는 국교시절 친구들이 미웠는데, 나를 비롯 우리반 친구들로 인해 착한 친구가 있다는걸 알겠되었다는 내용이다.

"난 너무 감격스러워. 내 자신이 이런걸 깨달을 수 있단 사실이 ."


그러게, 너무 감격 스러웠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01/20 01:00 2008/01/20 01:00
11월 26일부터 12월 2일까지 제주도 여행기

1. 비행기와 자전거
2. 공항에서 신창리까지
3. 물드리네
4. 고산에서 우도까지
5. 우도에서 제주시, 그리고 서울


드디어 마지막 일기가 될것인가.

#우도- 조천 : 바람과 씨름하다

닷새째는 보일러 꺼진 방에서 추위에 오들대며  아침부터 식은 밥을 먹고, 김밥용김에 딱딱하게 굳은 찬밥을 고추장에 대충비벼 말아가지고 점심을 마련해서 출발했다. 이제 반찬이 고추장이랑 김, 양파짠지 밖에 남지 않았다. 찌뿌두한 몸으로 밖을 나서니 전날 저녁부터 무섭게 불어대던 바람이 계속이다.  9시배를 타고 나가려면 한 40분 정도 우도를 돌 시간이 나서 해안도로를 조금 돌다가 시간이 되서 하우목항에 표를 사러 갔다. 에 그런데 하우목항에서는 11시부터 나가는 배가 있단다. 우도에는 우도항, 하우목동항 두곳이 있는데, 우도항에서나 9시에 배가 있다는거 .. 그래서 그때부터 미친듯이 달린다. 해안은 바람이 더 거세고  마을이 더 좋으니 마을쪽 길로 가자 해서 급히 달리며 우도를 마지막으로 핥아 먹고 아슬아슬하게 배를 탔다. 나는 먼저가서 배를 잡고 이완은 표를 끊어오니  가까스로 탈수 있었다. 아 우도 안녕!

이날은 공룡이 소개한 조천에 있다는 애기똥풀님 집으로 목적지를 잡았는데, 이곳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해안가에 있는 곳이 아니다. 성산항에서 한번도 달려본적 없는 도로로 갈것인가 돌아가는 길이지만 안전한 해안도로로 가다 조천리에서 안으로 들어갈까 고민이 된다. 성산항 대합실에가서 몸도 좀 녹이고 한번 물어보자 해서 대합실에 들어갔다. 들어가니 컴퓨터가 있어서 그 김에 일요일 서울에 올라갈 비행기 표를 알아보니 에고 딱 아침 9시 표밖에 남지 않았다. 급히 표를 예매하는데 어쩌다 보니 거의 한시간이 흘러버렸다. 율무차 한잔씩을 먹고 직원들에게 길을 물으니 해안도로가 아니면 자전거 도로도 없고 위험해서 못간다고 겁을 준다. 그래 할 수 없지 돌아가자하고 나섰다. 가다가 갈수 있으면 한번 가보고.

바람이 바람이 미친듯 분다. 온몸을 때리고 밀어내는거 같다. 지금까지 바람은 바람이 아니었던가. 내리막에서도 패달을 놓으면 자전거는 정지한다. 구름에 해도 가려서 추워죽을거 같다. 짜증이 밀려온다. 바람과 씨름을 하면서 바람에게 애원하고 성질내고 욕하면서 혼자말을 해봐도 달라지는건 없다. '이봐 그만할때도 됐잖아. 아 제발 좀 날 놔줘. 이제는 좀 뒤에서 밀어주면 안되겠니?' 진짜 속으로 계속 이야기를 했다. 이제 이완이 말하지 않아도 히치가 절실하다, 쌩쌩 지나치는 트럭 뒤꽁무니를 매달리듯 처다보다가 결국 세화까지 4-5키로를 남기고 트럭을 얻어탔다. 그런데 이 트럭도 멀리 가는 길이 아니라 세화도 못미쳐 내려야 했다. 죽자고 죽자고 달렸는데 한시간 넘어서 12키로 밖에 못갔다. 거기가 김녕. 지칠대로 지쳐서 김녕 바닷가에서 아침에싼 김밥을 먹었다. 와우 덜덜덜, 가죽같은 김밥김 돌덩이 처럼 차가운 밥. 잘하면 목에 걸려 체하겠다 싶었다. 구름에 가린 해가 살짝 나올때마다 햇살의 미세한 따뜻함 조차 금방 알아차릴수 있도록 몸은 민감하게 얼어버렸다. 정말 이대로는 못가겠다 싶어서 밥먹고 나온길에서 히치를 다시 시도했다. 10분을 기다려도 차를 못잡았다. 트럭이 있어도 다 뒤에 짐이 그득하고... 그러다 1시쯤 조금 넘었나 양파를 실은 트럭을 잡았는데, 시내까지 가신단다. 아저씨가 너무 친절하셔서 양파가 다칠지 모르는데도 조금 남은 공간에 자전거를 실어주시고 조천까지 얻어탈수가 있었다.


▲덜덜덜 히치를 하자


조천리, 해안 도로와 1118번 도로가 만나는 부분에서 내려서 1118번 도로를 타고 목적지 까지 올라가기 시작한다. 제주도는 중앙에 한라산이 있어서 해안에서 중앙으로 갈수록 높아진다. 애기똥풀님이 그길을 자전거 타고 오실수 있을까요? 했던 이유를 금새 몸으로 느낄수 있었다. 한시간 넘게 오르막에 오르막 밖에 없다. 한번도 내리막은 커녕 평지도 안나온다. 그래도 바람은 잠시 쉬는지 쫒아 오지 않았고, 아니 해안에서 중앙으로 불고 있어서 바람을 타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쪽은 구름도 별로 없어서 곧 몸이 녹기 시작했다. 얼었던 몸이 오르막을 오르고 햇빛을 받으니 녹기 시작해서 손이 저려온다. 손목을 꼭 묶었다 풀어서 피가 통하는 것처럼. 길도 예쁘다. 1차선 도로에 양쪽으로는 가로수 나무들이 빽빽하고 그 틈틈히 귤농가가 비친다.  다니는 차도 별로 없어서 자전거 도로가 없어도 하나도 위험치 않다. 조금씩 지날때마다 풍경이 바뀌니 달릴맛이 점점 난다. 한번 정도 내려 끌바해서 올라가긴했지만 재미나더라. 오르막이 재미있다는 변태들의 마음을 조금 이해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낑낑 비틀비틀 올라가면서도 헉헉대면서도 입은 웃고있는 나를 느낀다. 오르막에 어느정도 올라 뒤를 돌아보면 저 해안까지 보인다. 산에 오른거 같아.

그렇게 한시간넘게 달리다 드디어 97번도로-번영로 교차점에 도착했다. 이제 번영로라는 도로를 조금타면 애기똥풀님 댁이다. 번영로는 꽤 넓고 자전거 도로도 있네, 괜히 돌아왔다 생각하면서 달리는데 이내 1차선으로 좁아지고 차들도 엄청다니고 도로 중간중간이 공사중이라 대형 트럭들이 1차선 도로를 꽉채우고 옆을 부앙 지나친다. 아찔. 비틀대며 긴장을 바짝하고 달리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다. 야호. 오늘이 정말 힘들었던거 같아. 달린 시간은 얼마 안되는데 , 정말 추위는 무섭구나. 아니 첫날 바람빠진 타이어가 더 힘들었나? 암튼...애기똥풀님 집에 들어섰을때의 감동이란.

마음속으로 바라고 바라던 따뜻한 유자차대신, 모과차를 마실수 있었고 몸이 녹으면서 얼굴에 열이 피어오른다. 바구니에 내어오신 수북한 귤을 미친듯이 까먹고 뜨끈한 물에 샤워를 하고 방에 일치감치 들어가 누웠다. 원래는 일찍 도착해서 근처 오름에 올라보자는게 계획이었는데. 방에 들어서고 나니 그 바람 속으로 또 나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래서 이날은 저녁식사 전까지 잠을 자고, 저녁을 어김없이 세공기를 싹싹비웠다. 애기똥풀님이 놀라시며 정말 잘드시네요한다. 아하 얼마나 맛있던지.

밥먹고 방에 들어와 뒹굴뒹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두꺼운 책을 가져 갔는데, 지금까지는 거의 읽을 시간이 없었다. 음 앞에는 쉬운거 같았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어렵고 재미없지? 읽다가  이완과 조금 떠들었다. 무슨이야기를 했더라. 이제라도 진안에 어떻게 갈 방법이 없을까 의논을 했지만 아무래도 쫒겨서 가게 될거 같다는 생각에 너무 아쉽지만 깨끗이 포기하자는 이야기.. 요즘 하고 싶은게 없어졌다는 이야기. 그러게.. 근데 뭐 심각하다면 심각하고 또 아니라면 아니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일찌감치 잠에 빠져들었다.




# 마지막날 , 오름 , 제주시 , 그리고 안녕

6일째 날이다. 6시 반부터 일어나서 애기똥풀님이 차려주신 맛있는 밥을 또 얻어 먹고, 아침이라 두공기 (한공기 먹고 끝내렸더니, 애기똥풀님이 어제 밤에 먹는거 보고 밥 많이 하셨다고 더먹으라셨다..) 짐을 챙겨나오니 9시다. 오늘은 제주시에 있는 미류네 집에 가면 일정이 끝난다. 

번영로로 쭉 달리면 제주시라서 위험하긴하지만 번영로를 탔다. 달리다 도깨비 공원이라는 허섭하고 웃긴 곳에 살찍 기웃거리고 길가서 가장 가까운 세미오름으로 향했다. 그냥 작은 뒷동산 같은 곳이다. 사람이 많이 찾지 않아서 좀더 야산다운 느낌이고. 아기자기하고 포슬포슬한 느낌이다. 이삼십분 올랐나. 꼭대기다. 사방이 두루보이고 하늘이 머리위에 걸렸다. 이 지역 자체가 상대적으로 조금 높아서 그런지 아래를 보면 깨나 높은 산에 오른거 같다. 저멀리 해안선까지 보이니 말이다. 조금 더 가 저 쪽 봉우리?에 오르니 파노라마 사진처럼 360도가 쫘악 보인다. 동쪽에는 오름이 좋은게 많다하여 두세곳은 가봐야지 했는데, 이렇게 오르니 좀더 욕심이 난다. 그곳을 관리하시는 분인듯한 할아버지께 가는길에 올라가볼 오름이 더 있나 여쭤보니 에고 없단다. 아쉽지만 뭐 여기도 좋다하면서 처음 봉우리(봉우리라고하기 뭐하네..)로가서 애기똥풀님이 아침에 챙겨준 군고구마랑 귤을 까먹으며 또 잠시간 신선 놀음을 하고 내려왔다.


▲자전거와 짐을 내려 놓고 오름에 올랐다


▲세미오름


내려와서는 다시 번영로를 타는데 길이 여기부터는 좀 넓어져서 자전거 도로가 잠시 있는 구간이었다. 그리고 제주시 방향은 그냥 내리막이라 쉬이 내려간다. 그렇지만 얼마지 않아서 길이 1차선으로 좁아지니 정말 위험하다. 차들은 너무 빨리달린다. 그래서 교차로에서 작은 마을쪽으로 빠지는 길로 내려섰다. 전날 해안선에서 여기까지 올라온 만큼 이제는 미친듯 내리막이다. 길은 시멘트 포장이라 덜덜덜 하는데 더 재미있다. 차도 없으니 미친듯 날아 내려간다. 흘끗 흘끗 지나치며 목장에 송아지며 소들을 보며 한 10분 쭉 내리막만 달리다 보니 마을이 나온다. 마을 밖으로 나서니 또 그럴싸한 도로. 동쪽으로 길을 잡고 따라 가니 이길은 또 오르막이다. 에고 결국 다시 번영로로 만나는 도로였다. 영락없이 번영로를 타고 제주시까지 가야한다.

이때부터 제주시근처까지 완전 긴장상태로 내려왔다.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죽을지도 몰라 이런 분위기로 덜덜덜 하면서 이완은 돌아볼 여유도 없이 마구 내려왔다. 근데 또 이게 내려오고 나니 재미있다. 이완도 무사히 내려와서 내생각에 동의를 해줬다. 크.

생각보다 너무 일찍 제주시에 들어와서 미류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는데 전화를 안받으신다. 어차피 점심 도시락은 어디서 먹고 들어가야지 싶어서 근처 바닷가쪽으로 내려갔다. 화북이라는 곳이었는데, 공장지대라 길을 잘못들었나하고 바다로 가는 길을 물으니 , 친절한 아주머니가 근처 부두에 가보라며 길을 알려주신다. 작은 부둣가가 나왔는데, 고요하니 참 좋다. 막걸리 소주가 딱 생각나는 곳이다.



▲화북 부둣가에 자전거를 세우고


▲마치 그림같이 고요한,


▲ 도시락을 먹자




▲ 물비늘이 반짝 반짝

밥을 먹고 볕을 쪼이다, 미류 어머니와 연락이 닿아 그 집으로 향했다. 조금 헤매긴했지만 금방 찾아 들어갔다. 집이 반질반질 윤이 난다. 이집에 20년이나 사셨다니 닦고 닦아 길이 들었나보다. 어머니가 내어주신 메밀차를 마셨는데 , 처음먹어보는데 고소하고  코코아향이 난다.  어머니가  열심열심 제주시 안내를 해주셔서 들어보는데 우리가 하루에 다 가기는 힘들거 같다. 결국 오름 같은게 없는지 여쭤 보고 근처에 있다는 사라봉에 가보기로했다. 짐을 풀고 가벼이 자전거를 타니 참 좋다. 사라봉이라는 곳에 도착해서 자전거를 묶어놓고 오르니 또 여기도 좋다. 여긴 정말 그냥 서울에 있는 뒷산같다. 동네에서 운동나온 사람도 많고, 그래도 오르면서 바다도 보이고 꽤 멀리 까지 보이니 재미나다.

전국 팔도에 가도 요즘에는 똑같은 츄리닝에 장갑 선캡을 하고 괴상한 포즈의 운동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 모습들이 참 너무 기묘해서 영상으로 찍으면 재미있겠다는 이야기를했다. 뭔가 음모가 있을거 같다는 이야기.. 요즘 동네 쉼터 마다 보이는 보라색의 정체 모를 운동기구가 제주도에도 아니 우도까지 와있다.(뭔지 아는 사람은 알거다.) 뭔가 무서워.

아무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려와서 호떡도 하나 사먹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막걸리를 사지 않은게 생각나서 자전거만 묶어두고 다시 집앞으로 나왔다가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500원짜리 떡볶이를 사먹었다. 초등학교 운동장에 들어가서 먹는데 운동하는 사람들, 꺌꺌대며 딱지치는 아이들, 간만에 그 어렸을때의 홍조띤 저녁냄새를 맡는 기분이었다.  막걸리를 사들고 들어가 씻고 저녁을 먹었다. 음 이번에도 세그릇이 들어간다. 봄동 배추나물, 백김치, 갓김치, 콩장, 냉이 된장국 오오 맛있는거 천지였다.

맛나게 먹고 방에 들어와 막걸리를 비운다. 이완이 전날 성산항 대합실에서 뽑아먹은 율무차 종이컵을 씻어서 여태 가지고 있다가 꺼내서 재활용을 한다. 오오오 멋지다. 나는 생각도 못했는데.. 감동의 종이컵에 술을 마시며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스스로가 그들과 만나서 변화하게 된것들에 대해서..  그러다 연기가 피우고 싶어 동네 산보를 나갔다. 운동장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시이소를 타고 구름다리에 올랐다, 철봉에도 매달리고 꺌꺌꺌 이유없이 웃다가 들어와 술을 마져 비우고 잠자리에 들었다. 참 예쁘다.

그렇게 그렇게 밤을 보내고

아침 일찍 일어나 공항으로 향했다. 다시 자전거를 포장해서 넘기고 서울로 올라왔다. 아 꿈같았다. 어떤게 현실인지 감각이 안돌아온다. 너무나 이상한 마음으로 또 변화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올해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변화하고 돌아다니고 했던거 같다. 글쎄 이게 맹목적인, 허허로운 느낌이 들때도 종종 있지만, 이유가 있을거야. 내가 이러고 있는 이유가. 그건 어느날 내가 슬쩍 주워 올릴수 있게 될 거 같다. 지금은 그런 기분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7/12/05 13:05 2007/12/05 13:05

제주 - 물드리네

from 너에게독백 2007/12/03 15:45
11월 26일부터 12월 2일까지 제주도 여행기

1. 비행기와 자전거
2. 공항에서 신창리까지
3. 물드리네
4. 고산에서 우도까지
5. 우도에서 제주시, 그리고 서울


물드리네로 가는길, 차안에서 보니 밝을때 보면 참 이쁠거 같은데 어두울때 와 아쉽다.  도착하니 컴컴한데 마당에서 세사람이 일을 하고 있었다. 개집을 짓는다한다. 여자 둘과 남자아이 하나가 망치질을 하고 있다. 너무 어두우니 이만 접자면서 우리를 불러 자 이것 좀 옮겨달라 바로 일에 투입이다. 안녕하세요 한마디 하고 통성명도 안했는데. 흐흐.  뭐 일이랄것은 없고 쓰던 나무들을 한 곳에 모아 비올것을 대비해서 비닐을 씌우는것을 도왔다. 그리고 집에들어서니 집이 참 소담하다. 갈색 빛 커튼, 보자기, 방석이 자연스럽게 앉아 있고 통나무로된 탁자 겸 식탁 그리고 안쪽에는 난로까지. 좋구나..  두리번 거리고 있어도 말거는이 하나 없고 각자일에 바쁘시다. 약간 어색하니 앉아 있으려니 자인이라는 분이 말을 걸어오신다. 자인씨는 이 집에 사는 분은 아니고 친구분이신데 일이 많아 도우러 왔다고 하시며 이것저것 물으신다. 밥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니 그곳에는 총 세명이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다. 까무잡잡하고 장난기 어리게 생긴 소년같은 미선과  안경 위로 눈을 치뜨는게 너무 귀여운 선자 그리고 미선의 아들 복숭아 같은 얼굴을 가진 소년 하린. 

저녁밥상이 차려지고 이완과 나는 당황했다. 정성스럽게 하나하나 까서 올린 꼬막들이 한접시에 갈치 무조림이 올라와있는게 아닌가. 이건 분명 우리를 위한 특별 요리인거 같은데.  마주앉아 눈짓을 주고 받다가 나는 그냥 웃으며 조용히 피해 먹었다. 그런데 한분이 갈치조림 많이 있으니 좀 먹으란다. 당황하고 이를 어쩌나 하는데 이완이 대뜸 말을 한다.

"저희가 채식을 해서요 , 저희가 반찬을 가지고 온게 있는데.."
 뭐 결론은 아주 심플했지.
" 아 그래요?  그럼 진작 말을하지 편안히 먹어요." 
" 역시 평소에 먹던대로 먹어야돼~"
이완과 내가 싸온 반찬을 꺼내니 한상이다. 콩장, 채식 김치, 무말랭이, 김, 깻잎..

난 왜  그 순간 긴장했을까, 그냥 자연스럽게 말하면 되는것을. 내가 참 언제나 갈등 상황을 회피하는구는 하는 생각도 들고, 아니 늘쌍 갈등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긴장하고 사는구나 싶기도했다. 아무튼 그 순간의 즐거운 전화는 나에게 충격이었다.  왜 채식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호의적으로 듣고 싶어하고 아들 하린에게 들려주고 싶어하며, 채식을 하는 사람을 만나 반갑다는 소리까지. 우리가 싸온 반찬도 참 맛있게 나누어 먹고 하니 참 좋았다.

이 집서는 우리를 묵어가게 해줄 요랑으로 저녁에 받아들였다는것을 알았다. 우리는 오기전에 연락했을때 하루 묵어가는 것은 어렵겠다고 하셔서 S의 어머니 집에 묵어가겠다 이미 약속을 해버렸는데 말이다. 알고보니 이 분들은  자신들도 우리를 본적도 없는 사람인데 전화통화만으로 재워주겠다고 하는것은 어려웠고 낮에 오면 같이 보고 하는거 봐서 이쁘면 재워주자 하고 계셨단다. 그렇지, 듣고보니 그것도 그렇다. 그래서 이날은 S의 어머니와 약속이 있으니 가서 자고 , 다음날 와서 일을 돕겠다 했다. 어차피 여유있게 다니기로한거 오늘 잠깐 이렇게 스치고 가서 뭐 하나 싶기도 하고 일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고.

모두의 경이로운 눈빛을 받으며 남 한그릇 먹을때 밥을 3그릇이나 해치우고, S의 어머니께 드릴 천연염색한 손수건을 사서 다시 그집으로 향했다.

S의 어머니는 정말 다감하신 분이라 우리를 너무 걱정하고 계셨던거다. 밥먹기 전부더 사이사이 계속 전화가 왔고 날이 어두운데 자전거를 타고 온다니 어디냐.. 낙천리에요 했더니 거기가 얼마나 멀고 어두운데 거기 있느냐 차를 가지고 데리러 오시겠다 하시는것을 극구 만류하고 갔더니 면사무소 앞에 차를 타오 나오셔서 기다리고 계시다. 아이구.. 죄송해라. 어머니 차를 타고 1-2분 들어가니 집이다. 어머니가 참 귀여우시다. 말투랑 표정을 여기에 어떻게 설명하랴. 혼자 살아 집안 꼴이 말이 아니라며 걱정하시고, 반찬이 없다 걱정하신다. 뭐 우리는 아뇨 아뇨 괜찮습니다하는데도.. 너무 잘해주셨는데 , 다음날 새벽에 일을 나가셔서 간다 인사도 못하고 나와서 정말 죄송했다.

첫날 묵은집

그날 밤 수첩에 쓴 메모에 이리 적혀있다.
모든게 원래 그러기로 했다는듯이 굴러간다. 걱정은 필요없다. Don't  Panic!
천천히 떠돌고 싶다. 웅크리지 않고 , 지레 걱정하지 않고. 


그렇게 긴 하루가 가고 둘째날.

느즈막히 일어나 어머니가 꺼내놓고 가신 반찬과 밥을 챙겨먹고 고구마를 싸들고 물드리네로 향했다. 짐이 없어서인지 (짐은 물드리네에 전날 두고 왔다) 자전거는 어제보다 훨씬 편했다. 밤에 지나올때는 볼 수 없었던 풍경들을 지나친다. 어제와는 다르게 바람이 거세다. 밭들, 갈대들, 자전거를 지나치면 푸드득 날아오르는 겁많은 꿩들, 가다 길을 잘 못들어 쉬는 김에 몰래 귤도 따먹고 , 파랗고 녹색인 그라데이션이 너무 예뻐서 잠시 서서 보니 브로콜리의 밭. 이렇게 저렇게 헤매면서 도착하니 11시가 다되었다. 밝은날 집을 보니 너무 좋다. 마당에는 배추, 나무 옆에 흰둥이, 뒷편에는 연못까지.



물드리네

물드리네 마당

연목

뒤켠에 있는 연못



이 앞에서 술먹으면 참 좋겠다


미선씨는 없고 선자씨 혼자 작년 감물 들였던 천에 쪽물을 다시 들이고 있다. 안에가서 몸좀 녹이고, 일할 마음이 들면 일을 시작하라며 안에 들여보내서, 우리는 들어와 연잎차를 먹었다. 난로가에서 그러고 있는데 이내 자인씨가 오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내가 어깨를 두드리니 자신이 전문가라 하시면 봐주시겠단다. 엎드리라더니 수건까지 가져오서셔 머리를 감싸서 뭔가 본격적으로 하신다. 전문가의 손길. 손끝이 여물다고 해야하나. 아프긴했지만 시원했다. 뭐 디스크 걸리기 쉬운 체형이라는 이야기를 하다가 몸에대해서 이야기했는데, 몸 을 돌보는것과 삶을 돌보는 것 그리고  다른 삶을 위해 활동하는것이 그래 맞다 이렇게 이어지지라고 새삼 다시 깨달았다. 이런거 너무 좋다. 몰랐던거 아니지만 어디선가 우연히 만난 사람들와 이야기하다가 이렇게 맞아떨어져 나가는거.



고구마 감자 구워먹은 난로.  이 집 겨울난방은 이 애 하나로 다 된다고.
위에 있는 돌은 잘때 하나씩 들고 들어가서 배에 올려 놓고 잔다. 완전 따듯. 해달이 된거 같기도하고.




나가서 일을 시작했다. 우리가 한 일은. 상상치도 못했고 생전 처음하는 일이었다. 이런일을 하게 될 줄이야.. 여름에 감물 들인 천을 말릴때 날아가지 말라고 송곳을 꼽아 두는데, 그 송곳을 내년에 다시 쓰기 위해 씻어두는게 일이었다. 그렇게 많은 송곳도 처음본다. 녹슬고 감물이 굳어진 송곳을 닦는데 , 그래도 금새 끝날줄 알았다. 완전 단순 노동이었는데.. 음 두시까지 하고 나니가 10분의 1이나 했나? 걱정이 엄습해온다.
밭에서 딴 배추랑 여러가지 채소들과 함께 밥을 먹고 또 한참 난로 앞에서 수다를 떨다가 다시 일을 시작했다. 날도 추운데 일은 도무지 끝날 기미가 안보인다. 5시쯤 들어가서 고구마를 먹고 아침에 미선씨가 나갔다가 외상값 대신 받아온 국수를 끓여 먹었다. 미선과 선자씨가 국수를 하도 좋아하는것을 본 한 친구가 백석의 국수라는 시를 국수먹을때 꼭 소리내어 읽어달라했다며 국수를 먹고나서는 시낭송회도 했다. 백석의 시는 역시 멋지다. 그리고 나서 내가 집에서 싸온 고구마를 또 난로에 구웠먹었는데.. 괴산 호박고구마가 여기서도 인기가 엄청 좋았다. 이왕 시작한거 끝은 봐야지 싶어 밥먹고 또 일에 들어갔다.




아 단순노동을 계속 하려니 점점 정신은 혼미해지고, 손마디 마디가 뻐근하다. 낮에는 밖에서 하다 밤부터는 작업실에서 했는데 문닫고 있으려니 세상이랑 괴리된거 같고ㅡ 무슨 새우잡이 배에 타고 있는거 같았다. 크 . 그러다 나가서 연기를 피워올리며 하늘을 보니 이야. 점점 날이 개서 하늘이 아주 맑다. 별이 총총총 . 감동적이다. 거의 밤 11시가 되어서 끌려 들어왔는데, 결국  한시간분량을 남기고  들어왔다.



이때부터 막걸리를 조금씩 먹으며 이것 저것 이야기를 했다. 귀농에 대한 이야기, 공동체의 배타성, 감시에 대한 이야기,비혼에대한이야기..  비혼이라는 말만 있고 아직 내용이 풍성하지 못하다. 비혼 공동체가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가. 아플때도 죽을때도 그곳에서 있을수 있어야 한다는 고민, 때문에 보험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어떻게 해야하는가 등을 이야기 해보고 있다는 고민들을 들었다.

난 피곤에 못이겨 혼자 먼저 일어나 잠자리에 들었는데.
씻을까 말까 하니 "이녘 몸냥하시오" 한다. 당신 마음대로 하라는 뜻인데 몸냥이라는 말이 참 이쁘다는 이야기를 했다. 몸이라고 써놨지만 아래아 붙여서 마음이라는 의미고 몸이라고 발음되는...
몸하고 싶은대로가 마음가는대로고 마음가는대로가 몸가는대로.. 참으로 이쁘고 재미나고 편한 사람들과의 하루였다. 이런 인연들이 각각  잘 살다가 다시 잘 만나고 이어지고 하면 참 좋것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7/12/03 15:45 2007/12/03 15:45

채식김장하는날

from 너에게독백 2007/11/20 00:29
주말동안 추석때 함께 했던 친구들과 채식 김장을 담갔다.  공*이 살고 있는 광명에 있는 자연학교에서 1박 2일 동안 일곱 여자가 모여 또 먹고 마시고 놀고 만들고 나눴다. 7가지 아름다움. 별별남. 또 한번의 평화로운 여행이었다.

원래 토요일 아침에 유*의 텃밭에 모여 무를 뽑고, 배추를 뽑아 가기로 했는데 늦게 일어나서 나는 밭에는 못가고 광명에 있는 재래시장에서 같이 모여서 장보는것 부터 시작했다. 밭에서 수확한 배추가 조금이라서 배추를 열포기더 사고, 쪽파 양파 대파도 사고 만두만들어 먹을 당면, 두부를 사서 공*의 공간으로 갔다.

짐을 풀고, 점심으로 떡볶이를 해먹고 차를 나누어 마시고는 배추 절이기에 들어갔다. 밖에서 일할거라고 엄마가 내복챙겨 입고 가라할때 흘려들었는데, 춥다. 다행히 못이기고 겨울 등산바지를 챙겨와서 견딜수 있었다. 그리고 현명한 우리들은 보온을 위해 막걸리를 한사발씩 돌렸다. 길*이 능숙하게 배추를 숭텅숭턱 네등분을 내주면 내가 꼬다리를 자르고  유*랑  공*이랑  이*가 배추를 절였다. 배추를 절이고 나니 한시간이 가고, 안에 들어와서 무를 다듬고, 양념 준비를 했다. 대파, 양파, 다시마를 끓여 채수를 준비하고, 사과, 배 , 양파를 갈아서 준비했다.  유*의 밭에서 수확한 배추는 농약같은걸 치지 않아서 벌레 먹은 잎이 많아 망사 배추가 되었고, 무는 작지만 달고 맛있었다. 배추 속으로 넣을 무는 채를 썰고 남은것은 석박지를 만들려고 뭉텅뭉텅 썰어두었다. 수다떨면서 이렇게 저렇게 일하고 있으려니까 참 뭔가 아련한 기분이 드는게 이렇게 모여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진심으로 들었다. 모여사는것에 대해서는 은근히 두려움이 있었는데 , 이렇게 여자들끼리 부엌에 모여서 조근조근 하니 있자니 기분이 묘한게 뭔가 예전에 어디에선가 이렇게 살아 본거 같은 기분이었다.






김장만 하기로 한게 아니라, 채식만두도 만들어먹고 두부도 만들고 천연염색도 하기로해서 김장준비를 하면서 이것저것 분주하게 움직였다.  밀가루 반죽을 해서 만두 피를 만들고 - 천연염색에 쓸 치자가 있어서 반죽에 치자물도 들였다 - 두부, 신김치, 파, 양파,당면으로 만두 소를 만들었다. 상에 둘러앉아 만두를 만드는데 다들 어찌나 창의적인지, 서로 새로운 디자인의 만두를 만드느라 정신없었다. 인디언만두, 열린만두, 얼굴있는 만두, 가방만두, 리본만두, 부메랑 만두....






만두는 만드는 족족 쪄서 먹었다. 신김치가 부족해서 조금 싱거웠지만 너무 너무 맛있고 행복했다. 이게 얼마만의 만두인가! 거의 2년만에 김치만두를 처음 먹는거라니~~ 아흐흑. 사실 안식월 계획에 집에서 혼자 만두 빚어 먹는것도 있을정도 였다. 한시부터 주욱 막걸리에 만두에 고구마에 떡볶이 무에 인절미에 끊임없이 먹어대고 만들어댔다. 그렇게 많아 보이던 만두반죽도 , 소도 일곱이 모여 주물럭대니 금방 만들고 금방먹었다.  조금도 쉬지않고 뭘 하고 싶은지, 벌써 고추가루를 불려 석박지로 만들 무에 양념을 하고 , 무채에 양념을 했다. 음 우리집에서 김장할때는 배추에 속넣기전에 무에 양념했던거 같은데.. 크크 역시 나중에 물이 너무 생기더라. (고추가루도 너무 많이 넣었는지 조금많이 빨갰다 크 . 그래도 먹음직!)




그리고 잠시 앉아 쉬면서 세미나 이야기를 했던가. 여행이야기를 했던가. 지리산에는 언제가냐 중국에가자 제주도에 가자 진안에 가자 뭐 이런 소리를 하다가 정해진건 하나도 없이 고구마 줄기캐듯 가지만 뻗어 나가더니 세미나 이야기를 좀 해보자 하다.. 나는 잠이 들었더랬다. 그러다가 결국 세미나는 멀어지고 갑자가 천연염색에 돌입. 나도  부비적 일어나서 함께했다.

 준비한 소목과 치자를 물에 끓여놓았다 약간 식힌물을 가져다 놓으니 물이 너무 예뻐서 연신 감탄을 하는 친구들. 물론 나도. 뜨듯한 붉은 물 노오란물에 손을 담그고 조물조물 대며 색이 어떨까 하고 생각하고 떠드는 너희들, 어찌나 이쁘던지. 물들인 천으로 뭘할까 생각하는것도 재미있고, 천마다 색을 받아들이는 것도 다르고, 누구손이 닿았느냐에 따라도 다른거 같아 신기했다. 매염제로는 소금을 쓰기로 해서, 염색물에 조물조물하다가 소금물에 헹궜다가 다시 염색물로 가져갔다하기를 원하는 색이 나올때까지 반복했다. (사실 원하는 색이 나오기를 바라는건 아닌거 같고 하고 싶은 만큼 하는거 였던거 같다)



위에 그림이 소목물이다. 새빨간 물이었는데, 실상 천에 들인 색은 다홍빛이 나거나 진분홍 같았다.
어느정도 한뒤에 천을 실에 꿰어 천장에 널었다. 햇볕에 말리면 안되고 줄에 널어걸면 자국이 생긴다고 실에 꿰어 넌다고 했다. 색색 천을 널어놓으니 더 예쁘더라 , 뭐가 될지 모르겠지만 .. 빨리 말랐으면 하고 몇번씩 만져 봤다.







나는 천으로 별로 하고 싶은게 없어서 조금 짜른 천을 중간중간 묶어서 치자물을 들였다. 마지막에 소목물에도 반정도 담가 보고. 그래서 맨 오른쪽 같이 되었는데, 결국에는 대안생리대 주머니로 쓰라고 괴상하게 꿰매서 이*에게 선물로 주었다. 크

아, 그리고 중간에 생*이 도토리 가루를 가져와서 묵을 만들어서 식혀놓고 있었는데, 이 반짝반짝한것들이 11월에 내 생일이 있었고 곧 유*의 생일이라면서 묵케잌을 만들어서 파티를 열어주었다. 채식하고 처음 먹는 케잌. 듣도보도 못한 묵케잌.



자연학교 뒷편에 있는 정자 같은 곳에 올라가서 야밤의 파티를 열었다.
추워서 덜덜 떨면서도 , 생일맞은 사람들은 조금 있다가 오라면서 열심열심 세팅을 하더니 이런 작품을 만들었다.




이야. 초코케익같아. 묵위에 국화꽃잎과 인절미에 붙어있던 흑임자 가루로 데코레이션. 그리고 밀랍초를 꽃았다. 흐흐 "왜 태어났니~" 노래를 "잘 태어났다" 라고 불러주니, 정말 죽기에 좋은날이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장난스런 생*은 결국 내얼굴에 묵을 찍어 발라 묵사발을 냈다. 히히. 결국 저도 당했지.

그렇게 막걸리를 한잔돌려먹고 묵을 먹고 다시 내려와서 절여뒀던 배추를 씻었다. 어찌나 바람이 불고 춥던지, 야밤에 그러고 있으니까 동네 할머니들이 지나시면서 어이구 이밤에 김장을 해요 하시며 한마디씩 하고 가신다. 그래도 사람이 많아서 금새 일을 하고 들어와서 슬쩍 뒷정리를 하고 모여앉아 막걸리를 마셨다. 막걸리야 뭐 일시작부터 계속 달고 있었고, 세미나 이야기도 조금 들추다가 역시 딴길로 새서, 연애이야기, 독립이야기, 귀농이야기등을 하다가 이내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두부도 해야 하고, 김치도 마무리 해야 겠기에.

아침에 내가 제일 늦게 일어났다. 늦게 일어났다해도 8시 반이었는데, 그새 다들 일어나서 부엌에서 복닥거리고들 있다. 이미 밤새 불려놓았던 콩을 반쯤 갈아 놓고 두부 만들기를 하고 있더라. 그사이 어제 무에서 자른 무청을 삶아 뒀던걸로 국을 끓여서 아침밥을 준비한 친구도 있고. 아침을 먹고, 한쪽에서는 두부를 만들고 한쪽에서는 배추에 속을 채웠다.



두부는 무간수두부로 만들기로했는데, 불린콩을 갈아 베보자기에 넣고 짜서 고운 가루만 모은다. 나머지는 비지로 쓰고, 그렇게 모은 것들을 콩불릴때 쓴 물을 넣고 끓였다 (이거 맞나. 나는 배추속넣느라 슬쩍슬쩍만봐서리.. 크) 이때 기름을 넣는다. 끓일때는 바닥에 눌지 않도록 주걱으로 계속 저어주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거품이 화악 끓어올라 넘칠거 같은 상태가 되면 불을 끄고 식초와  소금을 붓고 뚜껑을 덮어 놓으면 엉긴다. 콩 500 그람에  기름 , 식초, 소금 2숟갈씩.


두부가 엉기길 기다리면서 모여앉아 어제 염색한 천을 가지고 바느질을 하기시작했다.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누워서 자기도하고 그냥 구경하기도하고 떠들기도하고.햇볕이 들어오고 조용하고 참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중간에 두부를 확인하러 나가봤더니 , 잘 엉겨 있었다. 이상태에서 퍼먹으면 순두부. 한국자씩 떠서 먹었는데 따끈한게 맛있더라. 소금이 많이 들어가서 조금 짭짤하긴했지만. 이 상태에서 틀에 베보자기 같은걸 놓고 이걸 부어서 물이 빠지길 기다리면 두부가 되더라. 이 위에서는 무거운것으로 눌러주고.. 우리는 물을 떠서 위에 올려 놓았었다.




자, 한참 지나니 한쪽은 예쁘게 두부가 되었다. 그래서 12월 생일을 맞을 생*과 길*의 케익을 두부로 만들어주기로 했다. 아래 사진에서 동그란 백설기 같은게 두부(베보자기가 너무 촘촘해서 콩이 잘 안짜지길래 고운체에 걸렀더니 아무래도 우툴두툴 거칠거칠한 투박하니 멋진 두부가 되었다.) 완성작이고,  접시에는 김치속, 국그릇에 순두부, 컵에는 막걸리..




친구들이 다 모이길 기다리면서 이*과 유*이 과일을 깎아 올려 데코레이션을 했다. 달기지 같아. 우리들은 어떻게 이렇게 아이디어가 넘치지?캬캬




그 , 그래서 다 모여서 케잌을 하려는 찰나 _ 부엌에서 쿵 쏴아~~하는 소리가 난다. 모두들 깜짝 놀랐다가 서로의 얼굴을 보더니 우악 두부!하며 뛰쳐나간다. 쏴아.. 파도소리.. 나는 뭐 뛰어나가나 걸어나가나 물바다겠거니 하면서 어슬렁 나갔다. 역시 두부 굳힌다고 올려놓은 물 한동이가 자빠졌다. 부엌은 물난리.
우리는 끊임없이 뭘해야 하는 팔자인가 보다. 하면서 이역시 즐겁게 치웠다. 덕분에 부엌은 대청소.




열심 열심 치우고, 케익을 하고 두부와 비지찌개와 함께 점심을 먹고, 한참 바느질을 하고 막걸리를 마시며 놀다가 저녁에 다되어서야 아쉽게 서울로 올라왔다.

커다란 여행가방에 김치통을 우겨넣고, 손에는 비지와 두부 우거지 만두를 싸들고 ..
여행을 다녀오는 기분으로 , 또 새로 떠나는 기분으로 돌아왔다.
인연들이 참, 고맙고 신기하다.

이 주 뒤에는 진안에 가기로 했는데,  벌써 부터 기대된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7/11/20 00:29 2007/11/20 00:29

고양이 알레르기

from 너에게독백 2007/10/21 21:13
나에게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는것이 밝혀졌다.


하루종일 되는 일이 없었다.

아침에는 급히 전날 술을 올려주고..
꾸역꾸역 아침을 먹고 전기장판 키고 좀더 자다가
너무 너무 나가기 싫은데 _  남은 일도 있고, 약속도 있어서 일어났다.


사무실에 나와서 일좀 하다
약속대로 자전거를 타러 나가려는데,
그 일이 계속 꼬여서 애를 태웠다.
프린트만 하고 나가려는데 뭔이윤지 절대 안되는거.

포기하고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
텐트 두개와 책등 꽤 무거운것들을 짊어지고.

자전거 뒷바퀴가 이상하다.
오오. 바람이 다빠졌다.
자전거 포를 찾아 헤매였다.
자전거 끌고가는 할아버지한테 물어봤다.
알려준데로 갔는데 못찾고 그냥 한강으로 내려가려는데,
그 할아버지랑 다시 마추쳤다.
"바람은 넣었어?"
"아뇨, 못찾았어요. 없던데요?"
"이런 바보!"
"...."
할아버지는 횡하니 가버리셨다.


난 어쨋든 그냥 무작정 한강으로 진입.
자전거 빌려주는데같은데서 구하거나 사람들을 만나면 펌프 가진 사람이 있겠지하고 달렸다
몸이랑 자전거랑 가방이랑 일체형 납덩이 같다.

서강 대교지나서인가.
펌프를 들고 구세주 부깽이 나타나 바람을 넣어주니
오오 잘나간다.
부깽은 바람넣어준 대가로 일다 호프 티켓을 한장더 강매했다

양화대교를 건너가
디디, 양군과 합류.
배를 하나 깎아 먹고 나니, 춥다고 부깽네 집으로 가기로 했다.


부깽네집.
예상외로 가족들이 다 있어서 뻘줌.
고양이 두마리.
오오  귀엽다. +ㅗ+ 완전 미묘.

그러나 이내
코끝이 간질 간질 목도 메이고..
에이치
에이치

1년전 지음집에 놀러갔을때도 갑작스럽게 알레르기가 심해져서
다음날 휴가를 쓰는 사태에 이르렀었다. (그날 몇시간 만에 휴지 한 롤을 다쓰고 , 밤새 기침하고 눈은 양쪽다 빨갛다 못해 흰동자가 부풀어 올라 잘 떠지지도 않았다)
그때는 혹시 지음네 고양이 쉐바때문인가 하고 살짝 의심을 했는데.


오늘. 확실히 알았다.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게 분명하다.
부깽집에 한시간여 있는 동안 점점 기침이 심하게 나고
재채기가 나더니 눈도 한쪽이 충혈되기 시작해서
지금 긴급히 나와버렸다.


그래서
결국 사무실에 와서
일을 시작.

프린트를 누르니.
된다.


그래도 간만에 자전거를 타니 상쾌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7/10/21 21:13 2007/10/21 21:13

왼손연습

from 그림독백 2007/06/26 16:54
일요일날 디디네서 일하고나서
저녁에 이상한 술집에 가서 술을 먹었다.
나는 어쩐지 배가아프고 그래서 사람들이 내보내는 대사를 왼손연습에 썼다.
재미있다. 자주해야지. (사실은 순전히 낙서버스 활성화를 위해서 올리는중)

당하는날

<요약: 오늘은 그냥 당하는 날이야>
(keiner liebe mich 틀렸다;;; liebt 였어. -_- )

다정도병

<요약: 다정도 병인양 하여...>

아무튼 컨셉에 충실한 하루였다.
재미있었어.


마이링 번개 후기 쓰고 싶은데,뭔가 마음이 바쁘다. 마음잡고 쭉 써야 할거 같은 기분.
집에서 컴퓨터 쓰기가 쉽지 않으니 블로깅이 힘들고나.
주말이나 평일 저녁때가 되면 인터넷 접속이 힘들고, 심지어 지난 주말부터 좀전까지 전화기도 잠시 잃어버렸더니... 뭔가 이상하다. 좋은거 같기도하고.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7/06/26 16:54 2007/06/26 16:54

스펙타클한 주말

from 너에게독백 2007/06/04 15:48
# 토요일 1

금요일날 웹진 작업을 마치고
술을 먹다가 사무실에서 자버렸다.
무거운 마음으로 먹었더니
얼마 먹지도 않았는데  간만에 속도 게워내고,
숙취로 인한 최악의 토요일 아침..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요즘  힘들어 하던 문제를 제법 상콤하게 해결하고,
밥까지 해먹고는 청계천에서 한다는 퀴어퍼레이드에 가기로 했다.
친구가 퍼레이드 참가팀으로 참여한다는 말에
게으름 피우지 않고 갈수 있었던듯. (고마워 :) )

자전거를 타고 슬렁슬렁 행사 장소에 도착하니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이 반겨준다.
이때부터 기분업!!

그러나 왠지 혼자, 자전거 청년의 모습으로 (아저씨 양말 스타일)
화려한 사람들 사이에 서있으려니 어색하기 그지 없더라.
난 술먹고 자다 일어나서 씻지도 않고 나왔는디.. 크크
(그래도 나중에 디모씨가 와서 덜 어색했..음)

퍼레이드는 정말 멋졌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주위를 어슬렁 거리는게 전부 였지만,
뙤약볕에도 즐거이 빛나더라.
내년에는 멋지게 준비해서 참여해 보겠다는 의지가  활활

퍼레이드 모습은 찍지 않았고,
아래 사진은 퍼레이드 도중 찍은 딱 한장의 사진이다.
클릭해서 저 사람들 표정을 보길.
다들 퍼레이드 하는 사람들에게 눈을 빼앗겨 버린 멋진 풍경이었다.




#토요일 2

퍼레이드를 마치고 공연을 보고 있을때, 디모씨가 마붑과 무나네 집에가서
일을 같이 하고 맥주를 얻어 먹자는 제안을 해왔다.
맥주에 홀랑하고 넘어가서, 6시경 마붑과 무나네 집으로 출발!

나랑 디디 외에도 홍드릭스부깽도 함께 일을 하기 위해 놀러왔다
(일을 하기 위해 놀러왔다 이거 좋은데?)
마붑이 방글라데시 집에 있는 망고나무에서 따온 망고도 먹고,
마붑이 만든 환상적 스파게뤼를 얻어먹었다.

으아.. 사진이 잘 안나왔지만,
채식 스파게티 였는데, 너무 너무 산뜻하고 맛있었다.
느끼함 제로, 단맛도 없고, 새콤하고 시원한 맛이었는데,
아마도 비결은 향신료에 있지 않을까?

레시피를 얻어온다는것을 깜빡했다.

맛있게 맥주와 스파게티를 먹고나서 한참 수다떨고 놀다가
"작은 대안 무역"을 위해서 방글라에서 날아온
예쁜 옷들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 작은 대안 무역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부깽 블로그의 "작은 대안 무역"을 참고)
부깽은 찍고, 디디랑 무나는 펼치고, 나랑 홍드릭스랑 마붑은 다시 개고.
착착착 일을 하고나니 지하철이 끊긴 시간.
홍드릭스의 자전거와 무나의 자전거를  디디랑 내가 각각 빌려타고,
부깽의 인도를 받아 집으로 무사 귀환했다.

그런데 뭔가 놀다가, 일요일 일정도 같이 생겨 버렸다.

#일요일 1
전날 올림픽 공원에서 마이그런트 아리랑(migrant arirang)이라는 (관에서하는;;) 행사를 하는데,
거기에 부스를 차리고 작은 대안 무역 물건을 팔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가마 했었다.
그런데 막상 일요일 아침이 되고 보니 침대에 붙은 껌딱지가 되고 싶어지는게 아닌가.
한 두시까지 뒹굴거리다가 ,올림픽 공원으로 향했다.

와우. 불볕더위.
나야 오후에 가서 좀 나았지만, 아침부터 자리를 지킨 사람들은 정말 힘들었을거 같다.
10분 앉아 있었는데 무릅접히는 부분에 땀이 차던데..

아래는 물건 팔던 부스 모습 (마붑과 부깽)
장사가 나름 잘됐다.






삿갓쓴 언니들과 저 꼬마 아이가 너무 이뻐서 찍을라고 했는데.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6시까지 팔다가 마무리를 하고 일어섰다.
꽤 오래 있었던거 같은데 나는 두시간 밖에 안있었구나.


#일요일 2

일을 마치고 모다들 헤어지고,
홍드릭스군과 나는 문화 연대로 향했다. G8 반대행동을 준비하러.
(나는 사실 집회에만 참가 하는 수동적 태도를 견지 하려 했으나,
디디사마의 텔레마케팅 전술에 휘말려, 가고 말았지..)

케산, 나뷔, 네오스크럼, jonairship, 도영, 지각생, 에릭, 수목, 문정, 디디가 모여서
이미 많은 것을 하고 있었다.
영어가 되는 사람은 G8 영상물을 번역하고 있고,
그 번역된 자막을 입히는 사람,
G8을 알릴 내용이 들어갈 판넬을 만드는 사람..
이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사람.
오 . 감동적 ( 물론 3시에 모여서 그때까지 지난한 과정이 있었던듯 하지만. ㅋ)

나는 이미 콘티가 나와있는 ,
판넬 작업에 살짝 참여했고,
홍드릭스와 지각생은 무려 G8 쏭(song)이라는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다.
난 과연 노래가 나올까 했는데, 나오더만.



음침한 창고 뒷방에서 노래를 만들고 있는 두청년. (방구석에 컴컴하게 두명이 보이나요?)
노래는 뭔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거 같은 느낌이긴 하지만
너무 좋았다.
6월 6일날 오면 들어볼 수 있다~
뭐 mp3으로도 올릴 수도 있겠지.
음악하는 사람 부러워.

11시넘어서 일이 대강 마무리가 되었고,
일요일은 그래도 끝나지 않았다.

#일요일 3

홍드릭스군의 친구가 어떤 육교색이 마음에 안들어서
빨간색으로 칠해버렸고, 육교위에서 파티를 한다는 소문을 듣고,
언제 육교위에서 놀아보냐며, 디디와 나와 지각생이 따라 나섰다.
사실 우리집 앞이기도 해서.. ㅋ

육교위에서의 파티라는것은 허위정보였고,
육교 근처 골목에 있는 자동차 정비소 위층에
전시를 하고,
아래 정비소에서 일군의 사람들이 술을 먹고 있더라.

생각보다 어색해서 처음에는 좀 아차 싶었는데.
나중에는 마구 술을 먹다보니,
즐거워졌다.
정비소 앞에서 둘러앉아
기타를 띠딩대고 있으니
바닷가가 따로 없는게 아닌가.

사진은 안찍었구. 노래를 녹음은 했는데
핸드폰에서 피씨로 출력이 안된다 OTL...

원래 파티에서 놀고 있던 사람들도 떠나는데,
우리 4명은 친구의 친구인 주제에
새벽까지 와인을 축내고 춤추고 놀았다.
나는 4시쯤 어지러운데다, 집에 가야 한다는 일념으로
뛰쳐나와 혼자 집으로 걸어갔지만..
나머지들은 거기서 자는 기염을 토했다는.

아아. 완전 초 스펙타클한 주말이었다.
금요일까지 급 좌절로 부터 시작해서,
엄청 우울한 모드였는데 주말을 거치며
대 부활!

심리적으로는 부활인데,
몸이.. -_-;;
오늘 아침에 화장실에 갔는데 와인을 막 마셔서 그런지
보라색 물체들이 나오더라. 우엑.
혀도 보라색으로 물들어 있고.
확인안해봤지만 내장도 보라색일꺼야..


근데 쓰고 보니까 읽는 사람은 재미없을거 같애 -_- 왜이래.

이말 빼먹었다, 나의 부활은 결코 술덕분이 아니라.
당신들 덕분.  고마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7/06/04 15:48 2007/06/04 15:48